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화되었다
제페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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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가을이 시작되었습니다.

먼 곳에서 더 먼 곳으로 떠나는 당신을 위해

여비를 대신할 코스모스 한 다발이

머리맡에 놓이기를

-       본문 (이방인을 보내며)

댓글. 이제 너무나 당연한 문장이라 의식도 쉬이 하지 않는 두 어 줄의 글.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댓글 읽는 것을 좋아한다. 기자들이 쓴 본문의 내용보다 한층 날카로운 댓글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하는 센스 넘치는 댓글들이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마 그 댓글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을 고르라면 바로 댓글시인 제페토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역시-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은 언젠가는 그의 글들이 책으로 세상에 인사를 하리라는 예상을 했기 때문일 터.

개인적으로 가장 쓰기 힘든 문학이 시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가진 생각을 짧은 문장에 함축하여 쓰는 것은, 길게 풀어 쓰는 일보다 한층 높은 강도의 생각을 요한다. 그런데 댓글시인 제페토의 문장들을 읽으면, 참으로 쉬이 읽힌다. 누군가의 함축적인 생각이 이토록 쉬이 읽힘은, 본인은 얼마나 많은 생각을 녹여낸 것일까. 평생을 글 쓰는 사람을 꿈꾸며 살아온 나는 종종 마우스에 그 질투심을 표현해보곤 했다.

올 겨울은 따뜻하겠구나.

어디선가 불 지피는 사람들이 있으니.

- 본문 (좋은 사람들)

이 책은 사실 특별히 누군가에게 추천한다는 마음보다는 누구라도 쉬이 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사회면의 뉴스를 종종 읽는 이라면 더욱 공감이 갈 테고, 그렇지 않다고 한들 공감을 나누며 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라도 나오리라 생각했던 이 책이 추워지는 시기에 나온 게 유달리 반갑다. 한명이라도 더 읽고, 그 온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가 적은 말처럼 올 겨울은 조금 더 따뜻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에서 말이다.

한 명의 댓글로, 하나의 댓글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 진실한 글줄들이 모여 누군가의 가슴을 치고, 가슴을 맞은 이들이 또다시 진솔한 글줄들을, 말을 내뱉기 시작하면 세상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댓글시인 제페토, 그의 문장이 내 마음에 작은 파란을 일으킨다. 이 파란은 또 누군가에게 작은 진동을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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