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6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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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6권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해방이 가까워지는 시간이 결코 환한 기대만으로 채워져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일본의 패망이 멀지 않았다는 기미가 보이지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곧바로 희망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선이 망해가는 일본과 함께 끝까지 끌려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짙게 깔려 있었다.

언제 어디서 더 큰 폭력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해방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의 삶이 곧바로 나아지지는 않았다.

이 책 속 인물들에게 해방 직전의 시간은 희망만큼이나 두려움이 컸고,

일본이 무너지기 전 조선을 끝까지 희생시킬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이번 권에서 초반에 마음에 남은 인물은 영광이었다.

그는 독립운동가를 무조건 우러러보지도 않고, 애국이나 정의 같은 말도 쉽게 믿지 않았다.

운동하고 투쟁하는 사람들을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 찬양하는 것과

그들을 바라보며 자신도 무언가에 동참하고 있다고 느끼는 태도까지 그는 의심한다.

그의 말은 차갑고 불편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틀렸다고만 말하기도 어려웠다.

영광은 차별과 모욕 속에서 오래 버텨온 사람이고, 인간의 본성을 믿지 못하게 된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영광의 냉소가 옳다기보다, 그 냉소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던 삶이 더 아프게 느껴졌다.

세상을 믿을 수 없는 사람이 세상을 비웃는 것은 단순한 오만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영광의 말에만 기대어 가는 것은 아니다.

홍이는 그런 영광을 향해 가만히 있지 않는다.

말로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쉽지만, 실제로 왜놈 군화 밑에서 짓밟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살아 있는 게 제일이라고만 말하는 것도 비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는 누가 옳고 그른지 쉽게 나누지 않는다.

독립운동을 무조건 아름답게 포장하지도 않고, 냉소를 지혜처럼 보여주지도 않는다.

대신 그 사이에서 인간이 얼마나 복잡하고 모순적인 존재인지를 계속하여 보여준다.


그리고 명희의 이야기는 마음이 무거웠다.

조용하에게 납치되어 폭력을 겪은 뒤 자신을 도살당한 짐승처럼 느끼는 명희의 모습은 너무 참혹했다.

살아남았지만, 살아남았다는 사실마저 치욕처럼 느끼는 마음을 생각하니 쉽게 넘길 수 없었다.

그 상처는 명희 개인의 불행으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여성의 몸과 삶이 폭력의 대상이 되고, 그 폭력 이후에도 피해자가 오히려 치욕을 떠안아야 했던 시대의 잔인함이 함께 보였다.


강선혜가 말하는 신여성의 현실도 인상 깊었다.

교육받은 여성이라고 해도 결국 좋은 혼처에서 원하는 고가품이거나,

돈 있는 남자들이 탐내는 완상품일 뿐 사람으로서의 권리는 없다는 말이 날카롭게 다가왔다.

진보를 말하는 남자들도 실제 삶에서는 여자를 독립된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도 씁쓸했다.

나라를 빼앗긴 시대였지만, 그 안에서도 여성은 또 다른 방식으로 계속 빼앗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토지』가 대단하다고 느낀 이유는 식민지의 고통만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폭력만이 아니라 조선 사회 내부의 신분, 가문, 남성 중심의 질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까지 함께 보여준다. 그래서 이 작품 속 고통은 단순한 역사적 비극이 아니라 훨씬 현실적인 삶의 고통으로 다가왔다.


또 하나 기억에 남은 것은 양현의 이야기였다.

양현은 의학을 공부하며 사람을 살리는 길을 가고자 하지만,

그 길이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그 안에서 생명에 대한 연민이라는 말이 나온다.

전쟁과 폭력, 차별과 가난이 가득한 시대에도 누군가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생각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인간이 인간에게 상처를 주고 해치는 장면을 너무 자주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그럴수록 인간이 다른 인간을 불쌍히 여기고 어떻게든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더 귀하고 절실하게 느껴졌다.


이번 16권에서 가장 의외이면서도 깊게 남았던 장면은 서희가 흐느껴 우는 대목이었다.

『토지』를 읽어오면서 서희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 감정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으로 기억되어 왔다.

어린 시절부터 집안의 몰락과 복수, 가문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 속에서 살아온 서희에게 눈물은 사치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그런 서희가 차 안에서도 울고, 평사리 별당 앞 연못에서도 울고, 끝내 길상 앞에서도 눈물을 보이는 장면은 그래서 더 낯설고 크게 다가왔다.

특히 어머니 별당아씨가 머물던 별당에서 서희가 비로소 어머니와 구천이의 사랑을 이해하게 되는 장면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서희는 어머니가 과연 불행한 여인이었는지 그리고 자신은 행복한 여인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별당아씨는 불행했지만 사랑을 성취했고, 구천이 역시 벼랑 끝 같은 삶 속에서도 사랑을 끝까지 붙든 사람이었다.

그 사랑은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금기이고 비극이었지만 적어도 그들 자신에게는 삶 전체를 걸 만큼 절실한 것이었다. 이 장면에서 서희의 눈물은 단순히 어머니를 향한 연민만은 아니라고 느꼈다.

