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 이곳은 도쿄의 유일한 한국어 책방
김승복 지음 / 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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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느낀 건, 이건 누군가의 열정적인 출판일기이자,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쓰인 책이라는 점이었다. 김승복 저자가 운영하는 일본 진보초의 한국어 전문 서점 ‘책거리’는 책에 대한 사랑, 한국문화에 대한 애정,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어떻게 책이라는 매개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는 바로 그런 공간을 만든 사람의 기록이다.

책은 참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가득하다. 예를 들면, 어떤 손님은 책 제목도 저자 이름도 말하지 않고 그냥 ‘이런 주제의 책이요’라고 이야기한다. 직원은 해당 책을 정리하고 추천하며 며칠에 걸쳐 메일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고객이 끝내 결정한 책은 500엔짜리 중고책 한 권이다. 저자는 그 순간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것만큼 효율이 좋지 않아 “시간 대비 효율이 안 좋은데…”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점장은 “이런 분이야말로 오래도록 우리 책거리를 응원해주실 분입니다”라고 답한다. 저자는 책거리를 오픈한 이유로 가장 부끄러웠던 순간으로 이때를 꼽는다. 책을 판다는 건,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걸 다시 되새기는 계기가 된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장애가 있는 한국 작가 김원영의 책을 일본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 여정이다. 한 명의 작가를 세 명의 편집자와 두 명의 번역가가 나눠 맡아, 세 권의 책을 각각 다른 출판사에서 동시에 출간하는 프로젝트. 읽다 보면 이건 거의 ‘출판판 어벤져스’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사이보그가 되다』, 『희망 대신 욕망』—세 권을 통해 저자는 일본 독자들에게 김원영이라는 사람을 온전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의 결이 모두 달라서, 함께 읽어야 그 사람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출간을 앞두고는 미리 가제본을 보내고, 북토크를 기획하고, 독서회를 여는 등 홍보에도 공을 들였다. 심지어는 책거리를 찾기 힘든 휠체어 이용자들을 위해, 김원영 작가의 글을 읽고 난 뒤 “우리 서점도 계단 없는 곳으로 이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가 좋은 책을 판단하는 기준은 실행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했다. 이러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야 말로 책의 힘이 아닐까.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일본에 처음 소개한 출판사 쿠온의 이야기도 나온다. 저자에게는 “무명을 유명으로 만드는 일이 내 일”이라는 생각이 있다. 이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는, 실제로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모두가 무모하다며 말릴 때, 한국 문학을 일본에 소개하겠다고 출판사를 차리고 첫 책으로 『채식주의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실제로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되었고, 쿠온은 그 시작점을 함께한 출판사가 됐다.

책 속에는 요조라는 한국의 가수이자 작가, 그리고 책방 주인에 대한 인상적인 일화도 담겨 있다. 처음에 저자는 요조를 잘 몰랐지만, 책거리에 종종 들르던 한 일본인 신사 손님이 계기가 되었다. 그 손님은 한국 여행 중 요조의 음악을 우연히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귀국 후 그녀의 책을 찾기 위해 책거리를 방문했다. 책을 구매하면서는 “한국어로 써 있어서 읽기 어렵다”며 개인적으로 번역까지 부탁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보였다.

그 일을 계기로 저자도 요조의 책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팬이 되었다. 『오늘도, 무사』,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아무튼, 떡볶이』 등 요조의 책들을 쫓아 읽으며 그녀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게 된 것이다. 이 애정은 ‘요조 코너’를 서점에 만들고, 『아무튼, 떡볶이』를 쿠온에서 일본어로 출간하기로 결정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번역은 서울에서 교환학생 경험이 있는 화요일 점장 교코 씨가 맡았고, 그녀 특유의 ‘떡볶이 사랑’이 번역 속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처음엔 손님의 요청으로 시작된 일이었지만, 결국 모두가 함께 좋아하게 된 작가로 이어진 이야기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겪는 일화들도 많다. 늘 와서 책만 읽고 사지 않던 손님이 사실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고, 그 손님에게 종이에 써서 이야기해달라고 하자 그 뒤로 편지가 이어지는 이야기들. 그 편지는 2019년부터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그 편지를 ‘하야미상의 러브레터’라고 부른다. 책방이 단지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게 확 느껴지는 부분이다. 분명히 짜증이 나고 화가 날법한 상황인데도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써달라고 대응한 분의 센쓰가 남다르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이야기였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건, 저자가 진짜 ‘행동하는 책방지기’라는 점이다. 김원영 작가의 책을 세 출판사와 연결하고, 휠체어 이용자를 생각하며 서점의 이전을 결심하고(책방 이동이 쉬운 일이 아니라 이전은 못했지만 책방지기님이라면 여건이 되는대로 옮길 것 같다), 좋아하는 책은 곧장 편집자에게 편지를 써서 번역을 제안하고, 북토크를 열고, 책을 소개하고, 반응을 나눈다. 이렇게 바지런할 수 없다. 그런데 그 바지런함이 억지로 한 게 아니라 ‘좋아서’ 한다는 점이다.

