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살 수 없지만 요가는 할 수 있어요 - 요가, 세계여행, 그리고 제주에서 요가원 창업
곽새미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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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나요?

이 질문으로 책은 시작한다. 단순하지만 피하지 못할 질문이다.

매일 해야 할 일에 쫓기듯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문장은 한 번쯤 멈춰 서게 만든다.

『행복은 살 수 없지만 요가는 할 수 있어요』는 요가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삶의 태도에 대한 기록이다.

곽새미 작가는 직장인 시절, 스트레스와 만성적인 몸의 긴장을 풀기 위해 요가를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한 요가는 점점 삶의 중심으로 들어왔고, 주말마다 시간을 쪼개 반년 넘게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결국, 요가를 더 깊이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5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다.

퇴사 후 그는 남편과 함께 요가 매트를 어깨에 메고 세계로 나간다.

500일 동안 5대륙 28개 도시를 옮겨 다니며 요가를 하고, 수련하고, 가르치고, 다시 배운다.

코로나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하타요가의 세계에 깊이 빠지고, 이후 제주에 정착해 요가원을 열게 된다.

요가를 만난 지 10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그는 직장인에서 여행자, 그리고 요가원 대표가 되었다.

요가 여행기 파트는 의외로 풍경 묘사가 많지 않다.

대신 그 도시에서 몸을 어떻게 쓰고, 마음이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더 많이 등장한다.

인도, 태국, 코스타리카 같은 이름들이 나오지만 그곳은 관광지가 아니라 ‘수련의 공간’이다.

여행지에서 요가를 한다는 건, 낯선 환경 속에서도 나 자신을 놓치지 않겠다는 선택처럼 느껴졌다.

어디에 있든 매트를 펴면 그곳이 요가실이 된다.

이 대목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나는 왜 여행을 가면 늘 바쁘게 돌아다니기만 했을까.

좋아하는 것 하나를 중심에 두고 여행해 본 적은 있었나. 그런 질문들이 따라왔다.

그리고 이 책이 특히 좋았던 이유는, 퇴사 이후의 삶을 ‘불안하지 않은 상태’로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가를 해도 불안은 오고, 여행을 해도 권태는 찾아온다.

매트 위에서 늘 자세가 잘 나오지 않듯, 삶도 늘 유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저자는 숨기지 않는다.

잘 된 순간만 모아 놓은 이야기가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솔직하게 담고 있어 공감이 깊었다.

후반부의 제주 요가원 창업 이야기는 이 책을 에세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게 만든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순간, 낭만보다 먼저 계산이 필요해진다.

공간, 비용, 가격, 마케팅, 지속 가능성 등

그래서 이 책 앞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진다는 문장은 이렇게 바뀐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좋아하지 않는 일도 함께 감당해야 한다.’고 말이다.

무자본 창업이라는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자본 대신 더 많은 시간과 체력, 그리고 책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책의 후반에는 실질적인 정보도 꽤 촘촘하게 담겨 있다.

요가 여행 중 방문했던 요가원 정보, 해외에서 요가 수업을 찾는 방법, 미국에서 무료로 요가 수업을 듣는 팁까지.

또한 요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을 위해 수업 가격 책정, 셀링 포인트 설정, 홍보 방법, 고객 관리 노하우, 그리고 하루에 하나씩 실행할 수 있는 ‘요가 수업 2주 완성 플랜’까지 제공한다.

이 책이 단순한 요가 에세이가 아니라 ‘창업 분투기’에 가까운 이유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문장들도 오래 남는다.

“좋아하는 마음에 몸을 맡겨보면 퇴사해도 썩 불안하지 않습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안하지 않아서 맡기는 게 아니라, 맡기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던 건 아닐까하고.

또 하나 마음에 남은 문장.

“Done is better than nothing.”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조금 부족해도 하는 게 낫다는 말 아닌가.

완벽하지 못할까 봐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 나의 오래된 습관이 떠올랐다.

요가는 잘하려고 하는 운동이 아니라, 오늘의 몸 상태를 인정하는 수련이라는 말이 와 닿았다.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행복을 종종 목표처럼 설정한다.

어떤 조건만 채우면 언젠가 도착할 수 있는 지점인 것처럼.

하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행복은 도착지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내 몸과 마음을 어떻게 다루고 돌보는지에 더 가깝다.

그래서 제목처럼, 행복은 살 수 없지만 요가는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오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한 지도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내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됐다.

