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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일 ㅣ 반달 그림책
허정윤 지음, 고정순 그림 / 반달(킨더랜드) / 2020년 3월
평점 :

사람의 이기심은 어디까지 인가. 사람의 잔혹함은 어디까지 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에 대해 또 한번 생각하고, 아파하고, 힘겨워했다. 차마 아이에게 읽어줄 자신이 없어서 펼치고 접고를 반복하다가 조금 더 크면 읽어주는 것으로 하고 고이 꽂아두었다. 이 책의 홍보를 접한 분도 있을 테고, 내 글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는 분도 있겠지. 아무튼 이 책을 읽고자 하시는 분들께 미리 말한다. 부디 티슈는 챙긴 수 책을 열어라. 가슴이 먹먹해서 눈물이 날 테니 말이다.
나는 애완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애완동물도 생명이기에 존엄성을 가진다고 생각하고, 안락사 등 비인간적인 제도들에 대해 매우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티컵 강아지는 그냥 원래 작은 유전자를 가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글을 읽고, 또 다시 이 책을 읽은 후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람의 잔혹성은 어디까지이며, 세상이 얼마나 더 각박해지려나 생각했다. 그래서 더 슬펐고 더 아팠다.

너무나 담담한 문체와 흑백의 그림체, 그래서 더욱 절절히 감정이 전달되고 아픔이 전해진다. 아마 이 책을 쓰고 그리신 작가님들도 나처럼 아프고, 힘겹고, 우셨으리라.
이 그림책은 누구나 반드시 읽어야 한다. 물론 우리 아이처럼 어린아이보다는 강아지의 공장화 등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책임감과 존엄성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에 읽는다면 깨닫는 바가 많으리라 생각된다. 어른들도 한번쯤 읽으며 생각하고 반성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생각한다. 티컵 강아지를 원하지 않았어도, 나를 위해 강아지 중성화나 기타 등등 비인간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어도 분명 느끼는 바도 많을 것이다. 전체 내용이 다 먹먹했지만, 가장 먹먹했던 것은 “기뻐할 누군가를 위해” 하는 문장이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는 것을 문득 다시 느끼고 화가 날 지경이었다.

절제된 문체와 절제된 그림, 그 안에는 깊은 슬픔과 아픔이 있다. 사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또 한번 깨닫게 하는 깊고 슬픈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