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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ㅣ Art & Classic 시리즈
루이스 캐럴 지음, 퍼엉 그림, 박혜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평점 :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일에만 신경 쓴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잘 돌아갈 거다. (p.116)

사실 어느 이야기에 누가 등장하고, 어디쯤 어느 문장이 나오는지 알만큼 “이상한나라의 앨리스”를 읽었다. 다양한 버전-그림책부터 소설, 그리고 영화까지-으로 앨리스를 만났으니 나는 이미 충분히 앨리스를 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정말 제목처럼 이상하게 만날 때 마다 다른 이야기로 느껴진다. 다른 문장이 눈에 들고, 다른 부분이 마음에 닿는다. 늘 새롭기에 책을 수집하는 이들이라면 꼭 한 권은 소장하라고 말하고 싶은 앨리스가 rhk출판사의 마법(!)으로 퍼엉을 만났다. 아마 일러스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퍼엉의 그림을 알 것이다. 나도 아주 초창기의 그림부터 지금까지를 다 좋아하는 소위 “팬”이다. 사실 그 이유 하나로 이 책을 만났다. 몇 권이나 되는 앨리스를 두고 또 한 권의 앨리스를 만난 이유는 퍼엉이었다. (물론 난 또다시 앨리스에게 풍덩 빠져 이야기를 읽어갔지만 말이다.)
- 내가 젊을 때는 말이다, 아버지 윌리엄이 아들에게 대답했네. 머리를 다칠까 두려웠단다. 지금은 머릿 속이 빈 게 확실하단다. 그러니 이렇게 하고 또 하게 되는 구나. (p.93)
- 네가 시간이랑만 잘 지내면 시간은 네가 원하는 부탁은 거의 다 들어준다고. (p.140)
아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신기하게도 제대로 읽은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당신이 하루라도 더 젊은 순간에 꼭 앨리스를 만나라고. 이상한 나라에서 만나는 이들은 분명 뭔가 특이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의 모습을 하나씩은 꼭 가지고 있다. 허영심, 이기심, 건망증, 욕심 등. 그래서 이 책은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 이야기 같고, 우리가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같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그저 동화책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꽤 심오한 이야기들과 깊은 문장들이 가득히 들어있어 진지하게 읽다 보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나는 수없이 읽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앨리스를 만나며 울기도 하고 속상해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했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자는 다짐도 다시 했고.
종종 내게 사람들이 책을 고르는 기준을 묻는다. 보통의 책들은 그때의 기분이나 느낌, 그때 내게 닿았던 문장들을 위주로 고른다. 다양한 버전으로 출간된 책들을 고를 때에는 평소 나와 잘 맞았던 출판사를 위주로 고른다. 아마 번역문도 평소 스타일로 정리하고 다듬었겠지, 하는 위안이랄까. 그래서 내가 이번 주에 만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특별히 더 좋았다. 일러스트도 너무 좋았고 매끄러운 문장도 만족스러웠다.
우리의 삶에는 분명, 구렁에 빠지는 날도 올 테고, 구름을 치고 올만큼 행복한 날들도 있을 테고. 그런 순간순간 부디 앨리스처럼 지혜롭게 상황을 이겨갈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