하루를 해내야 할 일로 몰아붙이며 스스로를 갉아 먹던 시간이 분명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조금만 더 숨을 고르고, 조금만 더 느리게 걸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해서, 오래도록 계속해 볼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아주 작게라도 다시 묻게 됐다.

『행복은 살 수 없지만 요가는 할 수 있어요』는 요가를 몰라도 읽을 수 있고,

여행을 가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지금 삶이 조금 굳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이 책은 몸 풀기 전의 스트레칭 같은 역할을 해준다.

큰 결심까지는 필요 없다. 오늘은 매트를 펴듯, 하루에 숨 쉴 틈 하나만 만들어도 충분하다.

'푸른향기 서포터즈 15기' 활동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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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에서 바다까지 (오디오북, 신곡 음원 수록)
정중식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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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에 올라선 물고기 한 마리.

칼날은 번뜩이고, 시선은 차갑다.

이 이야기는 물고기 이야기만은 아니다. 오늘을 버티는 우리의 모습과 자꾸 겹쳐진다.

『도마에서 바다까지』는 상처 입은 한 물고기가 도마를 벗어나 바다로 향하는 여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표면적으로는 물고기의 모험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은유적으로 담겨 있다.

도마 위는 당장의 현실이고, 바다는 포기할 수 없는 미래다.

저자 정중식은 이 두 지점 사이를 오가는 생의 몸부림을 음악과 글, 그림으로 엮어 한 권에 담아냈다.

그는 이 책을 ‘음악동화’라고 부른다. 직접 만든 노래가 글과 그림을 만나 하나의 장면이 되고, 이야기가 되어 독자에게 전달된다.

정중식은 인디 뮤지션이자 음악가로 먼저 알려진 인물이다. 2015년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7’에 출연해 TOP4에 오르며 ‘중식이 밴드’로 이름을 알렸다. 현실의 삶을 솔직하게 노래하고, 일상의 결핍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태도로 공감을 얻어 왔다. 그런 정체성은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그는 노래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스스로를 정리하고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음악으로만 표현했다면 미처 지나쳤을 감정과 순간들을 훨씬 더 다층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책의 <여는 글>에서 ‘도마’는 삶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무대 위 도마 위, 그 위에서 물고기는 춤을 춘다. 날 선 회칼과 번뜩이는 칼날은 관중의 눈빛과 닮아 있고, 그 위에 선 존재는 매 순간 아찔함 속에서 몸을 움직인다.

설렘과 두려움,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공존하는 자리다. 그곳에서 즐기기란 쉽지 않다.

이 장면을 떠올리면 “도마 위에 오르다”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도마는 누군가의 시선과 평가 속에 그대로 노출되는 자리다.

그렇다면 『도마에서 바다까지』에서 저자가 말하는 도마 역시, 삶이 판단받고 시험대에 오르는 현실을 뜻하는 게 아닐까. “칼날이 관중의 눈빛과 닮아 있다”는 문장은 그 의미를 분명히 한다.

칼날은 생존의 압박이고, 관중의 시선은 결과를 요구하는 눈빛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도마 위는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물고기가 생존을 위해 버텨야 하는 자리,

즉 당장의 현실이다.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서도 쉽게 내려올 수 없고, 벗어나기도 어려운 자리다.

우리는 그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티기 위해, 혹은 포기하지 않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그럼에도 물고기는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물고기는 절망과 상처를 안은 채 더 큰 물, 바다를 향해 몸을 던진다.

그 도약은 여유에서 나온 선택이 아니라, 그 자리에 더는 머물 수 없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결단이다.

바다는 도피처가 아니라, 숨을 돌리고 다시 살아가기 위한 방향이다.

상처 난 몸 그대로라도, 다시 물로 돌아가려는 선택이다.

그리고 중반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는 더욱 깊어진다.

떠내려가는 물고기 앞에 새가 등장하고, 새는 이렇게 말한다.

“이 시궁창에서 살아있는 것은 너와 나뿐이구나…”

이 한마디를 계기로 이야기는 결을 바꾼다. 단순히 떠내려가는 상황을 묘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왜 아직 살아 있는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이후 새, 고양이, 큰 쥐와의 대화는 같은 질문을 서로 다른 언어로 반복한다. 이렇게까지 찢어지고 부러진 상태에서도, 왜 끝내 살아가려 하는가.

물고기는 물살에 휩쓸리고, 자신의 처지를 부정하며 바위에 부딪혀 몸이 깨지고 찢어진다.