그게 이 책 제목의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책을 읽고 나면 문득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나도 좋아하는 걸 이렇게 열심히 해본 적 있었나?

나는 좋아하는 걸 행동으로 옮긴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출판계 종사자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책방에 관심 있는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믿는 모든 사람에게 건네는 이야기다. 지금 무언가를 좋아하고, 그걸 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에게 이 책이 응원을 건네는 것 같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생각만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해주는 것도 같다.

“생각만 하지 말고, 그냥 한번 해보세요. 결국,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달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주간심송에서 함께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언젠가 ‘금요일 점장’인 시미즈씨가 아즈마씨의 성가신 주문을 메일로 대응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번에도 저자나 책 제목 없이 주제나 소재만 주어져, 숲속에서 비스킷을 찾아가는 느낌의 메일이 며칠에 걸쳐 이어지고 있었다. 수없이 메일을 주고받아 결국 주문으로 이어진 것은 단돈 500엔짜리 중고책 한 권. 이렇게 시간과 공을 들여 발생한 매출이 고작 500엔이라니… 아즈마씨도 아즈마씨지만 대응을 맡은 시미즈씨에게 ‘이건 아니잖아’ 하는 생각이 들어 한마디했다.
"시간 대비 퍼포먼스가 안 좋네요."
하지만 곧이은 시미즈씨의 대꾸에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말았다.
"이런 분이야말로 오래도록 우리 책거리를 응원해주실 분입니다. 매출 금액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마세요."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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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속물근성에 대하여 - SBS PD가 들여다본 사물 속 인문학
임찬묵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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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묘한 이끌림을 느꼈다. 찻잔, 위스키, 정장, 도자기 인형 같은 사물 이야기에 자꾸 빠져들었고, 어느새 검색창을 열고 해당 브랜드나 물건을 찾아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 순간, 지금껏 외면해온 내 안의 ‘속물근성’이 드러나는 것 같아 슬쩍 당황했지만, 이내 그게 아니라면 아마도 저자의 문장에 제대로 설득당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의 속물 근성에 대하여』는 제목처럼 남성적 시선의 고백으로 시작되지만, 읽다 보면 이 이야기는 성별을 초월해 누구나 품고 있는 내밀한 욕망과 취향의 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된다. 소비와 선택이 단지 경제적 판단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이 책은 “나는 술을 좋아한다”는 고백으로 시작된다. 폭탄주로 시작해 와인을 거쳐, 결국 싱글몰트 위스키에 다다르는 여정은 단순한 음주 경험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성숙해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위스키의 역사와 브랜드, 문화적 배경을 공부하며 저자는 술을 단순히 마시는 행위가 아닌, 어떻게 즐기느냐에 대한 태도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이 술에 얽힌 한국 사회의 풍경도 함께 그려낸다. 저자는 술을 “국가가 허용한 마약”이라 표현하며 허무함을 견디기 위해, 내일을 버텨내기 위해 술이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면죄부이자 생존 전략이 되어왔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는 ‘왜 어떤 술은 그냥 마시는 것으로 끝나고, 어떤 술은 취향이나 개성처럼 여겨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칸트의 ‘취미판단’이라는 개념을 끌어온다. 칸트는 우리가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단순히 감정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는 나름의 이성과 기준이 함께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술을 대하는 태도도 이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단순히 술을 마신다는 행위가 아니라, 어떤 술을 어떻게 즐기느냐는 것이 결국 그 사람의 취향과 삶의 감각을 보여주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책은 이렇게 개인적인 취향에서 시작해 역사와 철학, 사회를 향해 확장된다. 홍차에 얽힌 이야기도 그러하다. 지금은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홍차가 사실은 영국과 청나라를 전쟁으로 몰아간 주역이었고, 티 캐디라는 잠금장치에 보관될 만큼 귀했던 시대가 있었다. 이 한 잔의 차에 담긴 식민주의의 그림자와 제국의 탐욕을 되짚어보는 과정은 단순한 식품 소비를 넘어서는 역사적 성찰로 이어진다.

