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트렌드
코엔 드 레우스.필립 기젤스 지음, 신용우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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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사는 경제는 예전처럼 언젠가 금리가 내려가고 자산이 다시 오를 거야!라는 익숙한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는 구간에 들어섰다. 『글로벌 경제 트렌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앞으로 수십 년을 흔들 다섯 개의 거대한 파도(혁신·세계화 재편·기후·부채·고령화)를 한 번에 지도처럼 펼쳐 보여주고,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지금 돈줄(유동성)은 열려 있는가, 닫혀 있는가—로 현실적인 판단 기준을 세워준다. 전망 맞히기가 아니라 생존 규칙을 알려주는 책이 필요하다면, 이 책이 딱 그 역할을 해준다.

어제와 오늘은 현저히 다르다. 우리는 지금 다른 세계로 향하는 기로에 서 있고, 앞으로 세계 경제를 휩쓸 결정적인 물결들이 다가온다. 저자들이 꼽는 파도는 다섯 가지다.

기후 변화, 세계화의 재편, 혁신에 따른 생산성 변화, 고령화, 그리고 부채.

이 다섯 가지는 따로 오지 않고, 서로를 밀고 당기며 성장·인플레이션·금리의 방향을 바꾼다.

특히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졌던 금리와 인플레이션의 하락 국면을 벗어나,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명목 금리의 세계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메가트렌드’는 결국 금리와 분리해서 볼 수 없다는 메시지가 반복해서 각인된다.

이 책의 강점은 역할 분담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한 저자는 거시경제의 큰 그림을 분석하고, 다른 저자는 그 거시경제를 투자자의 언어로 해석한다.

덕분에 이 책은 세상은 이렇게 바뀐다!에서 멈추지 않고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가?!로 바로 이어진다. 미래를 단정하지 않고, 오히려 기본 개념을 제시하고,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스스로 조사하고 조언을 구하라고 경고한다. 이 태도는 과장된 확신이 넘치는 다른 경제서와는 확실히 다르다.

이 책이 내놓는 가장 직관적인 프레임은 금리다. 저자들은 금리를 세상의 중력이라고 부른다.

금리가 낮거나 마이너스가 되면 자산이 날아오르고, 금리가 치솟으면 자산이 주저앉는다.

그래서 현재의 자신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해진다.

돈줄이 열려 있는가, 닫혀 있는가. 이 질문 하나가, 거창한 테마 분석보다 먼저 점검해야 할 ‘환경 체크리스트’가 된다.

이 설명을 돕는 장치로 등장하는 ‘코끼리’ 비유가 인상 깊다.

중앙은행은 수도꼭지를 쥔 존재지만, 물(유동성)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통제하지 못한다.

물길을 흔드는 것은 투자자와 기업,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언론과 논객, 고문들이다.

유동성이 넘치면 자산군과 테마라는 양동이들이 가득 차 투자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시기가 된다.

반대로 물가가 오르고 수도꼭지가 잠기면, 한쪽이 오르려면 다른 쪽에서 물을 빼앗아와야 한다.

이럴 때 나타나는 게 ‘부의 역효과’다. 주식·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내 자산이 줄었네” 하고 느끼면서 지갑을 닫는다. 소비와 투자가 줄고, 그 영향이 실물경제(매출·고용·경기)로 번진다. 그래서 시장 분위기도 바뀐다. 예전처럼 돈이 넉넉히 돌던 때가 아니라, 물이 마른 것처럼(유동성이 줄어든 것처럼) 전반이 팍팍해지는 가뭄 같은 시기가 된다. “요즘 왜 이렇게 다들 조심하지?”라는 체감이, 사실은 돈의 흐름이 줄어든 구조에서 오는 거라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다.

시간의 관점으로 들어가면 책의 논지는 한층 더 분명해진다.

