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무엇으로 싸우는가 - 초크포인트를 장악하려는 미국의 은밀한 전략
에드워드 피시먼 지음, 이성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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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미국의 관세 폭탄, 러시아 제재, 화웨이 수출 통제, 이란 압박.

도대체 이 모든 게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걸까?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등장인물 소개와 용어 해설이 나온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만큼 많고, 역할도 복잡하다는 뜻이 되겠다.

이란 제재를 설계한 재무부 초대 테러금융정보국 차관 스튜어트 레비, 그의 뒤를 이어 이란 중앙은행과 석유 수입을 표적으로 삼은 데이비드 코헨, 2014년 러시아 제재를 주도한 달립 싱, 화웨이 CFO이자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까지. 이 인물들이 워싱턴 내부에서, 혹은 협상 테이블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따라가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용어 해설도 마찬가지다. SWIFT, OFAC, SDN 목록, 2차 제재, FDPR...

처음엔 낯설지만 개념을 한 번 잡고 나면 뒤의 내용이 완전히 다르게 읽힌다.

특히 '2차 제재'는 이 책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이다.

이란 은행이 직접 제재 대상인 것은 1차 제재,

그 이란 은행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까지 처벌하는 것이 2차 제재다.

미국이 자국과 아무 관계없는 외국 기업의 행동까지 통제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 에드워드 피시먼은 이 분야의 이론가가 아니다.

오바마 1기였던 2011년, 재무부 테러 및 금융정보국 차관의 특별보좌관으로 공직에 첫발을 디딘 뒤 국무부 이란 제재 팀에서 직접 일했다. 이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터지자 국무부로 돌아와 경제 제재정책 및 러시아·유럽 책임자로서 러시아 제재를 직접 담당했다. 책상 앞에서 쓴 분석이 아니라, 워싱턴 내부에서 제재를 설계하고 집행한 사람이 직접 남긴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무게가 완전히 다르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경제 봉쇄부터 시작해 이란 핵 협상,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화웨이 수출 통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를 관통한다. 예전에는 다른 나라의 경제를 압박하려면 항구를 봉쇄하고 도시를 포위해야 했다.

이제는 미국 정부가 온라인에 올리는 단 한 줄의 성명만으로도 충분해졌다.

달러, SWIFT, 반도체 공급망이라는 현대의 초크포인트를 장악한 미국이 어떻게 그 힘을 각각의 전선에서 무기로 휘둘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균열이 생겨났는지를 이 책은 촘촘하게 추적한다.

요즘 미국-이란 전쟁 소식이 연일 이어지면서 유독 집중해서 읽게 된 파트가 이란 편이다.

책의 내용을 일부 공유해보면, 이 파트가 얼마나 생생하게 쓰였는지 느낄 수 있다.

이 파트의 핵심 인물은 스튜어트 레비다. 그는 유럽, 아시아, 중동의 주요 은행 CEO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100건 이상의 회동을 가졌다. 강압이 아니라 설득의 방식이었다.

이란 핵 자금의 통로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던 오스트리아 크레디탄슈탈트 은행의 사례처럼, 레비는 이란의 기만적인 금융 관행을 담은 신문광고 사본을 수천 장 인쇄해 증거로 들이밀었다.

한 유럽 대형은행 CEO가 "우리가 그런 짓을 할 리는 절대 없다"고 비웃자,

레비는 그를 조용히 따로 불러 그 은행이 실제로 이란의 결제 지침 수정에 동의했다는 기밀 정보를 보여주었다.

CEO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그 장면은, 경제전쟁이 얼마나 정교하고 심리적인 싸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피시먼은 이 성공에도 균열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기록한다. 대형 은행이 이란을 외면하자 중소 은행들이 그 빈자리를 채웠고,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서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이란에는 연간 600억 달러가 넘는 석유 수입이 계속 흘러들어왔다. 제재가 효과를 내려면 결국 석유를 겨냥해야 했다.

그 임계점을 돌파한 것이 2010년 포괄적 이란 제재법이다. 하원 408 대 8, 상원 99 대 0이라는 압도적 표결로 통과된 이 법은 사실상 전 세계에 최후통첩을 던졌다.

존 매케인의 말이 그 논리를 압축한다.

"이란과 사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과 사업을 할 것인가?"

마침내 2016년 1월 IAEA가 이란의 핵 약속 준수를 확인했을 때,

오바마는 "세계는 또 다른 전쟁을 피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피시먼은 미국이 경제전쟁에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 책이 출간된 이후, 실제로 2026년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군사적으로 공격했다.

수십 년에 걸쳐 경제 제재로 이란을 극한까지 압박했던 전략이 결국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이어진 것이다.

경제전쟁은 군사적 충돌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그 충돌을 향해 달려가는 또 다른 경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다.

피시먼이 '성공'이라고 평가한 그 전략 이후 어떤 씨앗이 남겨졌는지,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는 그 질문이 묵직하게 따라붙는다.

피시먼은 결론에서 '불가능한 삼위일체'라는 개념을 꺼낸다.

경제적 상호의존, 경제 안보, 지정학적 경쟁.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트럼프에 대한 피시먼의 시각은 더 날카롭다. 트럼프는 금융과 기술처럼 미국이 확실한 우위를 가진 분야 대신, 상대적으로 약한 무역 영향력을 무기로 삼아 국가 경쟁력의 진정한 초석인 금융력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피시먼은 여기에 한마디를 덧붙인다.

"게다가 그는 자신도 모른 채 그런 짓을 하는 듯하다."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일시적인 혼란이 아니라 근본적인 구조조정이라는 경고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 책이 특히 불편하게 읽히는 대목이 있다.

피시먼은 중국과 긴밀한 경제적 유대를 맺고 있으면서 미국과 오랜 안보적 유대를 맺고 있는 나라들의 경우

"선택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고 쓰며, 그 예시로 한국을 명시적으로 든다.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는 중국이고, 안보 동맹의 근간은 미국이다.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의 편"이라는 프레임이 강화될수록, 이 구조 안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점점 좁아진다. 강대국은 그 모순을 다른 나라에 떠넘길 수 있지만, 중간 국가들은 그 모순을 고스란히 내부에서 감당해야 한다.

경제전쟁의 시대에 경제와 안보는 이미 분리된 영역이 아니다.

반도체 공급망, 달러 결제 시스템, SWIFT 접근권, 수출 통제 목록.

이 모든 것이 이제 외교이자 안보이자 산업 정책이다.

매일 쏟아지는 관세와 제재의 뉴스를 단순한 경제 소식으로 읽는 것은,

전쟁을 보도하면서 총소리만 듣는 것과 같다.

884쪽이라는 두께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첫머리의 등장인물 소개와 용어 해설이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외교 참모진들이 각국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협상해나가는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 책은

첩보 드라마를 보듯 페이지가 넘어간다.

매일 쏟아지는 국제 뉴스의 맥락이 궁금했던 사람,

왜 미국이 제재와 관세로 세계를 흔드는지 그 속내가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그 답을 알려준다.

'알에이치코리아(RHK)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동시에 트럼프는 친구와 적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경제적 파트너로서 미국의 신뢰도를 훼손했고, 전 세계적으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촉발했다. ‘해방의 날’을 선언한 그다음 주에는 달러, 미국 국채, 미국 주가지수가 급락하는 보기 드문 삼중 내림세가 나타났다. 이는 미국 자산 전반에 걸친 대규모 매도세와 안전 자산으로서의 달러에 대한 신뢰도 상실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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