그의 시선은 도자기와 인형으로도 확장된다. 영국 도자기 브랜드의 장인정신, 얇고 단단한 본차이나 기술, 그리고 유럽 귀족들 집의 벽난로 위에 올려졌던 스태퍼드셔 도그 인형! 이 인형이 귀족들이 기르던 킹 찰스 스패니얼 외형을 본떴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이 중산층의 신분상승 욕망을 반영한 결과였다는 설명은 그저 귀엽기만 했던 인형을 전혀 다르게 바라보게 만든다.

인형 하나에도 시대정신과 계급의식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가 참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뿐만 아니라, 한복과 정장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전통의 품격을 해치지 않는 창조적 변형에 대해 고민하고, 폴란드 군복에서 유래한 서양 정장을 공자의 ‘회사후소’ 개념과 연결시켜 형식과 격식의 의미를 되묻는다. 이 모든 이야기의 끝마다 철학자, 역사학자, 사상가들의 목소리가 조용히 배치되어 있다.

사물의 이야기는 그렇게 철학적 사유로 이어지고, 단순한 감상이 아닌 성찰의 형태로 다가온다.

책의 후반부에는 저자의 PD 시절 이야기가 담긴다. 레바논 공습 당시 위험지역에 직접 들어가 취재했던 경험. 피난길에 올라 목숨을 걸고 카메라를 들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 저자가 기억하는 것은 전장의 풍경뿐이고, 정작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그 순간 그는 깨닫는다. 인간보다 프로그램을 우선시했던 자신에게 부족했던 건, 바로 ‘공감’이라는 자질이었다고. 그래서 그는 묻는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시험은 수능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공감능력시험’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책은 교양 프로그램처럼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는 에피소드처럼 읽히지만, 그 안에는 역사, 철학, 정치, 사회학이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영국 홍차의 역사와 아편전쟁, 청나라에 처음 들어온 수입 비누의 가격, 양반 전용 전통 소주가 희석식 소주로 마케팅되며 신분 이미지를 확장한 이야기, 그리고 소스타인 베블런의 ‘과시소비’ 이론과 베블런 효과 등등 그 모든 요소가 이 책 안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결국 이 책은 한 사람의 취향이 어떻게 세계와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그 사람이 좋아하는 물건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그 속에는 그 사람의 기억과 문화, 가치관이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물로 구성된다. 그리고 그 사물은 단지 기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시대의 풍경이자, 인간의 욕망이자, 공감을 위한 매개체가 된다.


🎯 이 책은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사물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적 맥락을 탐험하는 걸 좋아하는 분

- 음식, 술, 패션, 차, 도자기 등 일상 속 ‘물건’에 관심이 많은 분

- 교양 있는 에세이를 즐기고, 인문학적 시선을 품은 글을 좋아하는 분

- ‘속물’이라는 말에 거부감보다는 솔직한 호기심을 느껴본 적 있는 모든 사람


'우주서평단 @woojoos_story 모집',

'다반/디페랑스 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술을 좋아한다. 사람이 먹는 것 중 술만큼 사치스러운 것이 있을까? 그냥 먹어도 될 쌀과 포도를 응축해서 청주와 와인을 만든다. 그것도 모자라 불을 지펴 수증기를 방울방울 모아 증류주를 만든다. 서양 사람들이 증류주를 spirit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재료인 곡물이나 과일의 영혼만을 모아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쌀 한 됫박으로 지은 밥을 한 번에 다 먹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걸로 만든 술은 두 병이고 세 병이고 먹어 치운다. 기근이 들었을 때 괜히 금주령이 내려진 것이 아니다. 술 한 병 만들 쌀로 죽을 끓이면 한 가족이 몇 끼니는 버텼을 테니, 이 얼마나 큰 사치인가.
이렇게 만든 술과 딱 맞는 음식을 찾아 즐기면 이런 호사가 또 없다. 술은 부족한 맛은 지워 주고 즐기고 싶은 맛은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준다. 그뿐인가. 내가 닫아 두었던 감각과 감정들을 해방시켜 평소라면 느끼지 못했을 것들을 끌어내 주기까지 한다. 술잔을 앞에 두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도 술술 풀리게 마련이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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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리테일 미디어다 - 격변하는 광고 시장에서 휩쓸리지 않는 브랜드로 살아남는 법
김준태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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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팔던 유통이 광고를 팔기 시작했다.”