이자는 돈의 가격이 아니라 시간의 가격이며, 자산 가치는 결국 미래의 현금흐름을 오늘로 당겨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순현재가치(NPV) 공식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여기서 핵심은 하나다. 미래의 현금흐름이 좋아 보여도 할인율(금리)이 바뀌면 현재 가치는 완전히 달라진다. 금리가 높아지면 미래는 더 싸게 평가되고, 금리가 낮아지면 미래는 크게 평가된다.

그래서 기술주나 바이오처럼 “현금흐름이 미래에 몰린 자산”이 금리에 유독 민감한 이유도 설득력 있게 연결된다. 이제 금리는 그냥 뉴스에 나오는 숫자가 아니라, 내 자산 가격을 직접 움직이는 핵심 요소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지식보다 태도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다.

규칙을 모르면 게임을 하지 말 것, 승자는 오래 들고 패자는 빨리 자르라는 원칙이 반복된다.

흥미로운 건 끈기만을 미덕으로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로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포기하고 빠져나오는 것이 생존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서핑을 하다 떨어질 때마다 악어가 달려든다는 비유는 과격하지만 핵심을 찌른다. 더 버티고 더 합리화할수록 상처가 커진다. 결국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영웅 서사가 아니라, 다음 기회를 맞을 체력을 남기는 일이다.

시장에 대한 관점도 현실적이다. 중요한 사건이 터졌다고 해서 시장이 즉시 정답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큰 뉴스의 중대성을 시장이 소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정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확산되며 가격에 반영된다. 저자들이 이야기와 입소문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서사가 강해지면 전염병처럼 번지고, 또 어느 순간 추진력을 잃고 사라진다. 그 흐름을 이해하면, 우리는 파도를 맞는게 아니라 형성되는 과정에서 읽어내는 쪽에 가까워진다.

결국 『글로벌 경제 트렌드』는 메가트렌드를 나열하는 책이 아니라, 혁신·세계화·기후·부채·고령화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 금리·유동성·시간·심리라는 필수 렌즈를 얹어 지금 무엇을 먼저 봐야 하는가를 정리해주는 책이다. 그리고 각 장의 끝에 “글로벌 경제 트렌드, 이것만은 기억할 것 10” 같은 요약을 덧붙여, 내용을 한번 더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일수록 중요한 건 더 많은 예측이 아니라, 흔들릴 때마다 다시 돌아갈 기준이다. 이 책이 주는 건 바로 그 기준이다.


'동양북스 서포터즈 2기' 활동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금리는 우리 세상의 중력과 같다. 금리가 낮거나 마이너스가 되면, 모든 자산이 날아오른다. 반대로 금리가 치솟으면, 모든 자산은 주저앉는다. 따라서 이 책에서 다루는 메가트렌드(주류)는 금리의 변동과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 어느 순간이든, 우리는 돈의 흐름이 열렸는지 닫혔는지 스스로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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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위한 이기적인 용기 - 결핍을 성장으로 바꾸는 나만의 자기경영
신다미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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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은 대개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로 자신을 달래는 나이다.

하지만 『마흔을 위한 이기적인 용기』는 그 익숙한 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제는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사람이 되자고 말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이기적’은 누군가를 밀어내는 냉정함이 아니라,

남의 기준에 맞추느라 지쳐버린 마음을 다시 나에게로 돌려 세우는 용기다.

그리고 “나는 왜 늘 나를 뒤로 미뤘을까?”라는 질문 앞에 잠시 멈춰 서보는 결심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스스로를 뒷순위에 두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저자의 멈춤은 해고에서 시작된다. 해고 통보를 받은 날,

창가에 섰고 초겨울 바람이 유난히 차가운 날이었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그 생각이 스치자 세상을 등지고 싶어졌다.

거울 앞에 선 얼굴은 눈동자가 텅 비어 있었고, 생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어깨를 움츠린 채 부족함을 감추려 애쓰며 살아왔는지 문득 선명하게 깨닫는다. “더 잘해야 해, 더 채워야 해.” 가족을 위해, 회사를 위해, 남들을 위해 달려왔지만 그럴수록 자신은 점점 희미해졌다. 남을 위한다는 마음이 어느새 나를 지우는 방식이 되어 버렸다는 고백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런데 그날, 저자는 무너지지 않는다. 아이들의 얼굴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사라진다면 아이들은 그리워하면서도 오래 원망하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살고 싶었다가 아니라 살아내야 했다가 된다.