분노를 쏟아내며 “차라리 끝내버려라” 같은 말까지 내뱉지만 이야기는 멈추지 않는다.

흘러가고, 부딪히고, 떠밀리면서도 존재는 이어진다.

그리고 통증이 다시 느껴지고, 배고픔과 갈증이 찾아오는 순간, 물고기는 깨닫는다.

아직 살아 있고, 살아 있다는 건 결국 다시 움직이게 된다는 사실을.

이 장면이 말해주는 핵심은 강한 의지가 아니다.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어서 버티는 게 아니라, 아프고 배고프고 아직 느낄 수 있으니 몸이 먼저 움직인다는 것이다. 도마를 벗어나려는 물고기의 여정은 멋진 결심의 결과라기보다, 상처 입은 상태에서도 계속 반응하며 움직이게 되는 삶의 모습에 가깝다. 이 책은 삶을 잘 선택해서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고 흔들려도 몸이 멈추지 않는 한 삶은 계속 이어진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삶을 미화하지 않는다.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의지와 무관하게 떠밀리며, 쉽게 상처 입는 현실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 속 삶은 종종 시궁창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이 끝까지 붙잡고 있는 핵심은 분명하다. 삶이 아무리 엉망이어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고 다시 살아 있는 상태로 돌아가려 한다는 사실이다.

이 메시지가 더 크게 남는 이유는, 희망이나 긍정을 앞세우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위로 대신 지금도 살아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짚어준다.

그래서 이 책은 위로라기보다 현실을 똑바로 확인하게 만든다.

추천사에서 말했듯, 이 책의 미학은 ‘결핍의 블랙홀을 채워주는 즐거운 불편’에 있다.

현실적 피폐 속에서도 고함 대신 휘파람을 불게 만드는 태도, 초라한 상황을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견디는 자세가 이 책 전반에 흐른다.

저자는 자신의 결핍을 숨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것을 미화하지도 않는다.

대신 결핍을 그대로 꺼내 쓰고, 노래하고, 그려서 보여준다.

이 태도는 독자에게 어떤 방향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살아온 한 사람의 기록을 내밀 뿐인데, 그 기록은 독자로 하여금 자기 상태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나는 지금 어떤 물살에 떠밀려 와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결핍이 단순한 부족함이 아니라,

삶을 다시 감각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이해하게 된다.

책 곳곳에는 노래 가사와 음악, 영상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가 실려 있어 읽는 경험을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 추천사에서 임진모 음악평론가가 언급한 ‘블루스’ 역시 이 책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블루스가 고통에서 출발했지만 신음으로 끝나지 않았듯, 저자 역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되 “괜찮아질 거야!” 같은 막연한 긍정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현실의 무게와 해학 사이를 오가는 불협화음 같은 진실이 담겨 있고, 그 진실은 어떤 순간에는 통쾌하게, 어떤 순간에는 조용한 위로로 남는다.

후반에는 저자의 일기장 형식의 글도 등장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인생이 변하려면 움직여야 한다”는 문장은 평범하지만 날카롭다. 아무리 두렵고 불확실해도 결국은 움직여야 한다는 메시지다. 그리고 그 말은, 도마 위에서 바다로 향했던 물고기의 이야기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도마에서 바다까지』는 잘 정돈된 해답을 주는 책은 아니다. 대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읽는 어느 순간에는 불편함이 따라오기도 하지만, 그 불편함이 오히려 살아 있음의 증표로 남는다. 도마 위에서 춤추던 물고기가 결국 몸을 던져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그 순간처럼, 이 책은 불안과 절박함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고도 끝내 앞으로 가려는 마음을 오래도록 우리 안에 남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힘찬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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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도마 위, 그 위에서 춤 추는 물고기 ㅡ
날 선 회칼과 번뜩이는 칼날이 관중의 눈빛과 닮아있다.
매 순간이 아찔하다.
그 위에서 즐기기란 쉽지 않다.
설렘과 두려움, 도마 위에 오른 물고기의 마음일까?
무대 위에서도, 그 길로 향하는 길목에서도,
그 작은 무대에서 떨어져 더 큰물에서 놀기를 희망했다.
도마 위에서 춤 추다가 물고기는 몸을 던져 뛰어내렸다.

202409 중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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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효진 선생님의 문해력 한자 교실 : 생활편 - 옥효진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즐거운 한자 여행 문해력 한자 교실
옥효진 지음, 신경영 그림 / 로그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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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한자’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한자라고 하면 어렵고 복잡하고, 뜻은 헷갈리고 쓰기는 더 헷갈리는 공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한자를 부담스러워한다.