그 안에는 어머니를 오래 오해했던 시간에 대한 슬픔도 있었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쓸쓸함도 있었고, 끝내 사랑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자신에 대한 아픔도 있었던 것 같다.

서희는 누구보다 강하게 살아왔지만, 그 강함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오래 눌러두고 살아야 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 눈물은 갑작스러운 감정의 폭발이라기보다, 평생 막아두었던 마음의 둑이 한순간 무너져 내린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 장면에서 서희가 처음으로 가문의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여자로 보였다.

최참판댁을 지키고, 복수를 이루고, 가족과 재산을 책임져야 했던 인물이 아니라 사랑과 상처와 외로움을 가진 한 인간으로 다가왔다.

별당아씨의 사랑을 이해하는 순간,

서희는 어머니를 용서한 것일 수도 있고 동시에 자기 자신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동안 서희가 흘리지 못했던 눈물은 어머니를 위한 것이면서 결국 자기 삶을 위한 눈물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6권의 서희의 울음은 이 책 전체에서도 중요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강해서 울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울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짊어지고 살아왔던 사람이 마침내 자기 안의 슬픔을 마주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서희의 눈물은 약해진 사람의 눈물이 아니라 너무 오래 강해야 했던 사람이 마침내 자기 마음을 마주한 순간의 눈물처럼 느껴졌다.


16권은 해방을 앞둔 시기의 이야기이지만,

읽고 나면 해방이라는 단어보다 먼저 불안, 상처, 냉소, 연민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홍이는 죽음과 이별에 익숙해진 사람처럼 담담하고,

영광은 세상을 믿지 못해 날카롭고,

명희는 자신에게 닥친 폭력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강선혜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현실의 모순을 또렷하게 말한다.

그리고 서희는 오랜 세월 눌러두었던 마음을 눈물로 쏟아낸다.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무너지고 버틴다.

그 모습이 너무 인간적이라서 더 오래 남았다.


나는 이 책이 결국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남는가를 묻고 있다고 느꼈다.

누군가는 신념으로, 누군가는 냉소로, 누군가는 책임감으로, 누군가는 연민으로 버틴다.

그 방식이 모두 아름답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비겁하고, 잔인하고, 초라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살아남으려는 몸부림 자체가 『토지』가 붙들고 있는 삶의 진실처럼 느껴졌다.


『토지』 16권은 가벼운 내용을 다루기보다는 조금 무게감 있는 이야기들이 이어졌던 책이었다.

역사는 거대한 사건의 흐름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통과한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상처처럼 새겨진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해방이 가까워지는 시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두려워하고, 다투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그 복잡한 삶의 결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토지』는 정말 오래 읽힐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17편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ㅡ

#채손독 을 통해 #도서협찬 받았습니다.

@chae_seongmo

@dasanbooks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그렇습니다. 인간의 본성 말입니다. 그 본성, 본성 말입니다. 밥그릇이 크고 작은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위냐 너가 위냐, 그것 때문에 더 많이 때리고 맞는 것입니다. 개인도 그렇고 민족도 그렇구요.
재물이나 권력이 한 인간의 생존을 지탱하는 데 얼마만큼이나 필요하겠어요?
천재지변이 없는 한 평등이면 굶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보다 많은 재물, 보다 강한 권력을 가지려는 것은 실상 배고픈 것하고 절실하게 관계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잘나고 호령하고 지배하고, 그런 걸 위해 권력과 재물을 가지려 하는 거 아니겠어요? 안 그렇습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생에서 얻은 것도 없고 행복하지도 않다.
대체 그건 무엇일까요. 호령하고 뽐내고 남을 짓누르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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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적 사고 - 제3의 선택으로 세상을 바꾼 이노베이터들의 생각법
로저 마틴 지음, 범어디자인연구소 옮김 / 유엑스리뷰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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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문제 앞에 서면 우리는 대개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려 한다.  

A를 선택하면 B를 포기해야 하고, B를 선택하면 A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빠르고 안전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로저 마틴은 바로 그 지점에서 기존 사고의 한계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통합적 사고》는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 로저 마틴이 50명이 넘는 글로벌 리더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발견한 위대한 리더들의 공통된 사고방식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의 핵심은 단순하다. 뛰어난 리더들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 충돌하는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붙잡고 더 나은 제3의 해답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책의 원제는 《The Opposable Mind》다.

‘대립 가능한 마음’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갈등과 모순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사고법을 이야기한다.

책의 시작을 여는 문장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유명한 말이다.

“최고의 지성이란 머릿속에 동시에 두 가지 상반되는 생각을 떠올리면서

그 두 가지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문장은 《통합적 사고》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선택을 잘하는 사람이 유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로저 마틴이 말하는 진짜 리더는 단순히 선택지를 고르는 사람이 아니다.

상반되는 두 선택지를 모두 끝까지 붙잡고, 그 사이에서 더 나은 새로운 모델을 창조하는 사람이다.

