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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넥 - 변호사의 나라 미국과 엔지니어의 나라 중국은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는가
댄 왕 지음, 우진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2월
평점 :
댄 왕의 『브레이크넥』은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대응을 단순한 패권 경쟁이 아니라, 서로 다른 국가 운영 방식의 충돌로 해석하는 책이다. 저자는 중국과 미국을 오랫동안 오가며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을 ‘엔지니어의 나라’, 미국을 ‘변호사의 나라’로 대비시킨다. 이 구도는 이 책의 핵심이자 오늘날 세계 질서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책의 ‘들어가는 말’은 제목처럼 분명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서로를 더 잘 이해할수록, 우리는 더 안전해진다.” 저자는 신문 머리기사에서 미·중 지도부의 충돌 소식을 볼 때마다 지금의 상황이 단순히 우려할 만한 수준을 넘어 우스꽝스럽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고백한다. 왜냐하면 그는 이 세상에 미국과 중국만큼 닮은 나라는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미국과 중국이 모두 ‘생각 없는 물질주의’가 만연한 흐름 속에 있다고 말한다. 이 물질주의는 때로는 성공한 기업가에 대한 존경심을 불러일으키지만, 때로는 극단적일 정도로 자신을 제외한 주변 모두에 대한 무감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양국은 대체로 치열한 경쟁의식을 조장하며, 실용주의를 중시한 나머지 무엇이든 곧바로 해내려는 성급함으로 일을 처리할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어떻게 움직이고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세상을 움직이는 크고 중요한 변화 역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안전’은 감정적인 적대가 아니라, 서로를 제대로 알고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에 가깝다. 저자의 결론은 단순하지만 단단하다. 미국인들이 중국을 더 잘 알수록, 중국인들이 미국을 더 잘 알수록, 불필요한 갈등에 휘말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댄 왕이 바라본 중국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실행력이 강한 사회다. 정책이 결정되면 곧바로 현실이 되고, 도로·철도·공장·신도시는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그는 중국 곳곳의 산업단지와 중소 도시를 직접 다니며,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는 현장의 역동성을 기록했다. 베이징 중심의 정치 뉴스만으로는 결코 포착할 수 없는 살아 움직이는 중국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 속도와 효율은 언제나 대가를 동반한다. 저자는 중국에서 살며 생활수준이 높아지는 동시에 권위주의적 분위기가 강화되는 모순을 체감했다. 강력한 정부와 기업 중심 구조는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낳았다. 한 자녀 정책, 제로 코로나 정책, 과도한 통제는 모두 기술적·관리적 사고가 극단으로 치달은 결과였다.
이런 문제의식은 저자의 직업적 경험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투자 분석 회사에서 일하며 중국의 정치 구조, 기술 산업, 제조업, 대만 문제 등을 분석했다. “중국은 기술 중심 대기업을 키울 수 있는가”, “무역 장벽 속에서도 첨단 제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 같은 질문들은 단순한 경제 전망이 아니라, 중국 체제의 본질을 묻는 질문이었다. 저자는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시진핑의 연설문을 읽고, 공산당 문서를 분석하며, 중국의 낯선 지역까지 직접 찾아다녔다.
한편, 미국에 대한 분석 역시 날카롭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은 법과 절차, 이해관계 조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회가 되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그 결과 대규모 인프라와 산업 정책은 번번이 지연된다. 중국이 빠르게 ‘만드는 나라’가 되는 동안, 미국은 ‘막고 조정하는 나라’로 변해갔다.
지난 40년 동안 중국은 미국의 성공 모델을 집요하게 학습했다. 자본주의 시스템, 산업 구조, 국민의 욕망을 자극하는 방식까지 흡수했다. 반면 미국은 정치적 분열과 행정 마비 속에서 점점 추진력을 잃었다. 저자는 디트로이트의 전성기를 떠올리고 싶다면 이제 미국이 아니라 중국 선전을 보라고 말한다. 이 한 문장은 현재의 역전된 산업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 시기와 미·중 갈등 심화는 저자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개인 웹사이트가 차단되고, 외국인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그는 결국 중국을 떠날지 고민해야 했다. 이런 경험은 이 책에 현실감을 더한다. 『브레이크넥』은 책상 위에서 쓰인 분석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부딪히며 만들어진 기록이다.
저자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미·중 사이의 적대가 과연 감당 가능한 수준에 머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만약 이 긴장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다면, 그 피해는 두 나라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 세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관심과 호기심’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미국인이 중국을 더 잘 알고, 중국인이 미국을 더 잘 알수록 불필요한 충돌은 줄어든다. 차이를 이해하는 일은 굴복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브레이크넥』의 통찰이 훌륭한 이유는 균형 잡힌 시각에 있다. 만약 중국이 건설한 것들을 찬양하며 미국은 중국을 보고 배워야 한다는 식의 결론을 그쳤다면 절대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의 공학적 효율과 실행력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낳은 폭력성과 위험을 숨기지 않는다.
미국의 자유와 법치를 존중하면서도, 그것이 만들어낸 무기력함을 비판한다.
결국 이 책은 누가 더 강한가를 묻지 않는다. 대신 누가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가는가를 묻는다.
말과 규칙의 나라, 그리고 기술과 생산의 나라가 충돌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브레이크넥』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깊이 있는 사유를 제공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뉴스 속 미·중 갈등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일 것이다.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구조적 경쟁으로 읽힌다. 빠르게 달리는 세계 속에서 잠시 멈춰 방향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자 불안한 시대를 이해로 건너가게 하는 다리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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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법률가 중심 국가의 또 다른 문제는 부유층에 대해 편견이 쌓여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변호사가 그저 부자들의 하인 노릇만 한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는 부유층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부의 건설 계획을 가로막거나 세금을 덜 낼 방법을 찾는 일에만 몰두한다. 복잡한 지식재산권 소송에 휘말렸을 때 우리는 그 지지부진한 과정 뒤에 대부분 변호사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판사들은 개인 투자회사가 정부를 상대로 채무 상환을 요구하는 일 같은 당혹스러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해묵은 문제를 이제는 그만 해결하고 싶을 때 소송은 해결 가능성을 제시하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그리고 이 유혹에 넘어간 사람들은 최고의 변호사를 찾아 고액의 수임료를 기꺼이 지급한다. 이쯤 되면 변호사는 단순히 부자들의 지킴이가 아니라 대부분 그 자신이 부자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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