도미니언 - 기독교는 어떻게 서양의 세계관을 지배하게 되었는가
톰 홀랜드 저자, 이종인 역자 / 책과함께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르탱조차 죽은 후에 사후의 심문을 피할 수 없다면, 죄인들은 더 말해 볼 것도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레고리우스는 그런 질문을 던짐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대변했다. 순교자와 성인은 물론이고 모든 인간이 사후에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보는 시대가 온 것이다. (p.238)

 

 

 

사실 연말부터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연초가 되서야 읽기가 끝이 났다. 일단 책 두께도 어마어마했을 뿐 아니라, 내용 그 자체도 매우 깊어서 진도가 쉬이 나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책을 읽는 속도가 다른 이보다 빠른 편이라 여겨왔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내내 스스로에게 반문해야 했다. 아. 내가 지금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가.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그런데 감히 말한다. 종교를 가지고 있건 그렇지 않건, “하느님”을 기반으로 하는 어떠한 사상의 영화나 글을 읽어내고자 한다면 이 책을 한번은 읽어 보기를, 그래서 보다 깊은 이해를 가지기를. 쉽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쉬이 읽어낼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아니, 어렵다. 솔직히 리뷰를 쓰는 지금도 리뷰조차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한번은 읽어보라고 말하는 것은 800페이지 가량에 감히 서양의 한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의 읽기가 보다 깊어질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유의미하다.

 

 

사실 이 묵직한 내용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톰홀랜드의 엄청난 문장력과 흡입력도 한몫 했다. 사실 수많은 그의 저서 중 “페르시아 전쟁”만 읽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저자의 글솜씨에 대한 질투(?)와 경외가 동시에 들었다. 아마 나는 머지않아 그의 다른 책들을 뒤적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큰 다짐이 필요하겠지만.

 

 

사실 한가지 안타까운 게 있다면 표지에 “기독교는 어떻게 서양의 세계관을 지배하게 되었는가” 라고 적혀 있어서, 다소 기독교에 대한 국한된 이야기인가 싶은 이미지를 준다는 점이다. 사실 나도 가톨릭이라 이 책을 처음 받아 들고는 크리스찬들에게 적합한 도서인가 생각해보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단 한번도 종교색을 느끼지 않았다. 그저 서양의 깊은 세계관, 세계사를 읽고 느끼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만났다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고대 그리스부터 비틀즈까지를 아우르며 기독교정신과 반기독교정신 모두를 이야기한다. 물론 어려운 일이기는 하겠으나, 이 책을 이해한다면 서양역사의 한 측면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듯 하다. (이러한 사상들을 기반으로 하는 소설 등을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음은 덤일테고.)

 

 

 

자연현상들은 모두 그 법률의 존재를 증명해주었다. 따라서 이런 자연 현상을 탐구하는 것은 신을 모독하는 일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p.334)

 

 

우리는 신을 놓고 이야기를 나눌 때 흔히, 초자연적인 현상을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들은 신을 더욱 신격화하게 만들고, 신을 신으로 만들기 위해 더 많으나 초자연적인 것들을 연결하고 키운다. 그러한 과정이 오히려 무신론자들이 거리감을 가지게 하는 일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사실 나는 가톨릭신자지만 그러한 과정들이 불편하게 느껴진 때도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과정이 내게 그런 불편함도 지워주고, 오히려 이론적인 부분에 있어서 내가 가진 오해나 넘침을 다소 해결하게 해주었다.

 

 

이 책을 덮은 후, 세계사책을 집어 들었다. 다양한 느낌과 감상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내 머릿속의 생각들이 얼마나 잘 정리될지, 이게 어떤 방향으로 내게 도움을 줄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 생각에 어느 한 줄기라도 더해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나는 이 책을 한번 더 읽을 생각이다. 아무래도 여러 번 재독하며 진지하게 배워가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내 종교를 보게 하는 책이었다.

 

 

#도미니언 #루비콘 #톰홀랜드 #역사저술가 #책과함께 # 서양세계관 #지금읽는책 #읽고있는책 #독서 #취미 #책읽기 #책추천 #책소개 #책마곰 #좋아요 #좋아요반사 #좋아요테러 #도서 #협찬도서 #도서리뷰 #리뷰어 #독서감상문 #소통 #공감 #읽는습관 #책을읽읍시다 #책사랑 #책탑 #책속구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