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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평점 :

나와 나의 다정한 사람들. 미워하면서도 사실은 깊이 사랑했던 세상에 대해서 나만이 쓸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써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지금 내가 하류의 서재에 도작한 이유가 아닐까. (p.75)
나는 이 밤중에 또 왜 이 책을 꺼내 들었을까? 이미 몇 번이나 읽은 이 책을 굳이 또 꺼내어 들고 이미 읽은 문장에서 눈물을 훔치고, 이미 읽은 문장을 가슴이 아파 몇 번이나 글자를 만져보며 눈물을 닦아낸다. 아직도 나는 흘려야 할 눈물이 남아있던 걸까.
- 지금 살아있다는 것- 그걸 자주 잊어버린다. (p.103)
- 때와 시간은 네가 알 바 아니다. 무엇이 기다리는지, 무엇이 다가오는지 아무도 모른다. 모든 것은 열려있다. 그 열림 앞에서 네가 할 일은 단 하나. 사랑하는 일이다. (p.125)
- “얼마나 걸어가야 절이 나오나요?” 라고 물으면 촌부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자 뿌리고 그냥 가소. 그라면 나오니께……” (p.182)
- 나의 존재 자체가 축복이고 그래서 사랑 받을 자격이 충만함을 알게 하고 경험케 한 부모님에 대한 기억 (p.226)
- 걱정하지 마, 라고 주영이 말한다. 그래 걱정하지 않을게, 라고 대답한다. 걱정하지 않으면 무엇이 대신 남을까. (p.258)
돌이켜보면 마음에 남는 것들이 많다. 미안한 얼굴들이 떠오른다. 떠오르기조차 아파서, 쉽게 떠오르지 않는 이도 있고, 떠올리고 싶어도 쉬이 생각나지 않는 이도 있다. 나의 그런 기억들은 결국 돌고 돌다가 한 얼굴에 머무른다. 그러면 나는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게 된다. 나는 왜 그때 너에게 그 흔한 인사 하나 해주지 못했을까. 아니, 왜 마지막 인사인줄 모르고 받아주지 못했을까. 왜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나. 나 역시 어리고 철없던 시절이지만, 나는 이미 십 수년을 자라왔고, 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그래서 이제 나는 너에게 어른으로써의 책임감까지를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내 잘못은 아니라고, 나도 그땐 어려서 도와주지 못했다고 말하기에는 내 스스로도 당시의 어른들은 비열했기에 오히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한때는 울지도 못했던 일을, 십 수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종종 운다. 이 애도일기를 읽으며, 또 이별 일기를 읽으며, 나는 그 시절의 나와 이미 그 자리에 없는 친구와, 그 시절 우리가 겪어온 시간들과 기타 등등의 모든 것들을 아파하며 운다. 얼마나 더 울어야 눈물이 나지 않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제인가는 이런 단어에도 눈물이 나지 않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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