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꿈이 엄마는 아니었어 - 잘나가던 커리어우먼에서 아들 넷 엄마로, 글쓰기 일 년 만에 작가가 되기까지
김아영 지음 / 왓어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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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정지된 게 아니었다. 거센 물살에 완고하게 버티는 것처럼 보여도, 삶은 흐르고 있었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거친 파도는 결국 잔잔한 물결을 만났고 파도가 흘러가버린 만큼 나도 성장했다. 어쩌면 버틴다는 것은 그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p.34)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여러 번 흔들흔들했다. 내 이야기 같은 것도 많았고, 서글퍼지는 마음이 드는 문장도 그랬고 아무튼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흔들흔들했다. 나는 아이를 낳기 일주일 전까지도 직장에 나간 독한 여자이고, 백일을 갓 넘긴 아이를 두고 복귀한 독한 엄마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는 사람이기에 이 책은 사실 제목부터 내겐 쉽지 않은 책이었다. 친구에게서 이 책을 덥석 받아 들어놓고 쉬이 읽어 내리지 못한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내가 내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할까 봐, 내가 휘청휘청할까 봐. 아니나다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그랬다.

-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감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 받고,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 받고 싶었다. 가끔씩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린 채 한기가 매섭게 드나드는 것 같았다. 외로움은 삶에 배어 있었다.  (p.121)

-       사람마다 꽃피는 시기가 다르고 저만의 걸음걸이가 있듯, 내가 가진 꽃 봉우리는 단지 꽃을 피우지 않았던 것뿐이다. 그렇게 나는 자지를 박차고 일어섰다. (p.171)

이 책을 읽으며 그래도 울지 않았던 것은, 저자는 일어선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신을 돌아보길 멈추지 않았고, 꾸준히 자신을 가꾸었다. 나에게 그 점이 꽤 자극이 되었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나는 아이를 낳은 날에도 책을 읽은 사람이긴 하지만, 책을 읽는 것, 글을 쓰는 것 말고 다른 취미도 특기도 없던 사람이다. 그래서 더 쉽게 실망했고, 더 쉽게 외로워했고, 더 쉽게 절망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나를 돌보지 않고 살아왔던 것 같다.

읽는 내내, 내게 나를 돌보자는 마음을 들게 해준 책. 읽는 동안 내내,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내가 나를 놓지 않아야 아이도 더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한 책이다. 나도 나의 마지막 날에 아이를, 나를, 가족을, 글을, 책을, 타인을, 그리고 그 무엇인가들을 더 사랑한 사람으로 떠나고 싶기에 오늘 지금 순간의 나를 더 사랑해보려 한다. 그런 용기를 준 저자에게 감사를 전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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