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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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장영희 작가의 『삶의 작은 것들로』가 참 예쁘다고 느껴졌는데,

이번에 만난 양장본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장영희의 글은 단 한 문장만 읽어도 마음속에서 생각이 자라난다.

그 문장들이 꾸며낸 듯 화려하기보다는, 읽고 난 뒤에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며 다시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 시간이 지나 불현듯 마음을 멈추게 하고, 그 순간에 다시 펼쳐보고 싶은 문장들이 이 책 속에 많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글에서 묻어 나오는 따뜻함이 장영희 문체의 가장 큰 매력이다. 나 역시 글을 쓰면 차갑거나 딱딱해지는 문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데, 그녀의 문장에는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온기가 있다. 그래서 더 닮고 싶은 문체이고,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책의 첫 번째 파트인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에서는 일상 속에서 발견한 ‘천사’ 이야기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앤 타일러의 소설에 관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두 서로의 천사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작가는 그 의미를 우리 주변에서 찾았다. 수해 현장에서 국수를 만들어 나른 중국집 부부, 연고 없는 노인의 집을 고쳐준 젊은 아버지와 아이, 버스 정류장에서 시각장애인을 안내한 아가씨까지, 그녀의 눈에는 모두가 ‘숨은 천사’였다. 이런 시선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 잘 보여준다.

또한 사랑을 ‘이성의 계산이 닿지 않는, 마음이 먼저 달려가는 일’이라고 정의하는 대목에서는 사랑을 머리로 재단하지 않고 온전히 마음으로 느끼는 모습이 그대로 전해진다. 일본에서 고독한 식사가 우울증으로 이어진다는 연구를 소개하며 ‘친구’(companion)의 어원이 ‘함께(com) 빵(pan)을 먹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들려주는 부분은, 음식을 나눈다는 것이 단순한 식사를 넘어 관계의 본질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두 번째 파트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에서는 그녀가 사랑한 영미문학 작품들이 펼쳐진다. “나를 살게 하는 근본적 힘은 문학”이라고 말하는 장영희는, 문학이 자신에게 삶의 용기와 사랑, 그리고 인간다운 태도를 가르쳐줬다고 고백한다. 신체의 기동력이 부족해진 이후에도 문학이 그녀의 삶을 채웠고, 이제는 자신이 문학의 일부가 된 듯하다고 느낀다.

윌리엄 케네디의 『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에서는, 방랑과 실패로 점철된 주인공 프랜시스가 과거의 기억이 담긴 트렁크를 열어보는 장면을 통해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처럼 꿈을 잃고 살아가는 부랑자들의 삶을 그린다. 작가는 “그들의 꿈을 죽인 사람은 어쩌면 우리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덧붙이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책임과 연민을 일깨운다.

앨프리드 테니슨의 애가 『사우보』에서는 “한 번도 사랑해본 적 없는 것보다, 사랑해보고 잃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구절을 전한다. 사랑의 상실이 주는 아픔을 인정하면서도, 그 경험이 삶을 깊고 풍성하게 만든다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꿈과 사랑을 잃은 세계의 허무를 이야기하면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비상한 재능’이야말로 개츠비를 위대하게 만든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 속 문장은 읽는 순간뿐 아니라 읽고 난 뒤에도 오래 남는다.

이 전에 읽었던 『삶의 작은 것들로』에서 기억에 남았던 문장이 있는데 해당 문장도 공유해본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

그러니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이 문장은 장영희의 다른 글에서도 마찬가지로 느껴지는 공통의 온기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는 단숨에 읽어버리는 책이 아니라,

시간이 날 때마다 꺼내 읽게 되면 그때그때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책이다.

그 밖에도 이 산문집에는 장영희 작가가 사랑한 수많은 문학 작품과 작가들에 대한 해석이 담겨 있다.

1부에서는 클레어 하너의 시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부터 앤 타일러의 『종이시계』와 『바너비 스토리』,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윌라 캐더의 『나의 안토니아』,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졸업 연설, 프랜시스 톰프슨의 『하늘의 사냥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깨끗하고 밝은 곳』,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등 문학과 에세이, 동화, 연설문을 넘나드는 폭넓은 작품 세계가 담겨있다.

