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 켈리는 누구인가?
로잘리 크넥트 지음, 한지원 옮김 / 딜라일라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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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니? 네가 질 거라는 걸  자신도 알고 있는데.  (p.83)

분명 이 책의 내용만을 생각한다면 가슴이 무거워야 정상일수도 있다. 여자 스파이, 그것도 동성애 성향을 가진 여자의 섬세하고 치밀한 감정을 그린 책이니까. 그런데 이 책은 전혀 그런 맛이 없다. 분명히 가라앉은 묵직한 분위기라도 이상하지 않을 배경인데, 이 책에는 그런 느낌이 없다. 오히려 안쓰럽고 외로운 여자의 독립적인 이야기다. 직업이나 성적 성향을 때놓는다면, 한 편의 성장소설 같기도 하다.

그녀는 대단한 미모도 아니고, 성적인 매력을 내뿜는 타입도 아니다. 우리가 영화 등에서 흔히 보듯 화려하고 대단한 스파이도 아니다. 도청을 하고 이것을 받아 적는 생계형의 스파이다. 말이 스파이지 그냥 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여자의 느낌이다. 화려함 뒤에 가려진 평범한 사람 같다. 전혀 평범하지 않은 사람인데, 이렇게 평범한 이미지를 풍기는 것 자체가 어쩌면 저자의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화려한 화장과 섹시함에 가려진 스파이 이미지를 벗어나 그저 살기 위해 스파이로 사는 여자들이 분명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베라의 학창시절과 현재를 수없이 오간다. 그런 시점의 변화로 오히려 베라의 심리상태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기도 하나, 한편으로는 이야기를 더욱 진지하게 만든다. 또 문체 자체가 진지하고 묵직해서 소설 느낌보다 철학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진지한 문제 덕분에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사실 나는 이 책이 40,50년 전에 나온 책이라 생각하며 읽은 후 후에 현대작가이며, 젊은 여성작가라는 것에 깜짝 놀랐다. )

-       나는 그 어떤 비밀도 누설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다른 여자들이 그럴 것처럼 뒤로 물러나 놀라움을 표시했을 뿐이었다. (p.150)

-       그녀는 차분해보였다. 아니 어쩌면 그냥 무심해 보이는 걸 수도. 그녀가 로만을 보호하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로만이 정말 지금 로사이오에 있는걸까. (p.217)

베라는 여러 위험을 겪고, 이상한 상황도 겪으며 끝내 살아남는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스스로 살아남는 다고 하는 게 맞을 듯 하다. 누구의 도움 하다못해 엄마, 상사인 제리 등 도 없이 그냥 스스로 살아남고, 그녀는 스스로를 찾는다. 그 어느 누구에서도 아닌, 스스로에게서. 한참을 돌고 돌아 제자리도 돌아왔으나, 제자리가 아닌 듯한 그런 마음이랄까.

나는 왠지 이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 아니리라는 생각이 든다. 브루클린 그 뒤 이야기가, 제리가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다. 사실은 내가 기다리는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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