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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바람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28
남윤잎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3월
평점 :

우리가 사는 모습은 참 계절과 닮았다. 어떤 날은 꽃이 피고, 어떤 날은 비가 내리고, 어떤 날은 마음에 소복히 눈이 쌓이고, 또 어떨 때에는 쨍하게 빛나고. 이 책은 그렇게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을 펼쳐 들고, 아이보다 먼저 읽다가 깨달았다. 이 책은 아이가 아닌 내가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을.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고- 그렇게 하루하루 같은 일상이 아니라 매일매일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요즘의 나는 그 모든 진리를 잊어버리고 하루하루가 매일 같다고, 지겹고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이에도 봄은 오고 꽃은 피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한 장 한 장, 다른 계절들이 그려져 있고, 다른 사람들이 혹은 또 같은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이 그림책의 풍경들은, 익숙해서 더 아름답고 흔해서 더 좋고 시리다. 이 말을 어떻게 표현하면 모두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 모두가 늘 보고 사는 풍경이라서 더 아름답고 더 예쁘고 더 눈물이 날 것 같다. 가볍게 읽으면 아무렇지 않을 문장들이지만, 곱씹어 읽을수록 가슴에 닿는다. 한 구절 한 구절 옮겨 적어서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지는 그런 글이다. 시간이 흐르는 게 약인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

우리는 요즘 봄을 빼앗긴 채 살아간다. 일상을 빼앗기고, 사소한 자유를 도둑맞았다. 그런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당연하게 느껴지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깨닫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가가 시린,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