즉, 통합적 사고란 ‘A냐 B냐’의 문제가 아니다.

A와 B의 장점을 모두 살리면서도 기존 선택지보다 더 나은 해답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1장부터 4장까지|통합적 사고자의 문제 해결 방식]

책의 전반부에서는 통합적 사고가 실제 경영 현장에서 어떻게 발휘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1장 선택, 갈등, 그리고 창조적 불꽃

1장에서는 마이클 리친의 AIC 펀드 사례가 등장한다.

1999년 닷컴 버블이 절정에 달했을 때, 시장과 언론은 AIC가 주식을 매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리친은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가진 자금을 끌어모아 맥킨지 주식을 집중 매수한 것이다.

당시에는 위험한 선택처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주가는 크게 상승했고 AIC는 캐나다 최대 비상장 뮤추얼펀드로 성장했다.

이 사례가 인상적인 이유는 단순히 ‘남들과 반대로 투자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리친은 위험과 기회를 따로 보지 않았다. 위기 속에 위험과 기회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을 통합적으로 바라보았다.

2장 2등을 거부하는 사람들

2장에서는 포시즌스 호텔의 이사도어 샤프 사례가 소개된다.

호텔 산업에는 오래된 트레이드오프가 있었다.

소규모 호텔은 친밀하지만 서비스가 제한적이고, 대형 호텔은 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고객과의 정서적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샤프는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소규모 호텔의 친밀감과 대형 호텔의 고급 서비스를 동시에 구현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직원을 존중하는 경영 철학과 황금률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포시즌스는 고급 호텔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고,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도 꾸준히 인정받는 브랜드가 되었다.

3장 현실, 저항, 그리고 해결

3장은 통합적 사고자가 어떻게 선택지를 닫지 않고 끝까지 열어두는지를 보여준다.

P&G의 A.G. 래플리는 비용 절감과 마케팅 강화라는 상반되어 보이는 목표를 동시에 추진했다. 일반적으로 비용을 줄이면 마케팅도 축소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방법을 찾았다.

또한 레드햇의 봅 영은 무료 오픈소스와 독점 소프트웨어라는 대립적인 모델을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 장에서 중요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러나 그 복잡성을 단순하게 잘라내는 순간, 더 나은 해답을 찾을 가능성도 함께 사라진다.

4장 복잡성 속에서 춤추기

4장은 통합적 사고를 방해하는 조직의 구조를 분석한다.

조직은 보통 전문 부서별로 나뉘어 있고, 각 부서는 자신에게 중요한 요소만 보게 된다.

그 결과 전체를 보는 눈을 잃기 쉽다.

통합적 사고자는 복잡성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복잡성 안으로 들어간다.

충돌하는 요소들을 억지로 단순화하지 않고, 그 관계를 끝까지 탐색한다.

이 대목이 특히 좋았다.

문제가 복잡하다는 것은 귀찮은 일이 아니라,

더 나은 답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5장부터 8장까지|통합적 사고는 훈련할 수 있는가]

책의 후반부는 통합적 사고를 어떻게 훈련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로저 마틴은 통합적 사고가 타고난 천재성만의 영역이 아니라고 말한다.

생각하는 방식, 질문하는 방식, 경험을 해석하는 방식을 바꾸면 누구나 통합적 사고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 지도 그리기|입장, 도구, 경험

5장에서 저자는 개인의 지식 체계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 번째는 입장이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관점이다.

두 번째는 도구다.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고방식이다.

세 번째는 경험이다.

과거의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미래의 판단에 활용하는가의 문제다.

저자는 이 세 가지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통합적 사고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입장, 도구, 경험은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삼각대처럼 서로를 지탱한다.

통합적 사고자의 여섯 가지 태도

6장에서는 통합적 사고자가 공통으로 갖는 세계관과 자아관을 소개한다.

통합적 사고자는 지금의 모델을 절대적인 현실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현재의 모델 역시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구성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상반되는 모델을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해답을 만들기 위한 자원으로 받아들인다.

무엇보다 이들은 아직 보이지 않는 더 나은 모델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자신이 그 모델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태도는 단순한 긍정과 다르다.

막연히 잘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문제 속으로 들어가 더 나은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적극적인 믿음에 가깝다.

이 장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디자이너 브루스 마우가 복잡한 문제 앞에서 명상을 활용한다는 대목이었다.

경영서에서 명상을 단순한 자기계발 도구가 아니라, 복잡성을 견디고 더 깊이 사고하기 위한 방법으로 언급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통합적 사고를 위한 세 가지 도구

7장에서는 통합적 사고에 필요한 핵심 도구 세 가지가 소개된다.

첫 번째는 생성적 추론이다.

이미 주어진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사고법이다.

두 번째는 인과 모델링이다.

단순히 A가 B를 만든다는 식의 선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여러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복합적인 관계를 탐색하는 능력이다.

세 번째는 단언적 질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말하면서도, 동시에 상대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질문 방식이다.

이 부분은 일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의견이 다르면 상대를 설득하거나 반박하려고 한다.