아이들이 어떤 미래를 살았으면 하는지 떠올리자,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보였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지키는 사람.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때 저자는 결심한다. ‘마흔, 이기적이 되기로 했다.‘ 더 이상 남을 위해 나를 지우지 않기로 말이다.

그 결심을 실천하는 방법이 다소 의외였다.

바로 ‘묵언’ 이다.

말을 멈춘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그동안은 대화로 문제를 풀고 마음을 나눌 수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단어가 이상하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결국 저자는 100일의 묵언을 선택한다.

아이들 방문을 노크하려다 멈추고, 전화를 들었다가도 내려놓고, 꼭 필요한 말만 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말은 정말 필요한가.’ 해보니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 생각보다 많았다. 조급한 마음으로 내뱉던 말들, 사랑이라고 믿었던 말들 중 많은 것이 사실은 잔소리였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말을 줄이자 감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짜증은 외로움이었고, 화는 두려움이었고, 불안은 사랑이었다.” 저자는 감정을 덮어두거나 다스리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그 밑바닥에 숨어 있는 마음을 찾아냈다.

외로움 뒤에는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슬픔 뒤에는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감정을 인정해 주는 순간, 감정은 이상하게도 힘을 잃는다.

누군가의 날 선 말도 ‘짜증’으로만 보이지 않고, 그 뒤에 숨은 사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른의 마음도 아기의 울음처럼, 말과 행동 뒤에 욕구가 숨어 있다는 걸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단점에 대한 재해석이었다.

저자는 한때 자신을 괴롭혔던 게으름을 다시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게으름이라 여겼던 마음에 나는 ‘쉼’이라 이름 붙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도 버려진 시간은 아니었다.”

우리는 조금만 멈춰도 스스로를 쉽게 평가절하 하기도 한다.

해야 할 일을 미뤘던 저녁, 침대에서 뒤척이던 아침을 ‘나태’라 부르며 몰아붙인다.

그런데 저자는 그 시간들을 기록해 보니 공통점이 있었는데, 모두 마음이 지쳐 있었던 때였다.

앞만 보고 달려온 몸이 이제는 잠깐 멈춰야 한다고 보내는 신호였다.

그러니 쉼은 실패가 아니라 회복이고, 멈춤은 끝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대기다.

그 멈춤이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은, 이 문장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도망치지 않는 쪽을, 머무는 쪽을 선택했다. 더 빨리 가는 길 대신 나에게 맞는 속도를 택했을 때 비로소 숨이 돌아왔다.”

우리는 늘 빠른 길이 정답인 줄 안다. 빨리 회복하고, 빨리 성과를 내고, 빨리 괜찮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속도를 바꾸는 순간 삶의 숨이 돌아온다고 말한다.

나에게 맞는 속도를 택하는 일은 게으름이 아니라 용기다. 삶을 다시 살겠다는 결심이다.

상처를 바라보는 방식에서도 이 책은 유난히 따뜻하다.

저자는 ‘트라우마’를 ‘타임캡슐’로 부르기로 한다.

수면 아래 돌처럼 가라앉아 있던 기억들, 착해야 한다는 생각과 공손해야 한다는 믿음 아래 눌러둔 말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지우려고 할수록 더 떠오르는 기억들 앞에서, 저자는 창고의 문을 억지로 부수지 않는다. 트라우마라고 부를 때마다 모든 상황에서 피해자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타임캡슐’이라고 이름을 바꿔 부르게 된다.

타임캡슐은 과거를 들춰내어 고통을 반복하는 상자가 아니라,

과거 속에서 지금의 나에게 건네는 메시지를 찾는 상자가 된다.

타임캡슐을 연다는 건 과거를 들춰내는 일이 아니라,

상처를 통해 현재를 배우는 일이라는 문장이 그 방향을 단단히 잡아 준다.

