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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믿어요 - 상처보다 크고 아픔보다 강한
김윤나 지음 / 카시오페아 / 2019년 8월
평점 :
뿌리가 드러나도 괜찮다는 것을 아는 나무이고 싶어요. 생각해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잘 컸더라고요. 대견한 구석이 많아요. 이제
그것을 좀 더 봐야겠어요. (p.103)

어떤 책은 읽으면서 힘이 들고, 어떤 책은
읽으면서 힘이 된다. 또 어떤 책은 읽으면서 지치고, 어떤
책은 덮으면서 힘이 난다. 어떤 책은 그냥 읽고, 어떤 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된다. 아마 이 책은 내가 적은 세 문장 모두,
후자일 것이다. <말그릇>의 저자
김윤나 작가(적어도 여기서는 작가라고 부르고 싶다.) 는
이 책을 쓴 이유를 본인의 마음을 마음껏 투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썼다. 그 말처럼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고, 내가 아픈 부분을 직시하려고 노력했다. 어쩌면 지난 몇 년간, 나는 내가 아픈 부분을 그저 덮어놓고 그
주변의 상처들을 딱지가 앉으면 뜯어내고, 딱지가 앉으면 또 뜯어내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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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음지에 숨겨두면 점점 눅눅하고 무거워진다는 것이다. 입 밖으로 꺼낼수록 가벼운 것이 되고, 믿을 만한 사람과 나누면
다룰 만한 크기로 줄어든다. 조각 내고 털어낼수록 끝내는 주머니에 넣어 다닐 만한 것이 되곤 했다.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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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기뻐할 일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일을 찾아야 한다. 당신이 흥얼거리고 싶은 노래 말이다. 그때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하지 않았을 노력은 그만 두는 것이 좋다. (p.48)
며칠 전,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힘든 일이 뭐냐고. 자신이 도와줄 만한 것이면 돕고 싶으니 이야기해보라고. 난 당황해서 시치미를 때니 그 사람이 말한다. 늘 밝은 얼굴인데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어두움이 느껴진다고, 뭐가 그렇게 힘든 거냐고.
그때 누군가가 그 자리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엉엉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마음에 있던
이야기까지를 다 털어내며 엉엉 울었을지도 모른다. 뜻하지 않은 구원인지 방해인지 알 수는 없지만, 누군가의 등장으로 끝난 이야기를 뒤로 한 채 그 사람은 가만히 내 등을 두드리고 갔다. 그 사람에게도 또 남들에게도 그저 격려였을 그 행동은 나에게는 마치 “괜찮아, 혼자 그렇게 다 짊어지지 않아도 되” 하는 말처럼 들렸다. 그러게. 나는 왜 이렇게 혼자 다 짊어지고 살아가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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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한다고 말하면서 도망치는 사람들을 자주 보았다. 지난날을 들추어봤자 골치만 아프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아프다고 하지 않고 이해한다고 말한다. 슬프다고 하지 않고 어쩔 수 없다고 답한다.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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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빛을 드러내려면 어둠을 불러와야 한다. 당신이 숨겨둔 어둠 말이다. (p.66)
최근 한두 번 거론한 것 같은데, 나는 지금에서야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 지금에 와서야 인맥정리를, 지금에
와서야 내일의 나를 고민한다. 내가 왜 이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이 기간을 충실하게 보내려고 한다. 아프면 아픈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그렇게 보내봐야 지금의 나를 이겨내게 되리라 생각한다. 몇 년 동안
내가 덮어놓고 지나온 것을 진심으로 마주보지 않고서야 나아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런 마음이었다. 그래, 이제라도 내가 제일 힘든 게 무엇인지, 내가 제일 원하는 게 무엇인지
바라봐야지. 그래서 이제는 좀 나아져야지. 문득 생각해보니
나는 괜찮은 척 하느라 더 마음이 곪았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리라고 덮어두어서 더 상처를 방치해왔다.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지는 게 아니라, 사실은 곪아터지고, 딱지가 앉아야 괜찮아지는 것임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왔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실컷 울라고, 실컷 아파하라고. 그리고 괜찮아지라고. 그러고 난 후 나에게 말해주어야지.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잘
이겨냈다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렇게 울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속상해서 손을 꽉 쥐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책을 덮을 때에는 “아 너무 좋다” 라고 말했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얼마나 더 상처를
바라보지 못했을지 모른다. 물론 그 시기가 당장 내일일 수도 있고, 몇
년 후일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나는 오늘 오랫동안 덮어놓고 모른 척 해온 나를 만났다. 그리고 이제는 털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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