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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ㅣ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평점 :
돈이 덜어지면 인연도 떨어지는 법이다. 그것은 은행도 마찬가지다.
(…) 날씨가 좋으면 우산을 내밀고 비가 쏟아지면 우산을 빼앗는다.
이것이 은행의 본 모습이다. (p.218)

일본의 경제 호황기 은행에 입사하여 부푼 꿈을 꾸었던 한자와 나오키는
버블 경제가 꺼지며 힘겨운 은행생활을 하게 된다.
어느 날 대규모의 금액을 대출해준 회사가 도산하고,
대출금조차 회수하기 어려워져 버려, 한자와는 곤란한 상황이 된다.
상사가 그에게 모든 것을 떠넘겨버린 것.
사실 이 책의 전반적 스토리는 분식회계와 계획부도를 해결하는 탐정 같은 은행원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직장인들의 애환이나 애로사항 등까지 엿볼 수 있어서
마치 내 이야기인 듯 집중할 수 있었다.
그의 말처럼 "무능한 조직은 한 인생에 대한 모독" 이지만,
그럼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본인들이 갑으로 군림하려 하고, "을"들을 일개미이상 취급하지 않는다.
나 역시 직장인이기에 그런 상황을 겪어보기도 했고,
"원 펀치 쓰리 강냉이"쯤을 먹여주고 싶은 상사도 만나봤다.
반대로 후배지만, 기가 막힌 아이들도 많이 봤고.
그래서 나는 더욱 한자와가 되어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같이 분노하고, 같이 좌절하다 보니 어느새 400페이지가 넘는 책 끝을 보게 되어 너무 아쉬웠다.
얼른 2권을 연결해 읽어야겠다는 생각만이 간절할 정도였다.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지금 은행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거래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는 것(p.219)이라는 말은 꼭 은행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어느 회사에나 당연한 말이 되어버렸다. 그것이 왜일까?
경제는 급속도로 성장하지만 각 회사의 경영진들은 그 속도로 변화하지 못하기에
그 격차는 결국 마이너스가 되어버린다. 특히 세계가 모두 그렇게 바뀌고 있기에,
새로운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
그건 한자와가 다니는 은행뿐 아니라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도 똑같이 적용될 말일 것이다.
사실 그동안 꽤 많은 일본소설을 읽어왔지만, 일본 특유의 문체나 배경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이를 먹어가며 점차 일본 소설을 덜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본 일본소설 중에 가장 통쾌하다.
부정대출의 꼬리를 잡아서 하나하나 파헤쳐가는 그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추리력이,
지능이 놀랍기도 하고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물론 나오키는 그저 부럽다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추진력과 인맥,
견주는 실력 등을 다 갖춘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그의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제게 책임이 있다면 순순히 인정하겠습니다.
그건 융자과장으로서, 은행원으로서, 더 나아가서는 직장인으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제 책임이 아닌 것까지 사과하는 건
오히려 부끄럽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p.290)

이 말을 마음에 깊이 적어두려고 여러 번 반복해 읽었다.
오랫동안 내 직장생활의 힘이 되어주었던 성동일 주연의 한 영화 “아부의 왕”처럼,
일을 할 때 자존심은 냉동실에 넣어두되 버리지는 말자는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말이 아닐까?
직장인으로서 내 담당 업무에 책임이 있다면 순순히 인정하는 게 맞지만,
책임이 아닌 일에도 쉽게 사과하는 세상 수많은 “을”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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