하지만 통합적 사고는 다르게 접근한다.

왜 상대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내 관점에서는 보이지 않는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묻는다.

결국 좋은 질문은 더 좋은 생각을 만든다.

경험은 어떻게 사고력을 만든는가

8장에서는 A.G. 래플리의 성장 과정을 통해 경험이 통합적 사고 능력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보여준다.

래플리는 해군 PX 관리직, 하버드 MBA, P&G 입사 후 일본 시장 담당이라는 다양한 경험을 거치며 기존 모델을 의심하는 눈과 새로운 모델을 설계하는 감각을 길렀다.

저자는 통합적 사고를 키우는 경험을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숙련도다. 같은 결과를 안정적으로 재현할 수 있을 만큼 깊이 익히는 능력이다.

다른 하나는 독창성이다. 숙련의 틀 안에서 기존 방식을 의심하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능력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를 강화한다.

깊이 알아야 진짜로 벗어날 수 있고, 제대로 익혀야 다르게 시도할 수 있다.

《통합적 사고》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단순히 성공한 리더들의 사례를 모아놓은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경영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말한다.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어떤 습관을 가져야 하는지, 어떤 행동을 따라 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다.

로저 마틴은 위대한 리더의 행동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그 행동을 만들어낸 사고 과정이다.

《실행에 집중하라》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같은 베스트셀러들이 결국 ‘무엇을 하라’에 머물렀다면, 《통합적 사고》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이 차이가 크다. 행동은 상황이 바뀌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사고방식은 새로운 상황에서도 다시 답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이것이었다.

나와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을 찾아라.

왜 그들이 동의하지 않는지를 들어라.

통합적 사고는 결국 반대 의견을 견디는 힘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을 들으면 우리는 쉽게 방어적이 된다.

상대가 틀렸다고 생각하거나, 내 생각을 더 강하게 주장하려고 한다.

하지만 통합적 사고자는 반대 의견을 불편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보지 못한 현실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어쩌면 좋은 사고란 더 빨리 결론을 내리는 능력이 아니라, 조금 더 오래 복잡함을 견디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기존의 선택지 안에서 움직인다.

하지만 세상을 개선하려는 사람은 선택지 자체를 다시 만든다.

《통합적 사고》는 바로 그 차이를 보여주는 책이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데 익숙한 사람에게, 이 책은 조금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

정말 선택지는 두 개뿐일까?

우리가 아직 만들지 못한 더 나은 답은 없을까?

그 질문을 끝까지 붙잡는 힘. 그것이 로저 마틴이 말하는 통합적 사고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

《통합적 사고》는 경영자나 리더뿐 아니라, 복잡한 문제 앞에서 자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특히 선택의 갈림길에서 늘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 조직 안에서 여러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사람, 단순한 실행법보다 깊은 사고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빠른 결론보다 좋은 질문이 필요한 사람에게,

정답보다 더 나은 가능성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꽤 오래 남는 생각의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ㅡ

'유엑스리뷰어12기' 활동을 통해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비즈니스 성공에 기여하는 능력은 분명 다양하다. 지성과 추진력 그리고 건강은 성공에 큰 역할을 한다.
심지어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통합적 사고는 다른 무엇보다도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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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무엇으로 싸우는가 - 초크포인트를 장악하려는 미국의 은밀한 전략
에드워드 피시먼 지음, 이성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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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미국의 관세 폭탄, 러시아 제재, 화웨이 수출 통제, 이란 압박.

도대체 이 모든 게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걸까?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등장인물 소개와 용어 해설이 나온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만큼 많고, 역할도 복잡하다는 뜻이 되겠다.

이란 제재를 설계한 재무부 초대 테러금융정보국 차관 스튜어트 레비, 그의 뒤를 이어 이란 중앙은행과 석유 수입을 표적으로 삼은 데이비드 코헨, 2014년 러시아 제재를 주도한 달립 싱, 화웨이 CFO이자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까지. 이 인물들이 워싱턴 내부에서, 혹은 협상 테이블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따라가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용어 해설도 마찬가지다. SWIFT, OFAC, SDN 목록, 2차 제재, FDPR...

처음엔 낯설지만 개념을 한 번 잡고 나면 뒤의 내용이 완전히 다르게 읽힌다.

특히 '2차 제재'는 이 책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이다.

이란 은행이 직접 제재 대상인 것은 1차 제재,

그 이란 은행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까지 처벌하는 것이 2차 제재다.

미국이 자국과 아무 관계없는 외국 기업의 행동까지 통제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 에드워드 피시먼은 이 분야의 이론가가 아니다.

오바마 1기였던 2011년, 재무부 테러 및 금융정보국 차관의 특별보좌관으로 공직에 첫발을 디딘 뒤 국무부 이란 제재 팀에서 직접 일했다. 이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터지자 국무부로 돌아와 경제 제재정책 및 러시아·유럽 책임자로서 러시아 제재를 직접 담당했다. 책상 앞에서 쓴 분석이 아니라, 워싱턴 내부에서 제재를 설계하고 집행한 사람이 직접 남긴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무게가 완전히 다르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경제 봉쇄부터 시작해 이란 핵 협상,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화웨이 수출 통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를 관통한다. 예전에는 다른 나라의 경제를 압박하려면 항구를 봉쇄하고 도시를 포위해야 했다.

