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스쿨 - 은퇴 후 더 행복해지는 사람들의 비밀
최영일 지음 / 다른상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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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는 절대 에필로그가 아니다.”

『은퇴스쿨』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은퇴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현실이라는 점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나중에는 조금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막연한 바람을 아주 구체적인 현실의 장면들로 바꿔 보여준다.

퇴직금으로 장사에 뛰어들었다가 빚만 남은 선배,

서울 아파트를 팔고 지방으로 갔다가 폭등한 집값에 마음이 무너진 친구,

상가에 투자했다가 공실을 견디며 버티는 사람들까지.

다들 뭔가를 해보려 애썼지만, 쉽게 풀리기보다는 삶에 물어뜯기고 얻어맞으며 버티고 있는 모습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사례들을 보여주면서도 현실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만 끌고 가지 않는다.

현실을 모른 척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인생을 너무 무겁게 끌고 갈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은퇴 준비도 삶의 전환점도 너무 겁먹지 말고, 부담 없이, 소소하게,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는 메시지가 오히려 더 깊게 남는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은퇴 후 1년 뒤에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5년 후, 10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책에서 그려지는 1년 차의 모습은 꽤 솔직하다.

알람 없이 눈을 뜨고,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누군가는 “이제 진짜 인생을 사는 거지”라고 말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 상태다.

자유는 생겼는데, 어디에 써야 할지 몰라 헤매는 시간. 그 장면이 묘하게 떠올랐다.

우리는 늘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만, 막상 시간이 생기면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낯설지 않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 삶의 결은 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출근 대신 산책을 하고, 회의 대신 음악을 듣고, 평일 한낮에 영화를 보러 가는 일상이 이어진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보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날들, 그래서 오히려 하루가 더 분주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을 짚어낸다.

우리가 막연히 동경하던 ‘선택의 자유’가 실은 생각보다 묵직한 책임과 마주하는 일이라고 한다.

책을 읽다 보면 현재의 내 상황과 내가 실행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하나씩 의문을 갖고 질문을 던지게 되기도…

과연 나는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나?

여전히 주어진 흐름대로 지내고 있는 건 아닌지?

나이를 먹어가면서 삶의 기준이 점점 바뀌는 된다는 부분이 기억이 난다.

성과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돈보다는 감정으로. 관계로.

손주의 웃음소리, 영화 한 편의 여운, 점심 한 끼의 만족감 같은 것들이 ‘진짜 부’로 느껴지는 순간들이다.

이 글을 읽으며, 나는 삶의 기준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르게 되면 마음의 방향 자체가 달라진다.

욕망은 줄어들고, 감사가 그 자리를 채운다. 거창한 목표 대신 지금 이 순간의 온기와 사람과의 관계,

남겨질 기억 같은 것들이 더 중요해진다. 결국 은퇴는 끝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기준이 조금씩 바뀌어 가는 과정이다.

책 중간에 나오는 솔개 이야기도 오래 남는다.

40년쯤 살면 부리는 무뎌지고, 발톱은 힘을 잃고, 날개는 닳아 더 이상 사냥을 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그때 솔개는 산으로 올라가 스스로를 바꾸는 선택을 한다.

부리를 깨고, 발톱을 뽑고, 깃털까지 뽑아내는 고통스러운 4개월이란 시간을 견뎌낸 뒤에야 비로소 새로운 몸으로 다시 날아오른다.

이 이야기는 변화란 결국 불편함과 고통을 통과해야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준비는 번거롭고 과정은 아프지만, 그것을 피하면 다시 날 수 없다.

그래서 “솔개도 다시 날기 위해 준비하는데, 우리는 왜 하지 않는가”라는 문장이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곧이어 만난 문장 역시 깊이 남았다.

“늦었다고 느껴질 때가 정말 늦은 것 같지만, 그래도 뭐라도 하면 변화가 시작된다.”