묵언의 끝자락에서 딸이 말한다. “엄마가 아무 말 없이 싱크대 정리해 줘서 고마웠어.”

그 한마디가 저자에게는 큰 사건이었다. 말이 아닌 마음이 오간 첫 경험이었으므로.

물론 이 책은 그 과정이 늘 아름답기만 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술 취한 남편 앞에서 “당신이 문제야”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쌓아 올린 침묵이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한다. 다만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저자는 그 순간을 통해 내가 화를 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렸다고 말한다.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리고 다시 돌아오는 것! 그게 이 책이 말하는 ‘어른의 용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침내 저자는 묻는다.

“나는 누구를 가장 그리워하고 있었을까.”

답은 뜻밖에도 단순하다.

“나였다. 나는, 내가 가장 그리웠다.”

이 고백은 이 책이 말하는 어른의 용기이기도 하다.

나를 찾는 일은 대단한 변화를 이루는 일이 아니라, 오래 잊고 지냈던 내 마음을 다시 불러 세우는 일이다. 내가 나를 그리워해 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동안의 부족함은 결함이 아니라 더 나아지고 싶다는 바람의 다른 이름이 된다. 불안은 잘 살고 싶다는 신호가 되고, 화는 나를 지키라는 경계가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조차 버려진 시간이 아니라, 다시 숨을 고르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하루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깨달음 위에서 비로소 남이 아닌 나를 중심에 두고 살아갈 힘이 생긴다.

『마흔을 위한 이기적인 용기』는 거창한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은 누구를 가장 먼저 돌보고 있는가?”

그 질문 끝에서 우리는 결국 같은 답에 닿는다.

남을 위해 나를 지우는 삶이 아니라 나를 지키며 함께 가는 삶을 이야기 한다는 것을.

빠른 길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속도를 택하는 용기다.

이 책이 말하는 ‘이기적’이란 누군가를 밀어내는 태도가 아니라,

내 마음을 외면하지 않는 선택이며 오래도록 사랑하기 위해 먼저 나를 살리는 방식이다.


‘그릿 아카데미’를 통해 '미다스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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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준 감정들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작은 텃밭을 보았다. 주인이 없는 듯 잡초가 무성했는데, 그 사이로 배추 한 포기가 버티고 있었다. 언뜻 보면 잡초가 쓸모없어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배추를 바람으로부터 지켜주고 있었다. 한겨울 매서운 바람에 배추가 얼지 않도록, 방패가 되어주고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미워했던 게으름과 두려움과 회피도 저 잡초처럼 나를 지키고 있었다는 걸.

나는 평생 그 마음들을 뽑아내려 애썼다. 게으름을 없애려 억지로 몸을 일으켰고, 두려움을 감추려 용감한 척했으며, 회피를 극복하려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뽑아도 뽑아도 더 깊이, 더 질기게 다시 자랐다. 사실 그것들은 뽑아낼 대상이 아니었다.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엉뚱한 곳에서 버티고 있었을 뿐이다.

단점은 고쳐야 할 것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것이었다. 게으름이라고 여겼던 마음에 ‘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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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할 때 내가 사랑하는 그는 누구인가?
카트린 벵사이드.장이브 를루프 지음, 박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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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랑을 감정으로만 보지 않고,

내가 누구를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는지(혹은 사랑이라고 믿는지)를

정신분석과 영성의 관점에서 차근차근 풀어주는 인문 심리 에세이다.

연애나 관계 조언처럼 단정적으로 답을 내리기보다는,

사랑을 둘러싼 내 마음의 구조와 관계의 습관을 질문으로 정리해준다.

서문 첫머리에 인용된 카뮈의 말 ㅡ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아는 것이 모든 것이다.”

이 책 전체를 요약하기에 꽤 정확한 문장 같다.

