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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인생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세종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6년 3월
평점 :

어릴 때부터 엄마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늘 세종대왕이었다.
위인전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였을까,
그 이름엔 뭔가 단단하고 따뜻한 것이 깃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모티브 출판사에서 세종대왕 편을 출간했다는 소식에 꽤 반가웠다.
손에 쥐는 순간부터 괜스레 반가운 책이 있는데, 이 책이 딱 그랬다.
그리고 표지에 적힌 제목인 '그대는 인생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이 한 문장이 요즘 무심코 흘려보내던 내 하루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번엔 이 질문을 통해 삶을 되짚어 보는 기회로 삼아보기로 한다.
이 책은 이근오 작가가 세종대왕의 어록과 실록 속 기록들을 현대인의 삶에 맞게 엮어낸 인문 자기계발서다.
세종 하면 보통 한글 창제나 과학기술의 발전을 먼저 떠올리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가 얼마나 깊이 인간을 이해하고 삶을 고민했던 사람인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단순히 위인의 말을 모아놓은 명언집이 아니라,
세종의 철학을 통해 지금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또한, 딱딱한 역사책의 무게감 없이 읽혀지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마음에 와닿은 건,
세종이 끊임없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살았다는 점이다.
그는 재위 내내 수많은 신하들의 반대와 끊이지 않는 병고, 가족의 아픔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단순한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해석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결국 삶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란 강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 명확한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세종은 이런 말을 남겼다.
'무엇이든 넓게 경험하고 파고들어 스스로를 귀한 존재로 만들어라.'
우리는 너무 자주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라는 말로 스스로를 작게 만든다.
그런데 세종은 어떤 조건보다 먼저 '내가 나를 귀하게 여기는 것'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고 했다.
자질이 없어서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해서 포기한다는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Chapter 05 '성장하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에서
특히 마음에 걸린 건 '무엇이 인생의 발목을 잡는가'라는 이야기였다.
세종은 고려 시대의 서경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이유를 짚으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나라의 기준으로, 지금의 사례로 논의하라."
애매한 것은 어물어물 넘기고, 편할 때만 과거의 관행을 끌어다 쓰는 태도를 경계한 것이다.
이 말이 나에게는 꽤 날카롭게 꽂혔다. 우리는 중요한 순간마다 과거의 실패와 상처를 현재로 끌어와
"나는 운이 없어", "저번에도 안 됐잖아"라는 말로 스스로의 성장을 막곤 한다.
삶의 기준은 한 번 정해지면 끝이 아니라, 살아온 만큼 다시 조정되어야 한다.
한때 나를 지켜주던 신념이 어느 순간 발목을 잡게 되는 것처럼,
과거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어제의 나를 이해하되 오늘의 나에게 결정권을 돌려주는 것!
그것이 세종이 말한 '지금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라고 생각했다.
세종대왕에 대한 기록 중에는 이런 이야기도 전해진다. 병으로 눈이 상할 지경이 되면서도 독서를 멈추지 않았고, 아버지 태종이 책을 숨겨도 몰래 찾아 읽었다고 한다.
그 장면을 상상하면 웃음이 나다가도 코끝이 찡해진다. 배움이 의무가 아니라 진짜 즐거움이었던 사람.
나는 요즘 무언가를 알아가는 기쁨을 얼마나 느끼며 살고 있을까.
지식을 쌓는 것과 진짜 배우는 것은 다르다.
배움의 동기가 자신을 넘어 타인을 향할 때 그것은 비로소 삶을 바꾸는 힘이 된다.
Chapter 02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얻는가'에서는
'선입견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세종은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은 행동을 보면 그 마음을 알 수 있다."
들은 말이 아니라 직접 본 행동을,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태도를 보고 판단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이름표를 붙이고, 그 이름표로 사람을 이해했다고 착각한다.
학벌, 나이, 지역, 세대. 그 단어들이 누군가의 특징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의 본질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특히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분류되고 단정 지어지는 시대일수록,
'그런 사람'이라고 닫아버리는 대신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고 열어두는 시각이 필요하다.
선입견은 판단을 빠르게 만들지만, 동시에 사람을 제대로 볼 기회를 닫아버린다.
세종이 말한 것처럼, 결국 사람은 행동으로 읽어야 한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Chapter 07 '더 나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
'무리 지어 다니는 사람 중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세종은 떼를 지어 다니며 불필요한 자리를 전전하던 관리들을 지적했다.
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떼를 지어' 다니는 습관이 문제라고 했다.
'이 친구들도 이렇게 사는데 뭐'라는 생각이 성장을 멈추는 가장 조용하고 달콤한 함정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내 SNS 피드를 떠올렸다.
끊임없이 누군가의 일상에 반응하고, 모임에 얼굴을 비추고,
연락을 유지하는 것이 관계를 잘 하는 것이라 착각했던 시간들.
하지만 정작 나의 정원은 얼마나 가꾸고 있었을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비를 쫓아가 봤자 나비는 도망만 간다. 하지만 내가 정원을 가꾸면 나비는 알아서 찾아온다고.
사람을 쫓지 말고,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게 만들라는 이 말이
단순한 처세술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라는 초대처럼 들렸다.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결국 그 사람의 밀도를 만든다.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세종대왕 인생 어록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그대의 자질은 아름답다.
그런 자질을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해도 내 뭐라 할 수 없지만,
만약 온 마음과 힘을 다해 노력한다면
무슨 일인들 해내지 못하겠는가.
그러니, 부디 포기하지 말라.
자질이 아름답다는 따스하고 감동적인 그 말을,
세종은 신하에게 건넸겠지만 나는 이 말이 지금의 나에게로 와닿았다.
우리는 각자 아름다운 자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문제는 능력의 유무가 아니라 그것을 펼칠 용기를 냈는가 아닌가의 차이다.
'포기하지 말라'는 말은 결승선을 향해 달리라는 격려가 아니라,
오늘 하루 작은 것 하나라도 온 마음을 다해 해보라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 하루들이 쌓여 삶이 되고, 그 삶이 쌓여 결국 누군가에게 닿는 말이 된다.
세종의 어록이 600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살아 있는 것처럼.
세종대왕이 그 많은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들이 결국 오늘 우리의 언어가 되고 문화가 됐다.
그는 결코 먼 곳을 보며 산 사람이 아니었다.
오늘 앞에 놓인 백성을 보고, 책을 읽고, 들려오는 말에 귀 기울였다.
그것이 600년을 건너 지금까지 울리는 이유일 것이다.
그대는 인생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이 질문을 오늘도 가슴에 품고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가볍게 읽히면서도 오래 남는 책이다.
요즘 방향을 잃은 것 같거나 삶에 작은 자극이 필요한 분들께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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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쥬리 서평단 @happiness_jury’을 통해,
'모티브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혹시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가만히 있으면 엉덩이에 가시가 돋을 것 같은가? 혹은 점심 시간에 혼자 밥 먹는 것이 어색해 자주 무리를 지어 다니고,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모임에 참석하는가? 그렇다면 그런 자신을 조심해야 한다. 무리 지어 다니는 사람 중 자기만의 뚜렷한 목표를 가진 사람, 스스로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을 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세종대왕도 무리 지어 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당시 탄핵당한 사람들을 보면 그 답이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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