늦었다는 이유로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 원하는 변화는 결국 끝내 일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정말 변화를 원한다면, 늦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빠른 순간일지도 모른다.

이어서 재무에 대한 부분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가만히 두면 통장 잔고의 가치는 줄어든다.

냉면 한 그릇이 3천 원이던 시절에서 이제는 1만 원을 넘는 현실처럼.

그래서 은퇴 자금은 단순히 모으는 게 아니라, 물가보다 빠르게 자라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지키는 자금이 결국 남는 자금이다”라는 부분이다.

특히 퇴직금을 손에 쥔 이후가 가장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한 번의 선택이 이후의 삶을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벌겠다’는 욕심보다 ‘지켜내겠다’는 태도가 더 중요해 보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깊게 남은 건 50대를 ‘마지막 리허설’이라고 표현한 부분이었다.

돈의 흐름을 점검하고, 건강 상태를 살피고, 인간관계를 다시 정리하고, 은퇴 후의 수입 구조를 고민하는 시기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막연했던 불안이 조금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책은 한 가지를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은퇴해도 수입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완전히 일을 끊는 것이 아니라, 작게라도 지속 가능한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리든, 새로운 걸 배우든, 취미를 연결하든 방법은 다양하다.

중요한 건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또 하나 놓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은퇴 후 가장 무서운 건 외로움일 수 있다고 말한다.

가족, 친구, 그리고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까지. 관계는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걸 다시 느끼게 해준다.

은퇴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금의 삶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은퇴 이후를 말하는 책이 아니라 지금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책이다.

그리고 읽는 내내 특히 유익하게 다가왔던 부분은 ‘연금’에 대한 이야기였다.

은퇴 전 연금액을 올릴 수 있는 세 가지 전략을 설명하는데,

막연하게 알고 있던 내용들이 훨씬 구체적으로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국민연금은 ‘얼마를 냈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과

임의계속가입을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추납 제도를 통해 공백 기간을 메울 수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준다. 이전에는 스쳐 지나갔던 개념들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또 은퇴 이후 고정비를 세세하게 나누어 보여준 부분도 인상 깊었다.

막연하게 ‘돈이 많이 들겠지’라고 생각하던 것을 항목별로 눈에 보이게 정리해주니,

머리로가 아니라 몸으로 이해되는 느낌이었다.

책을 읽을 수록 은퇴 준비는 나중의 일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구나를 느끼게 해준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사실은 준비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걸 조금 늦게 깨달은 기분이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유익한 정보를 준 책을 넘어서,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고마운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ㅡ

'다른상상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솔개는 수리과에 속한 맹금류로, 하늘을 우아하게 나는 모습과 강한 생존력으로 잘 알려진 새다.
특히 ‘솔개 이야기‘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다시 도약하려는 사람들에게 자주 비유되는 우화로,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상징한다.
솔개 이야기를 한번 들어 보자. 이 새가 무려 80년이나 산다는데, 40년쯤 되면 인생이 한 번 꼬인다.
부리는 무뎌지지, 발톱은 힘이 빠지지, 날개는 닳아빠져서 사냥도 못한다.
"아, 나 이제 끝났구나…." 할 때 이 솔개가 뭘 하냐면, 산으로 올라가서 자신을 박살낸다.
부리를 깨고, 발톱을 뽑고, 깃털까지 뽑아 버린다. 그걸 4개월이나 참고 견디면?
’짠! 새 부리, 새 발톱, 새 날개 달고 다시 비상!‘
이건 그야말로 은퇴 준비 교과서와 같다.
솔개도 다시 날아오르기 위해 준비를 하는데 우리는 왜 하지 않는가?
우리도 쉽 살 정도 되면 몸도 지치고, 일도 슬슬 정리할 시기를 맞는다.
그런데 문제는, 준비 하나 없이 은퇴를 맞으면 그때부터 진짜 피눈물 난다는 것.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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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패를 팔아 150억을 벌었다
윤동규(메이크패밀리) 지음 / 모티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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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실패를 팔아 150억을 벌었다’라는 문장이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가 삶을 대하는 방식이 어떤지 느껴졌다.

