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날엔 어떤 옷을 입을까? - 다섯손가락 이두헌 노래시 필사집
이두헌 지음 / 이은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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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날엔 밝은 옷을 입겠다.”


이 짧고 단순한 문장이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무엇을 말하려는지 또렷하게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작품은,

책의 제목과도 같은 「우울한 날엔 어떤 옷을 입을까?」였다.

슬픔이 밀려드는 날, 어두운 옷을 입고 싶어지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그는 밝은 옷을 입겠다고 말한다.

우울이라는 감정을 부정하지 않되, 그 감정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밝은 옷처럼 마음의 방향을 다시 잡아보겠다는 조용한 결심이 느껴지는 시였다.

노래이자 시이기도 한 이 노래시를 읽다 보면,

깨지고 부딪히며 상처 난 사람들도 단 한 문장으로 위로를 받고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글의 힘이, 그리고 노래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은 「새는 날개가 젖어도 날 수 있더라」였다.

폭풍우와 긴 비 속에서도 날아가는 새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르며,

상처를 안고도 일상을 견뎌내는 사람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시련이 폭풍처럼 몰아쳐도 꿋꿋이 날아가는 새를 떠올리며,

나 역시 그 너머를 바라보면서 포기하지 않고 걸어갈 힘을 얻고 싶다.

1986년에 쓰인 노래들이 지금 읽어도 낡지 않은 이유는,

인간의 마음이 생각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 아닐까.

이 책은 괜찮아질 거야라고 직접 위로하기보다,

장면과 문장으로 독자 스스로 감정을 발견하고 의미를 길어 올리게 만든다.


노래시를 읽고 난 뒤, 가능하다면 노래도 함께 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활자에서 시작된 감정이 다시 소리로 돌아오는 순간,

같은 문장이 전혀 다른 온도로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읽기와 듣기가 겹쳐지며 감상이 더 넓어지는 색다른 결의 책이다.


이은북에서 지원받아 주간심송과 별보리필사단에서 함께 읽고 필사합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12. 새는 날개가 젖어도 날 수 있더라

새는 새는 날개가 젖어도
날 수 날 수 있더라
장맛비에 온몸이 젖어도
저 멀리 나는 새를 보라

긴 비에 온몸이 젖어도
새는 하늘을 날고
폭풍우 치는 밤중에도
새는 하늘을 난다

새는 새는 날개가 젖어도
날 수 날 수 있더라
모질고 모진 저 폭풍우 너머로
나는 새를 보라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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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람을 배웁니다 - 잘 익어가는 인생을 위한 강원국의 관계 공부
강원국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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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관계가 유독 피곤해졌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말 한마디를 하기 전에 괜히 계산하게 되고,

상대의 표정과 반응을 먼저 떠올리느라 정작 내 마음은 뒤로 밀려나는 순간들이 있다.

<다시, 사람을 배웁니다>는 바로 그런 상태에서 시작하는 책이다.

관계를 잘하는 요령을 알려주기보다, 왜 우리는 사람 앞에서 이렇게 지치게 되었는지를 차분히 짚어 나간다.

저자 강원국은 오랜 시간 말과 글의 현장에서 사람을 관찰해 온 사람이다.

청와대와 조직의 중심에서 수많은 관계를 지켜보며 그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모든 말과 글의 뒤에는 관계가 있고, 우리의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 역시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완벽한 관계는 없지만, 더 나은 관계로 가는 방향은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이다.

책의 초반에서 저자는 스스로를 타인의 시선에 무게중심을 두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혼자 밥을 먹지 못했던 이유, 남들이 어떻게 볼지를 먼저 떠올리느라 늘 불안했던 마음, 자신이 아닌 ‘남들이 인정할 만한 모습’으로 살아가려 애썼던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그는 자존감이 낮을수록 인정에 목매게 되고, 그 인정 중독은 더 강한 칭찬을 요구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겸손처럼 보였던 태도, 양보와 사양이 사실은 자신 없음에서 비롯된 생존 전략이었음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 대목에서 관계의 문제는 성격이 아니라 두려움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책은 관계를 여섯 가지 주제로 정리한다.

중심, 경계, 리더십, 여유, 결단력, 회복.