이 문장에서 말하는 사랑하는 법은 그저 다정하게 말하고 잘해주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저자들이 말하는 사랑은, 상대를 통해 내 결핍을 메우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를 나와 다른 한 사람으로 대하면서 관계를 만들어가는 태도다.

그러니까 카뮈의 문장은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사랑하는 방식이 삶을 바꾼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내가 ‘당신을 사랑해’라고 말할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사랑이란 말이 너무 익숙해져서 오히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준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저자 조합부터 다르다는 점이다.

한 사람은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 다른 한 사람은 사제이자 신학·철학·심리학을 공부한 학자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두 사람 모두 정신분석과 영성에 관심이 깊다.

그래서 사랑을 다룰 때도 마음의 상처와 욕망(임상)과 삶의 의미와 관계의 태도(성경/영성)를 같이 놓고 본다. 사랑을 감정으로만 보지 않고, 타인을 향한 마음(사랑의 대상)과 사랑한다고 말하는 나(사랑의 주체)를 동시에 살피는 방식이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 너무 쉽게 말한다.

“사랑해”라고 말하면 설명이 끝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저자들은 오히려 묻는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말에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기준은 무엇이고,

“내가 사랑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기준은 무엇인가?

사람마다 모습이 다르듯, 사랑하는 방식도 다양할 텐데

우리는 혹시 한 가지 방식만 사랑이라고 믿고 있는 건 아닌가?

책에서 반복되는 키워드 중 하나는 ‘갈증’이다.

사랑은 때때로 설렘보다 결핍에서 시작된다. 내가 외로울 때, 내 삶이 불안할 때, 누군가가 그 빈자리를 채워줄 것처럼 느껴질 때 사랑은 더 강해진다. 저자들은 이런 상태를 너무 큰 사랑의 갈망 때문에 나도 상대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갓난아기에 비유한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당장 이 목마름만 해결하고 싶어지는 상태다. 그래서 사랑이 아름다운 감정인 동시에, 쉽게 흔들리고 아파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이 좋은 건 여기서 ”그렇다면 사랑하지 마!”로 단정적으로 결론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랑을 고독을 가리기 위한 도구로 쓰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말해준다.

고독을 샘물을 찾지 못하는 목마름으로 설명하고,

사랑을 그 목마름을 적셔주는 샘물에 비유한다.

핵심은 그 샘물이 기대를 채우기 위한 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사랑을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그리고 상대가 ‘상대’로 존재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때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인정과 존중에 가깝다.

장이브 룰루프의 서문은 관계를 더 또렷하게 정리해준다.

“둘이 있으면 반드시 세 번째가 있다”는 말처럼,

모든 관계에는 두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둘을 이어주거나 구별해주는 ‘제삼의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이게 없으면 관계는 사랑이 아니라,

서로가 사라지는 밀착(융합)이 되거나, 서로를 밀어내는 대립(배척)으로 흐르기 쉽다.

결국 성숙한 사랑은 너와 내가 완전히 하나가 되자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나 사이에 건강한 거리를 만들고, 그 거리에서 우리가 자랄 수 있게 하는 관계에 가깝다.

“우린 취향도 똑같아, 너무 잘 맞아”로 시작한 관계가 시간이 지나며,

“왜 넌 그걸 안 해?” “네가 좀 더 이랬으면 좋겠어”로 변해가는 과정을 다룬다.

처음에는 상대를 내 꿈에 맞춰 해석하다가, 결국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해 실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상대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상대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존재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결국 내가 사랑한 건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내가 만든 이미지일 수도 있다는 불편한 결론과 마주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사랑을 낭만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사랑을 더 현실적으로, 그리고 더 건강하게 만든다.

사랑이 의존으로 변하지 않게, 환상이 상대를 지우는 방식이 되지 않게.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해”라는 말이 끝맺음이 아니라 상대를 더 잘 알아가기 위한 시작이 되게 해준다.