이 책은 성공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실패를 어떻게 다루는지, 그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책 초반부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마음에 들어온 건 삶에 대한 시선이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 속에도 뜻하지 않게 이루어지는 것들이 있다”는 문장은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내가 계획했던 길이 틀어졌을 때, 그것을 단순한 ‘어긋남’으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흐름의 시작으로 볼 것인지 묻는다.

저자의 이야기는 ‘실패했지만 버텼다’는 단순한 서사는 아니라, 오히려 실패를 해석하는 방식 자체가 달랐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구조가 없었다는 신호였다”는 문장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우리는 흔히 실패를 능력 부족이나 운의 문제로 치부하지만, 저자는 그것을 ‘설계의 문제’로 바라본다.

그래서 실패 이후 해야 할 일도 명확해진다.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다시 만드는 일이다.

특히 사업에 대한 부분은 꽤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돈이 안 되는 사업은 없다. 다만, 돈이 되는 방식으로 설계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매출을 목표로 쫓는 것이 아니라, 흐름이 작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 부분을 읽으면서 ‘열심히’와 ‘제대로’의 차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깊게 남았던 건 ‘망했다’고 느꼈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진짜 망한 건, 망했다고 말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이다”라는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결국 실패의 기준은 결과가 아니라, 그 이후의 태도라는 것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그동안 내가 스스로 끝이라고 단정 지었던 순간들이 다시 떠오르기도 했다.

1인 사업자의 고독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힘들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고독이 어떻게 사람을 성장시키는지까지 이어진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내가 모든 걸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시간이었다”는 깨달음은 꽤 묵직하게 다가왔다.

외로움이 그저 단점이 아니라, 성장의 조건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다.

그리고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건 결국 ‘사람’이다.

“돈은 사라지지만 관계는 남는다”, “돈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사업의 본질을 정확하게 짚는다. 저자가 무너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도 결국 사람 때문이었다는 이야기에서, 사업이란 결국 숫자가 아니라 관계 위에 서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특히 “그냥 괜찮아?”라는 한마디가 사람을 일으킨다는 대목에서는, 어떤 전략보다 관계가 강하다는 걸 느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질문’에 대한 부분이다.

“무엇을 해야 할까가 아니라, 왜 이걸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사람을 다시 일으킨다는 내용은 생각보다 강하게 남는다. 방향을 잃었을 때 필요한 건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더 정확한 질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될까?”가 아니라 “언제 될까?”라고 묻는 태도는 단순한 말장난 같지만,

실제 행동을 바꾸는 힘이 있는 문장이라고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결국 버티게 하는 건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책임감, 미련,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좋아하는 마음’—이 단순한 감정들이 결국 사람을 끝까지 가게 만든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의 바닥에는 반복이 있다.

“의지가 아니라 습관이 남는다”는 문장은 이 책에서 가장 현실적인 조언 중 하나였다.

감정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버티는 것이다.

그리고 오래 가는 사람들은 특별해서가 아니라,

항상 ‘0에서 다시 시작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 합리화 대신 자기 책임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바뀐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책을 읽고 나서 남는 건, 단순한 동기부여가 아니다 오히려 질문이었다.

지금까지의 실패를 나는 어떻게 다루고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이 책은 실패는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설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해 주고 있다.


ㅡ

‘단단한맘/수련 서평단‘을 통해,

'모티브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망한 줄 알았던 그 시간들은 결국 나에게 가장 중요한 교과서였다. 그 시간을 버텨낸 내가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러니 당신도 기억했으면 좋겠다. 진짜 망한 건, ‘망했다‘고 말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이다. 그 외의 모든 시간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순간이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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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선의 한국사 테라피 -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200년 근현대사 이야기
전범선 지음, SPNS TV 기획 / 자크드앙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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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까?

