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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람을 배웁니다 - 잘 익어가는 인생을 위한 강원국의 관계 공부
강원국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2월
평점 :

사람과의 관계가 유독 피곤해졌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말 한마디를 하기 전에 괜히 계산하게 되고,
상대의 표정과 반응을 먼저 떠올리느라 정작 내 마음은 뒤로 밀려나는 순간들이 있다.
<다시, 사람을 배웁니다>는 바로 그런 상태에서 시작하는 책이다.
관계를 잘하는 요령을 알려주기보다, 왜 우리는 사람 앞에서 이렇게 지치게 되었는지를 차분히 짚어 나간다.
저자 강원국은 오랜 시간 말과 글의 현장에서 사람을 관찰해 온 사람이다.
청와대와 조직의 중심에서 수많은 관계를 지켜보며 그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모든 말과 글의 뒤에는 관계가 있고, 우리의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 역시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완벽한 관계는 없지만, 더 나은 관계로 가는 방향은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이다.
책의 초반에서 저자는 스스로를 타인의 시선에 무게중심을 두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혼자 밥을 먹지 못했던 이유, 남들이 어떻게 볼지를 먼저 떠올리느라 늘 불안했던 마음, 자신이 아닌 ‘남들이 인정할 만한 모습’으로 살아가려 애썼던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그는 자존감이 낮을수록 인정에 목매게 되고, 그 인정 중독은 더 강한 칭찬을 요구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겸손처럼 보였던 태도, 양보와 사양이 사실은 자신 없음에서 비롯된 생존 전략이었음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 대목에서 관계의 문제는 성격이 아니라 두려움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책은 관계를 여섯 가지 주제로 정리한다.
중심, 경계, 리더십, 여유, 결단력, 회복.
겉으로 보기엔 인간관계에 필요한 요소들을 정리해 둔 목록처럼 보인다.
하지만 읽다 보면 이 여섯 가지는 결국 상대를 바꾸는 요령이 아니라 나를 세우는 기준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된다.
관계 문제의 상당수는 상대의 성격보다 내 기준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그 사람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둘지,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무엇만큼은 넘기지 않을지 스스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관계는 계속 흔들린다. 그래서 어른의 관계에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말은 차갑게 선을 긋는 말이 아니라, 관계를 지키면서 동시에 나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파트는 ‘경계’다.
우리는 친해질수록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고 착각한다.
가까운 사이라면 이해해줘야 하고, 참아줘야 하고, 편의를 봐줘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관계가 무너질 때는 대체로 과잉되는 감정에서 시작된다.
너무 많이 주고, 너무 깊이 관여하고, 너무 빨리 가까워지다 보면 어느 순간 버거워진다.
그래서 경계는 관계를 끊기 위한 벽이 아니라, 오래 가기 위한 선을 그어 두는 일이다.
어느 정도의 사이를 확보해야 감정이 뒤엉키지 않고 친밀함도 지속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 인간관계의 피로가 어디서 왔는지 선명해졌다.
싫다는 말을 못해 생긴 친절, 말하지 못해 쌓인 불편함,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이 결국 관계를 소모시키는 방식이었다는 것을. 경계가 없으면 상대도 편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쉽게 선을 넘게 된다.
관계를 지키려면 내 마음을 지키는 선부터 세워야 한다.
“편한 사람이 아니라 편안한 사람이 되라”는 문장은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편한 사람은 타인에게 부담이 덜 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기 쉽다.
반면 편안한 사람은 솔직할 수 있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다.
상대의 기분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라 관계를 위해서라도 진짜 감정을 숨기지 말라는 조언이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며 ‘착한 사람 콤플렉스’의 다른 이름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착함이 반복되면 기준이 되고, 기준이 되면 의무가 된다.
그러면 관계는 부채처럼 무거워질 수 있다. 편안한 사람이 되려면 결국 용기가 필요하다.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한 진실의 용기 말이다.
‘리더십’ 파트는 직장이나 팀 안에서 특히 유용하다.
저자는 영향력을 말을 잘하는 힘이 아니라 말을 듣는 힘으로 다시 정의한다.
그 정의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사람은 결론으로 설득되는 존재가 아니라 대우받은 감정으로 관계를 기억하는 법이다.
누군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래서 결론은?”을 묻는 순간,
상대는 내용 이전에 존중받지 못했다는 감정을 먼저 기억한다.
반대로 한 박자 멈추고 끝까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덜 다치게 된다.
이 책은 경청은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고 말하는데, 가장 어려운 태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사람을 대할 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지금 나는 이해하려고 듣고 있나, 판단하려고 듣고 있나?”