그런데 옥효진 선생님은 그 전제를 조심스럽게 되묻는다.

한자는 정말 ‘어려운 존재’일까요?


처음엔 물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비슷하게 생긴 글자가 많고, 외워야 할 것도 많아 보이니까.

하지만 이 책이 계속해서 말하는 건 이거다!

한자는 단순히 외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쓰는 말의 뿌리라는 것~!

친구, 대화, 교과서, 선생님, 부모님처럼 너무 익숙해서 한자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단어들 속에 이미 한자가 들어 있다. 그러니 한자를 모르면, 우리가 쓰는 말을 ‘대충’ 이해하게 될 수 있고,

반대로 한자를 알면 같은 문장도 더 또렷하고 정확하게 읽히게 된다.

이 책이 한자를 다루는 방식이 ‘암기’가 아니라 문해력으로 연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옥효진 선생님의 문해력 한자 교실 : 생활편』에서는 처음부터 무겁고 어렵게 시작하지 않는다.

"모두 다 외우고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로 시작하면서

선생님도 다 알지는 못한다고, 대신 생활 속에서 자주 쓰는 한자부터 천천히 친해지면 된다고 말한다.

억지로 외우는 공부가 아니라 자주 보고 뜻을 알고 쓰임을 이해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어? 이 글자 내가 아는 한자인데?” 하고 반가워지는 순간이 온다.

이 책은 그 순간을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구성도 그 마음을 그대로 따라간다.

매 장은 ‘한자 소개’로 시작해서 오늘 배울 한 글자를 모양·뜻·소리(음)로 정리해 준다.

그리고 ‘어휘 그물 1’에서는 그 한 글자를 다른 한자들과 연결해 보여 준다.

비슷한 뜻, 반대 뜻, 비슷한 모양, 같은 음 다른 뜻의 한자들을 한눈에 연결해 보여 주는데,

이게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한자를 점으로 외우는 게 아니라 관계 속에서 의미가 넓어지고 정리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 가(家)’를 배우면 집과 관련된 글자들이 함께 따라오고,

반대로 집의 바깥을 뜻하는 글자도 같이 등장한다.

단어가 왜 그렇게 쓰이는지,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그다음 ‘뜻 배우기’에서는 한자가 어떤 모양과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 뿌리를 살펴보고,

네 컷 만화’로는 그 뜻을 생활 장면 속에서 다시 확인한다.

설명만 읽을 때보다 훨씬 쉽게 이해되고, 아이들이 “아~ 그래서 이런 뜻이구나” 하고 납득하기 좋게 구성돼 있다.

무엇보다 만화가 들어가면 공부가 딱딱해지지 않는다.

쓰기 연습도 간단하게 몇 번 써보는 구성으로 되어 있어 부담이 되지 않더라.

따라 써 보기’로 획순을 따라 쓰며 손에 익히고,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어휘 그물 2’로 다시 확장된다.

배운 한자가 들어간 단어들을 앞뒤로 살피며 뜻을 더 정확히 알게 되는데, 이 부분이 정말 문해력 학습답다.

단어를 단어로 외우는 게 아니라, 이 한자가 들어가면 이런 뜻이 만들어지는구나를 이해하게 되니 글을 읽을 때 추측이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어휘력이 붙고, 문장 이해가 선명해진다.


사자성어와 속담·관용어 파트도 연결이 좋다.

배운 한자가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표현 속에서 확인하게 해 주니 한자가 왜 쓸모 있는지가 바로 체감된다.

게다가 ‘만화로 보는 속담과 관용어’로 한 번 더 복습할 수 있게 해 둔 것도 아이들에겐 꽤 큰 장점이다.

이해한 것을 재미있게 다시 꺼내 보게 만드는 방식이라 학습이 오래 남는다.


마무리는 ‘문제 풀이’로 스스로 점검하고, ‘한 문장 글쓰기’로 직접 문장을 만들어 보며 정리한다. 공부한 내용을 내 말로 꺼내 쓰는 순간 내 언어가 된다.

마지막으로 ‘주간 확인 학습’과 사다리 타기·풍선 색칠하기 같은 활동까지 이어지면서,

한 주 동안 배운 내용을 부담 없이 다시 떠올리게 한다.

