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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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고통과 상실로 가득 차 있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

폴 오스터의 마지막 장편소설 『바움가트너』는 생의 끝자락에서 삶을 되돌아보는 한 철학자의 고요한 독백이자, 사랑을 잃고도 살아가는 인간의 태도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화려한 줄거리나 자극적인 반전 없이 그저 한 노인의 느릿한 일상과 생각들을 따라가지만, 그 속에는 죽음과 기억, 늙음과 사랑이라는 인생의 본질적인 문제들이 담겨있다.

주인공 시드니 바움가트너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오랫동안 철학을 가르쳐온 노교수다. 그는 10년 전, 아내 애나 블루먼탈을 사고로 잃고 홀로 살아가고 있다. 애나는 시인이자 그의 지적·감성적 동반자로, 두 사람은 삶과 문학, 철학을 공유하며 깊은 유대감을 나누던 존재였다. 하지만 어느 날, 해변에서 서핑을 하던 중 파도에 휩쓸려 애나는 세상을 떠난다. 이 불의의 죽음은 바움가트너에게 깊은 상실을 안겼다.

소설은 현재의 바움가트너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을 따라가며, 그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기억과 회상의 파편들을 교차로 보여준다. 커피를 마시며 떠오르는 아내의 시, 책상 위 유고 원고를 정리하며 되새기는 대화, 오래된 사진을 바라보며 되짚는 젊은 날의 감정들—모든 일상은 애나를 통해 되살아난다.

과거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두 사람의 첫 만남과 사랑의 시작을 엿보게 된다. 1970년대 파리의 작가 모임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문학과 사유를 매개로 빠르게 가까워졌다. 애나는 불안과 우울을 지닌 복합적인 존재였고, 바움가트너는 그런 그녀의 고통까지도 사랑했다. 이 관계는 단지 낭만적인 연애를 넘어, 서로를 성장하고 감싸는 삶의 동반자로서의 깊은 연대를 보여준다.

현재의 바움가트너는 정년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강의를 준비 중이다. 그는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택하며, 철학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슬픔과 상실을 견디는 데 실질적인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전하려 한다. 그는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삶을 산 자로서, 상실을 견딘 자로서 말하고자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바움가트너는 뜻밖의 전화를 받는다. 아내 애나와 과거 인연이 있었던 한 여성으로부터 걸려온 이 전화는, 그가 9년간 붙잡고 있던 고통의 기억을 바꿔놓는다. 그 여성은 애나와의 마지막 통화를 회상하며 전한다. 애나는 마지막 순간에도 평화로웠고, 그날 아침 바다에 들어가기 전에도 “지금이 참 좋다”는 말을 남겼다고. 그 짧은 진실이, 바움가트너에게는 9년 동안 무거운 그림자처럼 남아 있던 이별의 기억을 따뜻하게 덮어주는 전환점이 된다.

그는 비로소 깨닫는다. 애나는 고통 속에서 죽은 것이 아니라, 사랑과 삶의 감각을 온전히 느끼며 세상과 연결된 채 떠났다는 것을. 그 후, 바움가트너는 상실의 고통 대신, 그녀가 남긴 아름다운 흔적들을 마음 깊이 간직하게 된다.

이 소설은 그런 바움가트너의 태도를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에도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죽음을 향해 가는 삶 속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를 붙들고 살아야 하는가?”

폴 오스터는 이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내놓기보다는, 바움가트너라는 한 인물의 조용한 사유와 행동 속에서 답을 찾아가게 만든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이 작품이 ‘늙음’을 어떻게 다루는가다. 바움가트너는 자신의 신체가 느려지고 약해지는 것을 냉정히 바라보면서도, 그 속에 삶의 깊이와 존엄을 놓치지 않는다. 늙어감은 단순한 쇠퇴가 아니라, 축적된 기억과 이해의 시간이며, 그 자체로 아름답고도 값진 인간의 상태임을 이 소설은 담담히 그려낸다.