결국 카뮈의 문장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아는 것이 모든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사랑하는 법’은 상대를 붙잡는 방법이 아니라,

내 결핍을 먼저 알아차리고 상대를 나와 다른 사람으로 존중하며 둘 사이에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법이다. 사랑이 삶을 흔들기도 하지만, 제대로 사랑하는 방식은 오히려 나를 성장시키고 삶을 넓혀준다. 이 책은 그것을 감정이 아닌 질문과 사례와 사유로 보여준다.


'열림원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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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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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친절한 세상에서 둘이 되어 함께 길을 가며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것은 인생의 달콤함과 고됨을 함께 나눌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고독이 야기하는 두려움을 치유하기 위한 사랑의 조급한 추구는 우리를 영원히 혼자 있게 할 수도 있다. 먼저 온전한 하나가 되지 못하면서 어떻게 둘이 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나는 누군가가 내게 새로운 삶을 선사해주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하나의 살아 있는 존재로서 또 다른 살아 있는 존재를 만나는 것뿐이다. 내게는 나 혼자 감당해야 할 고독이 있고, 그에게는 자신만의 고독이 있는 법이다. 자신의 ’혼자 있음’을, 자신의 존재가 유일함을 인정할 때만이 비로소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은 좋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유일한 존재이다. 따라서 둘이 되기 전에 먼저 하나임을 인정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나를 열어 보이고, 그와 하나로 합쳐지기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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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이 사랑하는 대한민국 컬러링 여행
김규슬 지음 / 트러스트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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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이 사랑하는 대한민국 컬러링 여행』은 ‘색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다. 단순히 밑그림을 채우는 컬러링북이 아니라, 여행과 예술을 하나의 느낌으로 엮어내는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감성 여행서다.


작가 김규슬은 성균관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유럽과 아시아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글과 그림으로 풍경을 기록해온 여행 에세이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현지를 직접 걷고 머물며 그려낸 스케치는 그곳의 공기와 분위기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독자에게 단순한 정보 이상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프랑스 스케치 여행』, 『아프리카 나미비아 컬러링 여행』, 『스위스·오스트리아 컬러링 여행』 등 다양한 시리즈로 이어진 그의 작업은 이번 책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으로 돌아온다.


이 책은 대한민국 소개로 시작한다.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이 만나는 동아시아 동안에 위치한 나라, 남북 약 1,100km에 이르는 육지와 4,000여 개의 섬, 태극기와 무궁화, 한글이라는 고유 문자까지.

이 책은 특히 한글과 영어가 함께 병기되어 있어,

외국인 독자도 자연스럽게 한국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인상적이다. 컬러링북이면서 동시에 작은 문화 안내서이기도 하다.


이후 펼쳐지는 장면들은 한국의 계절, 역사, 현대적 분위기를 폭넓게 아우른다. 초여름 부여 궁남지의 연분홍 연꽃이 차례로 피어오르는 부여 서동 연꽃 축제 장면에서는 연못 위를 스치는 바람과 물결의 흐름이 그림 속에 살아 있다. 오전에 방문하면 꽃이 가장 활짝 핀다는 작은 팁까지 더해져 여행의 현실감도 놓치지 않는다.


북악산 아래 자리한 청와대 장면에서는 파란 기와와 단정한 선,

일월오봉도를 배경으로 한 전통적 상징성이 강조된다.

산 그림자가 드리운 고요한 공간을 색으로 채우다 보면,

정치적 상징을 넘어 한 시대의 풍경을 마주하는 느낌이 든다.


성수동의 크리스찬 디올 하우스는 또 다른 결의 한국을 보여준다. 공장과 공방이 많던 동네가 패션과 예술의 공간으로 변모한 모습은 현대 서울의 역동성을 상징한다.

부드러운 곡선 외관과 도시적 분위기를 어떤 색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자아낼 수 있다.


해운대 해변 열차 장면에서는 푸른 바다와 등대,

곡선 철로가 어우러지며 부산 특유의 개방감과 속도감을 전달한다. 바다 쪽 좌석을 선택하라는 팁은 실제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색을 채우는 독자에게 장면의 방향성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색칠하는 행위가 곧 여행의 경험이 된다는 점이다. 실제 풍경에 가까운 색을 써도 좋고, 전혀 다른 나만의 색을 입혀도 무방하다. 연꽃을 더 짙게 물들이거나, 청와대의 하늘을 붉은 노을빛으로 바꿔도 된다. 선택하는 색마다 또 다른 대한민국이 완성된다.

