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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에 관하여 -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 프랭크 카프리오 이야기
프랭크 카프리오 지음, 이혜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3월
평점 :

“판사의 특권은 악인을 정죄하는 데 있다고 믿는 판사들에게 가장 먼저 이 책을 권한다.”
판사의 특권은 믿을 수 없이 힘겨운 삶을 살아온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그들을 도울 기회가 있다는 데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p6
요즘 우리는 너무 쉽게 판단하고 살아가잖아요.
누가 잘못했다 하면 이유를 듣기도 전에 결론부터 내려버리고,
그게 당연히 맞는 거라고 생각해버립니다.
그런데 『연민에 관하여』는 그 익숙한 태도를 조용히 멈추게 하는 책이에요.
“그래서, 그 사람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이 질문 하나를 다시 꺼내게 만듭니다.
이 책의 저자인 프랭크 카프리오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서 오랜 시간 판사로 일했던 사람입니다.
법정 장면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사람들은 그를 ‘가장 따뜻한 판사’라고 부르기 시작했죠.
그가 특별했던 이유는 법을 다르게 해석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보려고 했기 때문이에요.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사건이 하나 있어요.
아흔이 훌쩍 넘은 노인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속도위반으로 법정에 서게 됩니다.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요.
자신은 빠르게 달리지 않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운전한다고요.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보니, 암에 걸린 아들을 병원에 데려다주던 길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카프리오가 한 선택은 단순히 봐준 것이 아니에요.
그는 그 상황을 끝까지 듣고, 그 사람이 왜 그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사건을 기각하죠.
이 장면이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 남는 이유는,
법이 아닌 사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순간을
우리가 거의 보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일 거예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어요.
판사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주차 위반 벌금을 내지 못하겠다고 버티던 여성이 있었어요.
그녀는 다소 거칠게 말했고 카프리오는 법대로 판단을 내립니다.
그런데 그날, 방청석에 있던 그의 아버지가 이렇게 말합니다.
“그 사람은 무례한 게 아니라, 두렵고 지쳐 있었을 거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카프리오는 처음으로 깨닫습니다.
사람의 태도 뒤에는 보이지 않는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요.
이 경험은 그에게 굉장히 큰 전환점이 되었고, 이후의 판결 방식 자체를 바꾸게 됩니다.
이 책에는 이민자, 군인, 싱글맘처럼 각자의 사정을 안고,
법정에 서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때문에 벌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
가족을 돌보다가 규정을 어기게 된 사람, 삶의 벼랑 끝에서 선택을 잘못한 사람들.
카프리오는 그들에게서 잘못만 보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끝까지 들어보려고 했죠.
그의 이런 태도는 그가 자라온 환경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어요.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 가족이 법정에 서게 된 일을 겪습니다.
그때 한 판사가 그의 가족을 단순히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고,
상황을 이해하려 했던 경험이 있었어요.
그 장면이 그의 기억에 오래 남았고,
결국 “나는 어떤 판사가 되어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연민’은 단순히 착한 마음이 아니에요.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지 않기 위해 한 번 더 멈추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는 분명하게 말해요.
연민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배워가는 것이라고요.
요즘은 이런 이야기도 많죠.
차라리 AI가 판결하는 게 더 공정하지 않겠냐는 말 말이예요.
그런 흐름 속에서 이 책은 조금 다른 방향을 이야기합니다.
정의가 완벽하게 공정해지는 순간,
오히려 사람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고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이 갑자기 바뀌는 건 아니에요.
대신 아주 작은 변화가 생깁니다.
누군가를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의 사정을 한 번 더 떠올리게 되고,
그 순간 우리는 조금 덜 차갑게, 조금 더 인간적인 방향으로 기울게 됩니다.
결국 이 책이 전하고 싶은 건 거창한 정의가 아니라 아주 작고 단순한 태도 하나예요.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한 번 더 노력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생각보다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랍니다.
나는 자신과 타인을 연민하고,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일에서도 삶에서도 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공감과 연민은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다. 간단히 말하자면 공감은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것이고, 연민은 우리가 타인을 돕게 하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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