한편, 주인공의 이름인 ‘바움가트너(Baumgartner)’는 독일어로 ‘정원사’를 뜻한다. 이는 그가 삶의 잔해 위에서 상실을 묵묵히 돌보고 가꾸는 사람이라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그는 매일같이 애나와의 기억을 다듬고 지켜내며, 사라진 것들을 다시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들어낸다. 삶을 떠난 이와의 관계마저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내면의 정원을 그는 스스로 가꾼다.

『바움가트너』는 결국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마지막 메시지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도 여전히 기억 속에서 그를 만나고, 함께했던 일상을 되새기며, 죽음과 마주한 현실을 철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삶. 그것은 결코 위대한 여정도, 감동적인 투쟁도 아니지만, 오히려 그 평범함 속에 진짜 인생이 숨어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순간 속에서 그 사람을 떠올리고, 더 깊이 사랑하게 된다고. 또한 삶은 결국 죽음을 향해 가는 여정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이다. 늙어감은 쇠퇴가 아니라,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지혜의 시간이라고.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비로소 드러난다고.

아침의 커피 한 잔, 책장 구석에 차지하고 있던 오래된 시집, 유년의 추억이 서린 음악 한 곡—이 책은 그 일상의 소소한 장면들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사랑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바움가트너』가 조용히 속삭이는 위로이자 철학이다.


'열린책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애써 이런 일까지 다 하다니. 똥 대가리와 이기적인 짐승들만 가득한 세상에 자비의 천사 같은 이런 선량하고 순진한 사람이 나타나다니.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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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토크쇼 픽 - 경제전문가 40인의 경제난국 솔루션
이선미.장아람.박은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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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미, 장아람, 박은수' 세 명의 저자가 함께 집필한 『매일경제TV 경제 토크쇼 픽』은 말 ‘지금, 꼭 알아야 할 경제 이슈’를 선별해 깊이 있게 풀어낸 책이다. 경제 흐름이 실시간으로 바뀌고, 글로벌 리스크가 시시각각 발생하는 오늘날의 환경에서 이 책은, 인공지능, 중국의 부상, 자산 시장의 변화, 한국 경제의 문제점처럼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주요 경제 이슈를 선정해 그 원인과 흐름을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단순한 뉴스가 아니라, 그 뉴스가 왜 중요한지, 앞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를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재용 PD가 진행하는 방송에서 다뤄진 다양한 이슈와 전문가 대담을 통해 생생하고 현장감 있는 내용을 책으로 정리하여 반복적으로 읽고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책의 프롤로그는 이러한 출간 의도를 매우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 뉴스의 헤드라인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구조적 요인과 장기적인 흐름을 짚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지금까지 우리는 비트코인, 금리, 전쟁, 기후변화 등 복잡한 경제 이슈를 단순히 헤드라인을 통해 무작정 이해하려 했던 건 아닐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책은 독자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고의 깊이를 유도한다.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하나의 경제 주제를 중심으로 깊이 있는 분석과 해설을 제공한다.

 첫 번째 챕터는 ‘AI 혁명, 새로운 격차를 연다’는 주제로 시작된다.

AI 도입이 경제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산업 재편과 고용구조의 변화,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기술 발전 등 미래 사회의 패러다임을 다룬다. 단순히 AI 기술이 발달했다는 선언에서 그치지 않고, AI가 만들어낼 사회적 격차와 윤리적 질문, 인간 삶의 근본적인 전환에 대한 통찰까지 아우른다. 특히 알파폴드나 구글 딥마인드처럼 혁신적인 기술이 산업에 어떤 파급력을 지니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내며, AI 시대의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력 이상의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두 번째 챕터는 ‘떠오르는 중국, 붉은 용의 세 가지 무기’에 주목한다.

중국 제조업의 부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자원 확보 경쟁,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의 중국의 전략을 분석한다. 중국이 단순히 ‘공장 국가’에 머무르지 않고 반도체, 배터리,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배경을 설명하며, 그에 따른 글로벌 경제 질서의 변화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 공급망 전쟁, 그리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중국의 입지 변화 등 다양한 맥락 속에서 독자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세 번째 챕터는 ‘변화하는 부의 지형도’를 통해 최근의 자산 시장 변화를 분석한다.

