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0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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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의 처음의 존재한다면 그 끝이 존재하는 것도 가능하다. 불가능한 것이라면 아예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하게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각형의 대각선 길이를 한 변의 길이와 동일하게 그리는 법은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하게 할 수도 없다. 어떤 것의 끝이 가능하면, 그 끝도 가능하다. 모든 것은 처음에 시작했기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p.166)

아리스토텔리스의 수사학. 사실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본 주변 사람들이 이제 읽다 읽다 수사학까지 읽냐!”는 반응이었다. 한빛비즈의 <더저널리스트 카를마르크스>를 읽은 뒤라서였을까. 평소보다 더 격하게 나의 독서리스트에 고개를 내저었다. 사실 나 역시도 내가 수사학을 잘 읽어낼 수 있을까 다소 걱정했다. 그런데 웬걸! 왜 아리스토텔리스의 수사학이 모든 수사학의 입문서이자, 모든 수사학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문이라서일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그의 논리에 그의 사상에 반했고, 놀랐고, 감탄했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서 그렇게 목놓아 불러댔던 로고스와 에토스, 파토스를 이제야 제대로 이해할 것 같다. 덕분에 변증학도 조금 더 알게 된 듯하고.

-       행복은 미덕을 실천하는 삶, 풍요로운 삶, 지극히 즐겁고 안전한 삶, 재물이 풍족하고 육신이 편안한 가운데 그런 것을 지키고 사용할 힘이 있는 것이다. (p.35)

-       우리는 다른 사람이 겪은 불행한 일이 자신에게 생생하게 다가올 때 연민을 느끼지만, 그런 일이 만 년 전에 일어났거나 만 년 후에 일어날 일이라면 상상할 수 조차 없어 연민을 전혀 또는 제대로 느낄 수 없다. (p.139)

만약 지금 같은 시기가 아니었다면, 내가 이 문장을 이렇게 아프게 느꼈을까. 문득 이 문장에 가슴이 시렸다. 나라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이기적인 한 집단으로 인해 뜻하지 않게 몸살의 중심에서 힘겨워하는 친구가 생각났다. 나 역시 그 아픔과 두려움을 함께 느끼고 있기에 더욱 깊게 아팠다. 그래서 이 문장이 더욱 오롯이 이해가 되었다. 친구와 같은 고통, 두려움을 느끼고 있기에 그 감정이 더욱 짙고, 두려움이 친구를 잡아 삼킬까 겁이 났다. 힘을 내라는 말조차 쉽지 않은 마음을 문득 이해했다. 더불어 행복에 대한 아리스토텔리스의 정의가 새삼 분명하게 느껴짐도 사실이었다. 지극히 즐겁고 안전한 삶. 우리 모두가 바라는 어쩌면 사소한 것들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요즘이다. 아주 사소한 자유조차 빼앗긴 요즘이다. 문득 창문을 내다보며 코로나가 산책을 빼앗아갔어라는 아이의 말이 가슴이 시리다.







사실 수사학을 시작할 때는 걱정이 컸다. 내가 제대로 읽어낼 수 있을지도 고민스러웠고,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이었기에 집중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난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을 어루만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천 여 년 전 살아간 누군가에게 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음을, 행복을 파괴하고 만드는 것은 나에게 달려있음을, 조언을, 분노를, 평정심을 다시 생각해보게 했으니 말이다. 누군가에 대한 미움으로 아팠다. 생활이 휘청거릴 만큼 아프고 힘들었다.

단죄 받아야 할 자가 단죄 받지 않을 때, 혹은 자신이 왜 벌을 받는지 모를 때 우리는 더욱 분노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너머 분노를 가라앉히고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더 우위에 있음을 그는 말한다. 그래, 아무것도 단죄할 수 없음에 화가 났다. 본인의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는 태도에 분노했다. 하지만 결국 그 분노가 나를 괴롭히기만 할 뿐, 그 죄지은 이를 알게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분노도 복수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분노를 멈춰보기로 했다. 내 스스로 그 너머로 올라서서 우위에 서보기로 했다.

이 책을 통해 참으로 얻은 것이 많다. 휘청거리는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버팀목 같았다. 수천 년 전, 이런 대단한 문장들을 남겨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본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책을 펴내준 현대지성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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