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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 단순한 삶이 불러온 극적인 변화
에리카 라인 지음, 이미숙 옮김 / 갤리온 / 2020년 3월
평점 :

이것이 희소성의 법칙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자신이 사고 싶은 것이 바닥나는 일은 없을 것을 알면서 이와 반대로 자원은 바닥날 것이라고 믿는다. (p.33)
“안빈낙도”. 가난하게 살면서도 편안하게 만족하는 마음. 최근 한 드라마에서 “안분지족”을 이야기하며 안빈낙도도 연관 검색어에 함께 오르내린다. 개인적으로는 안빈낙도도 안분지족도 좋아하지 않는 사자성어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편안하게 만족하는 것은 본인은 좋을지 몰라도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무능한 가장들이 떠오르고, 안분지족은 분수를 지키고 살라는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원래의 틀에서 살라는 말 같아서 싫다. 요새 아이들 말로 “흙수저는 평생 흙수저”라는 말인가. (개인적으로 흙수저라는 말도 너무 싫다. 부모의 노력을 쉽게 부서지는 흙으로 만드는 한심한 단어같달까. 처음 이 책을 손에 들고는 안빈낙도나 안분지족을 이야기하는 책인 것 같아서 읽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속표지에 <단순한 삶은 단순하게 얻어지지 않지만, 이 변화는 노력해서 얻을 만한 가치가 있다.> 라는 문장이 적혀있었다. 그 말이 내 마음을 끌었다.

- 그때 나는 내 인생을 책임질 사람은 오로지 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현재가 너무 힘겹다면, 이 상황을 무조건 버티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열쇠는 내가 들고 있는데 나는 진짜로 내게 어울리는 삶을 다시 설계해보기로 결심했다. (p.16)
- 꾸준함이 더 중요하다. 한번에 한 영역씩 정리하고,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자기만의 속도로 움직여라. (p.75)
- 진정한 미니멀리스트는 자신의 타고난 장점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업무를 우선으로 여긴다. 자신이 그 일에 가장 크게 기여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p.115)
- 자신의 삶이 자신의 가치관에 어울린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다른 사람의 인식 따위는 쉽게 뒷전으로 밀어둘 수 있다. (p.178)
- 지금 당장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할 수 없다면 더 많이 가진다고 행복해지지 않는다. (p.179)
- 우리는 다른 사람을 통제할 수 없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란다. (p.223)

이 책을 읽으며 참 생각이 많았다. 최근 내가 갖고 있던 고민이나 스스로에게 갖던 회의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의 글 같았다. 선택의 기준은 단순할수록 좋고, 소중한 사람과 좋은 물건만 곁에 두기에도 우리의 인생은 너무 짧다는 말은 마치 내 뒤통수를 강타하는 느낌이었다. 사소하고 꾸준한 것들이 인생을 바꾼다는 말도, 나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나 뿐이라는 말도 너무나 마음에 닿았고, 만족은 물건이 아니라 마음에서 온다는 말은 마치 힘겨울 때마다 물건을 사는 나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던지는 회초리 같았다.

어쩌다보니 개인 사정이 많아 이 책을 매우 더디 읽었다. 그런데 그 시간들이 오히려 내게 생각하는 시간을 주고, 깊게 받아들일 기회가 된 것 같다. 사는 게 무료하게 느껴진다면, 또 내가 무엇 때문에 사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한 줄이든 두 줄이든, 당신에게 무엇인가 하나를 느끼게 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