겉으로 보기엔 인간관계에 필요한 요소들을 정리해 둔 목록처럼 보인다.

하지만 읽다 보면 이 여섯 가지는 결국 상대를 바꾸는 요령이 아니라 나를 세우는 기준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된다.

관계 문제의 상당수는 상대의 성격보다 내 기준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그 사람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둘지,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무엇만큼은 넘기지 않을지 스스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관계는 계속 흔들린다. 그래서 어른의 관계에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말은 차갑게 선을 긋는 말이 아니라, 관계를 지키면서 동시에 나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파트는 ‘경계’다.

우리는 친해질수록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고 착각한다.

가까운 사이라면 이해해줘야 하고, 참아줘야 하고, 편의를 봐줘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관계가 무너질 때는 대체로 과잉되는 감정에서 시작된다.

너무 많이 주고, 너무 깊이 관여하고, 너무 빨리 가까워지다 보면 어느 순간 버거워진다.

그래서 경계는 관계를 끊기 위한 벽이 아니라, 오래 가기 위한 선을 그어 두는 일이다.

어느 정도의 사이를 확보해야 감정이 뒤엉키지 않고 친밀함도 지속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 인간관계의 피로가 어디서 왔는지 선명해졌다.

싫다는 말을 못해 생긴 친절, 말하지 못해 쌓인 불편함,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이 결국 관계를 소모시키는 방식이었다는 것을. 경계가 없으면 상대도 편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쉽게 선을 넘게 된다.

관계를 지키려면 내 마음을 지키는 선부터 세워야 한다.

“편한 사람이 아니라 편안한 사람이 되라”는 문장은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편한 사람은 타인에게 부담이 덜 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기 쉽다.

반면 편안한 사람은 솔직할 수 있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다.

상대의 기분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라 관계를 위해서라도 진짜 감정을 숨기지 말라는 조언이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며 ‘착한 사람 콤플렉스’의 다른 이름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착함이 반복되면 기준이 되고, 기준이 되면 의무가 된다.

그러면 관계는 부채처럼 무거워질 수 있다. 편안한 사람이 되려면 결국 용기가 필요하다.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한 진실의 용기 말이다.

‘리더십’ 파트는 직장이나 팀 안에서 특히 유용하다.

저자는 영향력을 말을 잘하는 힘이 아니라 말을 듣는 힘으로 다시 정의한다.

그 정의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사람은 결론으로 설득되는 존재가 아니라 대우받은 감정으로 관계를 기억하는 법이다.

누군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래서 결론은?”을 묻는 순간,

상대는 내용 이전에 존중받지 못했다는 감정을 먼저 기억한다.

반대로 한 박자 멈추고 끝까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덜 다치게 된다.

이 책은 경청은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고 말하는데, 가장 어려운 태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사람을 대할 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지금 나는 이해하려고 듣고 있나, 판단하려고 듣고 있나?”

이 질문 하나가 대화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순간이 분명히 올 수 있을 것 같다.

‘여유’는 관계를 오래 가게 만드는 기본 조건이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사람을 한 사람으로 보기보다 해결해야 할 일처럼 대하게 된다.

그래서 대화도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아니라 빨리 끝내야 하는 업무 절차처럼 느껴진다.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의 이야기를 흘려듣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친구의 신호를 놓치고, 급하다는 이유로 상대의 맥락을 생략한다. 결국 관계의 문제는 마음의 문제라기보다 시간과 에너지의 배분 문제인 경우가 많다.

관계에 여유를 주려면 삶에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

관계를 잘하려면 마음이 착해야 한다기 보다, 관계를 잘하려면 마음이 쉴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내가 가장 현실적으로 공감했던 파트는 ‘결단력’이다.

잘 맺는 것보다 잘 끊는 게 더 어렵다.

특히 미안함이 많은 사람일수록 관계를 정리하는 일을 죄처럼 느낀다.

하지만 끊지 못한 관계는 종종 나를 갉아먹고, 동시에 상대에게도 애매한 기대를 남긴다.

나를 지키려면 정리를 해야 하고, 정리를 하려면 갈등을 감수해야 한다.