이제는 미국 정부가 온라인에 올리는 단 한 줄의 성명만으로도 충분해졌다.

달러, SWIFT, 반도체 공급망이라는 현대의 초크포인트를 장악한 미국이 어떻게 그 힘을 각각의 전선에서 무기로 휘둘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균열이 생겨났는지를 이 책은 촘촘하게 추적한다.

요즘 미국-이란 전쟁 소식이 연일 이어지면서 유독 집중해서 읽게 된 파트가 이란 편이다.

책의 내용을 일부 공유해보면, 이 파트가 얼마나 생생하게 쓰였는지 느낄 수 있다.

이 파트의 핵심 인물은 스튜어트 레비다. 그는 유럽, 아시아, 중동의 주요 은행 CEO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100건 이상의 회동을 가졌다. 강압이 아니라 설득의 방식이었다.

이란 핵 자금의 통로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던 오스트리아 크레디탄슈탈트 은행의 사례처럼, 레비는 이란의 기만적인 금융 관행을 담은 신문광고 사본을 수천 장 인쇄해 증거로 들이밀었다.

한 유럽 대형은행 CEO가 "우리가 그런 짓을 할 리는 절대 없다"고 비웃자,

레비는 그를 조용히 따로 불러 그 은행이 실제로 이란의 결제 지침 수정에 동의했다는 기밀 정보를 보여주었다.

CEO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그 장면은, 경제전쟁이 얼마나 정교하고 심리적인 싸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피시먼은 이 성공에도 균열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기록한다. 대형 은행이 이란을 외면하자 중소 은행들이 그 빈자리를 채웠고,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서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이란에는 연간 600억 달러가 넘는 석유 수입이 계속 흘러들어왔다. 제재가 효과를 내려면 결국 석유를 겨냥해야 했다.

그 임계점을 돌파한 것이 2010년 포괄적 이란 제재법이다. 하원 408 대 8, 상원 99 대 0이라는 압도적 표결로 통과된 이 법은 사실상 전 세계에 최후통첩을 던졌다.

존 매케인의 말이 그 논리를 압축한다.

"이란과 사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과 사업을 할 것인가?"

마침내 2016년 1월 IAEA가 이란의 핵 약속 준수를 확인했을 때,

오바마는 "세계는 또 다른 전쟁을 피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피시먼은 미국이 경제전쟁에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 책이 출간된 이후, 실제로 2026년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군사적으로 공격했다.

수십 년에 걸쳐 경제 제재로 이란을 극한까지 압박했던 전략이 결국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이어진 것이다.

경제전쟁은 군사적 충돌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그 충돌을 향해 달려가는 또 다른 경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다.

피시먼이 '성공'이라고 평가한 그 전략 이후 어떤 씨앗이 남겨졌는지,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는 그 질문이 묵직하게 따라붙는다.

피시먼은 결론에서 '불가능한 삼위일체'라는 개념을 꺼낸다.

경제적 상호의존, 경제 안보, 지정학적 경쟁.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트럼프에 대한 피시먼의 시각은 더 날카롭다. 트럼프는 금융과 기술처럼 미국이 확실한 우위를 가진 분야 대신, 상대적으로 약한 무역 영향력을 무기로 삼아 국가 경쟁력의 진정한 초석인 금융력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피시먼은 여기에 한마디를 덧붙인다.

"게다가 그는 자신도 모른 채 그런 짓을 하는 듯하다."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일시적인 혼란이 아니라 근본적인 구조조정이라는 경고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 책이 특히 불편하게 읽히는 대목이 있다.

피시먼은 중국과 긴밀한 경제적 유대를 맺고 있으면서 미국과 오랜 안보적 유대를 맺고 있는 나라들의 경우

"선택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고 쓰며, 그 예시로 한국을 명시적으로 든다.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는 중국이고, 안보 동맹의 근간은 미국이다.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의 편"이라는 프레임이 강화될수록, 이 구조 안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점점 좁아진다. 강대국은 그 모순을 다른 나라에 떠넘길 수 있지만, 중간 국가들은 그 모순을 고스란히 내부에서 감당해야 한다.

경제전쟁의 시대에 경제와 안보는 이미 분리된 영역이 아니다.

반도체 공급망, 달러 결제 시스템, SWIFT 접근권, 수출 통제 목록.

이 모든 것이 이제 외교이자 안보이자 산업 정책이다.

매일 쏟아지는 관세와 제재의 뉴스를 단순한 경제 소식으로 읽는 것은,

전쟁을 보도하면서 총소리만 듣는 것과 같다.

884쪽이라는 두께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첫머리의 등장인물 소개와 용어 해설이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외교 참모진들이 각국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협상해나가는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 책은

첩보 드라마를 보듯 페이지가 넘어간다.

