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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룰렛
오윤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4월
평점 :
평소 <그것이 알고 싶다>의 위엄은 알고 있으나, 보지는 않는다. 보고나면 항상 충격에 빠지고, 세상과 사람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지는 것 같다랄까. 무엇보다 중간중간 못 보겠는 부분들, 안듣고 싶은 부분들이 꽤 많다. 알아야 하는 사실들이 분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심리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것 같아 보지는 않고, 기사를 통해 대략적인 것만 캐치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이야기가 <그것이 알고 싶다>의 충격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니. 얼마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모티브로 이런 소설이 탄생했다는 걸까 궁금했다. 처음 제목과 표지만 봤을 때는 그닥 눈이 가지 않는 소설이었지만, 줄거리를 읽어보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과 그 '욕망'을 이용하는 괴물들. 누가 누구를 욕할 수 있으랴.
뭐랄까. 먹고 먹히는 게임 같은, 아니 끝임없이 돌고 도는 느낌의 이야기였달까? 가진 돈으로 더 큰 돈을 만지고 싶은 A, 그런 A의 돈을 노리고 작정하고 사기를 치는 B, 그렇게 사기를 당한 A들 중 역으로 똑같은 사기를 쳐서 A같은 사람들을 양산해 내는 A1, 앙심을 품고 복수를 다짐하는 A2. 아마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한 절대 끝나지 않을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의 이야기다. 세상에 사기꾼은 왜 이렇게 많은지. 뉴스나 시사, 다큐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기가 막힐 정도다. 그런데 여기서 무서운건 내가 속는지도 모른채 속아 넘어가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가해자는 가족, 가족 같이 지냈던 이웃, 지인, 친구의 얼굴을 하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피해자는 더 크게 상처받고 고통 속에 빠지는 일이 많다. 왜 이런 일은 계속 알려지는대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걸까?! 그건 바로 '한방'을 노리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역이용해 돈을 가로채려는 사람들의 기싸움이 되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방'을 꿈꾼다. 하지만 그 '한방'을 이뤄낸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 극히 드문 소수에 속하고 싶은 이들의 욕심이 결국엔 사기꾼들을 양산해 내는게 아닐까 싶다. 사기꾼의 눈엔 그들이 그저 눈먼 돈으로 보이지 않을까?
사기꾼의 죽음은 조금도 불쌍하지 않았다. 너무 편하게 죽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니까.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놓고 정작 본인은 명품으로 도배를 하고 고급차에 고급 아파트에서 호화롭게 생활을 하며 떵떵거리며 살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사기꾼의 죽음, 영 석연치가 않다. 워낙 악명높은 인물이라 원한관계에 놓인 사람이 많다지만, 용의자이자 그를 사칭했던 인물마저 죽은채 발견되었으니 연쇄살인의 시작은 아닐지 경찰에선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범인의 정체를 놓고 혼란에 빠져 있던 경찰은 뜻밖의 DNA 감식 결과에 또 한번 더 큰 혼란을 겪게 된다. 이 사건에 숨겨진 진실은 대체 무엇일까?
가해자도, 피해자도. 옹호할 수가 없었던 사건. 사기꾼이 작정하고 사기를 치면 속을 수밖에 없다는게 내 생각인지라, 속는 사람도 문제라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대체로 준비된 투자가 아닌 급하게 이루어진 투자이기에 사기를 당한거라 짐작한다. 급하게 먹으면 체하기 마련이다. 제발, 이런 사건이 되풀이 되는 일이 없도록 투자에는 신중에 신중을 가했으면 좋겠다.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는 일이 없기를, 가해자가 떵떵 거리며 사는 잘못된 현실이 바로잡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