한자를 꾸준히 접하게 만들고 싶은 저자의 의도가 구성 자체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결국 이 책은 한자를 많이 아는 사람을 만들기보다, 말과 글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 즉 문해력이 탄탄한 사람을 만들고 싶어 한다. 한 글자를 배우더라도 의미를 연결하고, 단어를 넓히고, 표현으로 확장해 가는 흐름이 분명하다.

한자가 막막하게 느껴졌던 아이에게는 첫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주고,

이미 배운 아이에게는 이해를 깊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무엇보다 한자가 생각보다 재미있고 쓸모 있네라는 생각을 스스로 갖게 해 준다는 점에서, 말과 글을 이해하는 힘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 준다.


'로그인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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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로 붙여서 익히는 한자 문해력
家具 가구 : 집안에서 사용하는 비교적 크기가 큰 기구
家口 가구 : 한집에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먹는 사람 / 생계를 같이하는 사람으로 이루어진 집단을 세는 단위.
家事 가사 : 집안의 여러 가지 일
家業 가업 : 한 집안에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사업
家長 가장 : 가족을 대표하고 경제적·정신적으로 책임지고 이끌어 가는 사람
家庭 가정 :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집.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
家畜 가축 : 사람이 필요해서 키우는 동물
家訓 가훈 : 가족들이 삶의 중심으로 삼는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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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다음 기억하기 - 독서모임과 독서노트 완성하는 법
은가람 지음 / 하나의책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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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다음 기억하기』는 독서법을 알려주기 전에, 한 사람의 독서 경험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먼저 보여주는 책이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첫 독서모임의 기억을 꺼내 놓는다. 적당한 온도, 적당한 눈맞춤, 적당한 긴장감이 감돌던 공간이 진솔하고 친절한 대화로 채워졌다는 문장부터 그 공간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런데 저자는 그 장면이 아름답기만 한 추억으로만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튀어나오고, 재기발랄하면서도 명쾌한 답이 오간다. 그 사이에서 저자는 머릿속을 더듬느라 바빴고, 즐겁기만 했던 독서의 기억이 빠르게 휘발되어 버렸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할 얘기가 없었다는 말이 나온다. 모임 첫날을 기념해 장만한 새 노트에는 다른 사람의 말만 잔뜩 적혔다는 대목은, 독서가 읽는 순간이 아니라 말해야 하는 순간에서 실력이 드러난다는 현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결정적인 충격은 다른 사람들의 책을 통해서다. 밑줄과 메모가 가득하고 화려한 3M 플래그가 빼곡한 책을 보고, “이 사람들은 책을 저렇게 읽는구나, 그동안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구나”라는 감정이 밀려온다.

이 부끄러움은 그동안의 독서가 왜 내 안에 남지 않았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저자는 그 뒤로 열심히 밑줄을 긋고 플래그를 붙이고 미리 검색도 하며 정리해보지만, 이상하게도 자기 밑줄은 모임에서 이야기되는 흐름과 자주 어긋났다. 검색은 공부가 되었지만 결국 남의 생각을 빌려 온 것이었고,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과 실제 대화의 논점이 되는 것 사이에 어긋남이 생겼다.

“무엇을 놓친 걸까?”라는 질문이 여기서 등장한다.

그래서 독서모임의 목표가 세워진다. 잘 읽고 잘 기억하기!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고, 작가가 나누고자 하는 질문을 되도록 정확히 파악하고 대답하기. 그리고 그 책이 알려 준 삶의 비밀들을 내재화하기. 이 목표가 서자 읽기의 태도부터 달라진다. 작품을 자기 기준으로 재단하기 전에, 작가가 말하는 바를 최대한 정확히 파악하는 것을 우선한다. 예컨대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가 지질해 보이더라도 작가의 말대로 위대하게 보려고 노력한다. 그 다음에야 ‘이 메시지가 지금도 보편타당한가, 시대가 흘러 설득력이 약해졌는가, 지금의 한국에서도 적용 가능한가’를 따져 동의하거나 반대한다. 이 과정은 작가와 독자 사이에 이해라는 작은 강이 흐르게 하는 일로 묘사된다.

이 태도가 자리 잡으면 독서는 탐정 놀이처럼 깊어진다.

“내가 작가라면?”이라는 질문을 붙들고,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사건을 어떻게 만들고 인물들을 어떻게 대응시키며 배경을 어떻게 설정할지 역으로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겉으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여도,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비슷한 구조로 이어져 보이고 인물도 서로 닮은 형태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 저자가 강조하는 것이 패턴과 상징이다.