매일 쏟아지는 국제 뉴스의 맥락이 궁금했던 사람,

왜 미국이 제재와 관세로 세계를 흔드는지 그 속내가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그 답을 알려준다.

ㅡ

'알에이치코리아(RHK)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동시에 트럼프는 친구와 적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경제적 파트너로서 미국의 신뢰도를 훼손했고, 전 세계적으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촉발했다. ‘해방의 날’을 선언한 그다음 주에는 달러, 미국 국채, 미국 주가지수가 급락하는 보기 드문 삼중 내림세가 나타났다. 이는 미국 자산 전반에 걸친 대규모 매도세와 안전 자산으로서의 달러에 대한 신뢰도 상실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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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인생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ㅣ 세계철학전집 8
세종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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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엄마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늘 세종대왕이었다.

위인전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였을까,

그 이름엔 뭔가 단단하고 따뜻한 것이 깃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모티브 출판사에서 세종대왕 편을 출간했다는 소식에 꽤 반가웠다.

손에 쥐는 순간부터 괜스레 반가운 책이 있는데, 이 책이 딱 그랬다.

그리고 표지에 적힌 제목인 '그대는 인생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이 한 문장이 요즘 무심코 흘려보내던 내 하루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번엔 이 질문을 통해 삶을 되짚어 보는 기회로 삼아보기로 한다.

이 책은 이근오 작가가 세종대왕의 어록과 실록 속 기록들을 현대인의 삶에 맞게 엮어낸 인문 자기계발서다.

세종 하면 보통 한글 창제나 과학기술의 발전을 먼저 떠올리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가 얼마나 깊이 인간을 이해하고 삶을 고민했던 사람인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단순히 위인의 말을 모아놓은 명언집이 아니라,

세종의 철학을 통해 지금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또한, 딱딱한 역사책의 무게감 없이 읽혀지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마음에 와닿은 건,

세종이 끊임없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살았다는 점이다.

그는 재위 내내 수많은 신하들의 반대와 끊이지 않는 병고, 가족의 아픔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단순한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해석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결국 삶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란 강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 명확한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세종은 이런 말을 남겼다.

'무엇이든 넓게 경험하고 파고들어 스스로를 귀한 존재로 만들어라.'

우리는 너무 자주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라는 말로 스스로를 작게 만든다.

그런데 세종은 어떤 조건보다 먼저 '내가 나를 귀하게 여기는 것'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고 했다.

자질이 없어서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해서 포기한다는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Chapter 05 '성장하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에서

특히 마음에 걸린 건 '무엇이 인생의 발목을 잡는가'라는 이야기였다.

세종은 고려 시대의 서경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이유를 짚으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나라의 기준으로, 지금의 사례로 논의하라."

애매한 것은 어물어물 넘기고, 편할 때만 과거의 관행을 끌어다 쓰는 태도를 경계한 것이다.

이 말이 나에게는 꽤 날카롭게 꽂혔다. 우리는 중요한 순간마다 과거의 실패와 상처를 현재로 끌어와

"나는 운이 없어", "저번에도 안 됐잖아"라는 말로 스스로의 성장을 막곤 한다.

삶의 기준은 한 번 정해지면 끝이 아니라, 살아온 만큼 다시 조정되어야 한다.

한때 나를 지켜주던 신념이 어느 순간 발목을 잡게 되는 것처럼,

과거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어제의 나를 이해하되 오늘의 나에게 결정권을 돌려주는 것!

그것이 세종이 말한 '지금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라고 생각했다.

세종대왕에 대한 기록 중에는 이런 이야기도 전해진다. 병으로 눈이 상할 지경이 되면서도 독서를 멈추지 않았고, 아버지 태종이 책을 숨겨도 몰래 찾아 읽었다고 한다.

그 장면을 상상하면 웃음이 나다가도 코끝이 찡해진다. 배움이 의무가 아니라 진짜 즐거움이었던 사람.

나는 요즘 무언가를 알아가는 기쁨을 얼마나 느끼며 살고 있을까.

지식을 쌓는 것과 진짜 배우는 것은 다르다.

배움의 동기가 자신을 넘어 타인을 향할 때 그것은 비로소 삶을 바꾸는 힘이 된다.

Chapter 02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얻는가'에서는

'선입견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세종은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은 행동을 보면 그 마음을 알 수 있다."

들은 말이 아니라 직접 본 행동을,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태도를 보고 판단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이름표를 붙이고, 그 이름표로 사람을 이해했다고 착각한다.

학벌, 나이, 지역, 세대. 그 단어들이 누군가의 특징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의 본질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특히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분류되고 단정 지어지는 시대일수록,

'그런 사람'이라고 닫아버리는 대신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고 열어두는 시각이 필요하다.

선입견은 판단을 빠르게 만들지만, 동시에 사람을 제대로 볼 기회를 닫아버린다.

