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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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여행하는 가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누구와 여행을 하는 가이다아무리 아름다운 나라를 거닐지라도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며칠을 여행하면 괴로운 나날이 되고 말 것이고그저 그런 평범한 동네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즐거운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p.281)




사실 타인의 여행기를 즐기지 않는 편이라고언젠가의 리뷰에도 기록했던 것 같다특히나 원래도 편안한 삶을 타고난 이들이편안한 여행을 하며 기록한 이야기는 더욱이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워낙 유명한 사람이기도 하지만일단은 제목이 내 마음을 끌었다나야 뭐원래도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녀석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실은 나름 책 편식도 하는데이 책은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끌었다나도 언제인가는 그랬던 시절이 있었지 하며내가 걷고 싶을 때 걷고 쉬고 싶을 때 쉬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첫 장을 펼쳤다.








-       니스의 바다는 정말 파란색 그 자체였다세상 모든 파란색은 이 바다에서 흘러나오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p.57)


-       그들과 말을 섞지도 않았고 나는 사방에서 왕성하게 들려오는 문장의 단 한 부분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이탈리아 인들의 삶에 퐁당 뛰어든 것 같은 기분이라 좋았다. (p.82)


-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p.187)





담담하게 적어 내린 문장들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울컥했다나도 모르게 그리워했던 걸까나의 젊은 시절내가 아직 나였던 시절내가 혼자였던 시절그 시절이 너무 그리워서 자꾸만 울컥했다내가 이 책에서 만난 것은 어느 나라의 낯선 풍경이라기보다는내가 나였던 시절인 것 같았다걷고 싶으면 걷고먹고 싶으면 먹고가만히 앉아있고 싶으면 가만히 앉아있던 시절분명 지금의 나도 사랑하고 지금의 나도 행복한데나는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웠다이 책을 읽는 내내 그때의 내가 그리웠다그래서 많이 울었고많이 생각했고많이 그리웠다.











-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그 모든 것들을 보고 있었다바로 이 순간이 내가 영국에서 생일을 보내기로 결심한 이유였으니까. (p.176)



누군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내 마음이 너를 챙기고 있다항상내가 겉으로는 툭툭 거리지만항상 마음은 안 그렇다는 것만 알아라그것만 알면 된다.” 나는 언제나 그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고늘 몰라줬다아니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뿐 마음으로는 늘 대답하고 있었다알고 있다고고맙다고나도 그렇다고그때 내가 알아요” 하고 대답했다면 뭔가 달라 졌을까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수 있었을까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미 지나버린 순간을 어찌할 수 없다후회한다고 해도지금의 나에게는 그저 지나버린 순간이겠지.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더 마음이 아팠다틈만 나면 걸었다니낯선 일상을 찾아 걸었다니나이를 먹을수록낯선 것들을 무서워한다낯선 감정이낯선 순간이낯선 공간이 두려워서 점점 일상 속에 숨어버리는 어른이 되어간다틈을 내는 게 어려워서 진짜 걸어야 할 순간에 진짜 쉬어야 할 순간에 걷지도 쉬지도 못하는 바보가 되어간다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할 순간임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멍청이가 되어간다.


그래서 나는 그때의 내가 더 그립다마음 놓고 쉴 수 있었던 내가발이 닿는 대로 걸을 수 있던 내가마음이 가는 대로 할 수 있던 내가이 책에서 내가 만난 것은 저자도 아니고저자의 여행지도 아니고 오롯이 나였다이 책은 내게 있어서 그리운 시절의 나였다.





그리고나도 저자처럼그게 너무나도 좋았다.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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