패턴은 길에서 계속 나오는 표지판처럼 여기가 중요하다고 알려 주고,

상징은 도착 지점의 랜드마크처럼 작품의 핵심 의미를 선명하게 잡아준다.

예를 들어 『데미안』의 “카인의 표식”은 성경 이야기를 모르면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배경을 알고 보면 그 표식이 단순한 낙인이 아니라 특별한 사람을 구분하고 보호하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또 조지프 캠벨의 ‘영웅의 여정’처럼 많은 이야기에서 반복되는 큰 틀을 소개하면서, 이를 더 쉽게 주인공(탐구자)–어디로 가는가(장소)–언제/어떤 분위기인가(시간)–겉이유–진짜이유로 정리해 보라고 한다. ‘헨젤과 그레텔’도 겉으로는 가난 때문에 집을 떠나지만, 결국은 성장하고 스스로 살아갈 힘을 얻는 과정이라는 식으로 정리하면, 독서모임 발제 질문을 만들 때도 훨씬 수월해진다.

이제 ‘기억’으로 넘어간다. 저자는 필사나 독서기록장, 앱이 주는 만족감을 인정하면서도, 어느 순간 그것이 ‘기록을 위한 기록’이 되었다고 말한다. 필요한 것은 읽었다는 흔적을 쌓는 일이 아니라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 내 의견을 정리하는 ‘기억을 위한 기록’이다. 그래서 노트는 양식이 간단하고, 한눈에 직관적으로 내용 파악이 가능해야 하며, 발제에도 도움이 되길 바랐다. 이전 노트에서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 공통만 남기고, 전체 흐름을 도식화하니 눈에 쏙 들어와 좋았다는 문장은 이 책이 단순 감상이 아니라 실전 노트법으로 가는 분기점이다. 핵심은 형식을 특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설마다 전개가 다르고 독자마다 중요 포인트가 다르니 응용해 각자의 독서노트를 만들라고 한다.

이 요청이 제3부에서 구체화된다.

‘독서 경험’을 기록하기 위해 구조를 잡는 방식이 무려 11가지로 제시된다.

- 사건을 따라가는 선형(목록형)

- 두 흐름을 나란히 놓는 평행형

- 디테일에서 결론으로 올리는 피라미드형

- 인물·세대를 트리처럼 묶는 계층구조형(예: 『파친코』)

- 반복과 순환을 잡는 원형

- 핵심을 중심에 두고 주변을 연결하는 중심-주변부형

- 앞뒤 거울 구조를 보는 대칭형

- 중심에서 퍼져나가는 방사형(마인드맵형)

- 공통/차이를 겹쳐보는 벤 다이어그램(예: 『달과 6펜스』)

- 단어가 이미지로 커지는 흐름을 추적하는 키워드 확장형(예: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 작품에 맞춰 휘어지는 자유형

중요한 건 예쁘게가 아니라, 나중에 다시 봤을 때 바로 복기되고 발제로 이어지는 구조다.

제4부 Q&A는 모임 리더의 현실적인 고민을 정리한다.

모임을 어떻게 기획할지, 어떤 책을 고를지, 발제는 어떻게 만들지, 진행할 때는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까지 제4부 Q&A가 차근차근 짚어준다. 앞에서 말한 내용들과 함께 떠올리면 방향이 더 분명해진다.

이 책이 말하는 독서모임의 목표는 완독 인증이 아니라 잘 읽고, 잘 기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임 기획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대화가 이어지는 흐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책 선정은 한 권 안에서도 비교와 확장이 가능하거나 다른 책과 연결해 이야기하기 좋은 큐레이팅이 가능한 책을 고르는 쪽으로 간다. 발제는 작품에서 뽑은 핵심 문장과 5W1H 같은 단서를 바탕으로 “왜?”, “어떻게?” 같은 질문 형태로 바꿔 준비하고, 진행은 누가 맞았는지 정답을 가르는 시간이 아니라 각자가 붙잡은 핵심 문장을 공유하며 생각이 넓어지는 시간이 되도록 이끈다.

작품을 더 잘 이해하려면, 저자는 5W1H를 이렇게 써 보라고 한다.

먼저 WHO(누가)에서는 인물을 중심으로 본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이 누구인지 잡고, 그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조력자), 맞서는 사람(적대자), 주인공 대신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람(대리자)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핀다. 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처럼 역할을 나눠 보면, 이야기의 갈등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더 빨리 보인다.