이 책이 말하는 결단력은 차갑게 관계를 정리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관계를 붙들고 버티느라 정작 지켜야 할 관계까지 망가뜨리지 말라는 말이다.

관계의 미니멀라이프는 사람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관계의 무게를 조절하는 일이다.

마지막 ‘회복’은 관계를 끝내지 않고도 살아남는 힘이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는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건 상처가 없게 사는 게 아니라, 상처 이후에도 사람을 전부 불신하지 않는 마음의 근력이다.

누군가에게 몇 번 데이면, 사람들은 "결국 사람은 다 똑같아!"라며 성급하고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그 결론은 나를 보호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나를 고립시키는 방식이기도 하다.

내가 이해한 회복은 다시 손을 내미는 용기라기보다, 사람을 다시 믿어볼 수 있을 만큼 마음이 진정되는 상태다.

한 번 데인 뒤에도 “또 똑같을 거야”라고 단정짓지 않고, 조금은 기다려보고 지켜볼 수 있는 마음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렇게 회복이 가능해질 때 관계는 싸움이 아니라, 실수해도 다시 조절해 보는 연습이 된다. 그렇게 우리는 사람을 다시 배우게 된다.

이 책이 특히 좋았던 점은 각 글이 짧아서 더 깊이 남는다는 것이다.

한 꼭지 글을 읽고 나면 과거의 경험이 떠오르며 내 관계를 정리해보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정답을 얻는다는 느낌보다 아니라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된다.

지금 나는 누구에게 편한 사람으로 남아 있고, 누구에게 편안한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경계를 제대로 세우지 못해서 상처받고 있는지, 혹은 경계를 세우는 방식이 거칠어서 관계를 다치게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책 속 문장 중 “경쟁이 아니라 협력으로 대화하자. 남의 말을 깎아내리는 뺄셈 대화보다는 그 말을 보완하고 보충해 주는 덧셈 대화를 하자”는 조언은 관계를 보는 시각 자체를 바꿔 준다.

우리는 대화가 논쟁이 되기 쉬운 시대를 산다.

이기려는 말, 눌러버리는 말, 상대의 빈틈을 찾는 말.

그러나 관계는 이기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관계는 기억으로 남는다.

결국 사람은 내 말의 논리보다 내 태도의 온도를 더 오래 기억한다.

『다시, 사람을 배웁니다』는 관계를 잘해 보려 애쓰다 지친 사람에게,

그리고 관계 때문에 스스로를 잃어버린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더 잘 말하는 법을 기대하고 펼쳤다면, 손에 남는 것은 말의 기술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기준일 가능성이 크다.

사람은 언제나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배운다.

이미 안다고 여겼던 것을 내려놓고, 오늘 만나는 사람을 처음 보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이 책은 그 연습을 시작하게 만드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안내서다.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만약 험담의 대상이 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나를 돌아본다. 내가 왜 입방아에 올랐는지 따져보기 위함이다. 험담한 사람을 공격해서 입을 막아봤자 소용없다. 또 다른 입을 통해 구설은 계속된다. 그 원인을 제공한 나를 바꿔야 한다. 그도 아니면 험담한 사람을 내 편으로 통 크게 끌어안아야 한다. 그래야만 나에 대한 험담이 잦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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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기초한자 무작정 따라하기 쓰기노트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후지이 아사리 지음 / 길벗이지톡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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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기초한자 무작정 따라하기』는 일본어 공부를 하다 한 번쯤 마주하게 되는 질문,

“한자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에 가장 현실적인 답을 내놓는 책이다.

일본어 학습자라면 대부분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먼저 익히고,

소리 중심의 회화 공부를 거쳐 어느 정도 문장을 읽게 된다.

하지만 그다음 단계에서 늘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한자다.

눈에 익은 듯하지만 정확히는 모르겠고, 읽을 수는 있어도 쓰려고 하면 막히는 상태!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책의 저자 후지이 아사리(藤井麻里)는 일본인이면서도 서울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해 고전문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대학원 언어학 박사과정까지 진학한 인물이다.

한국어와 일본어의 구조를 이론적으로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국문과 사람들에게 두 언어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언어 간 관계에 정통한 전문가다.