왜 이 나라는 이 모습일까? 그리고 나는 왜 하필 이곳에서 태어났을까?

『한국사 테라피』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되는 책이다.

저자 전범선은 자신을 어느 한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경계인으로 바라본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으로 살아왔지만, 사고의 절반은 대서양 너머의 문법에 길들여진 이방인에 가까웠다. 유교적 엄숙함과 로큰롤의 야성이 한 몸 안에서 끊임없이 충돌하던 삶.

그렇게 어느 쪽에도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했던 그는 마침내 ‘내가 태어난 이 나라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그 질문을 붙잡고 파고들다 보니, 결국 역사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하게 배워온 방식으로 역사를 설명하거나,

사건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의미를 외우게 만들지 않고 사람을 따라가게 만든다.

한 인물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동안, 그 사람이 통과한 시대 전체가 함께 드러난다.

그래서 읽는 내내 ‘공부한다’는 느낌보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살았을까’를 따라가게 된다.

이 책이 다른 역사서와 가장 크게 다른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답을 주기보다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일본을 이렇게 싫어해야 할까?”

“왜 같은 사실을 두고 서로 전혀 다른 말을 할까?”

어쩌면 무지해 보일 수도 있는 질문들이지만, 오히려 그 질문들이 가장 본질에 가깝다.

우리는 너무 오래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정작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익숙함에 질문을 던진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개벽’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였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시작을 단순히 건국이나 해방이 아니라, 3.1운동이라는 거대한 민중의 움직임에서 찾는다. 그리고 그 뿌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동학, 그리고 최제우라는 인물에 닿는다.

책 속 최제우는 단순한 동학의 창시자로 머무르지 않는다. 경주 최씨 집안 출신이지만 서자로 태어나 양반 사회의 안과 밖을 동시에 살아야 했던 그는, 조선의 모순을 남의 일이 아니라 자기 삶의 막막함으로 겪어낸 경계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고루한 한자를 버리고, 당시 절대다수의 민중과 아녀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한글로 가사를 써 노래하기 시작했다. 양반들끼리 주고받는 언어가 아니라 백성의 입에 오르내리는 말로 사람들에게 다가간 것이다. 더 인상 깊은 것은 그가 시천주, 곧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하늘님이 깃들어 있다고 선언했다는 점이다. “네 안에 하늘님이 있다”는 이 말은 당시의 신분 질서를 뿌리부터 흔드는 급진적인 평등의 언어였다. 이 책은 동학을 단순한 종교 운동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민중이 스스로의 존엄을 깨닫고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 하나의 흐름으로 읽어내며, 그 에너지가 훗날 동학농민혁명과 3.1운동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3.1운동은 몇몇 독립투사만의 결단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가장 먼저 거사를 기획하고 설계한 세력은 천도교였고, 여기에 기독교가 호응하고 불교가 협력하면서 거대한 민족·종교 통합의 결실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당시 인구 2천만 명 가운데 약 1백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는 대목까지 따라가고 나면, 3.1운동은 더 이상 교과서 속 기념일이 아니라 이름 없는 민초들이 목숨을 걸고 일으킨 거대한 혁명처럼 다가온다. 몇몇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의 주체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역사 서사의 중심을 분명하게 뒤집어 놓는다.

이 흐름은 서재필을 통해 또 다른 방향으로 확장된다.

조선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필립 제이슨’으로 살아갔던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개화와 독립, 그리고 국가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저자가 말하는 미국의 핵심은 단순한 강대국이 아니라 ‘독립 정신’이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태도다. 그 시선으로 다시 한국사를 바라보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도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호머 헐버트를 다룬 부분도 오래 남는다.

조선의 양반들조차 외면하던 한글의 가치를 한 미국인이 먼저 알아봤다는 사실이다.

그는 한글을 통해 지식이 모두에게 열릴 수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 그것을 실천했다.

