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그냥 쉬이 읽고 덮어지지 않는 것은,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그가 담아온 열정도 무시할 수 없고, 이 아름다운 북극이 사라져간다는 게 무섭기도 해서다. 물론 저자가 환경을 보호하자고 외치는 페이지는 없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북극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샴푸 한번 더 짠 것 조차 죄스러워진다.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한 게 범죄라고 느껴진다. 백마디 말보다, 눈 위에 누운 북극곰 사진 한 장이 훨씬 깊은 감동을 준다.
나는 가만히 방에 앉아 경이로운 북극을, 북극곰을, 바다코끼리를, 북극여우를 만나고 있다. (무려7,000일이라는 시간 동안 기록된 것을, 나는 편안히 방바닥에 앉아, 그것도 이 여름에 북극을 여행하는 호사를 누렸다.) 자연 그대로의 날 것을 보여주다 보니 우리가 상상하는 하얗고 예쁜 북극곰이라기보다는 바다코끼리를 공격하고, 피를 핥는 등의 모습도 그대로 있고, 또 때로는 본능을 넘어서는 모정을 드러내는 사진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경이로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느꼈다. 전혀 꾸며지지 않은 것에서 느끼는 절대적인 감정인 듯 했다.
그래, 어쩌면 이 말이 정답인 듯하다. 자연 그대로의, 절대적인 책. 부디 이 책을 우리 아이가 직접 읽을 수 있는 날에도 북극 어딘가에는 북극곰이 그대로 헤엄치고, 사냥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본능 그대로의 삶을 살고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