한국어 구사도 매우 유창해 길벗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독자의 질문에 우리말로 정성껏 답변하는 모습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일본어 어떻게 공부하면 되나요?”라는 질문에 “후지이 아사리 선생님의 책이나 강의를 보면 된다”는 답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신뢰를 쌓아온 저자다.

일본 도쿄 근교 사이타마 현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 前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제2외국어 교육부장, 서울시 문화재 안내문 책임 번역을 맡았으며, 현재도 길벗 홈페이지에서 동영상 강의를 진행 중이다.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완전판》, 《일본어 문법·단어·현지회화·필수 표현 무작정 따라하기》 등으로 이미 많은 학습자들에게 검증된 저자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웠다. 그때 만났던 일본어 선생님을 유난히 좋아했는데, 수업 방식이 인상 깊었다.

일본어를 빠르게 익히려면 어릴 적 쓰던 바둑판 노트, 그러니까 10×10칸으로 나뉜 노트에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계속 써야 한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이유도 모른 채 시키는 대로 따라 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속 쓰다 보니 글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머릿속에도 오래 남는 경험을 해봐다.

지금은 그로부터 20년이 훨씬 지났지만, 그때 손으로 썼던 히라가나와 가타카나가 아직도 어느 정도 기억에 남아 있다. 이 경험을 떠올리며 책을 보다보니 표지에 작게 적힌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쓰면 외워진다!”

아마 유심히 보지 않았다면 지나쳤을 문장이지만, 실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꽤 강하게 다가오는 문장이다. 이 책의 방향을 가장 정확하게 요약한 말이기도 하다.

이 책 『일본어 기초한자 무작정 따라하기』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외우는 책은 아니다.

일본어를 실제로 사용할 때 기본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기초 한자’를 다루는 책이다.

숫자, 요일과 시간, 방향·장소·위치, 자연과 자연현상, 사람과 신체, 가족과 인간관계, 색깔과 동식물, 일상생활 표현, 두 글자 명사, 주요 형용사와 동사까지, 일본어 기초 단계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한자 315자를 엄선해 담았다. 많아 보이지만, 초급 학습자에게 꼭 필요한 범위로 정리된 분량이다.

책이 어떤 구성으로 되어 있는지, <사람과 신체>를 다루는 파트를 예로 들어보면,

눈 목(目), 입 구(口), 귀 이(耳), 손 수(手), 발 족(足), 얼굴 안(顔), 머리 수(首), 머리 두(頭), 몸 체(體), 몸 신(身), 힘 력(力), 소리 성(聲), 마음 심(心), 사사 사(私), 남자 남(男), 여자 녀(女) 같은 기본 한자들이 등장한다. 단순히 한자를 나열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로 그 한자가 사용되는 단어와 문장을 함께 제시한다. 학습자는 ‘한자 → 단어 → 문맥’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의미를 익히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각 한자 단어를 보기 전에 먼저 ‘소리로 들을 수 있도록’ QR 코드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일본어 학습에서 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 저자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구성이다. 예를 들어 눈 목(目) 자는 注目 주목(ちゅうもく), 目的地 목적지(もくてきち), 見た 겉보기(みため), お目にかかる 뵙다 같은 표현에 쓰이는데, 이 단어들을 먼저 귀로 듣고 나서 한자를 확인하게 된다.

소리와 의미를 먼저 익힌 뒤 글자를 만나는 구조라 부담이 적다.

이 책에는 한자마다 ‘음독’과 ‘훈독’이 모두 표기되어 있다. 일본어 한자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음독과 훈독 때문이다. 음독은 한자를 ‘소리’로 읽는 방식으로, 한국어 한자음과 비교적 비슷한 경우가 많다. 반면 훈독은 한자의 ‘뜻’을 일본어 고유어로 읽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人을 ‘인’이라고 읽는 것은 음독이고, ‘사람’이라는 의미로 읽는 것이 훈독이다. 한국어는 보통 한자 하나에 음이 하나씩 대응되지만, 일본어는 한자 하나에 여러 음독·훈독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 모든 경우를 한꺼번에 제시하지 않고, 초급 단계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독음만 선별해 제시하고 사용 빈도가 높은 것 위주로 정리한다.

그래서 처음 한자를 접하는 학습자도 길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준다.