“유통은 이제 광고 플랫폼이다.”

‘리테일 미디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유통 채널에 광고가 붙는 정도의 개념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표면적인 트렌드 분석서가 아니라, 유통, 기술, 플랫폼, 소비자 심리, 데이터 분석을 아우르며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장의 대전환을 설계 수준에서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명확한 전제를 제시한다. 브랜드는 이제 소비자의 행동을 예측하며 광고비를 집행하고, 플랫폼은 그 흐름을 알고리즘으로 조정해 수익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광고는 더 이상 단순히 노출의 문제가 아니라 ‘구매로 이어지는 경로 전체’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광고라는 기능이 하나의 고립된 영역이 아니라, 유통 구조 전반과 맞물려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책은 쿠팡, 네이버, 유통 3사(롯데, 신세계, 현대) 등 국내 리테일 미디어 사례를 두루 다루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힌 부분은 쿠팡이었다. 쿠팡은 고객이 상품을 검색하고, 클릭하고,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고, 배송을 받는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처리한다. 이 구조는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서 광고 전략에 있어 결정적인 경쟁력을 제공한다. 검색 결과, 카테고리 상단, 상세 페이지, 메인 화면 등 광고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인벤토리 통합 설계’는 광고주 입장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환경이다. 광고가 노출되는 순간이 이미 구매 여정의 한가운데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퍼스트파티 데이터’다. 퍼스트파티 데이터는 고객이 플랫폼 내에서 생성한 모든 활동 데이터를 말한다. 예컨대 검색 키워드, 클릭한 상품, 장바구니 내역, 자주 보는 페이지, 최근 구매 이력 등이다. 쿠팡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이 가장 관심을 가질 시점과 위치에 광고를 자동으로 배치한다. 이 자동화된 시스템이야말로 리테일 미디어의 핵심이다. 광고는 단순히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구매로 이어지도록 정밀하게 설계된다.

성과를 판단하는 지표는 ROAS다. ROAS(Return On Advertising Spend)는 광고비 대비 발생한 매출을 수치화한 지표로, 광고의 효율성을 한눈에 보여준다. 예를 들어 10만 원의 광고비로 2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ROAS는 2000%가 된다. 쿠팡의 리테일 미디어는 이 ROAS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광고주에게 제공한다. 보고서를 따로 만들 필요 없이 클릭 수, 전환율, 구매 단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알고리즘에 의해 타기팅과 입찰 단가도 자동 조정된다. 광고비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이기에 광고주 입장에서는 반복적인 광고 집행도 부담 없이 이어갈 수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쿠팡의 광고 전략이 단지 광고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켓배송, 와우 멤버십, 당일 배송 시스템 등은 고객의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리고, 이 체류 시간은 다시 광고 노출 증가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구매 전환율을 높인다. 광고와 유통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 구조 속에서, 리테일 미디어는 단순한 ‘광고판 판매’가 아니라 플랫폼의 생태계를 다시 설계하는 전략으로 기능한다.

또한 리테일 미디어의 장점은 누구나 광고를 시작할 수 있는 ‘셀프 서브 광고 생태계’에 있다. 중소 브랜드도 직접 광고를 운영하며 실시간 데이터를 확인하고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대형 광고 대행사를 통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플랫폼 자체가 광고 엔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보이는 광고’의 바깥을 이야기한다. 광고는 구매 전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고객은 광고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클릭하고, 이어서 제품을 구매한다. 그 흐름 전체를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시스템이 바로 리테일 미디어다. 광고의 본질은 노출이 아니라 전환이며, 그 전환을 반복 가능한 수익 구조로 만드는 것. 이것이 진정한 경쟁력이다.

