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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푸가 -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6월
평점 :
돌아보면, 당신은 내 곁에 있으면서도 또 늘 결핍으로 부재했다. 당신은 한번도 나에게 온전히 실재하지 않았다. (p.114)

누군가를 아무리 사랑한다고 한 들, 그 사람이 온전히 내 곁에 존재하는 순간은 얼마나 될까? 그때는 몰랐으나 지금에 와서 그때를 돌아보면, 정말 단 한 순간도 완전히 존재하는 사랑은 없다. 나 역시도 그 누군가에게 완전히 머물러있던 적은 없었으리라. 사랑이라는 것이 원래 타인과 타인이 만나 하는 개념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그의 책 <아침의 피아노>를 읽었었다. 솔직히 나는 책을 읽으며 저자 프로필을 그리 찾아보지 않는 편이라, 문장의 섬세함에 여자의 글이라고 생각했다가, 철학자 김진영 님의 글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의 사색이 이리도 깊은가, 그의 감정이 이리도 섬세한가 하고. 이번 책은 김진영 님의 글임을 알면서 읽었는데도 놀라웠다. 한 줄 한 줄,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책을 넘기는 손가락에 그의 눈물이 묻어나는 듯한 기분까지 느꼈다. 며칠 동안 그의 책을 붙잡고 있으며 지인들에게 이 책이 너무 좋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한 것 같다.
사실 나는 책 추천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다. 나에게 재미있는 책이 타인에게도 재미있으리란 법도 없고, 내게 소중한 책이 누군가에게 욕을 먹는 게 싫어서. 그런데 이 책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었다. 부담 없이 읽는데 마음에 맺힐 거라고. 아, 단 한 그룹은 빼고. 아직 이별의 아픔을 털지 못한 그대여. 부디 읽지 마오. 책을 넘기지도 못할 만큼 울게 될 테니.

- 빠져나가는 온기는, 감기 같은 추위는, 이미지가 되어 작은 구멍으로 떠오른다. 나는 몸 어딘가에 작은 구멍이 생긴 것만 같다. 그 구멍으로 몸의 온기들이 서서히 새어나가는 것만 같다. (p.45)
- 그리하여 나는 깨닫는다. 사라진 그 사람을 여전히 간직하는 건 나의 육체뿐이라는 걸. (p.56)
책을 읽다 보니 문득, 그저 사랑하던 누군가와의 이별이 아닌 더 깊은 상실을 느낀 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절절할 수 있을까. 혹 정말 연인과의 이별 후 이런 감정을 쓸 수 있다면, 그 떠난 이는 얼마나 깊은 사랑을 받았던가. 그는 그것을 알고 떠나는 것일까.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이가 수신자일까. 나는 몹시 가슴이 시려 책을 잠시 멈추어 읽었다. 그 때,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던 날이, 또 반대로 내가 상처 입던 날이 떠올라 마음이 텁텁해진다. 이제는 생경하게까지 느껴지는 오래 전 그 날의 이야기들.
- 부재의 공간은 당신이 만들었던 그날의 공간이다. – (p.174)
내내 먹먹함으로 참아내던 마음이, 이 문장에서 터져버렸다. 나는 아주 오래 전 그때 울었어야 했던 것을 십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울었다. 막연히 미안함이라고, 그냥 그 당시의 나는 누굴 사랑할 준비도 심지어는 내 자신을 사랑할 준비도 되지 않았던 것뿐이라고 그렇게 막연히 가지고 있던 내 감정이 오늘에서야 정답을 내린다. 빚처럼 가지고 있던 마음이 이제야 처음부터 빌린 게 없었음을 깨닫고 가벼워진다.
어떤 문장은 너무 현실적이라 아프고, 어떤 문장은 너무 감성적이라 아프다. 한겨례의 산문이 다 그렇듯, 이번에도 너무나 솔직하게 감정 어딘가를 건들이고, 나도 잊고 살던 어느 부위에서 눈물을 터트린다. 그리고 그 후, 너무나 시원해진다. 어른이란 게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할 때 되는 것임을 너무나 늦게 깨달아버린 나는, 오늘 마치 어른인 척 하고 살던 아이처럼 엉엉- 그렇게 목놓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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