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희한한 위로 -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강세형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평점 :

내 마음이 이렇게 약해져 있었구나. 나 역시 조금 놀랐다. (p.79)
강세형의 글을 좋아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난 문장들이 너무나 반가웠다. 책을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런데도 내가 리뷰를 쓰는데 며칠이 걸린 것은, 여러 번 다시 읽었기 때문이다. 마음에 닿은 문장들이 많아서, 또 읽어도 그려 러나 하고 자꾸만 다시 읽었다. 읽을 때 마다 다른 문장들이 마음에 닿았고, 괜히 가슴이 찡했다.

그러니 참 신기한 일이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 늙는다는 것. 그렇게 서로에게서 약한 모습을 본다는 것. 그것이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게 말이다. (p.145)
나에게 늘 위로가 되는 이에게 책의 한 구절을 읽어주었다. 어쩌다 한 권씩 책을 읽는 사람인데, 내 목소리로 그 문장을 들으니 가슴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래서 나에게도 이 문장은 오래 가슴에 남을 것 같다. 그를 위로하기 위해 읽어주었는데, 그 말에 나도 위로를 받았다. 그래, 위로는 그런 법이다. 강세형 작가의 말처럼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위로를 찾게 되는 것.

우리는 매일, 기다렸던 내일을 하루씩 지워간다. 수많은 내일이 조금씩 수많은 어제로 변해간다. 그 과정을 통해 수많은 내일을 겪어내며 우리는 배워간다. 그렇게 기다렸던 내일이, 꼭 내가 원하고 바랐던 그 모습 그대로의 내일은 아니라는 것을. (p.166)
아마 더 어린 시절의 나였다면 이 문장들을 이해하지 못했을 듯하다. 마음 먹으면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이룰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도 있었기에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꽤 나이를 먹었고, 꽤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그래서 우리의 내일이 내가 바란 모습이 아님도 알고, 때로는 내 기대이상의 내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이미 안다. 그래서 나는 이 문장이 마음에 깊게 남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딸이 글을 쓰는 것으로 먹고 사는 것을 못 미더워 한다는 작가의 말에 나는 사실은 살짝 질투가 났다. 나도 늘 글을 써서 밥 먹고 살고 싶었는데, 그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기에, 퇴근 후에 밤을 새워 책을 읽는 딸에게 “진아. 책도 좋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취미잖아. 잠은 자야지.” 하고 말하는 엄마를 보며- 책이 취미가 아닌 특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속으로만 삼키는 딸이기에. 그래서 또 속으로 내일의 나는 조금 더 다른 나이기를 살짝, 욕심내보기도 했다.
멀리서 보면 누구의 삶이나 참 쉽다는 말이, 하지만 누구나 위로가 필요한 삶을 산다는 말이 가슴에 이토록 남는 것은 아무래도 나 역시 그것들을 다 이해한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겠지. 누군가의 삶은 한결 나아 보이는 게, 나보다 낫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다소 거리를 두고 보기 때문임을 이제 이해한 나이가 되어서겠지. 물론 그것 자체가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그런 이해 속에 또 하루를 살아간다. 희한한 것들, 기대하지 않은 것들, 엉뚱한 것들에게서 위로를 받으며. 오늘 이 책의 문장들에게서 투박하고도 따뜻한 위로를 얻었듯 말이다.
때때로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또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삶이라면 – 그것이 내가 기대한 바이든 그렇지 않든 – 또 그것만으로도 살만한 삶임을 알아가는 하루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