구성 또한 학습자의 손을 계속 움직이게 만든다.

대표 한자의 획순을 제시하고, 6번씩 따라 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는 앞서 떠올린 고등학교 시절의 경험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결국 언어는 눈으로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손과 몸을 함께 써야 오래 남는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이론이 아니라 구성으로 증명한다.

『일본어 기초한자 무작정 따라하기』는 한자를 어렵게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일본어 공부를 하다 한자 앞에서 멈칫했던 사람, 읽기는 되는데 쓰기는 자신 없는 사람,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사람에게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길을 잡아 주고,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으로 쓰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돕는다.

예전에 책 한 장을 가득 채운 한자를 보고 기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한 장에 한자를 약 4개 정도로 나눠 담아 부담이 거의 없다.

덕분에 공부라는 압박감보다 적은 분량을 익혀 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자연스럽게 따라 쓰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전에는 책 한 권을 읽어도 깨끗하게 보관하겠다는 마음에 밑줄 하나 긋지 않고 조심스럽게 읽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기억에 남는 게 거의 없었다. 결국 책을 읽었지만 읽지 않은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나이가 들고 책을 더 집중해서 읽게 되면서 깨달은 게 있다.

눈으로 자주 익히는 건 기본이고, 직접 소리 내어 읽어 보고, 손으로 따라 쓰는 과정까지 이어졌을 때 비로소 내 것이 된다는 사실이다. 많이 보고 눈에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리를 듣고 직접 써보는 과정이 특히 오래 남는다.

일본어 기초 한자 315개가 처음엔 많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안내하는 대로 듣고 쓰는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익숙해져 한국어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하기 전부터 포기하지 말고, 일단 시작해 보자.

나 역시 오랜만에 일본어를 다시 접하니 문득 어릴 적 교실 풍경이 떠올랐다. ‘다시 한번 제대로 공부해 봐도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일본어를 사용할 때 가장 기초가 되는 한자를 익히면서, 함께 일본어 독음까지 다질 수 있으니 말 그대로 1석 2조다. 그러니 망설이기보다, 지금부터 시작해 보자.


'길벗이지톡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에서 선정하고 후지이 아사리 선생님이 추가로 정리한,
기초한자 315개를 배울 수 있는 <일본어 기초한자 무작정 따라하기 쓰기노트> 책이다.
단어 mp3 파일도 무료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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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나온 여자인데요 - - ROTC에서 육군 대위로 전역하기까지 MZ 여군의 군대 이야기
신나라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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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안 군대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어본 적이 있었나?

곰곰이 떠올려 봐도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군대 이야기는 늘 주변에 있었지만, 대개는 남자들의 이야기였고 나는 그 세계를 듣는 쪽이었다.

그래서 『군대 나온 여자인데요』라는 제목을 봤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여군이 직접 쓴 군대 이야기라니.

게다가 나도 한때 경찰이나 군인을 꿈꿨던 사람이었기에,

가지 못한 길은 정리된 듯하면서도 한쪽 구석에 계속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여군의 삶이라는, 내가 한 번쯤 상상해본 세계를 가까이에서 확인해보는 기회처럼 느껴졌다.

책의 초반에는 저자가 군인이 되기로 마음먹게 된 배경이 나온다.

2010년도에 있었던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다.

그 시절, 주변 남자 선배들과 친구들이 하나둘 군 입대를 준비하고, 사회 전체가 불안과 긴장 속에 흔들리던 분위기 속에서 저자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거창한 애국심이나 영웅 서사가 아니라, “뭔가 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감정이 더 크게 자리한다. 나는 이 대목이 좋는데, 어떤 큰 명분이 아니라 후회하지 않기 위해 움직이는 선택이야말로,

우리가 현실에서 가장 자주 맞닥뜨리는 결심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대단해 보이는 사람들도 처음에는 겁과 망설임 속에서 한 걸음을 내딛고, 그 작은 선택이 삶의 방향을 바꾸곤 한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ROTC 제도와 그 안에서 여성 후보생이 마주한 현실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이대 ROTC 나온 여자야’라는 말이 한때는 농담처럼 들렸지만, 시간이 지나 현실화 되었다.