다음으로 WHEN·WHERE(언제·어디서)는 단순히 분위기를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작품의 의미를 잡아주는 힌트다. 예를 들어 ‘밤’이나 ‘숲’, ‘잿빛 계곡’ 같은 시간과 공간은 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어떤 경우엔 상징처럼 작동한다.

WHAT(무슨 문제/갈등이 있는가)는 이 이야기에서 가장 큰 갈등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단계다.

HOW(그 갈등이 어떻게 흘러가고 끝나는가)는 갈등이 해결되는 방식이 무엇인지 보는 것이다.

깔끔하게 해결되는지, 타협으로 끝나는지, 파국으로 가는지, 계속 반복되는지, 끝내 미해결로 남는지에 따라 작가가 세상을 보는 시선이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WHY(왜 이 이야기를 썼는가)는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고 싶은 핵심 질문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특히, 내 기준으로 먼저 평가하기보다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부터 정확히 붙잡고, 그 다음에 동의할지 반대할지를 결정하라고 말한다.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독서는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억으로 남아 다음 생각과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제 몫을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 기억은 가만히 있는다고 저절로 남지 않는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을 따라가며 핵심을 붙잡고(키워드·구문·핵심 문장, 패턴·상징, 5W1H),

나중에 다시 꺼내 볼 수 있게 기록으로 정리해 두어야 한다.

독서모임은 그 기억을 함께 꺼내 보며 점검하고, 서로의 관점을 더해 한층 넓혀 주는 자리로 기능한다.

그래서 『읽기 다음 기억하기』는 이렇게 권하는 것 같다.

한 권을 읽더라도 내 안에 오래 남는 방식으로 읽고, 다시 말하고 쓸 수 있도록 흔적을 남겨 두자고.

그러면 독서는 한 번 스쳐 가는 경험이 아니라, 삶 속에서 계속 이어지는 힘이 된다.


'하나의책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독서모임의 목표
독서모임이 거듭될수록 저의 목표는 명확해졌습니다. 잘 읽고 잘 기억하기.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을 것. 작가가 나누고자 하는 질문을 되도록 정확히 파악하고 대답할 것. 그것이 내게 알려 준 삶의 비밀들을 내재화할 것. 그러려면 일단 책에 밑줄이나 동그라미를 치는 일쯤이야 넓은 아량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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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 - 투자의 초석을 쌓는 부자 수업
김치형 지음 / 포르체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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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그림을 보면서 경제를 이야기한다고?

이 새로운 접근이 시선을 확 잡아끄는 책이다. 경제 이야기라고 하면 보통 따분하거나 어렵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은 숫자보다 그림으로 먼저 보여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명화도 나오고, 처음 보는 그림도 나오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장면이 먼저 머리에 박힌다는 것. 그래서 설명을 듣는 순간 “아, 이게 그 얘기였지!” 하고 연결이 된다.

시간이 지나 그림만 다시 봐도 그때 읽었던 관세, 세금, 금융, 노동 같은 경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처럼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도 한 번 본 그림은 쉽게 잊혀지지 않으니깐 말이다. 게다가 저자가 그림과 연결된 경제 이야기를 재미있고 쉽게 풀어내어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느 날 뉴스를 통해 관세 폭탄, 금리 동결, 물가 상승 같은 단어를 봤다면, 이 책은 그 단어들을 차트가 아닌 장면으로 바꿔 보여준다. 해안 절벽에 덩그러니 남은 작은 오두막, 붉은 굽 하이힐을 신은 왕, 붉은 노을 아래 뒤집힌 노예선, 램프 불빛 아래 감자를 나눠 먹는 사람들 등

『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는 이렇게 그림을 ‘미끼’ 삼아 독자를 끌어들인 뒤, 그 장면 뒤에 숨은 돈과 권력, 선택의 결과를 차분히 따라가게 만든다. 읽다 보면 경제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보다,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를 몰래 들여다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이 책의 출발점은 모네의 세관 오두막 연작으로 시작한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해안 풍경처럼 보이는 이 그림은 사실 나폴레옹 시대의 경제 봉쇄 정책이 남긴 흔적이다. 영국을 군사력으로 제압할 수 없자 나폴레옹은 대륙 봉쇄령이라는 경제적 무기를 꺼내 들었고, 그 결과 교역은 끊기고 밀무역이 늘었으며 이를 막기 위한 세관 오두막이 해안가에 촘촘히 세워졌다. 거대한 정책은 발표할 때는 거창해 보이지만, 결국은 물가와 소비, 일자리 같은 일상의 조건을 바꾸는 결과로 남는다.