이 질문 하나가 대화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순간이 분명히 올 수 있을 것 같다.
‘여유’는 관계를 오래 가게 만드는 기본 조건이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사람을 한 사람으로 보기보다 해결해야 할 일처럼 대하게 된다.
그래서 대화도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아니라 빨리 끝내야 하는 업무 절차처럼 느껴진다.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의 이야기를 흘려듣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친구의 신호를 놓치고, 급하다는 이유로 상대의 맥락을 생략한다. 결국 관계의 문제는 마음의 문제라기보다 시간과 에너지의 배분 문제인 경우가 많다.
관계에 여유를 주려면 삶에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
관계를 잘하려면 마음이 착해야 한다기 보다, 관계를 잘하려면 마음이 쉴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내가 가장 현실적으로 공감했던 파트는 ‘결단력’이다.
잘 맺는 것보다 잘 끊는 게 더 어렵다.
특히 미안함이 많은 사람일수록 관계를 정리하는 일을 죄처럼 느낀다.
하지만 끊지 못한 관계는 종종 나를 갉아먹고, 동시에 상대에게도 애매한 기대를 남긴다.
나를 지키려면 정리를 해야 하고, 정리를 하려면 갈등을 감수해야 한다.
이 책이 말하는 결단력은 차갑게 관계를 정리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관계를 붙들고 버티느라 정작 지켜야 할 관계까지 망가뜨리지 말라는 말이다.
관계의 미니멀라이프는 사람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관계의 무게를 조절하는 일이다.
마지막 ‘회복’은 관계를 끝내지 않고도 살아남는 힘이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는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건 상처가 없게 사는 게 아니라, 상처 이후에도 사람을 전부 불신하지 않는 마음의 근력이다.
누군가에게 몇 번 데이면, 사람들은 "결국 사람은 다 똑같아!"라며 성급하고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그 결론은 나를 보호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나를 고립시키는 방식이기도 하다.
내가 이해한 회복은 다시 손을 내미는 용기라기보다, 사람을 다시 믿어볼 수 있을 만큼 마음이 진정되는 상태다.
한 번 데인 뒤에도 “또 똑같을 거야”라고 단정짓지 않고, 조금은 기다려보고 지켜볼 수 있는 마음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렇게 회복이 가능해질 때 관계는 싸움이 아니라, 실수해도 다시 조절해 보는 연습이 된다. 그렇게 우리는 사람을 다시 배우게 된다.
이 책이 특히 좋았던 점은 각 글이 짧아서 더 깊이 남는다는 것이다.
한 꼭지 글을 읽고 나면 과거의 경험이 떠오르며 내 관계를 정리해보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정답을 얻는다는 느낌보다 아니라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된다.
지금 나는 누구에게 편한 사람으로 남아 있고, 누구에게 편안한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경계를 제대로 세우지 못해서 상처받고 있는지, 혹은 경계를 세우는 방식이 거칠어서 관계를 다치게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책 속 문장 중 “경쟁이 아니라 협력으로 대화하자. 남의 말을 깎아내리는 뺄셈 대화보다는 그 말을 보완하고 보충해 주는 덧셈 대화를 하자”는 조언은 관계를 보는 시각 자체를 바꿔 준다.
우리는 대화가 논쟁이 되기 쉬운 시대를 산다.
이기려는 말, 눌러버리는 말, 상대의 빈틈을 찾는 말.
그러나 관계는 이기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관계는 기억으로 남는다.
결국 사람은 내 말의 논리보다 내 태도의 온도를 더 오래 기억한다.
『다시, 사람을 배웁니다』는 관계를 잘해 보려 애쓰다 지친 사람에게,
그리고 관계 때문에 스스로를 잃어버린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더 잘 말하는 법을 기대하고 펼쳤다면, 손에 남는 것은 말의 기술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기준일 가능성이 크다.
사람은 언제나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배운다.
이미 안다고 여겼던 것을 내려놓고, 오늘 만나는 사람을 처음 보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이 책은 그 연습을 시작하게 만드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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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만약 험담의 대상이 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나를 돌아본다. 내가 왜 입방아에 올랐는지 따져보기 위함이다. 험담한 사람을 공격해서 입을 막아봤자 소용없다. 또 다른 입을 통해 구설은 계속된다. 그 원인을 제공한 나를 바꿔야 한다. 그도 아니면 험담한 사람을 내 편으로 통 크게 끌어안아야 한다. 그래야만 나에 대한 험담이 잦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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