이 대목을 읽으며 묘한 감정이 들었다. 우리가 스스로를 낮춰 보던 순간에도, 누군가는 이미 그 가치를 알아보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그 시선이 이 책이 말하는 테라피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최제우, 서재필, 헐버트에만 머무르지 않고 훨씬 더 넓은 인물 지도를 펼쳐 보인다. 백남준을 통해서는 한류의 뿌리와 한국 문화의 에너지를, 이완용을 통해서는 그를 단순한 매국노로만 소비하는 대신 서자 출신이라는 한계와 유년기의 상처 속에서 기득권 집착에 매달린 기회주의적 출세가의 얼굴을 드러낸다. 또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최시형·손병희·전봉준, 이광수·최남선·홍명희, 이승만·김구·여운형 같은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독립, 변절, 평화, 분단, 이념 갈등 같은 한국사의 큰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김지하까지 불러오며, 이 책은 결국 과거 인물들의 삶을 통해 지금 우리가 어떤 역사 위에 서 있는지를 다시 묻게 만든다.

결국 『한국사 테라피』는 우리가 왜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나뉘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는 책이다. 그래서 읽고 나면 머릿속에 남는 것은 사건의 정리가 아니라 질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단순하게 과거를 이해해왔는가.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얼마나 쉽게 서로를 판단하고 있는가.

이 책은 그 질문을 피하지 않게 만든다.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ㅡ

'자크드앙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제가 이 시리즈에서 던진 질문들은 한국의 독자들이 보시기에 정말 ‘무식하고 개념 없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왜 우리는 일본과 친구가 될 수 없을까?" 같은, 어떻게 보면 용서가 안 되는 질문들이 가득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 무지함에서 새로운 생각이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던지는 질문이 오히려 더 본질적인 성찰을 끌어낼 수 있으니까요. 역사 테라피의 기획은 바로 이런 기대에서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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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에 관하여 -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 프랭크 카프리오 이야기
프랭크 카프리오 지음, 이혜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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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특권은 악인을 정죄하는 데 있다고 믿는 판사들에게 가장 먼저 이 책을 권한다.”

판사의 특권은 믿을 수 없이 힘겨운 삶을 살아온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그들을 도울 기회가 있다는 데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p6


요즘 우리는 너무 쉽게 판단하고 살아가잖아요.

누가 잘못했다 하면 이유를 듣기도 전에 결론부터 내려버리고,

그게 당연히 맞는 거라고 생각해버립니다.

그런데 『연민에 관하여』는 그 익숙한 태도를 조용히 멈추게 하는 책이에요.

“그래서, 그 사람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이 질문 하나를 다시 꺼내게 만듭니다.


이 책의 저자인 프랭크 카프리오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서 오랜 시간 판사로 일했던 사람입니다.

법정 장면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사람들은 그를 ‘가장 따뜻한 판사’라고 부르기 시작했죠.

그가 특별했던 이유는 법을 다르게 해석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보려고 했기 때문이에요.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사건이 하나 있어요.

아흔이 훌쩍 넘은 노인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속도위반으로 법정에 서게 됩니다.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요.

자신은 빠르게 달리지 않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운전한다고요.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보니, 암에 걸린 아들을 병원에 데려다주던 길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카프리오가 한 선택은 단순히 봐준 것이 아니에요.

그는 그 상황을 끝까지 듣고, 그 사람이 왜 그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사건을 기각하죠.

이 장면이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 남는 이유는,

법이 아닌 사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순간을

우리가 거의 보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일 거예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어요.

판사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주차 위반 벌금을 내지 못하겠다고 버티던 여성이 있었어요.

그녀는 다소 거칠게 말했고 카프리오는 법대로 판단을 내립니다.

그런데 그날, 방청석에 있던 그의 아버지가 이렇게 말합니다.

“그 사람은 무례한 게 아니라, 두렵고 지쳐 있었을 거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카프리오는 처음으로 깨닫습니다.

사람의 태도 뒤에는 보이지 않는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요.