비트코인의 급부상, 금리 인상기 속에서의 부동산 시장의 재편, 주식 시장의 흐름 등 다양한 자산 투자 흐름을 짚으며, 부의 기준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일반 투자자와 슈퍼리치의 자산 관리 방식 차이, 글로벌 금리 변화에 따른 투자 전략 등을 비교하며 실질적인 투자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최근의 ‘피말린장’처럼 극단적 불확실성이 반복되는 시장 속에서, 투자자가 어떻게 균형을 잡고 판단력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함께 담겨 있다.


 마지막 네 번째 챕터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점검한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고령화, 저출산, 1인 가구 증가, 부동산 불균형, 세대 간 격차 등을 중심으로 현재의 경제 환경을 해석하고 있다. 특히 YOLD(Young Old) 세대의 소비 변화, 청년층의 고용 불안, 주거 위기 등이 경제적 불균형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짚으며, 정책적 대안까지 모색한다. 저자는 다양한 전문가의 목소리를 인용해 정부의 정책 효과와 한계도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는 단순한 현상 진단을 넘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까지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전체 구성은 방송 콘텐츠를 책이라는 매체로 옮기며 정보의 깊이와 구조를 강화한 형태다. 실제로 각 장은 마치 특집 리포트처럼 구성되어 있어, 하나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매우 유용하다. 또한 책 곳곳에 삽입된 실제 방송 출연 전문가들의 분석과 사례들은 독자의 몰입도를 높인다. 단순히 뉴스를 읽는 것과는 달리, 이 책은 뉴스의 맥락과 미래의 흐름을 함께 볼 수 있는 도구로 기능한다.


 『매일경제TV 경제 토크쇼 픽』은 경제 초보자부터 중급 이상의 독자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책이다. 복잡한 경제 이슈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저자들의 역량이 돋보인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특히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방향이 불분명한 시대에 이 책은 ‘경제를 안다는 것’이 단지 수치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인간 삶의 흐름과 정책의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것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

본문 내용 끝에 QR코드로 ‘방송 다시보기’를 제공한다. 책으로 읽은 내용을 영상으로 더 생생하게 확인하고 싶다면 해당 QR코드를 이용해 보시라.


'매일경제신문사 출판사(매경출판)'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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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째 경제 이야기 ‘핵심 노트‘
- 욜드(Yold)​란, 젊은 노년층을 말한다. ‘Yong(젊은)‘과 ‘Old(늙은)‘의 줄임말로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가속화 되면서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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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50만 부 기념 전면 개정판)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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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마음들이 모여, 결국 서로의 위로가 된다.”


 버티고 있다고 믿었던 마음이 한순간 위태로워지는 날이 있다. 정영욱 작가는 그런 날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다.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가도 뜬금없이 위태로워지는 날이 있다. 잘 붙잡고 있는 것 같다가도 마음이 벼랑 끝으로 추락할 것 같은 날이.”


관계 속에서도 우리는 애써 견디다가 문득 예기치 않은 불안과 공허함에 휩싸이곤 한다. 작가는 누구나 한 번쯤 지나온 그런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그리고는 조용히, 다정하게 말해준다.

“잘 안 되고 있더라도,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


정영욱의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는 반복되는 문장을 통해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내며, 서툰 마음들이 서로를 어떻게 감싸 안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의 글에는 과장 없는 진심이 담겨 있고, 그 진심은 지친 마음에 잔잔히 다가온다.


 책 내용 중 ‘미련한 마음과 미련한 마음이 만나는 것’을 보면, 서투르고 상처 입은 두 마음이 서로를 알아보고 보듬는 장면이 떠오른다. 책 속에는 자신의 아픔을 알아주는 이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로받게 되는 순간들이 담겨 있다.

