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살 수 없지만 요가는 할 수 있어요 - 요가, 세계여행, 그리고 제주에서 요가원 창업
곽새미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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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나요?

이 질문으로 책은 시작한다. 단순하지만 피하지 못할 질문이다.

매일 해야 할 일에 쫓기듯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문장은 한 번쯤 멈춰 서게 만든다.

『행복은 살 수 없지만 요가는 할 수 있어요』는 요가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삶의 태도에 대한 기록이다.

곽새미 작가는 직장인 시절, 스트레스와 만성적인 몸의 긴장을 풀기 위해 요가를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한 요가는 점점 삶의 중심으로 들어왔고, 주말마다 시간을 쪼개 반년 넘게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결국, 요가를 더 깊이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5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다.

퇴사 후 그는 남편과 함께 요가 매트를 어깨에 메고 세계로 나간다.

500일 동안 5대륙 28개 도시를 옮겨 다니며 요가를 하고, 수련하고, 가르치고, 다시 배운다.

코로나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하타요가의 세계에 깊이 빠지고, 이후 제주에 정착해 요가원을 열게 된다.

요가를 만난 지 10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그는 직장인에서 여행자, 그리고 요가원 대표가 되었다.

요가 여행기 파트는 의외로 풍경 묘사가 많지 않다.

대신 그 도시에서 몸을 어떻게 쓰고, 마음이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더 많이 등장한다.

인도, 태국, 코스타리카 같은 이름들이 나오지만 그곳은 관광지가 아니라 ‘수련의 공간’이다.

여행지에서 요가를 한다는 건, 낯선 환경 속에서도 나 자신을 놓치지 않겠다는 선택처럼 느껴졌다.

어디에 있든 매트를 펴면 그곳이 요가실이 된다.

이 대목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나는 왜 여행을 가면 늘 바쁘게 돌아다니기만 했을까.

좋아하는 것 하나를 중심에 두고 여행해 본 적은 있었나. 그런 질문들이 따라왔다.

그리고 이 책이 특히 좋았던 이유는, 퇴사 이후의 삶을 ‘불안하지 않은 상태’로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가를 해도 불안은 오고, 여행을 해도 권태는 찾아온다.

매트 위에서 늘 자세가 잘 나오지 않듯, 삶도 늘 유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저자는 숨기지 않는다.

잘 된 순간만 모아 놓은 이야기가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솔직하게 담고 있어 공감이 깊었다.

후반부의 제주 요가원 창업 이야기는 이 책을 에세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게 만든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순간, 낭만보다 먼저 계산이 필요해진다.

공간, 비용, 가격, 마케팅, 지속 가능성 등

그래서 이 책 앞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진다는 문장은 이렇게 바뀐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좋아하지 않는 일도 함께 감당해야 한다.’고 말이다.

무자본 창업이라는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자본 대신 더 많은 시간과 체력, 그리고 책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책의 후반에는 실질적인 정보도 꽤 촘촘하게 담겨 있다.

요가 여행 중 방문했던 요가원 정보, 해외에서 요가 수업을 찾는 방법, 미국에서 무료로 요가 수업을 듣는 팁까지.

또한 요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을 위해 수업 가격 책정, 셀링 포인트 설정, 홍보 방법, 고객 관리 노하우, 그리고 하루에 하나씩 실행할 수 있는 ‘요가 수업 2주 완성 플랜’까지 제공한다.

이 책이 단순한 요가 에세이가 아니라 ‘창업 분투기’에 가까운 이유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문장들도 오래 남는다.

“좋아하는 마음에 몸을 맡겨보면 퇴사해도 썩 불안하지 않습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안하지 않아서 맡기는 게 아니라, 맡기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던 건 아닐까하고.

또 하나 마음에 남은 문장.

“Done is better than nothing.”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조금 부족해도 하는 게 낫다는 말 아닌가.

완벽하지 못할까 봐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 나의 오래된 습관이 떠올랐다.

요가는 잘하려고 하는 운동이 아니라, 오늘의 몸 상태를 인정하는 수련이라는 말이 와 닿았다.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행복을 종종 목표처럼 설정한다.

어떤 조건만 채우면 언젠가 도착할 수 있는 지점인 것처럼.

하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행복은 도착지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내 몸과 마음을 어떻게 다루고 돌보는지에 더 가깝다.

그래서 제목처럼, 행복은 살 수 없지만 요가는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오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한 지도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내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됐다.

하루를 해내야 할 일로 몰아붙이며 스스로를 갉아 먹던 시간이 분명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조금만 더 숨을 고르고, 조금만 더 느리게 걸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해서, 오래도록 계속해 볼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아주 작게라도 다시 묻게 됐다.

『행복은 살 수 없지만 요가는 할 수 있어요』는 요가를 몰라도 읽을 수 있고,

여행을 가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지금 삶이 조금 굳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이 책은 몸 풀기 전의 스트레칭 같은 역할을 해준다.

큰 결심까지는 필요 없다. 오늘은 매트를 펴듯, 하루에 숨 쉴 틈 하나만 만들어도 충분하다.

'푸른향기 서포터즈 15기' 활동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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