이 경험은 그에게 굉장히 큰 전환점이 되었고, 이후의 판결 방식 자체를 바꾸게 됩니다.

이 책에는 이민자, 군인, 싱글맘처럼 각자의 사정을 안고,

법정에 서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때문에 벌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

가족을 돌보다가 규정을 어기게 된 사람, 삶의 벼랑 끝에서 선택을 잘못한 사람들.

카프리오는 그들에게서 잘못만 보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끝까지 들어보려고 했죠.

그의 이런 태도는 그가 자라온 환경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어요.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 가족이 법정에 서게 된 일을 겪습니다.

그때 한 판사가 그의 가족을 단순히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고,

상황을 이해하려 했던 경험이 있었어요.

그 장면이 그의 기억에 오래 남았고,

결국 “나는 어떤 판사가 되어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연민’은 단순히 착한 마음이 아니에요.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지 않기 위해 한 번 더 멈추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는 분명하게 말해요.

연민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배워가는 것이라고요.


요즘은 이런 이야기도 많죠.

차라리 AI가 판결하는 게 더 공정하지 않겠냐는 말 말이예요.

그런 흐름 속에서 이 책은 조금 다른 방향을 이야기합니다.

정의가 완벽하게 공정해지는 순간,

오히려 사람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고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이 갑자기 바뀌는 건 아니에요.

대신 아주 작은 변화가 생깁니다.

누군가를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의 사정을 한 번 더 떠올리게 되고,

그 순간 우리는 조금 덜 차갑게, 조금 더 인간적인 방향으로 기울게 됩니다.

결국 이 책이 전하고 싶은 건 거창한 정의가 아니라 아주 작고 단순한 태도 하나예요.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한 번 더 노력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생각보다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랍니다.




나는 자신과 타인을 연민하고,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일에서도 삶에서도 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공감과 연민은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다.
간단히 말하자면 공감은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것이고, 연민은 우리가 타인을 돕게 하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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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5 - 박경리 대하소설, 4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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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토지』 15권은 193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라는 시대가 개인의 선택과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1929년 원산총파업, 1931년 만주사변, 1932년 윤봉길 의거, 1937년 중일전쟁과 난징대학살까지 이어지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며, 이 사건들은 인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번 권에서는 1930년대 일제에 의한 억압과 혼란이 여러 인물의 삶을 통해 드러난다.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소식은 사람들에게 잠시 희망을 품게 하지만, 그 마음이 오래 이어지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모두가 같은 뜻을 품은 듯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시 생계와 현실이 앞에 놓인다.

장사를 해야 하고, 가족을 돌봐야 하고, 하루를 버텨내야 하는 일이 먼저가 된다.

그래서 처음의 뜨거움이 조금씩 식어가는 모습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사람은 큰 뜻만으로만 살아갈 수 없고, 결국 오늘을 견뎌야 내일을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권에서는 아주 담담하게 드러난다. 특히 대중의 마음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가도 서서히 식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흐름이 오래 남는다.


출소한 길상은 이번 권에서 중요한 흐름을 만들어가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독립운동과 깊이 연결된 삶을 살아간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윤국의 시선도 달라진다.

아버지를 이해하고 존경하게 되는 과정은 한 사람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서희의 아들 환국 역시 성장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대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송관수의 이야기는 시대의 불안이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깊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군자금 사건 이후 만주로 옮겨 다니며 살아가는 모습과, 가족 문제를 정리해가는 과정에서 시대의 혼란이 곧 삶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의 아들 영광이 떠도는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까지 함께 놓고 보면, 같은 시대를 살아도 각자의 삶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인실은 이번 권에서 특히 복잡하게 다가오는 인물이다. 오가타와의 관계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 보기 어렵다.

서로에게 마음이 있지만, 그 감정을 끝까지 붙들고 갈 수 없는 시대와 현실이 두 사람 사이에 놓여 있다.

