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맨박스 Man Box (리커버 개정판) -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토니 포터 지음, 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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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내게 실라를 구하지 않은 책임을 묻지 않았다

나는 남성성의 집단 사회화 교육에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어떤 끔찍한 행위이건 간에 내가 직접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니까 당연히 무죄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여전히 스스로를 착한 남자라고 여겼고나를 아는 모두가 이를 부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사건 앞에서 눈을 감아버리고서도 정말 떳떳하다고 할 수 있는 걸까? (p.47)



 

나는 최근 2년 정도에 걸쳐 꽤 많은 양의 페미니즘 도서를 읽었다

내가 페미니스트라서기보다는 그런 책들이 워낙 쏟아져 나오기도 했고

딸을 키우니내 딸의 권리만은 놓치지 말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런 일련의 과정 끝에맨박스를 읽게 되었다사실 이 책은 내게 엄청나게 많은 생각을 쏟아 부었다

그래오늘부터 나의 생각은 남성도 여성도 아닌그 모든 생명은 동일한 존엄성을 지니며 

그들 모두 각자가 원하는 대로각자의 취향이나 방식대로 살 권리가 있다.”로 마무리 되었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내가 “82년생 김지영” 리뷰를 썼을 때

또 해리리뷰를 썼을 때 나를 공격했던 (페미니스트들처럼 편협한 이론을 가진 

페미니스트가 되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한쪽으로 과하게 치우치는 것은 결국에는 문제를 낳고 만다는 것을 또 한번 생각하게 된다.)

 

맨박스그것은 사회적으로 강요된 남성성 규범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남자라면 이래야지.”, “남자가 울면 쓰나.”, 

남자라면 군대는 당연히 다녀와야지.” 등의 말도 안 되는 것들이 포함된 개념이다

요즈음의 세상은 여자들에게 씌워진 규범들을 깨고 있다

여자라면 조신해야지.”, “여자들은 치마를 입어야지.” 등 

말도 안 되는 규범에 맞서는 여자들이 많다

그런데 남자들은 왜 안 되는가남자들은 왜 아름다움을 추구하면 안 되고

무서운 것을 무섭다고 말하면 안 되며소리 내어 울면 안 되는가

남자도 그저 하나의 사람일 뿐인데 왜 본능적인 두려움이나 슬픔조차 강요 받아야 하는 것 일까.






 

우리는 아들들에게 터프하고 강해져야 하며책임감 있는 남성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동시에 그 정반대를 딸들에게 요구한다남과 싸우지 말아라말투를 곱게 써라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라 등의 요구사항이다

흔히 사람들은 직장에서 성별의 구분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고 한다

나는 묻고 싶다

성차별이 얼마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고 말이다. (p.51)



이 문단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정말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우리는 성차별을 당하고성차별을 해왔을까그래내가 태어난 순간부터였다

나는 태어난 순간부터 여자답게 응애응애하고 울어야 했고

내 동생은 태어난 순간부터 남자답게 와아앙하고 울어야 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나와 내 동생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여자와 남자에게 속하는 말이기에 더 씁쓸하다.)

 

눈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여자들은 남 앞에서 울 수 있는 나이제한이 없다

물론 저자도 거론 했듯나이 있는 여성이 회사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것은 

동료의 인상을 찌푸리게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는 여자가 대단한 놀림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자만약 내 책상 옆자리에 앉는 남자동료가 갑자기 울어버린다면

아마 그 이야기는 오래오래 후배의 후배그 후배의 후배가 생기고도 마치 전설처럼 구전될 것이다

이게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자화상이고 우리가 늘 서로에게 당하기도 하고 가하기도 하는 성차별이다.

 

이 책이 특히나 좋았던 것은 남자들의 실제 이야기와 그것을 놓고 

함께 생각해볼 문제나 이야기들을 저자가 찬찬히 풀어준다는 것이었다

특히 함께 생각해보자며 던진 문제들은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나의 지난 날들을 되짚어보게 했으며내가 아들이 있다면 반드시 함께 풀어보고 싶은 이야기들이었다

특히나 6번째 장의 아이들이 알아야 할 진짜 남자다움은 

아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반드시 읽어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부분이었다

소년들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지 생각할 때 

우리의 딸들을 위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을 기준 삼아야 한다(p.150) 는 저자의 말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청소년들의 바람직한 행동은 

어른들이(책에서는 성인 남성이라고 했지만앞장서서 가르치고 이해시켜야 할 일인 것이다.

 

더는 남성 중심주의가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것으로 인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이어진 까닭이기도 하지만

왜곡된 남자다움도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책에서 말하듯 오히려 맨박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정한 남자다움이라는 것을 우리모두가 알아야 한다.

 

나는 이 책에 대해 친구에게 이야기하며

어쩌면 2019년 읽은 책 중 최고의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만큼 이 책은 내게 신선한 충격과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거론한 것과 같이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다소 치우친 페미니즘에 빠져있었을지도 모른다

또 여성이 남성에 비해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을지도 모르고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남성도 여성 못지않게 무거운 규율 속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도 여자도 힘겨운 사회적 규율을 만든 것도 

우리들 스스로라고 생각하니 그 아이러니가 웃길 지경이고.

 

아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담음으로써 이 세상 아버지들이 남자로서 

자라는 아들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p.214)  저자의 말이 

얼마나 진실되고절절한지 이 책을 읽은 이들은 모두 깨닫게 될 것이다

특히 부모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할 말일 것이다


내가 딸에게 엄마로서인생의 선배로서같은 여자로서 대단히 책임감을 느끼며 살고 있듯

저자도 그런 마음에서 이런 글을 쓴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의 문장에 나의 책임감이 더해지는 기분이었다

비록 내가 아들의 엄마가 아닐 뿐내가 사랑하는 우리 엄마도 아들의 엄마이고

내 주변의 수많은 이들이 아들의 엄마로 살고 있다

문득 그 많은 아들의 엄마가 세상의 변화를 위해 얼마나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또 아들의 아빠들이 더 이상 본인들이 쓰고 있던 굴레를 아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사람으로써의 도리와 기타 등등의 것을 가르치는 게 훨씬 중요한 삶이라는 것을 

깨게 하는 엄청난 역할을 담당해야 함도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의 많은 문제를 변화하게 하는 것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우리다

오늘부터 우리의 언어사전에서 

남자라면”, “여자라면” 따위의 성 역할을 강요하는 문장을 지워보자

그 순간 갑자기 세상이 훨씬 살기 좋아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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