 또한,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에서는

“내가 필요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닌, 나를 애정하기에 내가 필요한 사람.

함께 있을 때, 가면에 숨겨진 자신이 아닌 진짜 서로의 모습이 나오는 사람.

그만큼 서로에게 편하고 허물없는 관계.

그 편안함이 소홀함과 익숙함이 아닌, 소중함으로 기억되는 그런 관계.

이러한 상대의 긍정이 나에게도 영향을 끼쳐 자꾸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그런, 사람.”

이라는 표현처럼, 좋은 사람과의 관계는 결국 나 자신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느낀다.

그 다정한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책은 희망을 소리 높여 외치기보다는, 마음의 굴곡을 조용히 인정해주며 곁에 나란히 앉아 함께 안아주는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관계에 지쳐 마음 한켠에 미련이 남은 이들에게는 그 미련마저도 품어낼 수 있게 해주고, 소중한 사람과의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다시 조심스럽게 다가설 용기를 건넨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피워낸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는 특히 이런 사람들에게 닿았으면 한다.

매일을 조용히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

관계 안에서 지치면서도 쉽게 놓지 못하는 사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

그리고 누군가에게 조용히 다가가 손을 내밀고 싶은 사람.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다정한 숨결처럼 스며들어, 오늘도 괜찮을 거라고, 결국 잘될 거라고 조용히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지나온 나에게 “정말 잘했어”라고 말해주며 꼭 안아주는 책이다. 그 한마디에 마음 한구석이 덜 외로워지고, 나 자신을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흔한 표현들로 채워진 에세이가 아니다. 저자만의 언어가 분명히 살아 있고, 가슴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문장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손에 들려 있던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지금 마음이 힘들고, 삶이 유독 고단하게 느껴지는 이들이 있다면 꼭 한 번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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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
사소한 관심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나의 배려를 당연시하지 않는 사람.
기다림은 짧고, 그 여운은 정말 길게 남는 사람.
진심 어린 말의 위로도 좋지만, 진심 어린 경청의 위로를 건넬 줄 아는 넓은 사람.
지금 당장의 행복에 집중하되, 과거에 나와 함께 고생했던 것을 잊지 않는 사람.
가끔은 멀어졌다고 생각되더라도, 나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용기 있게 먼저 다가와 주는 사람.
내가 필요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닌, 나를 애정하기에 내가 필요한 사람.
함께 있을 때, 가면에 숨겨진 자신이 아닌 진짜 서로의 모습이 나오는 사람.
그만큼 서로에게 편하고 허물없는 관계.
그 편안함이 소홀함과 익숙함이 아닌, 소중함으로 기억되는 그런 관계.
이러한 상대의 긍정이 나에게도 영향을 끼쳐 자꾸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그런, 사람.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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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은 많지만 아직도 누워 있는 당신에게
이광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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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고 무기력한 나, 그래도 다시 살아보고 싶은 당신에게”

이광민 작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오랜 시간 진료 현장에서 무기력에 빠진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해왔다. 『할 일은 많지만 아직도 누워 있는 당신에게』는 그런 사람들의 패턴을 관찰하면서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고자 했다. 그러한 관찰을 통해 깨닫게 된 내용을 집필한 것으로, 게으르고 무기력하지만 그래도 다시 열심히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이 책 초반에는 ‘무기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무기력을 의지력 부족이나 게으름이 아니라 ‘고갈‘에서 온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무기력을 마음이 보내는 하나의 신호로 해석한다. 노력해도 결과가 없을까 두려운 마음, 과거의 실패 경험에서 비롯된 트라우마, 반복된 비난, 사회·경제적 불안정성 등 외부 환경과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특히 열심히 해봤자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식의 비관주의는 사람을 쉽게 포기하게 만든다.

