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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 - 투자의 초석을 쌓는 부자 수업
김치형 지음 / 포르체 / 2025년 11월
평점 :

고전 그림을 보면서 경제를 이야기한다고?
이 새로운 접근이 시선을 확 잡아끄는 책이다. 경제 이야기라고 하면 보통 따분하거나 어렵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은 숫자보다 그림으로 먼저 보여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명화도 나오고, 처음 보는 그림도 나오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장면이 먼저 머리에 박힌다는 것. 그래서 설명을 듣는 순간 “아, 이게 그 얘기였지!” 하고 연결이 된다.
시간이 지나 그림만 다시 봐도 그때 읽었던 관세, 세금, 금융, 노동 같은 경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처럼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도 한 번 본 그림은 쉽게 잊혀지지 않으니깐 말이다. 게다가 저자가 그림과 연결된 경제 이야기를 재미있고 쉽게 풀어내어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느 날 뉴스를 통해 관세 폭탄, 금리 동결, 물가 상승 같은 단어를 봤다면, 이 책은 그 단어들을 차트가 아닌 장면으로 바꿔 보여준다. 해안 절벽에 덩그러니 남은 작은 오두막, 붉은 굽 하이힐을 신은 왕, 붉은 노을 아래 뒤집힌 노예선, 램프 불빛 아래 감자를 나눠 먹는 사람들 등
『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는 이렇게 그림을 ‘미끼’ 삼아 독자를 끌어들인 뒤, 그 장면 뒤에 숨은 돈과 권력, 선택의 결과를 차분히 따라가게 만든다. 읽다 보면 경제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보다,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를 몰래 들여다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이 책의 출발점은 모네의 세관 오두막 연작으로 시작한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해안 풍경처럼 보이는 이 그림은 사실 나폴레옹 시대의 경제 봉쇄 정책이 남긴 흔적이다. 영국을 군사력으로 제압할 수 없자 나폴레옹은 대륙 봉쇄령이라는 경제적 무기를 꺼내 들었고, 그 결과 교역은 끊기고 밀무역이 늘었으며 이를 막기 위한 세관 오두막이 해안가에 촘촘히 세워졌다. 거대한 정책은 발표할 때는 거창해 보이지만, 결국은 물가와 소비, 일자리 같은 일상의 조건을 바꾸는 결과로 남는다.
저자는 이 장면을 오늘날의 관세 전쟁과 겹쳐 보여준다. 관세는 ‘국가를 지키는 선택’처럼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이어지기 쉽다. 역사 속 보호무역 실패 사례들을 따라가다 보면, 관세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형태로 나타났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세금 이야기는 루이 14세의 붉은 하이힐에서 시작된다. 붉은 굽은 왕의 은총을 받은 사람만 신을 수 있는 권력의 상징이었고, 그 위계는 베르사유 궁의 질서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 화려한 장면 뒤에는 프랑스 재정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세금 구조가 숨어 있다. 특히 가혹했던 소금세 ‘가벨’은 평민들에게만 의무 구매와 과도한 세금을 강요했고, 귀족과 성직자는 면제했다. 세금의 액수보다 더 큰 문제는 불공정이었다. 이 불만은 결국 프랑스 대혁명의 불씨가 된다. 저자는 로마의 소변세, 영국의 창문세와 모자세, 러시아의 수염세 같은 사례를 통해 세금이 단순한 재정 수단이 아니라 사회 질서를 움직이는 힘임을 보여준다. 세금은 국가를 유지시키기도 하지만, 잘못 쓰이면 정부 자체를 무너뜨리는 양날의 검이될 수도 있다.
윌리엄 터너의 〈노예선〉으로 넘어가면 분위기는 더 무거워진다. 붉은 노을 아래 아름답게 보이던 바다는, 쇠고랑 찬 손과 발을 발견하는 순간 지옥으로 변한다. 보험금을 노리고 병든 노예들을 바다에 던진 ‘종 호’ 사건은, 인간이 이윤 앞에서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노예를 화물처럼 취급하던 시대의 논리는 삼각무역과 플랜테이션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고, 그 자본은 산업혁명의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이야기를 과거에만 가두지 않는다. 노예 → 저임금 노동 → 자동화 → 로봇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효율과 생산성을 향한 집착이 오늘날 어떤 문제를 낳고 있는지도 함께 묻는다. 로봇세 논쟁과 완전자동화 공장은 기술의 발전이 누구를 더 부유하게 만들고, 누구를 밀어내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은 가장 현실적이면서 인간적인 장면을 담고 있다.
고흐는 이 그림에 노동의 무게를 담고 싶어 했다. 거친 손, 어두운 방, 김이 오르는 감자 한 접시는 삶을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감자는 단순한 식량을 넘어 경제사의 주인공이 된다. 콜럼버스의 교환으로 유럽에 전해진 감자는 아일랜드 대기근을 거치며 식민 지배의 구조적 폭력을 드러냈고, 결국 수많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계기가 되었다.
한 작물의 이동이 인구 이동을 만들고, 그 인구가 한 나라의 토대를 이루었다는 사실은 경제가 곧 생존의 문제임을 실감하게 한다. 더 나아가 감자는 콜드체인과 가공 기술, 바이오·우주 연구까지 이어지며 오늘날에도 중요한 경제 자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렇게 이 책은 무역과 금융, 세금과 노동, 산업과 기술, 기업의 생존 전략까지를 한 줄로 꿰어 보여준다. 다이아몬드 시장, 기술 패권을 쥔 기업들, 증권거래소의 상징 같은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이 선택은 누구에게 이익이 되고, 그 비용은 누가 치르는가?”
결국 『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경제에는 정답이 없다. 대신 반복되는 구조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구조는 언제나 사람들의 삶의 풍경을 바꾸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이 책은 돈 버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돈이 움직일 때마다 무엇이 함께 움직이는지를 보는 눈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경제 뉴스를 볼 때 차트보다 먼저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관세와 세금, 기술과 정책은 결국 사람들의 일상 풍경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 풍경을 상상할 수 있게 된 순간, 경제는 더 이상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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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체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아일랜드인들의 대탈주 18세기 초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간 아일랜드인들은 대부분 종교적 박해를 피하기 위해 이주했다. 그러다 집단 탈출이 벌어진 건 대기근 시기이다. 먹을 게 없어 죽느니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사람들이 미국행을 택한 것이다. 무려 100만 명이 넘는 아일랜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미국으로 넘어갔다. 대기근으로 100만 명이 죽었고 100만 명은 미국으로 넘어갔으니, 당시 아일랜드 인구 1/4 가량이 사라진 셈이다. 어쨌든 이들은 신대륙으로 건너가 미국 건국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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