2부에서는 윌리엄 케네디의 『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 앨프리드 테니슨의 시 〈사우보〉와 〈부서져라, 부서져라, 부서져라〉,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에밀리 디킨슨의 시 〈만약 내가 If I can-〉, 로버트 프로스트의 〈눈가루〉, 랭스턴 휴스의 〈꿈><자서전><경구〉,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엄마와 하느님〉, 피천득의 『오월』, 퍼시 셸리의 〈서풍에 부치는 노래〉 등 다양한 시대와 장르의 작품을 다룬다.

소개 된 작품 중 『어린 왕자』에서는 순수한 마음과 사랑의 책임을 잊은 어른들의 모습을 비추며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삶 속에 되새기게 한다. 『폭풍의 언덕』에서는 격정적인 사랑과 집착이 어떻게 서로를 파괴하는지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 숨은 인간 본성의 솔직함을 읽어낸다. 『서풍에 부치는 노래』를 다룰 때는 셸리의 격정적인 언어를 통해, 변화와 재생을 갈망하는 시인의 심정을 ‘삶의 계절이 바뀌는 순간’에 비유한다.

이렇듯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는 단순한 산문집을 넘어, 한 문학인의 서재를 함께 거니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장영희의 시선으로 바라본 문학 작품들은 새롭게 빛나며, 그 빛을 따라가며 삶과 사랑, 희망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샘터사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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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고독한 식사를 하는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사실이 발견됐고,
그 병을 ‘고식병’이라고 이름 지었다 한다.
사실 음식을 나누는 것은 친교의 기본 조건이다.
‘친구’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companion’에서 ‘com’을 ‘함께‘, ‘pan’은 빵을 의미한다.
그래서 ‘함께 빵을 먹는 사람’이 바로 ’친구’였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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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365 드로잉 - 하루 한 장 즐거운 그림 놀이!
김민경 글.그림 / 더디퍼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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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대한민국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365 드로잉』은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나누게 하는

따뜻한 안내서다.

책의 첫 장에는 한 아이와의 짧은 대화가 나온다.

“엄마, 공주 그려줘.”

“아빠는 못 그려. 엄마한테 부탁해.”

그리고 어느 날 아이가

“나는 그림 잘 못 그리니까, 엄마가 좀 그려줘.”라고 말했을 때,

저자는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하게 된다.

아이의 마음속에 이미

‘잘 그린 그림’과 ‘못 그린 그림’이라는 기준이 생겨버린 건 아닌지,

그리고 그 기준이 어쩌면

어른들이 먼저 만들어준 것은 아닌지 되짚어본다.

저자는 그림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상상을 자유롭게 펼치는 것이야말로

그림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종이 한 장, 색연필 몇 자루만 있어도 충분하고,

부모가 그림을 잘 그릴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함께 바라보고, 느끼고, 그리는 그 시간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처음 선을 긋는 순간,

“이렇게 해도 돼?”라고 묻는 눈빛을 마주하며

“응, 같이 해보자.”라고 답하는 그 짧은 대화가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응원이 된다.

그렇게 함께한 순간들은

시간이 지나면 그림 속에 추억이 되어 남는다.

책 속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365개의 그림 주제가 실려 있다.

공룡, 바닷속 생물, 귀여운 강아지, 계절별 풍경 등

다양한 소재들이 하루하루 아이의 흥미를 자극한다.

하루에 한 가지씩 그려 나가다 보면,

1년간의 그림 일기가 완성된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그림 실력뿐 아니라 상상력과 관찰력, 집중하는 힘을 기르게 되고,

무엇보다 부모와 함께한 시간이 마음속 깊이 새겨진다.

이 책은 아이에게 그림을 잘 그리도록 지도하는 대신,

틀려도 괜찮고, 하고 싶은 대로 그려도 좋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이는 그 속에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법,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그림은 아이의 언어가 되고,

부모는 그 언어를 함께 배우고 응원하는 동반자가 된다.

『대한민국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365 드로잉』은

결국 그림 그리기를 통해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책이다.

그림 한 장이 단순한 낙서로 끝나지 않고

사랑과 추억의 기록이 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오늘 그린 그림이 내일의 소중한 추억이 되고,

그 추억이 다시 아이의 마음을 자라게 한다는 사실을!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더디퍼런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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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은 인생의 날개다 - 포니 픽업 야채 장수에서 물류 기업 CEO까지
이강미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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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사를 시작한 그날,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서 있었다.