여성 학군단이 생기고, 여성이 장교 후보생이 되는 길이 열리는 흐름 속에서, 저자는 가능해진 길에 올라탄다. 다만 가능해졌다는 사실이 곧 편해졌다는 뜻은 아니었다.

선발 과정에서부터 체력, 필기, 면접, 훈련의 기준이 놓이고, 여군 후보생은 지역별 인원 제한이 있어 더 경쟁이 치열하다는 현실도 드러난다. 여기서 ‘기회의 문이 열렸다’는 말이 얼마나 쉽게 “이제 다 공평해졌잖아”라는 말로 바뀌어 버리는지 떠올리게 된다. 문이 열렸다는 사실과 그 문 앞에서 누군가가 계속 밀려나는 일이 사라지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저자는 후보생 시절을 지나 장교로 임관하며 군대라는 조직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그 과정이 인상적인 건,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포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큰 의미를 억지로 덧붙여 미화하지도 않고, 자극적으로 폭로하지도 않는다. 그냥 있었던 일을 차분하게 써 내려간다.

그 담담함 덕분에 ‘여군’이라는 수식어보다 ‘군인’이라는 역할이 더 또렷하게 남는다. 상명하복과 위계, 책임과 눈치, 말 한마디를 하기 전에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가늠하게 되는 분위기까지 그대로 담겨 있다. 그래서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는데도 낯설지 않았다.

조직이 달라도 비슷한 공기가 있다. 군대의 위계가 회사의 위계로, 군대의 눈치가 직장인의 자기검열로 모양만 바꾼 채 이어지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이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지점은, 사람이 사람을 무너뜨리는 방식을 조용히 기록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누군가를 고발하거나 상황을 극적으로 만들지 않는다. 대신 그 순간 어떤 기분이었는지, 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지, 이후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담담하게 남긴다.

왕따와 가스라이팅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 담담함이 얼마나 아픈지 안다. 폭력은 늘 소리부터 큰 게 아니다. 오히려 “별일 아니지?”라는 말로 포장된 작은 무시가 사람을 오래 갉아먹는다. 그리고 조직은 그 작은 무시를 문화로 만들어 버릴 때가 있다.

읽다 보면 “죽지 않고 제대하는 것이 목표였다”는 문장에서 멈칫하게 된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조직 안에 있어 본 사람이라면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나는 이 문장을 군대만의 이야기로만 읽지 않았다.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누군가는 “오늘만 넘기자”를 되뇌며 하루를 버티기 때문이다.

살아남는 게 목표가 되는 순간, 사람은 이미 크게 다친 상태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숨기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여군이라서 힘든 게 아니라, 군인이라서 힘들다는 말을 남긴다.

이 한 문장에 군 생활의 무게가 담겨 있다. 그렇다고 여군에게만 따라붙는 시선이 없는 건 아니다.

‘엄마 같아라’, ‘누나 같아라’ 같은 말들은 친근한 조언처럼 들리지만, 어느 순간 사람을 정해진 역할 안에 가두기도 한다. 그 장면을 읽으며 나도 회사에서 무심코 ‘여직원’이라는 말을 썼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부르는 말 하나가 그 사람을 바라보는 기준이 되고, 그 기준이 결국 가능성을 줄이기도 한다는 걸 우리는 종종 잊는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이 힘든 이야기만으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다.

저자는 군 생활 속에서도 숨 쉴 틈 같은 순간들을 기록한다.

창밖으로 내린천을 바라보던 시간, 진심으로 걱정해 주던 전우들, 같이 훈련을 버텨낸 동기들, 누군가 건네준 작은 친절 같은 장면들이다. 그 장면들은 군대라는 조직이 아니라 그 안의 사람이 사람을 살린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나는 여기서 매번 비슷한 결론에 도착한다. 제도는 필요하지만, 사람을 다시 걷게 만드는 건 결국 한 사람의 태도다. “괜찮냐”는 한마디가 누군가의 생존이 되기도 한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군 생활의 끝이 다가오면서 저자는 전역 이후의 삶을 마주한다.

전역을 결심하고 나서는 미래가 갑자기 캄캄하게 느껴졌다고 말한다.

