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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리테일 미디어다 - 격변하는 광고 시장에서 휩쓸리지 않는 브랜드로 살아남는 법
김준태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5년 6월
평점 :

“물건을 팔던 유통이 광고를 팔기 시작했다.”
“유통은 이제 광고 플랫폼이다.”
‘리테일 미디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유통 채널에 광고가 붙는 정도의 개념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표면적인 트렌드 분석서가 아니라, 유통, 기술, 플랫폼, 소비자 심리, 데이터 분석을 아우르며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장의 대전환을 설계 수준에서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명확한 전제를 제시한다. 브랜드는 이제 소비자의 행동을 예측하며 광고비를 집행하고, 플랫폼은 그 흐름을 알고리즘으로 조정해 수익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광고는 더 이상 단순히 노출의 문제가 아니라 ‘구매로 이어지는 경로 전체’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광고라는 기능이 하나의 고립된 영역이 아니라, 유통 구조 전반과 맞물려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책은 쿠팡, 네이버, 유통 3사(롯데, 신세계, 현대) 등 국내 리테일 미디어 사례를 두루 다루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힌 부분은 쿠팡이었다. 쿠팡은 고객이 상품을 검색하고, 클릭하고,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고, 배송을 받는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처리한다. 이 구조는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서 광고 전략에 있어 결정적인 경쟁력을 제공한다. 검색 결과, 카테고리 상단, 상세 페이지, 메인 화면 등 광고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인벤토리 통합 설계’는 광고주 입장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환경이다. 광고가 노출되는 순간이 이미 구매 여정의 한가운데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퍼스트파티 데이터’다. 퍼스트파티 데이터는 고객이 플랫폼 내에서 생성한 모든 활동 데이터를 말한다. 예컨대 검색 키워드, 클릭한 상품, 장바구니 내역, 자주 보는 페이지, 최근 구매 이력 등이다. 쿠팡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이 가장 관심을 가질 시점과 위치에 광고를 자동으로 배치한다. 이 자동화된 시스템이야말로 리테일 미디어의 핵심이다. 광고는 단순히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구매로 이어지도록 정밀하게 설계된다.
성과를 판단하는 지표는 ROAS다. ROAS(Return On Advertising Spend)는 광고비 대비 발생한 매출을 수치화한 지표로, 광고의 효율성을 한눈에 보여준다. 예를 들어 10만 원의 광고비로 2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ROAS는 2000%가 된다. 쿠팡의 리테일 미디어는 이 ROAS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광고주에게 제공한다. 보고서를 따로 만들 필요 없이 클릭 수, 전환율, 구매 단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알고리즘에 의해 타기팅과 입찰 단가도 자동 조정된다. 광고비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이기에 광고주 입장에서는 반복적인 광고 집행도 부담 없이 이어갈 수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쿠팡의 광고 전략이 단지 광고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켓배송, 와우 멤버십, 당일 배송 시스템 등은 고객의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리고, 이 체류 시간은 다시 광고 노출 증가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구매 전환율을 높인다. 광고와 유통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 구조 속에서, 리테일 미디어는 단순한 ‘광고판 판매’가 아니라 플랫폼의 생태계를 다시 설계하는 전략으로 기능한다.
또한 리테일 미디어의 장점은 누구나 광고를 시작할 수 있는 ‘셀프 서브 광고 생태계’에 있다. 중소 브랜드도 직접 광고를 운영하며 실시간 데이터를 확인하고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대형 광고 대행사를 통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플랫폼 자체가 광고 엔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보이는 광고’의 바깥을 이야기한다. 광고는 구매 전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고객은 광고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클릭하고, 이어서 제품을 구매한다. 그 흐름 전체를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시스템이 바로 리테일 미디어다. 광고의 본질은 노출이 아니라 전환이며, 그 전환을 반복 가능한 수익 구조로 만드는 것. 이것이 진정한 경쟁력이다.
저자는 말한다. 광고는 이제 더 이상 대기업만의 도구가 아니다. 누구나 데이터 기반 설계를 통해 광고 효과를 예측할 수 있고, 광고와 유통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정밀하게 추적하며,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리테일 미디어라는 구조적 혁신의 본질을 보여준다.
‘물건을 팔던 유통이 광고를 팔기 시작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책은 유통, 광고, 데이터, 알고리즘, 소비 심리까지 모두 아우르며, 리테일 미디어라는 진화된 플랫폼 전략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처음엔 ‘쿠팡의 광고 전략이 궁금해서’ 책을 펼쳤지만, 다 읽고 나니 시선의 방향이 달라졌다. 이제는 이렇게 묻게 된다.
“이제 플랫폼은 무엇을 설계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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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슬로디미디어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퍼스트파티 데이터란 광고주가 직접 수집한 고객 행동 정보다. 구매 이력, 검색 패턴, 장바구니 내역, 방문 로그처럼 고객이 브랜드와 실제로 상호작용한 모든 기록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데이터는 ‘부가적인 참고 자료’를 넘어서, 이제는 광고를 설계하는 핵심 자산이다. 고객의 선호도와 관심사, 구매 주기와 시점까지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활용하면 광고는 더 이상 무작위로 노출되지 않는다. 광고는 고객의 상황에 맞춰, 가장 설득력 있는 순간에 도달하도록 설계된다. 광고의 중심이 ’노출의 양’에서 ‘노출의 질’로 옮겨 간 이유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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