목련은 곧 몽우리를 터뜨리고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정작 나는 움츠린 채 한마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다가와 말했다.

“뭐라고 말을 하든, 소리를 지르든 해야 사람들이 듣고 나오지 않겄어유?”

그 말에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외쳐보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없었다.

결국 그는 한쪽 구석에 쪼그려 앉아 옆에 있던 돌멩이를 집어 들고,

땅바닥을 노트 삼아 꾹꾹 눌러 글을 써본다.

‘나도 할 수 있다! 나도 할 수 있다!’

그 말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구호가 아니라 오로지 나 자신에게 건네는 응원의 말이었다.

이 책이 다른 책과 다르다고 느낀 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단순히 저자의 경험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와 오랜 시간을 함께 걸어온

남편의 이야기가 동시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 부부가 함께 써 내려간 인생 이야기였고,

그 안에는 사랑과 믿음, 신뢰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저자가 20대 중반이었을 무렵,

일을 위해 방문했던 가락시장에서 커피가 제일로 맛있다는

손수레 카페에서 있었던 일은 참 인상 깊다.

커피를 2잔 주문했는데, 아주머니가 말했다.

“총각은 꼭 색시랑 올 때만 커피를 마시네?”

그제야 알았다. 남편은 혼자 있을 때는 작은 커피 한 잔도 아꼈지만,

아내와 함께일 때는 꼭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대접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마음이야말로 사랑이 아니고 무엇인가?

예비 신랑이 직장 없는 ‘야채 장수’라는 주변의 시선에도,

저자는 그의 성실함과 따뜻한 심성을 믿었다.

‘부모 형제에게 잘하는 사람은 절대 나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은

그녀의 선택을 믿고 확고히 하는데 힘이 되었다.

다양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1999년에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게 된다.

회사를 두 갈래로 나누어 남편은 ‘(주)날개물류’를, 저자는 ‘황금날개’를 세워 운영하기로 한 점이다.

하나는 창고 관리, 하나는 배송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트럭 장사 시절의 절박함과 성실함이 더 큰 비상을 준비하게 했다.

책 중간쯤에는 지방으로 보내는 마지막 출고 차량을 출발시키던 새벽녘에,

현장 직원들이 한 줄로 서서 기사님께 90도로 인사하며 “조심히 가세요”라고 외쳤다.

차량이 출발하자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며 “또 한번 해냈다”고 외쳤다.

그 모습을 지켜본 관계자는 “이 회사가 잘 되는 이유가 있구나” 하고 느꼈다고 한다.

성공이란 결국 같은 목표와 마음가짐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 방향을 바라볼 때야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 현장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저자가 이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처음과 같은 마음’이었다.

위치가 좋아지고 규모가 커져도 감사와 의리, 겸손을 잃으면,

고객은 하루 아침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이 정신을 ‘날개’의 뿌리로 삼아 100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이어가겠다고 다짐한다.

책 속에는 이 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방송국 사연을 듣고 농산물을 기부하겠다는 전화,

빨간 스포츠카를 탄 대학생과의 접촉사고가 남편에게 준 다짐,

출판사 사장들이 한목소리로 칭찬한 성실함… 등등.

이 모든 순간들이 모여 두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 되었다.

『간절함은 인생의 날개다』는 회고록 같지만, 읽다 보면 자기계발서 같은 울림을 준다.

경쟁과 시기, 이익만을 좇는 세상 속에서 이 부부의 이야기는

여전히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고 진심과 성실이 통하는 길이 있음을 일깨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어려운 문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달린다면

결국에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말이다.

첫 장사 날, 바닥에 꾹꾹 눌러 썼던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말!

그 간절한 다짐을 마음속에 새기고 산다면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간절함만큼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없다.

어려운 고비를 경험하는 사람도 힘을 내서 살아볼 수 있게 힘을 주는 책 같다.

