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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특별 합본판 ㅣ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평점 :

이 신전은 사람을 섬긴다. 사람에 대한 경건함을 섬긴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섬긴다. 신화를 꼼꼼히 읽는 일은 내 마음속에 자리한 그 신전을 찾는 일이다. 나는 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경건을 다하는 일, 마음을 여는 일이 바로 신들의 마음을 여는 일.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p.502)
어느새 이야기가 꽤 깊어졌다. 이번 장은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기억하고 있는 퓌그말리온, 니오베의 이야기, 제우스가 아르테미스의 모습을 변해 탐했던 카리스토 이야기, 만지는 것마다 황금이 되는 부럽고도 부럽지 않은 미다스 이야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줄줄이 나와 친숙하고 재미있었고, 단순히 신화 뿐 아니라 우리가 아는 다른 이야기들을 잘 연결해주어 머리에 쏙쏙 박히는 수업을 듣는 기분이랄까.
이윤기 저자의 책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이 가진 깊은 지식에 감탄하게 된다. 어떻게 신화를 이렇게 세상에 풀어낼 수 있는지, 다른 이야기들과 신화를 어찌나 재미있게 엮어내는지 놀랍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원래 신화가 그렇게 편안하게 연결이 되는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없지만,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마치 신화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은 재미있는 에피소드처럼 느껴진다.
- 사랑하는 나의 영웅이시여, 만일에 그대의 어머니께서 그대만큼 아름다운 분이셨다면 제우스 신께서 사랑을 느끼신 것도 무리는 아닐 터 입니다. (p.540)
- 신들의 도우심을 입지 않았더라면 그대가 어찌 날 이길 수 있었으랴. (p.628)
- 멜레아그로스는 망각의 강을 건넌 뒤에도 기구하고 슬픈 제 신세를 다 잊지 못했는지 잿물 같은 눈물을 흘리며 헤라클레스의 이름을 불렀다. (p.665)
이번 장을 읽으며 내내 마음에서 놓지 못했던 것은 멜레아그로스의 이야기였다. 물론 그 이야기도 진작에 알고 있었고, 전에도 읽은 일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읽으며 문득 드라마 “도깨비”를 떠올렸다. 아파도 잊을 수 없는 일들, 4번의 삶을 되살아가며 갚고, 잊고, 용서받고 그래야 하는 것들. 물론 나는 가톨릭이기에 4번의 영생을 믿지는 않으나 그렇게도 잊지 못할 것들이 있기는 있겠지, 하는 마음이 되어 왠지 슬펐다. 만약 내가 죽음에 이르러, 망각의 차를 앞에 놓고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와 잊고 싶은 이야기를 놓고 생각하게 된다면 나는 망각을 바랄 것인가, 기억을 바랄 것인가. 지금 이 순간의 내가 기억을 바란다는 것은, 아마 지금 내가 살만하다는 이야기겠지.
어느새 이 두꺼운 책의 종점을 향해 가고 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인생을 만나고 있다. 인생에서 나를 찾고, 나에게서 인생을 찾고 있다. 결국 내 인생의 한 지점에서 내 인생을 보고 있기도 하고, 내 인생의 흐름 속에서 오늘의 나를 찾기도 한다는 다소 뜬구룸잡는 듯한 말이지만, 이 허무맹랑한 말을 알아들을 이들이 어디에는 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오늘도 묵직하게 잘 읽어냈다. 오늘도 책 읽으며 마무리하는 밤을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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