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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동그라미
일이 지음 / 봄름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별 것 아닌 일 앞에서 느꼈던 감정을 통해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지냈고 지금은 어떠한가를 깨닫게 되었다. 아마도 그때의 나는 돈이 중요했고, 지금의 나는 시간이 중요한 모양이다. 돈이 시간이고 시간이 돈이라는 말이 진짜인가보다. (p.35)

종종 그런 경험이 있다. 대단히 잘 쓴 문장이 아니라도 완전 공감하고 감동하게 되는 글을 만나게 되거나 정말 잘 쓴 문장인데 너무나 꾸며 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질감이 드는 글을 만나는 날. 아마 이 책에 대해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대단히 명문도 아니고 대단한 그림도 아닌데 엄청 난 공감과 생각을 담아낸 글이라고 말하고 싶다. 분명 나 말고 많은 독자들이 그랬을 거다. 어라, 나도 이런 경험 있는데. 어, 나도 이런 거 해봤어. 나는 그 생각을 수십 번 하며 이 책을 읽었다.
- 편의에 의해 만들어버린 취향이어서 언제든 변할 수 있다. (…) 그러니까 애초에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는 사람인데 왜 굳이 그런 걸 정해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지.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되는데 말이다. (p.78)
-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다양한 형태의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잠자리에서 나와 다시 그곳으로 들어갈 때까지 선택의 연속으로 하루를 만들어간다. 자의에 의한 선택의 순간도 있을 테지만, 타의에 의한 것 또한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딱히 슬프거나 불행하진 않지만 가끔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선택의 순간에 사력을 다해 고심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자기 연민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p.197)

작가가 들으면 다소 서운해하실 말일지는 모르나(물론 서운하시라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한가지 이야기로 테마를 묶어야 책 한 권으로 엮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 작가는 세상의 동그라미들을 만나며 자신의 생각을 묶었다. 파전, 바카스, 모기향, 동전 등 우리가 생활하며 너무나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수많은 동그라미들. 그래서 이 책에 담긴 글들은 별 이야기가 아닌 것도 있고, 엄청난 이야기인 것도 있다. 마치 우리가 사는 지구는 엄청난 동그라미대접을 받고, 멘홀뚜껑이나 컵라면 등은 별 것 아닌 동그라미가 되는 것처럼.

무심코 지나쳤던 동그라미들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햇살처럼 빛나는 나만의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말해주는 저자의 글에서 문득, 이런 사람이 뭔가를 창작하는 사람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눈으로 바라보며 만들어진 무엇인가는 분명 빛나는 것일 테니 말이다. 문득 나는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오늘 내가 만난 하늘, 나무, 공기, 바람은 무슨 색이었는지 생각해본다. 또 그 모든 것들의 소중함도 함께, 잠시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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