무기력은 우리의 인식 구조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책에서 언급되는 ‘앵커링 포인트’는 판단의 기준이 되는 출발점으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기준이 될 경우, 어떤 일도 실패할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이로 인해 이상적인 나와 현실의 나 사이의 간극, 즉 ‘인식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고, 그 거리감은 무기력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이런 상태를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완벽하게 잘하고 싶다는 욕심은 오히려 부담이 되어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한다. 높은 목표와 큰 성취를 원하는 마음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것이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일단 해보자.” 완벽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 성과가 없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살아보는 것’, 이것이 무기력에서 빠져나오는 첫걸음임을 이야기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전략이 바로 ‘작은 루틴’이다.

이 책은 루틴이 필요한 이유를 명확히 짚는다. 생활 패턴이 무너지면 마음도 무너진다. 실제로 수면, 식사, 운동 등 일상의 리듬이 흐트러질 때 우울이나 번아웃이 쉽게 찾아온다. 이럴 때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규칙적인 생활 리듬과 에너지 관리다. 루틴은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기둥이다.

또한 저자는 무기력의 배경으로 ‘가스라이팅’과 ‘반복 강박’도 언급한다. 타인의 평가와 기대 속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면 자존감은 무너지고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된다. 과거의 부정적 경험이 반복되어 무의식적으로 재현되는 ‘반복 강박’은 변화보다 정체를 택하게 만들고, 이는 삶 전체를 피로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명상과 마음챙김은 유용한 도구가 된다. 명상은 생각과 감정을 거리 두게 하고, ‘해야 할 일’과 ‘지금의 나’를 분리시켜 자책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마음챙김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연습이며 작지만 실현 가능한 행동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예를 들어 방 청소가 막막하다면, ‘책상 위 종이 한 장만 치우기’부터 시작해보는 식이다.

『할 일은 많지만 아직도 누워 있는 당신에게』는 우리 삶에서 무기력이란 감정이 비정상이 아니며, 도리어 마음이 보내는 정직한 신호임을 알려준다. 그 신호를 무시하기보다 해석하고 돌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책은 자기 삶을 다시 돌보고 싶은 이들에게 따뜻하고도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 추천 해주고 싶다.

- 해야 할 일은 많지만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

-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자책하며 무기력에 빠져 있는 사람

-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며 자존감을 잃어버린 사람

- 무기력한 가족이나 친구를 이해하고 돕고 싶은 사람

'위즈덤하우스 @wisdomhouse_official'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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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은 ‘고갈‘에서 옵니다. 어떻게 보면 ‘번아웃burnout’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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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겪어야만 열리는 문이 있다
와카마쓰 에이스케 지음, 김순희.안민희 옮김 / 북플랫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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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따뜻한 노란색 속지.

해 질 무렵의 노을 같이 부드럽고 따뜻한 색이다. 


 와카마쓰 에이스케의 『슬픔을 겪어야만 열리는 문이 있다』는 겉모습부터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이 책은 시집도 아니고, 전통적인 에세이도 아니다. 하지만 시처럼 절제된 언어, 에세이처럼 깊은 통찰이 공존한다. 그래서일까? 책의 크기도 시집과 에세이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총 26편의 짧은 글이 담긴 이 책은, 삶과 죽음, 상실과 회복의 경계에서 건져 올린 단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 와카마쓰 에이스케는 일본 문단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평론가이자 에세이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종교, 문학, 철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글쓰기로 잘 알려져 있고, 특유의 조용하고 깊이 있는 문체로 많은 독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1968년 도쿄 출생으로, 일본의 저명한 평론가이자 작가, 그리고 영성(靈性)을 탐구하는 사상가이다.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종교학 및 문학을 전공했고, 가톨릭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내면과 고통, 구원,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지속적으로 글로 써왔다. 또한, 그는 여러 문예지에서 정기적으로 비평을 연재하며, 현대 일본 문단에서 ‘조용한 영혼의 글을 쓰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수년간 ‘애도’와 ‘상실’이라는 주제를 글로 다루며 수많은 장례식, 이별, 죽음을 가까이에서 관찰해왔다. 직접 호스피스 병동을 찾기도 하고, 가족과의 이별을 겪은 사람들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말과 침묵을 글로 옮겨왔다. 특히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다.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고통, 형언할 수 없는 상실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그는 위로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슬픔의 자리를 견디는 말의 온도를 찾아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실제 장례식에서 낭독한 메시지, 그가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건넸던 말들,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백을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철저히 경청의 자세로 쓰인 글들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슬픔은 그 자체로 완성된 감정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사랑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다.” 이러한 생각은 그의 전작들과도 일관되며, 와카마쓰가 단순히 ‘애도’를 감정의 문제로 보지 않고, 인간의 존재론적 깊이로 이해하고자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조급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슬픔을 극복해야 할 감정으로 여기며, 빠르게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저자는슬픔은 억지로 이겨내야 할 것이 아니라, 머물러야 할 감정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를 잃은 고통 앞에서 너무 빨리 괜찮아지기를 요구하지 말고, 충분히 아파하고 울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그렇다고 이 책이 감상에만 머무르는 건 아니다. 저자는 슬픔의 자리에 오래 머물다 보면 그 감정이 결국 우리 안의 ‘문’을 하나씩 열어간다고 말한다. 사랑했던 이와의 추억,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말, 함께했던 시간의 소중함이 그 슬픔의 여백 속에서 다시 떠오른다. 슬픔은 무너짐의 과정인 동시에, 되돌아보게 하고, 살아가는 방식까지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전환점인 것이다.