특히 인실이 오가타의 아이를 임신한 뒤 아이를 버리려는 장면은 이 인물의 내면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찬하는 세상을 등지고 두 사람만의 삶을 택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하지만,

인실은 그런 길로 가지 않는다. 개인의 감정보다 민족과 조국을 더 앞세우는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인실은 단순히 강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끝까지 눌러야 했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사랑보다 더 큰 것을 택한 인물로 보이지만, 그 선택이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기보다 더 외롭고 쓸쓸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 장면은 민족과 국가 같은 큰 가치가 과연 개인의 삶과 감정 위에 언제나 우선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도 남긴다.


개인적으로 이번 권에서 기억나는 장면은 조용하의 죽음이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족함 없이 살아온 사람인데, 결국 삶의 끝에 이르는 모습이 허무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이 장면이 더 서늘하게 남는 이유는 그 죽음 이후의 분위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놀라고, 누군가는 반응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다시 자기 삶으로 돌아간다.

그 당연한 흐름이 오히려 더 냉정하게 느껴졌다.

한 사람에게는 끝이었지만, 세상은 그대로 흘러간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삶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장면을 읽을 때는 유난히 허무했다.


작품 속에는 1929년 원산총파업, 1931년 만주사변, 1932년 윤봉길 의거, 1937년 중일전쟁과 난징대학살 같은 사건들이 계속 등장한다. 하지만 이 책은 사건 자체를 설명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그 사건들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준다. 전쟁은 사람들의 일상과 생각을 바꾸고 관계를 흔드는 현실로 다가온다. 또한 만보산 사건이나 식민지 조선의 불안한 분위기까지 함께 겹치면서, 개인의 삶과 역사적 상황이 점점 더 촘촘하게 맞물린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당시 사회의 모습이다. 농촌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도시로 떠돌며 살아가는 모습, 안정된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먹고사는 문제는 언제나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누군가는 신념을 지키고, 누군가는 현실을 선택한다. 그 어느 쪽도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 이 작품을 더 깊게 만든다.


이 책 속 인물들이 툭 던지는 말들도 오래 남는다.

청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재물은 생각만큼 대단한 것이 아니며,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잘못한 일들만 짐처럼 남는다는 말들은 소설 속 대사인데도 이상하게 더 기억에 남는다.

나이가 들수록, 또 삶이 내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될수록 이런 문장들은 더 깊게 와닿는다.

이 책이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느꼈다. 큰 목소리로 어떤 진리를 말하기보다

이런 생활의 언어로 사람 마음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에 닿게 된다. 사람은 이상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더 큰 뜻을 말하고 먼 곳을 바라보지만, 결국은 눈앞의 하루를 버텨내는 일이 먼저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선택이 초라하거나 잘못되었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방식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지』 15권은 희망만을 말하는 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망으로만 끝나는 소설도 아니다.

이 책은 무너지는 사람, 버티는 사람, 그리고 끝내 살아가는 사람들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서로 다른 삶들이 모두 같은 시대 안에서 함께 흘러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오래 남는 것은 거창한 사건이나 역사적 장면보다도 사람들의 삶이다.

누군가는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누군가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 채 사라지지만,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의 삶 하나하나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래서 『토지』 15권을 읽고 나면 결국 역사를 움직이는 것도 사람이고,

그 시대를 견뎌내는 것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름이 남는 사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자기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낸 평범한 사람들의 삶 역시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오히려 그런 평범한 버팀이 더 깊고 오래 마음에 남았다.


ㅡ

#채손독 을 통해 #도서협찬 받았습니다.

@chae_seongmo

@dasanbooks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잔인성이란 용기 있는 자보다 용기 없는 자의 속성인데, 변혁이 없었고 가두어진 상태에서 칼로 길들여졌고
거역과 선택이 없는 용기란 오로지 복종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런 틀 속에 있다가 틀이 빠져버리면 가둬 길렀던 새가 새장 밖에 나가도 날지 못하는 것처럼 갈팡질팡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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