세종이 말한 것처럼, 결국 사람은 행동으로 읽어야 한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Chapter 07 '더 나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

'무리 지어 다니는 사람 중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세종은 떼를 지어 다니며 불필요한 자리를 전전하던 관리들을 지적했다.

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떼를 지어' 다니는 습관이 문제라고 했다.

'이 친구들도 이렇게 사는데 뭐'라는 생각이 성장을 멈추는 가장 조용하고 달콤한 함정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내 SNS 피드를 떠올렸다.

끊임없이 누군가의 일상에 반응하고, 모임에 얼굴을 비추고,

연락을 유지하는 것이 관계를 잘 하는 것이라 착각했던 시간들.

하지만 정작 나의 정원은 얼마나 가꾸고 있었을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비를 쫓아가 봤자 나비는 도망만 간다. 하지만 내가 정원을 가꾸면 나비는 알아서 찾아온다고.

사람을 쫓지 말고,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게 만들라는 이 말이

단순한 처세술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라는 초대처럼 들렸다.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결국 그 사람의 밀도를 만든다.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세종대왕 인생 어록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그대의 자질은 아름답다.

그런 자질을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해도 내 뭐라 할 수 없지만,

만약 온 마음과 힘을 다해 노력한다면

무슨 일인들 해내지 못하겠는가.

그러니, 부디 포기하지 말라.

자질이 아름답다는 따스하고 감동적인 그 말을,

세종은 신하에게 건넸겠지만 나는 이 말이 지금의 나에게로 와닿았다.

우리는 각자 아름다운 자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문제는 능력의 유무가 아니라 그것을 펼칠 용기를 냈는가 아닌가의 차이다.

'포기하지 말라'는 말은 결승선을 향해 달리라는 격려가 아니라,

오늘 하루 작은 것 하나라도 온 마음을 다해 해보라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 하루들이 쌓여 삶이 되고, 그 삶이 쌓여 결국 누군가에게 닿는 말이 된다.

세종의 어록이 600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살아 있는 것처럼.

세종대왕이 그 많은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들이 결국 오늘 우리의 언어가 되고 문화가 됐다.

그는 결코 먼 곳을 보며 산 사람이 아니었다.

오늘 앞에 놓인 백성을 보고, 책을 읽고, 들려오는 말에 귀 기울였다.

그것이 600년을 건너 지금까지 울리는 이유일 것이다.

그대는 인생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이 질문을 오늘도 가슴에 품고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가볍게 읽히면서도 오래 남는 책이다.

요즘 방향을 잃은 것 같거나 삶에 작은 자극이 필요한 분들께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


ㅡ

‘책읽는쥬리 서평단 @happiness_jury’을 통해,

'모티브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혹시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가만히 있으면 엉덩이에 가시가 돋을 것 같은가? 혹은 점심 시간에 혼자 밥 먹는 것이 어색해 자주 무리를 지어 다니고,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모임에 참석하는가? 그렇다면 그런 자신을 조심해야 한다. 무리 지어 다니는 사람 중 자기만의 뚜렷한 목표를 가진 사람, 스스로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을 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세종대왕도 무리 지어 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당시 탄핵당한 사람들을 보면 그 답이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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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감각 - 손해보고 싶지 않은 회사원이라면 알아야 할 비즈니스 심리 100
사이토 이사무 지음, 김양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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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감각』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회사에서의 일이라는 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이었다.

일은 늘 서류나 숫자, 일정표로만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감정도 있고,

말의 온도도 있고, 상대의 반응을 읽는 눈치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말하는 ‘감각’이라는 단어가 꽤 오래 남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감각을 바깥의 자극을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이 책에서의 일하는 감각도 비슷하다.

일을 둘러싼 상황을 알아차리고,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내 감정이 흔들리는 순간까지도 알아차리는 것~!

일을 잘한다는 건 결국 그런 작은 신호들을 놓치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좋은 실적을 내는 직장인 1,000명이 실제로 비즈니스에서

유용하다고 느낀 심리 기술 100가지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누군가의 이론만 길게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한 기술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니 훨씬 현실적이고 흥미롭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일을 잘하는 감각을 아주 넓게 바라본다는 점이었다.

- 효율적으로 일하는 감각,

-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감각

- 원활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감각,

- 팀을 강하게 만드는 감각,

- 문제를 예방하는 감각,

- 자기 감정을 조절하는 감각

까지 일을 잘한다는 게 단순히 성과를 많이 내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 보여준다.

결국 오래 가는 사람은 무조건 빠른 사람이 아니라, 상황을 읽고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가장 먼저 마음에 남았던 건,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거창한 능력보다도

작은 습관과 환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해야 할 일을 메모하고, 그 메모를 잘 보이는 자리에 두고 끝낸 일에는 줄을 그어 표시하는 것.

사실 너무 사소해 보여서 오히려 지나치기 쉬운 행동들인데,

이 책은 이런 사소한 습관이 실제로 업무의 시작을 훨씬 가볍게 만든다고 말한다.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만 붙들고 있으면 괜히 더 피곤해지는데,

눈에 보이게 적어두는 순간 일은 막연한 부담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이 된다.