저자는 말한다. 광고는 이제 더 이상 대기업만의 도구가 아니다. 누구나 데이터 기반 설계를 통해 광고 효과를 예측할 수 있고, 광고와 유통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정밀하게 추적하며,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리테일 미디어라는 구조적 혁신의 본질을 보여준다.

‘물건을 팔던 유통이 광고를 팔기 시작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책은 유통, 광고, 데이터, 알고리즘, 소비 심리까지 모두 아우르며, 리테일 미디어라는 진화된 플랫폼 전략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처음엔 ‘쿠팡의 광고 전략이 궁금해서’ 책을 펼쳤지만, 다 읽고 나니 시선의 방향이 달라졌다. 이제는 이렇게 묻게 된다.


“이제 플랫폼은 무엇을 설계해야 하는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슬로디미디어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퍼스트파티 데이터란 광고주가 직접 수집한 고객 행동 정보다. 구매 이력, 검색 패턴, 장바구니 내역, 방문 로그처럼 고객이 브랜드와 실제로 상호작용한 모든 기록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데이터는 ‘부가적인 참고 자료’를 넘어서, 이제는 광고를 설계하는 핵심 자산이다. 고객의 선호도와 관심사, 구매 주기와 시점까지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활용하면 광고는 더 이상 무작위로 노출되지 않는다. 광고는 고객의 상황에 맞춰, 가장 설득력 있는 순간에 도달하도록 설계된다. 광고의 중심이 ’노출의 양’에서 ‘노출의 질’로 옮겨 간 이유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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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가드닝 - 나만의 길을 찾아 평생 아름답게 가꾸는 삶의 기술
정재경 지음 / 샘터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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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해서 먹고살지?”

이 질문은 인생의 어느 순간,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예측 불가능한 것이 인생이라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이 질문을 반복하게 되는 날이 반드시 찾아온다.

그동안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했음에도, 문득 방향을 잃은 듯한 막막함이 찾아온다.

『커리어 가드닝』은 바로 그런 질문 앞에 선 사람들, 삶과 일의 경계에서 불안을 느끼는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저자 정재경은 이 책에서 커리어를 ‘목표’가 아닌 ‘과정’으로 바라본다.

커리어는 쟁취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평생 가꾸고 돌봐야 할 정원이라고 이야기한다.

커리어는 쟁취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평생 가꾸고 돌봐야 하는 정원입니다. 정원은 저절로 아름다워지지 않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내며 끊임없이 손길을 더해야 합니다. 어떤 식물을 심을지 고민하고, 계절에 맞는 돌봄을 제공해야 합니다. 커리어도 마찬가지입니다.

- p12, 프롤로그 내용 중

이 문장은 이 책의 중심 개념이자, 우리가 커리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를 알려주는 핵심 문장이다. 더 잘하는 사람과 경쟁하며 앞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내 삶의 계절’을 돌보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커리어를 경쟁과 성취의 언어가 아닌, 돌봄과 성장의 언어로 다시 써내려간다.

유튜브·팟캐스트 『요즘 것들의 사생활』의 진행자 이혜민은 저자와의 대화에서 “커리어는 정원”이라는 비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회상한다. 그는 이 책이 무언가를 성취하려 애쓰기보다는, 자신의 계절과 리듬에 맞춰 천천히 삶과 일을 돌보는 법을 알려주며 나이가 들어도 생기 있는 일과 삶을 살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고 말한다.

(주)만원회 대표 박제영 역시 이 책을 두고 “꾸준히 운동해라, 책을 읽어라”는 식의 직설적인 조언이 아니라, 저자의 실제 경험—도망치고 싶었던 순간, 몰입했던 밤들, 불공평했던 기억들—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책이라 평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부분은 3장,

특히 ‘좋아하지 않는 일을 좋아하려면’이라는 제목의 챕터였다.

저자는 “어떤 일이든 못하면 재미가 없습니다. 잘하게 되면 재미있습니다. 잘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

흔한 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겐 이 문장이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막연한 기대보다, 먼저 잘하게 되어야 비로소 좋아하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하게 된 것이다. 결국 좋아하는 일은 ‘찾는 것’이 아니라 ‘길러가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반복, 훈련, 실수, 실패를 통해 잘하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이야기하는 대목도 현실적이다.

