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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 지음, 이재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가 다른 상황에서 만났더라면?”
잠시 후 그의 눈을 다시 마주하며 내가 묻는다. 그가 끄덕인다.
“생각할 것도 없이 당장.”
(p.136)

아. 이 소설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이 소설을 그저 로맨스라고 부르기에는 때로 질척대고, 때로는 배신감도
느껴지고, 때로는 화도 나고, 때로는 안쓰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기에는 그들의 사랑이 너무 절절하고 깊어서 가슴 아프다. 내가 언제인가 약간은 술에 취해 했던 말처럼, 사랑은 정말 여러
가지 모습이 있는 거니까, 딱 이거라고 정의할 수 없는 거니까 그저 로리와 잭, 로리와 오스카, 잭과 로리, 잭과
세라의 사랑이라고- 누군가의 사랑이라고 그렇게 말해두고 싶다. 사랑과
책임, 그 무서운 경계에 서있는, 아니 알 수 없는 경계에
서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너무 좋은데,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체념 가득한 목소리와 아무것도 이해하고 싶지 않으면서 가만히 고개만 끄덕이던 두 사람이 오버랩 되어 이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이 났고, 가슴이 시렸고, 힘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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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밤 여기서 잭을 만나면 정중하고 깍듯하게 대하기로 맘먹고 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지금 그와 춤추고 있다. 그의 손이 내 등을 따라 위 아래로 움직인다. 시간이 이상한 일을 벌린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두 시간 전의 로리가
아니라 7년 전의 로리다. (p.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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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를 알아볼 운명이었다고 생각해? / 운명 같은 건 믿지 않지만
루, 나는 네가 항상 내 인생에 있었으면 해. (p.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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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익숙한 체취에 나는 속절없이 울음이 터지고 만다. 그가 늘 뿌리는
향수, 그가 쓰는 샴푸, 그의 날들과 나의 밤들과 우리의
사랑이 만든 향기. (p.450)
마지막에 인용한 문장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마음이 힘든
어느 날, 익숙한 사람의 냄새는 눈물을 이끌어내곤 한다. 사람의
냄새에는 시간과, 추억과, 그리고 알 수 없는 뭔가가 있기에
저 문장이 오롯이 이해가 되었고, 공감이 되었다. 또 사랑의
모습이 아니라도 서로의 삶에 서로가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그들의 모습이 가슴 시리게 이해되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무거운 마음이었다.

음, 뒤 표지에 적혀있던 말처럼 단 하나의 러브스토리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단 하나의 사랑이라고 말하기에는 그 두 사람과 함께 한 다른 사랑들이 너무 안쓰러울 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오랜 세월 엇갈려왔다면- 그들의 사랑을 단 하나라고 말하기에는 그들의 시간도 너무 무겁다.
종종 어른의 사랑을 이야기한 적 있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니, 난 어른의 사랑을 전혀 몰랐던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문득 오늘의
나에게 묻는다. 타인을 위해 내 마음을 덮어둘 자신이 있는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줄 자신이 있는지. 이 물음에 답하지 않고서는 다시는 어른의 사랑을
이야기하지 말아야지.

그나저나 크리스마스다. 하.. 나도
당분간 버스라도 탈까? 그런데 내게 더 남은 로맨스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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