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쥐보다 비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도시의 인간들을 누구보다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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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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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매듭 이후, 끊임없이 이어질 달콤한 하루의 첫날,
셀 수 없을 키스 중의 첫 키스였다. 흔하지 않지만 어떤 사랑은 항상성을 가지고, 요동치지 않고, 요철도 없이 랄랄라하고 계속되기도 한다.
 우주 가장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러브 스토리의 시작이면서,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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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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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높은 곳을 무서워했던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오른 산정상에서 가장 튼튼한 것을 찾아서 붙잡고는 했다. 그렇다면 십중팔구는 산 정상에 한그루씩 솟아난 소나무였다. 그렇게 소나무를 붙잡고 나면 내가 땅 위에 서 있다는 게 느껴지고 안심이 되고는 했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챙겨온 간식거리를 먹거나 취미인 하모니카를 꺼내서 불기 시작하고 나는 여전히 소나무를 붙잡고 조심스럽게 산 아래를 내려다본다. 맑은 하늘을 유영하는 구름의 그림자가 산허리를 휘감고, 바람은 나무를 부드럽게 흔든다. 나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편해짐을 느낀다.

 

이 책의 제목인 <오버 스토리>는 어린 내가 산 정상에서 봤었던, 산과 숲의 정경을 가리킨다. 태양을 향해서 솟아오른 가지와 잎들, 땅속 깊이 박힌 뿌리. 15억 년 전에는 우리와 같은 조상에서 출발했고, 지금도 25%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나무들의 무리.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의 삶을 돌봐주고 위로해 주었을 나무들. 그런 사실을 알게 되면 나무를 보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삶은 예기치 않음의 연속이고, 이 소설의 주인공들도 자신들의 삶이 나무와 그토록 연관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스스로 나무를 찾아가고,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이 그들을 끌어가기도 한다. 꿈을 꾸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하고, 증오하고, 배신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나무에게 이끌린다. 나무의 부름을 받았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우리들의 삶이 그러하듯이 소설 속의 9명도 예기치 않은 사건에 끌려가고, 튕겨 나간다. 화가인 닉 호엘은 가스 사고로 가족을 잃고, 은둔자처럼 지내다가. 올리비아의 손에 이끌려 나무의 세계로 들어간다. 엔지니어인 미미는 매일 지켜본 공원의 나무들이 무참히 베어나가는 모습에, 전직 군인인 더글라스는 나무 덕에 목숨을 건지게 된 이후, 나무를 지키기로 맹세한다. 모두가 숙명처럼 보이는 우연을 계기로 나무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법과 국가가 방해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의 냉소적인 반응에도 그들은 목숨을 걸고 나무를 지킨다.

 

이러한 과정을 묘사하는 문장은 매우 독특하다. 어떤 작가에게도 빚지지 않은 과학으로 쓰인 시. 사람들은 과학이 로봇을 만들고, 인간의 유전자를 조작하고, 우주선을 쏘아 보낸다고 믿지만, 과학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 세상을 명징하게 비춤으로써 우리에게 진실 된 언어로 세계와 삶을 묘사할 수 있게 해준다. 작가는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수많은 지식을 씹어 삼켰을 것이다. 씹고, 삼키고, 씹고, 마침내 작가의 마음속에 고인 지식은 명징한 상이 되어 세상을 더욱 진실 되고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흔히 과학은 예술과는 상관없는 분야로 여겨지지만, 예술은 행해지기 위해서 도구를 가리지 않는 법이다.

 

사람들은 가지를 뻗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잎이 무성한 나무를 떠올린다. 그러나 우리가 나무의 전체적인 모습을 모른다면, 가지에서 나무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가지라는 작은 구조에서 나무라는 더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를 만든다. 이러한 현상을 과학은 창발이라고 설명한다. 수많은 가지가 모여서 나무를 이루는 것처럼 9명의 삶은 각자가 뻗어 나가며 부딪히고, 엮이고, 상처 입고, 때로는 부러지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그들의 삶은 더욱 복잡해지고 마침내는 하나의 나무처럼 세계를 이룬다. 그리고 그 나무를 지켜보는 우리들, 독자는 이 세상의 진실에 대하여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간다. 삶이라는 어려움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쩌면 삶을 나무에 비유하는 것은 진부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페트리샤가 말했듯이 15억 년 전에는 우리와 같은 조상에서 출발했다. 지금도 25%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나무는 우리에겐 친숙한 존재고. 나는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그러했듯이 편안함을 느낀다. 환경 보호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주제고 때로는 그것이 문제이다. 시간이 많은 것을 해결해준다고 하지만 그 해결의 시간이 수천 년이 필요하다면 인간에겐 그것은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어떤 의미에선 인간에게 세계를 선사해준 나무들. 나무들의 부름을 받는 것이 이 소설 속의 9명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무는 우리들을 부른다. 한 번도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 조근조근한 그러나 단호한 목소리. 우리는 너무 늦기전에 그 부름에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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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18 소설 보다
박민정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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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정 작가는 전부터 좋아했기에 이번 소설도 당연히 좋았고, 예전에는 문체가 숨막혀서 싫어했던 정용준 작가의 소설도 이번 것은 굉장히 좋았다. 수상작을 선정한 심사위원도 그의 변화에 놀란 눈치다. 특히 4.16에 대한 부분이 좋았는데, 가족을 잃은 모든 사람들은 그날 다시 한번 아이를 잃었을 거라는 말...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읽고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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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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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중에 이런 명작은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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