매일 새벽, 침대 위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졸린 머리로 글을 쓰는 루틴, 손글씨 일기를 세 장씩 써 내려가며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 그리고 글쓰기와 자기 성찰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고백은 지극히 구체적이면서도 치유적이다. 그는 글쓰기를 ‘일종의 명상’이라 정의하며 말한다.

“쓰는 동안 내면의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고, 풀리지 않던 마음 깊은 곳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후 책은 다양한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커리어의 확장된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최재천 교수다.

교수라는 본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100권이 넘는 책을 저술하고,

‘통섭(consilience)’이라는 개념을 삶으로 증명해낸 그는 커리어의 진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보여준다.

“가장 진화한 커리어란, 나이에 상관없이 일하며, 자신만의 성취를 넘어 타인과 함께 성장하고,

사회와 자연에 긍정적 변화를 남기는 삶의 여정이다.”

이 문장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철학을 또렷하게 요약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보통 사람의 커리어’에 주목한다. 경쟁 중심의 커리어가 아닌, 공동체와 함께 회복하고 성장해 나가는 커리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빠르게 배우고 더 많이 성취하는 것을 강조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느리게 숙성되고 천천히 깊어지는 삶의 방식이 더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다.

“내면이 비어 있는 채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인간관계, 건강, 재산, 여가, 창조성, 정신적 성장 등 다층적으로 단단한 내면을 만들어갈 때 내 삶을 힘 있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은 단순한 커리어 전략을 넘어서, 인생 전체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선이다.

저자는 커리어를 ‘삶을 구성하는 도구’로 보며 내면의 충실함과 외부의 연결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커리어 가드닝』은 취업과 이직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마흔을 넘긴 나이에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싶은 사람,

은퇴 후에도 자신만의 일을 꾸려가고 싶은 사람,

‘무언가 되기’보다 ‘나답게 살기’를 원했던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은 빠르게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속도에 맞춰 삶을 돌보는 용기를 심어준다.

성공보다 생명력으로 가득한 커리어를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커리어 가드닝』은 성실하고 단단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샘터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커리어는 쟁취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평생 가꾸고 돌봐야 하는 정원입니다. 정원은 저절로 아름다워지지 않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내며 끊임없이 손길을 더해야 합니다. 어떤 식물을 심을지 고민하고, 계절에 맞는 돌봄을 제공해야 합니다. 커리어도 마찬가지입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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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시절
강소영 지음 / 담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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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에세이를 읽고 눈물, 콧물 펑펑 쏟아낸 책을 만났다.

마지막에 실린 ‘딸에게 보내는 혜옥 씨의 편지’ 두 번째 글을 읽으면서, 딸을 향한 혜옥 씨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큰지 느껴졌다. 그 사랑이 너무 벅차서, 감당할 수 없어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강소영 작가의 『사랑이라는 시절』은 누군가에겐 스쳐 지나갈 수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일지 몰라도, 나에겐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문장들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고, 끝내 나를 울게 만들었다.

책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아버지 강갑천 씨의 생애와 죽음, 2장은 어머니 혜옥 씨의 시간, 3장은 이 책의 저자인 딸의 시선으로 가족을 되짚어보는 이야기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머니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두 편이 부록처럼 덧붙여져 있다. 이 책은 단지 한 사람의 죽음을 기록한 책이 아니다. 한 가족 안에서 오고간 사랑, 그 사랑이 시간이 지나 어떤 기억으로 남는지를 보여주는 ‘사랑의 연대기’에 가깝다.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부터 마음을 정통으로 찔렀다.

“우리 아빠는 대체 왜 그럴까.”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이 문장들은 어릴 적 내가 똑같이 내뱉었던 말이었다. 완전히 같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어린 마음으로 느꼈던 복잡한 감정의 결이 너무도 비슷해서 단숨에 감정이 몰려왔다. 이 책은 단순한 공감을 넘어, 그동안 꺼내지 못했던 내 안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주었다.

1장은 전라남도 영암에서 태어난 강갑천 씨의 삶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전쟁 중 태어난 그는, 가난하고 조용하지만 책임감은 강했던 사람이었다.

중학교 진학을 꿈꿨지만, 교무실 문 앞에서 아버지의 등을 바라보며 그 꿈을 내려놓아야 했다.