하루에 5분만 절약해도 1년이면 20시간이 된다는 문장을 보면서,

결국 일은 이런 작은 차이에서 벌어지는 건가 싶었다.

유난히 할 일이 많은 날 괜히 더 산만하고 집중이 안 되는 이유를

‘의사결정 피로’로 설명하는 부분도 좋았다.

그냥 내가 게으르거나 정신이 없는 게 아니라,

작은 판단이 쌓이면서 뇌도 지칠 수 있다는 설명이 꽤 위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루틴이 필요하다는 말도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출근하면 책상을 정리하고, 오늘 할 일 세 가지를 적고, 메일은 한 번에 처리하는 식의 작은 규칙들이 결국 판단 에너지를 아껴준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중요한 결정보다 사소한 선택들에 더 많이 지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열심히 하라는 말보다 덜 소모되는 구조를 만들라고 조용히 조언하는 책에 가까웠다.

목표를 작게 나누는 방식도 인상 깊었다. 사람은 ‘잘해야지’, ‘성과를 내야지’ 같은 큰 목표 앞에서 쉽게 막막해지는데, 이 책은 계속해서 그것을 행동 단위로 잘게 쪼개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막연하게 실적을 올리겠다고 다짐하는 대신,

오늘 고객 몇 명에게 연락할지처럼 당장 실천 가능한 수준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지고 작은 성취감도 쌓이게 된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한 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그 한 걸음이 쌓이면 리듬이 생기고, 그 리듬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결국 성과가 되는 거니까.

해야 할 일을 색깔별로 구분하는 방법이나, 자주 쓰는 물건은 손이 닿는 곳에 두고 시야를 어지럽히는 것들은 치우라는 조언도 기억에 남았다.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그런 익숙한 내용을 심리학의 언어로 다시 설명해 준다.

그래서 단순한 정리 습관이 아니라 행동을 더 쉽게 만드는 구조로 보이게 한다.

정돈된 환경이 집중을 만들고, 번거로움을 줄인 배치가 미루는 습관을 줄인다는 이야기를 읽다 보니 왜 어떤 날은 같은 일을 두고도 더 매끄럽게 움직이고, 어떤 날은 시작부터 버거운지 조금 알 것 같았다.

환경이 행동을 만든다는 말이 새삼 크게 다가왔다.

좋아하는 일을 먼저 하고 그 흐름을 타서 하기 싫은 일로 넘어가는 방식도 현실적이었다.

사람은 늘 의지로만 움직이지 않는데, 이 책은 그 점을 꽤 솔직하게 받아들인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밀어붙이는 대신, 조금 더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순서를 만들고,

반복되는 일은 비슷한 것끼리 묶어서 처리하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나만의 신호 같은 루틴을 두는 식으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대단한 사람이 되는 법이라기보다 ‘덜 지치고 더 오래 가는 법’을 배우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건, 일을 잘하는 사람을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처럼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대신 작은 습관을 잘 설계하고, 불필요한 단계를 줄이고, 상대의 심리를 이해해서 말을 조정하고, 관계를 헛되이 소모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여준다.

말하기나 인간관계, 팀워크, 문제 예방, 감정 조절에 대한 이야기들도 결국 다 같은 방향으로 이어진다. 비즈니스는 사람이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감정과 논리를 함께 읽을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덜 다치고 더 멀리 간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여러 방식으로 차분히 보여준다.

읽고 나니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도 조금 바뀌었다.

전에는 빠르고 정확하고 빈틈없는 사람이 먼저 떠올랐는데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고 쓸데없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말은 정확히 하는 사람.

문제가 커지기 전에 먼저 알아차리고 흔들리는 순간에도 자기 감정을 대충 넘기지 않는 사람.

아마 이 책이 말하는 감각이라는 것도 그런 힘일 것이다.

그래서 『일하는 감각』은 단순히 회사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조금 덜 소모되고 조금 더 단단하게 일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처럼 느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무작정 버티는 쪽보다,

불필요한 단계를 줄이고 내 리듬을 만들면서 해내는 쪽이 훨씬 낫다는 걸 알려준다.

읽고 나서 갑자기 엄청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은 아니지만,

내일은 책상부터 한번 정리해 보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마음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는 변화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ㅡ

'동양북스 서포터즈 2기' 활동을 통해

‘동양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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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같은 종류의 일은 몰아서 한 번에 처리하자

업무에 집중하려고 해도 자잘한 일에 계속 주의가 분산될 때가 있다. 개별적으로 보면 금세 끝날 일도 그때그때 대응하다 보면 집중이 끊기고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방법이 심리학과 시간 관리 기법을 결합한 ‘타임 블로킹Time Blocking’이다.
타임 블로킹은 하루 일정을 여러 개로 구분해 무엇을, 언제 할지 미리 구체적으로 정해두는 시간 관리법이다. 단순히 할 일을 나열하는 것과 달리, 할 시간까지 정해두기 때문에 업무를 시작할 때 느끼는 심리적 저항이 줄고 집중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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