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합니다 - 초록 지붕 집부터 오건디 드레스까지, 내 마음속 앤을 담은 그림 에세이
다카야나기 사치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평점 :
나와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것이 있구나.
좀 부족하다 싶으면 앤처럼 상상을 통해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 수 있어. (p.31)
내가 이 책을 읽는 중이라고 인증을 했을 적에,
‘미라클모닝’을 함께 만들고 있는 박공주님께서 이렇게 말하셨다.
“자서전이에요?”.
물론 책 제목 때문에 하신 농담이셨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순간순간 내 일기장을 보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좋아했다.
나처럼 앤을 사랑한 사람이 또 있구나, 하고 말이다.
내가 앤을 사랑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자세 때문이었다.
그녀는 절망해야만 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하고 담담하게 상황을 이겨낸다.
그녀에 대한 글을 쓸 때 내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그녀는 모퉁이 모퉁이마다 만나게 되는 절망조차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 책에서도 그녀의 그런 모습을 담는 페이지가 있어서 읽는 앞 페이지를 넘기며 마음이 두근거렸다.
실제로 어린아이는 어른이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데 익숙하기 때문인지,
어른인 내가 읽고 분개하는 만큼 깊이 상처를 입지 않는 듯합니다. (p.67)
하지만 그녀의 감정이 모두 나와 같지는 않았다.
특히 마릴라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
과연 저자가 앤의 모든 이야기를 알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까지 품게 한다.
물론 자수정브로치 사건은 마릴라가 전적으로 잘못한 상황이기는 하다.
자신이 어디에 브로치를 두었는지 잊어버리고 앤을 혼내니까.
심지어 소풍도 못 가게 할 뻔 했으니까.
물론 나도 어린 시절에는 이 사건에 대해 분개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이 책을 읽으며 마릴라의 새 면모를 발견했다.
아이에게 저지른 실수를 매우 솔직하게 고백하고,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인 것.
사실 우리도 그렇지만 살면서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더욱이 나보다 어리거나 아랫사람이라면 대부분의 경우 모른 척 넘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릴라는 솔직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다.
그리고 마릴라의 그런 솔직한 성정은 루시모드 몽고메리의 글 전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저자는 그녀를 두고 피하고 싶은 대목쯤으로 표현했다.
흡사 내가 느끼는 기분은 만화로의 앤만을 읽은 사람일까, 하는 배신감과 실망감이었다.
그녀의 애정은 “빨강머리앤”으로 알려진
초록지붕집의 앤만이 전부일지 모른다는 기분에 책을 덮어야 하나 고민도 들었다.
책의 초반에는 내 마음 같아서 고개를 끄덕였다면,
뒤로 갈수록 내가 해석하는 앤과 다른 부분이 많아서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하고,
다른 이의 눈에는 이렇게 비춰지는구나 하고 생각하는 책이었다.
길버트에 대한 해석도 나와 다소 달랐고, 마릴라에 대한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자연을, 꽃을, 나무를 더 관심 가지고 앤을 읽은 나와는 달리
그녀의 옷이나 레이스 등에 관심을 가지고 그린 점도 달랐고.
물론 각기 다른 시각을 가지기에 여러 명이 같은 책을 읽는 것은 즐거움을 준다.
이 책은 내게 새로운 시각으로 앤을 바라보는 재미를 가지게 해주었다.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다른 느낌의 앤이었지만,
이 달에는 앤을 자주 만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빨강머리앤을좋아합니다 #다카야나기사치코 #위즈덤하우스 #그림에세이 #책속구절 #책속의한줄 #책스타그램 #독서 #책 #책읽기 #리뷰 #리뷰어 #서평 #서평단 #책읽어요 #책으로소통해요 #북스타그램 #소통 #육아 #육아소통 #책읽는아이 #책으로크는아이 #찹쌀도서관 #딸스타그램 #책으로노는아이 #책속은놀이터 #찹쌀이네도서관 #책읽는엄마 #책읽는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