“제발, 제발 우리 선생님이 아버지를 이기게 해 주세요.”

어린 갑천 씨가 속으로 빌던 그 간절함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는 성장이 아닌 생존의 삶을 살아냈다. 그러다 뇌종양이라는 병을 얻고, “1999년 5월 비 내리는 밤” 가족 곁을 떠났다.

특별하지 않았기에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그의 인생은, 그저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오롯이 전해진다.

2장은 아내 혜옥 씨의 시간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던 날, 아이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얼굴에 하얀 천을 덮으려는 손길을 애원하며 말리던 그녀.

“아이들이 아직 얼굴도 못 봤어요.”

그녀는 혼자 침대에 누워 “이제는 내가 가장이야”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장례가 끝난 뒤에도 매일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며 아무 일 없다는 듯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다.

하지만 밤이 되면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이 덮쳐온다.

소주 한 잔을 손에 쥐고, 이불 속에서 울음을 삼키며 혼잣말을 한다.

“여보, 나도 당신 곁으로 가고 싶어.”

그 말은 단순한 절망이 아니라, 당신이 그리워서 차마 견딜 수 없다는 절절한 사랑의 표현이었다.

그녀는 남편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다잡아간다.

마지막 3장은 딸의 시선으로 쓰였다.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가던 순간, 아버지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던 순간,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조용히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주던 그 날들.

딸은 그렇게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가족의 기억을 품은 채 살아간다.

일상으로 돌아와 식탁의 빈자리에 눈길이 가고,

아버지의 목소리가 문득 떠오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녀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는다.

자신이 부모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아왔는지를.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어머니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나는 다시 펑펑 울었다.

“소영아, 혹여라도 눈이 아프거나 잘 안 보이게 되더라도 걱정하지 마.

엄마 눈을 네 눈과 바꾸어 줄게. 엄마는 많이 살았고 많이 보았으니 괜찮아.”

이 구절에서 사랑이란 얼마나 강력한 감정인지 새삼 깨닫는다.

그 어떤 언어보다 강하고, 그 어떤 위로보다 다정한 말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눈이라도 내어줄 수 있다는 마음을 표현하자면,

그 어떤 말로도 쉽게 표현되지 않으리.

책을 덮고 나니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늘 너무 늦게 깨닫는다.

부모는 항상 곁에 있을 것 같고 내 삶의 일부처럼 느껴지기에 그 소중함을 잊고 지낼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처럼 가까운 이의 상실을 겪고 나서야 그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작가는 고백한다. 어릴 적엔 배운 것, 가진 것 없는 부모가 부끄러웠다고.

그러나 시간이 지나 제대로 알게 됐다고.

아빠는 떠났지만, 그와의 기억은 내 안에 깊이 뿌리내려 고요하게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엄마와 나눴던 일상은 매 순간이 쌓여 삶을 이어가는 숨결이자, 내가 걸어갈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었다. 그래서 자신의 첫 책은 부모님을 위한 글이 되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들이 준 사랑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이야기를 기록했다.

이 책은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혹시 나는 부모의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만 했던 건 아닐까.

그 사랑을 오해하거나, 미처 이해하지 못한 채 흘려보낸 시간은 없었을까?하고 말이다.

『사랑이라는 시절』은 그런 잊고 지냈던 사랑을 다시 꺼내어 보여주는 책이다.

너무나 사소해서 귀한 줄 몰랐던 그 시절, 그 시간들.

그 이야기를 꺼내 우리에게 건넨다.

사랑이란 이름의 기억은 시절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것이 이 책이 오래도록 우리 마음속에 남는 이유다.

'담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남편이 죽었다

‘뇌종양’이라는 단어를, 혜옥 씨는 그때 처음 알았다.
무슨 말인지 몰라 멍하니 앉아 있던 그날 이후 다섯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여섯 달을 넘기기 힘들 거라는 의사의 선고는 정확했다. 그래서 더 잔인했다.

"오늘이 고비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

두 번의 수술과 병원 생활은 길고 길었다. 마침내 끝이 왔음을 전하는 의사의 말에 두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꿈에서라도 마주하기 싫었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애써도 준비되지 않는 마음은 무너지고 있었다.

"엄마, 애들 아빠가…… 불쌍해서 어떡해."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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