복잡한 일상 속에서 한 장면을 천천히 채워가는 시간은 명상과도 같다. 동시에 우리는 그 공간의 문화와 역사, 현재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여행을 떠나기 전 설렘을 키우는 책으로, 혹은 다녀온 뒤 추억을 되새기는 기록장으로도 충분하다.


『세계인이 사랑하는 대한민국 컬러링 여행』은 한국이라는 공간을 ‘본다’는 차원을 넘어, ‘느끼고 채워 넣는’ 경험으로 확장시킨다. 색연필을 들고 한 장을 완성할 때마다 우리는 그림 속 어딘가에 서 있게 된다. 여행과 예술을 동시에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가장 따뜻한 방식의 여행 안내서다.


'우주서평단'을 통해 '트러스트북스 출판사' 도서를 지원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청와대
The Blue House (Cheong Wa Dae)

산과 상징이 만난 풍경
북악산 아래 자리한 청와대는 파란 기와와 단정한 선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일월오봉도를 배경으로 한 건물 배치는 전통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청와대 경내를 걷다 보면 산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 정치의 상징적 공간을 느낄 수 있다.

TIP
북악산 둘레길에서 내려다보면 청와대 주변 산세가 한눈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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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넥 - 변호사의 나라 미국과 엔지니어의 나라 중국은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는가
댄 왕 지음, 우진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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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왕의 『브레이크넥』은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대응을 단순한 패권 경쟁이 아니라, 서로 다른 국가 운영 방식의 충돌로 해석하는 책이다. 저자는 중국과 미국을 오랫동안 오가며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을 ‘엔지니어의 나라’, 미국을 ‘변호사의 나라’로 대비시킨다. 이 구도는 이 책의 핵심이자 오늘날 세계 질서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책의 ‘들어가는 말’은 제목처럼 분명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서로를 더 잘 이해할수록, 우리는 더 안전해진다.” 저자는 신문 머리기사에서 미·중 지도부의 충돌 소식을 볼 때마다 지금의 상황이 단순히 우려할 만한 수준을 넘어 우스꽝스럽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고백한다. 왜냐하면 그는 이 세상에 미국과 중국만큼 닮은 나라는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미국과 중국이 모두 ‘생각 없는 물질주의’가 만연한 흐름 속에 있다고 말한다. 이 물질주의는 때로는 성공한 기업가에 대한 존경심을 불러일으키지만, 때로는 극단적일 정도로 자신을 제외한 주변 모두에 대한 무감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양국은 대체로 치열한 경쟁의식을 조장하며, 실용주의를 중시한 나머지 무엇이든 곧바로 해내려는 성급함으로 일을 처리할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어떻게 움직이고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세상을 움직이는 크고 중요한 변화 역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안전’은 감정적인 적대가 아니라, 서로를 제대로 알고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에 가깝다. 저자의 결론은 단순하지만 단단하다. 미국인들이 중국을 더 잘 알수록, 중국인들이 미국을 더 잘 알수록, 불필요한 갈등에 휘말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댄 왕이 바라본 중국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실행력이 강한 사회다. 정책이 결정되면 곧바로 현실이 되고, 도로·철도·공장·신도시는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그는 중국 곳곳의 산업단지와 중소 도시를 직접 다니며,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는 현장의 역동성을 기록했다. 베이징 중심의 정치 뉴스만으로는 결코 포착할 수 없는 살아 움직이는 중국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 속도와 효율은 언제나 대가를 동반한다. 저자는 중국에서 살며 생활수준이 높아지는 동시에 권위주의적 분위기가 강화되는 모순을 체감했다. 강력한 정부와 기업 중심 구조는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낳았다. 한 자녀 정책, 제로 코로나 정책, 과도한 통제는 모두 기술적·관리적 사고가 극단으로 치달은 결과였다.