군에 남아 더 진급하고 싶다는 상상도 했고, 훈육관이 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고, 파병을 가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은 흐르고, 국방부의 시계는 멈추지 않고, 저자는 전역하게 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6년 4개월.

그 시간 동안 성별 때문에, 계급 때문에 겪었던 서러움과 억울함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더 오래 남는 기억은 의외로 괜찮았던 일들, 대화들, 웃음들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이 대목이 참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사람은 상처만으로 하루를 버티는 건 아니다.

그 사이사이에 있었던 웃음, 대화, 누군가에게 잠시 기대던 순간들이 결국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만든다.

이어지는 에필로그의 제목은 ‘내가 더 사랑했다’다. 저자는 스무 살 무렵부터 군대 문화에 익숙한 채로 살아왔고(아버지가 직업군인이었기에), 울타리가 익숙하고 편했다고 말한다. 전역한 날엔 허전함에 눈물을 흘렸고, 사회에 던져진 뒤에는 하루하루 새로운 의욕을 만들어야 했다. 퇴직금을 까먹으며 지내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제대군인지원센터 상담을 통해 새로운 방향(공무원 시험 준비 등)을 모색하기도 한다. “전역하지 않았더라면 사회생활이 이렇게 자유롭고 즐겁다는 걸 몰랐을 것 같다”는 고백과 함께, 저자는 군이 남긴 상처도 분명히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군을 미워하지 않는다. 군이 나를 사랑한 것보다 내가 더 군을 사랑했다”고 말한다. 이 문장이 오래 남았다.

사랑했던 시간과 아팠던 시간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그 두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다음으로 걸어 나가는 일이 어쩌면 가장 솔직한 삶의 방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군대 나온 여자인데요』가 결국 말하고자 하는 건, 어떤 조직이든 사람이 사람답게 일하고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지, 그 조건이 무너질 때 개인이 얼마나 쉽게 고립되는지, 그리고 그 고립을 끊어내는 건 제도나 구호가 아니라 결국 곁에서 손을 잡아주는 한 사람의 진심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의 메시지는 세 가지로 남는다.

첫째, 여군이든 남군이든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각자의 사정과 선택으로 그 자리에 선 사람이라는 것.

둘째, 성희롱과 모욕, 배제는 개인의 감정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구조의 문제이며 침묵을 강요하는 문화가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것.

셋째, 그럼에도 삶은 한 번에 무너지지 않고 누군가는 끝까지 버텨 제자리를 찾아 나온다는 것.

이 기록은 누군가에게는 구조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문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이 책은 군대라는 특정 공간을 넘어, 우리가 속한 어떤 조직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면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 묻는다. 나를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지, 무엇은 끝내 참지 말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순간에는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준다.

책을 읽고 나면 문장 하나가 남는다.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고, 그다음은 더 잘 살아가려는 선택이 남는다는 것.

나는 그 문장을 이렇게 바꿔 마음에 적어 두었다.

“끝까지 버텨낸 사람에게 필요한 건 칭찬이 아니라, 다시 무너지지 않게 해줄 조건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응원은, “조금만 더 참아”라고 등을 떠미는 말이 아니라, 정말 힘들 때는 빠져나올 수 있도록 출구를 함께 마련해 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푸른향기 서포터즈 15기' 활동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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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살 수 없지만 요가는 할 수 있어요 - 요가, 세계여행, 그리고 제주에서 요가원 창업
곽새미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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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나요?

이 질문으로 책은 시작한다. 단순하지만 피하지 못할 질문이다.

매일 해야 할 일에 쫓기듯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문장은 한 번쯤 멈춰 서게 만든다.

『행복은 살 수 없지만 요가는 할 수 있어요』는 요가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삶의 태도에 대한 기록이다.

곽새미 작가는 직장인 시절, 스트레스와 만성적인 몸의 긴장을 풀기 위해 요가를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한 요가는 점점 삶의 중심으로 들어왔고, 주말마다 시간을 쪼개 반년 넘게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결국, 요가를 더 깊이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5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다.

퇴사 후 그는 남편과 함께 요가 매트를 어깨에 메고 세계로 나간다.

500일 동안 5대륙 28개 도시를 옮겨 다니며 요가를 하고, 수련하고, 가르치고, 다시 배운다.