그러한 이들 부부에게 남은 여정도 변함없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

'이키다 @ekida_library'님을 통해 '다산책방(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지원비를 지원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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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느 관계든 정성을 다하면 서로가 행복해진단다!’
엄마는 늘 그렇게 말씀해 주셨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예의를 갖추고 정성으로 대하라고….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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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도둑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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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피터스의 《성스러운 도둑》(원제 The Holy Thief)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열아홉 번째 장편소설로, 성스러움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진 도둑질과 살인, 그리고 성물(聖物, 종교적으로 신성시 되는 물건)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신념의 충돌을 예리하게 그려낸다. ‘성녀 위니프레드는 정말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욕망으로 오염된 신앙에서부터 연대의 가능성까지 인간 사회의 복잡한 관계와 윤리를 유려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폐허가 된 램지 수도원에서 원조를 요청하기 위해 슈루즈베리를 찾아온 인물은 부원장 헤를루인과 젊은 수사 투틸로다. 때마침 슈루즈베리에 큰비가 내려 강물이 범람하고, 수도사들은 귀중한 성물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느라 분주하다. 그중에는 수도원의 수호성인 위니프레드 성녀의 성골함이 있었다. 그러나 홍수가 잦아든 뒤 성물 보관 상태를 점검하던 수도사들은 성골함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더 큰 비극은, 범인의 얼굴을 봤을 것으로 여겨지는 유력한 목격자가 끔찍하게 살해되면서 사건이 단순한 도난에서 살인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다양한 관계와 감정이 얽혀 있다. 수도원 사제들 간의 미묘한 긴장, 귀족과 하인 사이의 권력 구조, 그리고 여가수 달니와 젊은 수도사 사이의 섬세한 감정선까지, 각각의 이야기가 정교하게 설계되어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린다. 특히 투틸로는 음악적 재능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키지만, 그의 과거와 행적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기부금을 모으고 설교를 하며 사람들을 사로잡는 한편, 달니와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한다.

사건이 복잡해지자 수도원장 라투루푸스는 ‘스트레스 비블리카’라는 성경 점괘 방식을 통해 신의 계시로 해법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캐드펠은 이런 종교적 해석보다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 눈빛과 침묵 속에서 진심을 읽는다. 그는 추리보다는 이해와 연민, 인간에 대한 통찰로 진실에 접근한다. 작품 속 다음과 같은 대사는 캐드펠의 시선을 잘 보여준다.

“제게는 돌봐야 할 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거짓말쟁이요, 도둑에 사기꾼이긴 하지만, 세상이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그 아이는 불성실한 아이인 동시에 좋은 아이입니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진실은 충격적이다. 성골함 안에는 위니프레드 성녀의 유골이 아니라, 콜롬바누스라는 젊은 죄인의 시신이 들어 있었다. 이는 성물 도난이 단순한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은폐와 복잡한 사연이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범인은 자신의 권력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성물을 훔쳤고, 그로 인해 공동체 전체의 신앙은 깊은 상처를 입는다.

작품 속 대사들은 성과 속, 인간과 신앙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성녀님도 뼈를 두고 다투는 개들처럼 당신을 두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이들에게 진저리를 내실 거요.”

“만일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것이라면, 그걸 왜 기적이라 부르겠소?”

“발견하는 건 도둑질이랑은 다르잖나.”

결국 성골함은 제자리를 찾지만, 독자에게 남는 것은 ‘무엇이 성스럽고 무엇이 속된가’라는 질문이다. 성스러운 것은 절대적으로 순수한 것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속된 것도 반드시 타락한 것만은 아니다.

《성스러운 도둑》은 성물 절도와 살인이라는 미스터리 구조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의 욕망, 신념, 연대, 그리고 용서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캐드펠은 법과 규율보다 인간적인 이해를 우선하며, 이를 통해 범죄 너머의 인간성을 드러낸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The Chronicles of Brother Cadfael)’는 놀라운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 생생한 캐릭터, 그리고 선과 악·삶과 죽음·신과 인간이라는 인간사의 난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역사추리소설의 고전이다. 그중에서도 《성스러운 도둑》은 종교적 권위와 정치적 이해관계, 그리고 인간사의 미묘한 심리를 촘촘히 엮어낸 수작으로, 미스터리의 재미와 함께 오래 남는 사유를 선사한다.

'공백작가 @gongbaek_bookdressup'님을 통해

'북하우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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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하기로 마음먹으면 자신의 모든 것 다 바치며 임하는 사람이요.
하지만 스스로 확신과 즐거움을 느끼는 일을 하게 지금보다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해나갈 수 있을 거예요.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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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여름 캐드펠 수사 시리즈 1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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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피터스의 《반란의 여름》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18번째 이야기로, 역사와 추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역사추리소설의 정수를 보여준다. 완간 30주년을 기념해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된 이번 작품은 중세의 정치와 종교, 개인의 신념과 감정이 얽힌 세계를 세밀하게 담아낸 지적인 미스터리다.