이런 문제의식은 저자의 직업적 경험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투자 분석 회사에서 일하며 중국의 정치 구조, 기술 산업, 제조업, 대만 문제 등을 분석했다. “중국은 기술 중심 대기업을 키울 수 있는가”, “무역 장벽 속에서도 첨단 제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 같은 질문들은 단순한 경제 전망이 아니라, 중국 체제의 본질을 묻는 질문이었다. 저자는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시진핑의 연설문을 읽고, 공산당 문서를 분석하며, 중국의 낯선 지역까지 직접 찾아다녔다.

한편, 미국에 대한 분석 역시 날카롭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은 법과 절차, 이해관계 조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회가 되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그 결과 대규모 인프라와 산업 정책은 번번이 지연된다. 중국이 빠르게 ‘만드는 나라’가 되는 동안, 미국은 ‘막고 조정하는 나라’로 변해갔다.

지난 40년 동안 중국은 미국의 성공 모델을 집요하게 학습했다. 자본주의 시스템, 산업 구조, 국민의 욕망을 자극하는 방식까지 흡수했다. 반면 미국은 정치적 분열과 행정 마비 속에서 점점 추진력을 잃었다. 저자는 디트로이트의 전성기를 떠올리고 싶다면 이제 미국이 아니라 중국 선전을 보라고 말한다. 이 한 문장은 현재의 역전된 산업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 시기와 미·중 갈등 심화는 저자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개인 웹사이트가 차단되고, 외국인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그는 결국 중국을 떠날지 고민해야 했다. 이런 경험은 이 책에 현실감을 더한다. 『브레이크넥』은 책상 위에서 쓰인 분석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부딪히며 만들어진 기록이다.

저자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미·중 사이의 적대가 과연 감당 가능한 수준에 머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만약 이 긴장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다면, 그 피해는 두 나라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 세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관심과 호기심’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미국인이 중국을 더 잘 알고, 중국인이 미국을 더 잘 알수록 불필요한 충돌은 줄어든다. 차이를 이해하는 일은 굴복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브레이크넥』의 통찰이 훌륭한 이유는 균형 잡힌 시각에 있다. 만약 중국이 건설한 것들을 찬양하며 미국은 중국을 보고 배워야 한다는 식의 결론을 그쳤다면 절대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의 공학적 효율과 실행력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낳은 폭력성과 위험을 숨기지 않는다.

미국의 자유와 법치를 존중하면서도, 그것이 만들어낸 무기력함을 비판한다.

결국 이 책은 누가 더 강한가를 묻지 않는다. 대신 누가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가는가를 묻는다.

말과 규칙의 나라, 그리고 기술과 생산의 나라가 충돌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브레이크넥』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깊이 있는 사유를 제공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뉴스 속 미·중 갈등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일 것이다.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구조적 경쟁으로 읽힌다. 빠르게 달리는 세계 속에서 잠시 멈춰 방향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자 불안한 시대를 이해로 건너가게 하는 다리 같은 책이다.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법률가 중심 국가의 또 다른 문제는 부유층에 대해 편견이 쌓여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변호사가 그저 부자들의 하인 노릇만 한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는 부유층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부의 건설 계획을 가로막거나 세금을 덜 낼 방법을 찾는 일에만 몰두한다. 복잡한 지식재산권 소송에 휘말렸을 때 우리는 그 지지부진한 과정 뒤에 대부분 변호사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판사들은 개인 투자회사가 정부를 상대로 채무 상환을 요구하는 일 같은 당혹스러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해묵은 문제를 이제는 그만 해결하고 싶을 때 소송은 해결 가능성을 제시하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그리고 이 유혹에 넘어간 사람들은 최고의 변호사를 찾아 고액의 수임료를 기꺼이 지급한다. 이쯤 되면 변호사는 단순히 부자들의 지킴이가 아니라 대부분 그 자신이 부자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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