 26편의 글들은 각각 독립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전체적으로는 ‘상실 이후의 삶’이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 어떤 글에서는 슬픔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사랑이라 부르고, 또 다른 글에서는 아픔 속에서도 끝끝내 피어나는 희망을 말한다. 특히 마음에 남는 대목은, 슬픔이 있는 자리에도 햇빛은 스며든다는 문장이다.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견디고, 더 깊이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믿음이 이 책에 깔려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슬픔을 겪는 당사자뿐 아니라 그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아픔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위로는 때로 말이 아니라 곁에 머무는 일이다.

 저자는 “슬픔에 말을 얹으려 하지 말고, 그냥 있어 주어라.” 그 한 문장이야말로 우리가 서로를 위로하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이 아닐까.


 종교적 색채가 없진 않지만, 이 책은 특정 신앙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 본연의 감정에 더 집중하며,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슬픔의 보편성을 말한다. 문장은 차분하고 간결하며 자극 없이 독자의 마음에 잔잔히 스며든다. 과장도, 과속도 없는 글이랄까.


 『슬픔을 겪어야만 열리는 문이 있다』는 인생의 어느 골목에서 갑작스레 맞닥뜨린 상실의 그림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바라보라고 권한다. 그 안에 숨겨진 빛의 조각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임을 조용히 일러준다. 슬픔은 끝이 아니라, 우리가 다시 열어야 할 또 다른 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문은, 반드시 누군가의 따뜻한 동행 속에서 열릴 수 있다.


[책에 없는 내용]

호스피스 사역자

주로 임종을 앞둔 환자와 그 가족을 정서적, 영적, 신체적으로 돕는 사람을 말한다.

특히 종교적인 배경을 가진 경우, 신앙적인 위로나 기도로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는 역할도 하기도 한다.


‘호스피스(hospice)’는 원래 말기 환자들이 고통 없이 평안하게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돌봄 서비스를 뜻하는데, 여기에서 ‘사역자’란 사명감을 가지고 봉사하거나 섬기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호스피스 사역자는 단순한 간병인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걸으며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와카마쓰 에이스케는 이 역할을 목회자이자 상담자, 친구 같은 존재로 수행하며 수많은 죽음과 슬픔의 자리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죽음을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한 인간의 이야기가 끝나는 방식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따뜻한 시선이 깃들어 있다.




'북클립1 @bookclip1'님을 통해 '북플랫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북클립1 #도서제공 @bookclip1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여기에 있고 저기에도 있다
눈앞에 있는 평범한 사람이어야말로
알려지지 않은
용자(勇者)임을
나는 살아 있기에 깨달았습니다.
— 이와사키 와타루, 《용기》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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