이번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인물과 사건을 치밀하게 엮어낸다. 웨일스 내부의 권력 다툼, 교회 조직의 변화, 그리고 각 인물이 마주하는 신념과 충성의 갈등이 중심에 놓인다. 캐드펠 수사는 사건 속에서 정의라는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관찰자로서 균열과 진실을 들여다본다. 덴마크인들과의 대치, 웨일스와 잉글랜드 간의 미묘한 신경전, 성직자의 결혼 문제 등 중세 교회의 갈등이 살인과 납치 사건의 배경이 되어 시리즈 중에서도 유난히 묵직한 긴장감을 만든다.

이야기는 교회의 사절로서 캐드펠이 마크 수사와 함께 웨일스를 찾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웨일스의 왕 오아인 귀네드는 암살 사건에 연루된 동생 카드왈라드르를 추방한 상태다. 카드왈라드르는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피신해 덴마크인들을 끌어들여 형에게 빼앗긴 영지를 되찾으려 한다. 웨일스와 잉글랜드의 경계는 위태롭게 흔들리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형제의 갈등은 긴장감을 높인다.

그 한가운데, 한 젊은 웨일스 여인이 사건의 중심에 선다. 그녀를 보호하려는 오아인의 뜻은 곧 정치적 파장으로 번지고, 이를 두고 주변 인물들의 관계는 복잡하게 얽힌다. 표면적으로는 실종 사건이지만, 그 이면에는 권력, 충성, 사랑이 교차한다. 캐드펠과 마크 수사는 그녀를 지키려다 덴마크인의 포로가 되고, 이어지는 살인 사건은 숨겨져 있던 진심과 죄를 서서히 드러낸다.

이번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캐드펠이 중심에서 직접 지휘하기보다 한 발 물러서 관찰자의 위치를 택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 표정과 침묵 속에서 진심을 읽어낸다.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보다 상대방이 스스로 선택하게끔 길을 터주는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범인은 누구인가?’보다 ‘왜 이런 선택을 했는가?’를 묻게 한다.

작품 속 가장 긴장감 있는 장면 중 하나는 캐드펠이 포로로 잡혔을 때다. 그는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오히려 상대의 심리를 읽고 대화를 이끌어간다. 이 장면에서는 단순한 사건 해결 능력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의 품격이 드러난다. 또한 카드왈라드르가 명예와 충성을 말하면서도 권력욕을 숨기지 않는 모습은, 충성심이란 결국 개인의 이익과 맞아떨어질 때만 유지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중세 웨일스라는 무대는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잉글랜드 교회의 영향력 아래에서 성직자의 결혼 문제, 종교 개혁 논의, 왕족 간의 권력 다툼, 귀족과 성직자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시대상은 이야기에 역사극 같은 밀도를 더한다. 작가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촘촘하게 재현해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 살아 숨 쉬는 역사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줄리언 크루소라는 젊은 여인의 실종 사건은 사랑과 보호의 복잡한 양면성을 드러낸다. 보호하려는 마음이 갈등을 부르기도 하고, 사랑이라는 명분이 구속으로 변하기도 한다. 각기 다른 사랑의 방식이 충돌하는 순간, 인물들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 캐드펠은 그 과정에서 정의와 연민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

결말에 이르면 사건은 겉으로는 매듭지어지지만, 작가는 독자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사람을 지킨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캐드펠은 승리보다 평화를, 응징보다 이해를 선택한다. 처음엔 그 온건함이 답답하게 보일 수 있지만, 책을 덮고 나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단단한 해답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반란의 여름》은 화려한 반전이나 속도감 있는 전개보다, 서서히 스며드는 깊이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정치와 종교, 개인의 신념과 감정이 얽힌 복잡한 세계 속에서, 인간의 두려움과 자존심, 사랑과 신념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고요함과 웨일스의 여름 하늘은 책을 덮은 뒤에도 선명히 남아, 다시 한 번 캐드펠과의 여정을 꿈꾸게 한다.

'공백작가 @gongbaek_bookdressup'님을 통해

'북하우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눈앞에서 갑자기 예기치 않은 문이 열렸을 때 그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문 밖으로 걸어 나가는 것.
이는 그동안 캐드펠에게 큰 기쁨을 주는 일이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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