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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았다, 그치 - 사랑이 끝난 후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
이지은 지음, 이이영 그림 / 시드앤피드 / 2019년 8월
평점 :
무엇을 미안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미안하고, 네가 더 잘 알다시피 너무나도 사랑했으며, 아무리 미워하려 애써봐도 모든 순간들이 고마웠노라, 나는 말을 맺으면 끝나버릴 우리의 시간이 두려워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p.43)

누구에게나 돌아보면 그리움이나 미련, 혹은 아쉬움 그것도 아니면 눈물로 기억되는 사람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안함으로도. 다른 것은 모르겠고 나는 미안함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하나 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타고 돌아가, 미안했다고 사과하고 싶은 사람. 그 녀석의 친구였지만 이제는 그 녀석보다는 나를 더 자주 만난다는 한 친구가 “솔직히 너는 진짜 그때 너무 정 없이 뒤돌아 섰어.” 라고 표현했던 나의 첫사랑. 십 수년이 지난 지금에서 생각해본들 무엇을 하겠냐 만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진짜 내가 못되게 굴었구나, 하는 생각과 미안했다는 것을 동시에 떠올렸다.
아마 이 책을 이별 진행 중에 읽는다면 울고, 가슴 아파하고, 미련 떨고, 후회하며 여러 감정을 동시에 만나게 될 것이고, 이별 진행 중이 아닌 사람이라면 지나온 세월 어느 한 지점으로 잠시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전자든 후자든, 자신의 감정을 다 이겨낸 후에는 이 책의 제목처럼 “참 좋았다, 그치?” 하고 조금은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될 것이고.

- 이 시절을 나서는 길은 홀로 걸어야 하니까, 그 걸음 무겁지 않도록. 실컷, 후련하게. (p.95)
- 참 긍정적인 나도 스스로 변명할 길 없이 상처라 부르는 커다란 흔적을 보듬고 보듬으며, 내게 이를 남긴 그들은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었을까 매일 밤 참 궁금했는데, 그제야 알았다. (p. 134)
사실은 최근에 이별을 하나 했다. 남자와의 이별은 당연히 아니고, 어쩌면 그것을 훨씬 넘어선 이와의 이별을 했다. 그런데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여전히 헤어지지 못했고, 어쩌면 그들도 나와 헤어질 생각이 전혀 없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말하듯, “어차피 책임질 생각이 없던 상처”를 준 이별이 아니기에 이 이별은 이별이 아니라고 부르는 게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괜히 생각이 많았다. 일단 이 책의 제목이 너무 짠했고, 내용들이 절절했으며, 나는 지금 괜히, 스스로, 어쩌면 이유 없이 이별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서른의 중반에서 사춘기를 겪으며 자아를 찾는 중이다.)

- 홀로서기 :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 앞에 조금 더 담대해지기를, 무너질 것 같은 바람 앞에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하루 어린 내가 하루 더 어른이 될 나에게 바랍니다. (p.186)
- 나에 대해서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으면 하다가도 사실은 내 모든 걸 알아주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해요. (p. 206)
- 좋아하는 감정이란 그런 것 같다. 뜨거울 거야, 데일 거야, 아플 거야, 나를 위한 모든 사고를 정지시키는 것. 그의 시선이 닿는 곳, 손이 가는 곳, 좋아하는 것들을 나도 따라 바라보고, 손을 내밀고, 좋아한다 믿어버리는 것. 이해의 영역이란 없다. 인정만이 허락될 뿐. 그렇게나 어리석은 감정. 어른이 되어서는 참 갖기 힘들어지지만, 그러므로 가슴에 깃들거든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 두 팔 벌려 환영해도 좋은 것. (p.222)
안녕, 이라는 단어가 가진 힘을 안다. 낯선 이를 친구로 만드는 마법이기도 하고, 익숙한 이를 남으로 만드는 냉정한 말이기도 하다. 나는 오늘 이 지면을 빌어, 세 번의 “안녕”을 하고자 한다. 아주 오래 전 인사도 없이 혼자 돌아섰기에 홀로 남아 힘들었을 그 시절의 너에게 안녕, 이제서야 사춘기를 겪으며 방황하고 고민하는 한심한 나에게 안녕,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꿈에 한걸음 가까워졌다며 행복해 할 나에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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