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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날엔 어떤 옷을 입을까? - 다섯손가락 이두헌 노래시 필사집
이두헌 지음 / 이은북 / 2025년 12월
평점 :

“우울한 날엔 밝은 옷을 입겠다.”
이 짧고 단순한 문장이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무엇을 말하려는지 또렷하게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작품은,
책의 제목과도 같은 「우울한 날엔 어떤 옷을 입을까?」였다.
슬픔이 밀려드는 날, 어두운 옷을 입고 싶어지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그는 밝은 옷을 입겠다고 말한다.
우울이라는 감정을 부정하지 않되, 그 감정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밝은 옷처럼 마음의 방향을 다시 잡아보겠다는 조용한 결심이 느껴지는 시였다.
노래이자 시이기도 한 이 노래시를 읽다 보면,
깨지고 부딪히며 상처 난 사람들도 단 한 문장으로 위로를 받고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글의 힘이, 그리고 노래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은 「새는 날개가 젖어도 날 수 있더라」였다.
폭풍우와 긴 비 속에서도 날아가는 새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르며,
상처를 안고도 일상을 견뎌내는 사람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시련이 폭풍처럼 몰아쳐도 꿋꿋이 날아가는 새를 떠올리며,
나 역시 그 너머를 바라보면서 포기하지 않고 걸어갈 힘을 얻고 싶다.
1986년에 쓰인 노래들이 지금 읽어도 낡지 않은 이유는,
인간의 마음이 생각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 아닐까.
이 책은 괜찮아질 거야라고 직접 위로하기보다,
장면과 문장으로 독자 스스로 감정을 발견하고 의미를 길어 올리게 만든다.
노래시를 읽고 난 뒤, 가능하다면 노래도 함께 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활자에서 시작된 감정이 다시 소리로 돌아오는 순간,
같은 문장이 전혀 다른 온도로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읽기와 듣기가 겹쳐지며 감상이 더 넓어지는 색다른 결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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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북에서 지원받아 주간심송과 별보리필사단에서 함께 읽고 필사합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12. 새는 날개가 젖어도 날 수 있더라
새는 새는 날개가 젖어도 날 수 날 수 있더라 장맛비에 온몸이 젖어도 저 멀리 나는 새를 보라
긴 비에 온몸이 젖어도 새는 하늘을 날고 폭풍우 치는 밤중에도 새는 하늘을 난다
새는 새는 날개가 젖어도 날 수 날 수 있더라 모질고 모진 저 폭풍우 너머로 나는 새를 보라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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