코로나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하타요가의 세계에 깊이 빠지고, 이후 제주에 정착해 요가원을 열게 된다.

요가를 만난 지 10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그는 직장인에서 여행자, 그리고 요가원 대표가 되었다.

요가 여행기 파트는 의외로 풍경 묘사가 많지 않다.

대신 그 도시에서 몸을 어떻게 쓰고, 마음이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더 많이 등장한다.

인도, 태국, 코스타리카 같은 이름들이 나오지만 그곳은 관광지가 아니라 ‘수련의 공간’이다.

여행지에서 요가를 한다는 건, 낯선 환경 속에서도 나 자신을 놓치지 않겠다는 선택처럼 느껴졌다.

어디에 있든 매트를 펴면 그곳이 요가실이 된다.

이 대목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나는 왜 여행을 가면 늘 바쁘게 돌아다니기만 했을까.

좋아하는 것 하나를 중심에 두고 여행해 본 적은 있었나. 그런 질문들이 따라왔다.

그리고 이 책이 특히 좋았던 이유는, 퇴사 이후의 삶을 ‘불안하지 않은 상태’로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가를 해도 불안은 오고, 여행을 해도 권태는 찾아온다.

매트 위에서 늘 자세가 잘 나오지 않듯, 삶도 늘 유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저자는 숨기지 않는다.

잘 된 순간만 모아 놓은 이야기가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솔직하게 담고 있어 공감이 깊었다.

후반부의 제주 요가원 창업 이야기는 이 책을 에세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게 만든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순간, 낭만보다 먼저 계산이 필요해진다.

공간, 비용, 가격, 마케팅, 지속 가능성 등

그래서 이 책 앞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진다는 문장은 이렇게 바뀐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좋아하지 않는 일도 함께 감당해야 한다.’고 말이다.

무자본 창업이라는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자본 대신 더 많은 시간과 체력, 그리고 책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책의 후반에는 실질적인 정보도 꽤 촘촘하게 담겨 있다.

요가 여행 중 방문했던 요가원 정보, 해외에서 요가 수업을 찾는 방법, 미국에서 무료로 요가 수업을 듣는 팁까지.

또한 요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을 위해 수업 가격 책정, 셀링 포인트 설정, 홍보 방법, 고객 관리 노하우, 그리고 하루에 하나씩 실행할 수 있는 ‘요가 수업 2주 완성 플랜’까지 제공한다.

이 책이 단순한 요가 에세이가 아니라 ‘창업 분투기’에 가까운 이유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문장들도 오래 남는다.

“좋아하는 마음에 몸을 맡겨보면 퇴사해도 썩 불안하지 않습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안하지 않아서 맡기는 게 아니라, 맡기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던 건 아닐까하고.

또 하나 마음에 남은 문장.

“Done is better than nothing.”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조금 부족해도 하는 게 낫다는 말 아닌가.

완벽하지 못할까 봐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 나의 오래된 습관이 떠올랐다.

요가는 잘하려고 하는 운동이 아니라, 오늘의 몸 상태를 인정하는 수련이라는 말이 와 닿았다.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행복을 종종 목표처럼 설정한다.

어떤 조건만 채우면 언젠가 도착할 수 있는 지점인 것처럼.

하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행복은 도착지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내 몸과 마음을 어떻게 다루고 돌보는지에 더 가깝다.

그래서 제목처럼, 행복은 살 수 없지만 요가는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오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한 지도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내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됐다.

하루를 해내야 할 일로 몰아붙이며 스스로를 갉아 먹던 시간이 분명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조금만 더 숨을 고르고, 조금만 더 느리게 걸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해서, 오래도록 계속해 볼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아주 작게라도 다시 묻게 됐다.

『행복은 살 수 없지만 요가는 할 수 있어요』는 요가를 몰라도 읽을 수 있고,

여행을 가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지금 삶이 조금 굳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이 책은 몸 풀기 전의 스트레칭 같은 역할을 해준다.

큰 결심까지는 필요 없다. 오늘은 매트를 펴듯, 하루에 숨 쉴 틈 하나만 만들어도 충분하다.

'푸른향기 서포터즈 15기' 활동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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