저자는 이 장면을 오늘날의 관세 전쟁과 겹쳐 보여준다. 관세는 ‘국가를 지키는 선택’처럼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이어지기 쉽다. 역사 속 보호무역 실패 사례들을 따라가다 보면, 관세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형태로 나타났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세금 이야기는 루이 14세의 붉은 하이힐에서 시작된다. 붉은 굽은 왕의 은총을 받은 사람만 신을 수 있는 권력의 상징이었고, 그 위계는 베르사유 궁의 질서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 화려한 장면 뒤에는 프랑스 재정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세금 구조가 숨어 있다. 특히 가혹했던 소금세 ‘가벨’은 평민들에게만 의무 구매와 과도한 세금을 강요했고, 귀족과 성직자는 면제했다. 세금의 액수보다 더 큰 문제는 불공정이었다. 이 불만은 결국 프랑스 대혁명의 불씨가 된다. 저자는 로마의 소변세, 영국의 창문세와 모자세, 러시아의 수염세 같은 사례를 통해 세금이 단순한 재정 수단이 아니라 사회 질서를 움직이는 힘임을 보여준다. 세금은 국가를 유지시키기도 하지만, 잘못 쓰이면 정부 자체를 무너뜨리는 양날의 검이될 수도 있다.

윌리엄 터너의 〈노예선〉으로 넘어가면 분위기는 더 무거워진다. 붉은 노을 아래 아름답게 보이던 바다는, 쇠고랑 찬 손과 발을 발견하는 순간 지옥으로 변한다. 보험금을 노리고 병든 노예들을 바다에 던진 ‘종 호’ 사건은, 인간이 이윤 앞에서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노예를 화물처럼 취급하던 시대의 논리는 삼각무역과 플랜테이션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고, 그 자본은 산업혁명의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이야기를 과거에만 가두지 않는다. 노예 → 저임금 노동 → 자동화 → 로봇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효율과 생산성을 향한 집착이 오늘날 어떤 문제를 낳고 있는지도 함께 묻는다. 로봇세 논쟁과 완전자동화 공장은 기술의 발전이 누구를 더 부유하게 만들고, 누구를 밀어내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은 가장 현실적이면서 인간적인 장면을 담고 있다.

고흐는 이 그림에 노동의 무게를 담고 싶어 했다. 거친 손, 어두운 방, 김이 오르는 감자 한 접시는 삶을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감자는 단순한 식량을 넘어 경제사의 주인공이 된다. 콜럼버스의 교환으로 유럽에 전해진 감자는 아일랜드 대기근을 거치며 식민 지배의 구조적 폭력을 드러냈고, 결국 수많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계기가 되었다.

한 작물의 이동이 인구 이동을 만들고, 그 인구가 한 나라의 토대를 이루었다는 사실은 경제가 곧 생존의 문제임을 실감하게 한다. 더 나아가 감자는 콜드체인과 가공 기술, 바이오·우주 연구까지 이어지며 오늘날에도 중요한 경제 자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렇게 이 책은 무역과 금융, 세금과 노동, 산업과 기술, 기업의 생존 전략까지를 한 줄로 꿰어 보여준다. 다이아몬드 시장, 기술 패권을 쥔 기업들, 증권거래소의 상징 같은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이 선택은 누구에게 이익이 되고, 그 비용은 누가 치르는가?”

결국 『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경제에는 정답이 없다. 대신 반복되는 구조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구조는 언제나 사람들의 삶의 풍경을 바꾸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이 책은 돈 버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돈이 움직일 때마다 무엇이 함께 움직이는지를 보는 눈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경제 뉴스를 볼 때 차트보다 먼저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관세와 세금, 기술과 정책은 결국 사람들의 일상 풍경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 풍경을 상상할 수 있게 된 순간, 경제는 더 이상 어렵지 않다.


'포르체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아일랜드인들의 대탈주
18세기 초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간 아일랜드인들은 대부분 종교적 박해를 피하기 위해 이주했다. 그러다 집단 탈출이 벌어진 건 대기근 시기이다. 먹을 게 없어 죽느니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사람들이 미국행을 택한 것이다. 무려 100만 명이 넘는 아일랜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미국으로 넘어갔다. 대기근으로 100만 명이 죽었고 100만 명은 미국으로 넘어갔으니, 당시 아일랜드 인구 1/4 가량이 사라진 셈이다. 어쨌든 이들은 신대륙으로 건너가 미국 건국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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