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너답게 빛날 거야
바리수 지음 / 부크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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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끼고 지키며, 내 속도대로 빛나는 삶을 선택하는 이야기!”


『어디서든 너답게 빛날 거야』는 바리수가 쓰고 그린 만화 에세이다. 

일상의 마음을 담은 글과 함께 장면마다 따뜻하게 녹아든 그림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만화 같지만 가볍지만은 않고, 에세이 같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누군가의 일기를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조용하지만 솔직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일상의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엇! 이런 경험과 생각은 나도 해봤던 건데..”하는 순간들이 보인다. 예를 들어 저자는 자신이 금방 싫증을 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자신의 성격을 단점이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지금은 그 덕분에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더 정확히 알게 됐다고 한다. 나 역시 종종 시작만 요란하고 금세 흥미를 잃는 것들이 있었는데 어쩌면 그게 단순히 끈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말 나와 안 맞기 때문에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계속해서 묻는다. 겉보다 속이 더 중요한 걸까? 아니면 속보다 겉이 더 중요할까? 저자는 한때 외면만 가꾸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 시절이 가장 예뻤지만 가장 공허했다고 고백한다. 그 뒤로는 겉모습은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나중에는 내면만 가꾸는 것도 외면을 소홀히 하는 게 스스로를 아끼는 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결국, 겉과 속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마음도 평온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건, 허무하고 무기력한 순간들을 외면하지 않고 꼭 끌어안는 방식 때문이었다. “밍기적도 기적이다.” 정말 별것 아닌 말처럼 들리지만, 무언가를 하기 싫은 날에도 이 말을 떠올리면 그저 조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위로가 된다. 의욕이 넘치지 않아도, 힘이 없더라도, 조금씩 기어가는 그 자체가 기적이라고. 이 말은 매일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장면은 ‘뜸’에 관한 이야기였다. 뭐든 바로 해치우고 싶은 성격 탓에 자주 조급해진다. 그런데 저자는 글을 써놓고 곧장 발행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다시 읽는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설익은 부분들이 보이고, 글이 더 단단해진다고 한다. 인생도 비슷한 것 같다. 서두르지 않고 조금 뜸을 들일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더 나은 길을 걷는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책 마지막에는 ‘해거리’라고 불리는 귤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해에는 열심히 열매를 맺고, 그 다음 해에는 지력을 회복하느라 과실을 적게 맺는다는 이야기다. 이 귤나무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해거리’의 리듬이 필요하지 않을까. 불타오르는 시기 뒤에는 반드시 쉼이 따라야 하고, 그렇게 쉬었다면 다시 채우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회복의 과정이다.


나 역시 한때 극심한 불안을 겪은 적이 있다. 매일이 시간에 쫓기는 것 같았고, 뭐든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숨이 턱턱 막히곤 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음에도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 시기에 ‘해거리’처럼 삶의 리듬을 조절하며 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오히려 바쁠수록, 압박감이 클수록 나 자신의 상태를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걸 이제는 제대로 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귀한 마음은 받을 가치가 있는 이들에게만 전하면 된다.”는 구절이다. 저자처럼 나도 그동안 모든 사람에게 무던히 잘하려 애썼고, 상처를 주는 사람조차 이해하려고 애쓴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 내 친절과 따뜻한 마음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아주는 사람, 그 소중함을 진심으로 헤아릴 줄 아는 사람에게만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정말 뼈저리게 공감했고, 나 또한 그 마음을 오래도록 되새기게 되었다.


『어디서든 너답게 빛날 거야』는 거창한 인생 조언을 늘어놓는 에세이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감정과 순간들을 조용히 붙잡아 곱게 들여다본다. 책 속에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은 아주 다정한 태도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준다. 그래서인지 책장을 넘길수록 내 마음도 조금 더 아껴주고 싶어졌다. 모든 것이 언제나 순조롭진 않겠지만 언젠가는 나답게 빛나는 순간이 찾아올 거라는 믿음을 다시 품어 본다. 무엇보다 이 책은 어렵지 않고 편안하게 읽힌다. 글과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어느 연령대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마음이 지친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이다. 읽는 내내 조용히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부크럼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요즘 꽂힌 말은 ‘LET IT BE’, 그대로 두는 것. 그렇다고 모든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하고 그 외에 일어나는 일들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니 그대로 두자는 의미다.

그동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까지 어떻게든 막으려 애쓰며 괴로워했는데, 생각을 바꾸니 삶이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고 오히려 평화로워졌다. 그리고 이렇게 할 때 많은 것들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일어날 일은 일어날 테고, 떠날 사람은 떠날 테고, 올 사람은 반드시 온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편해졌다. 모든 것이.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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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피 누가 쓴 거예요?
이태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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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는 공감을 겨냥해 쏘는 전략형 메시지다.”


『이 카피 누가 쓴 거예요?』는 광고 문구에 대한 책이지만, 단순히 멋진 문장을 쓰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이 책은 어떤 말을 왜 써야 하고, 어떻게 써야 사람 마음에 제대로 닿을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풀어낸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의 구조를 하나하나 분해하고, 다시 효과적으로 조립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태호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하나의 가상 기업, ‘편하게사자’를 설정해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이 기업은 햇반, 생수, 라면 같은 생활 필수품을 “진짜 편하게” 배송해주는 커머스 스타트업으로 업계 3위에서 1위를 노리는 중이다. 소비자는 이 회사를 ‘편사’라 부르고, 기업 캐릭터는 이름처럼 사자다.

책의 모든 카피 실습과 전략은 이 편하게사자를 둘러싼 마케터들의 고민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이 설정이 재미있는 이유는, 독자가 이 기업의 마케터가 된 것처럼 카피를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책은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What to Say)’,

두 번째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How to Say)’다.

저자는 이를 ‘왓투세이’와 ‘하우투세이’라는 가상의 사투리처럼 소개하며, 실제 광고 현장에서 쓰이는 전략 언어로 풀어낸다.


왓투세이는 ‘내용’에 관한 것이다.

즉, 카피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다. 여기엔 다섯 가지 전략이 있다.

1. 팩트 – 숫자나 사실로 말하기

2. 선 긋기 – 우리와 저들의 차이 만들기

3. 선도성 – 최초, 원조의 자부심

4. 대세감 – 요즘 다들 하고 있어, 지금 이게 유행이야

5. 위협 도구 – 놓치면 손해라는 심리 자극


예를 들어 “1분에 1대씩 팔리는 스마트 모니터(삼성)”는 팩트를, “요즘 음악 만져봤어?(현대카드)”는 대세감을, “입맛이 없는 게 아니라 피로한 거예요(아로나민골드)”는 위협 도구를 활용한 예시다. 이런 카피들은 결국 ‘무엇을’ 말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좋은 소재만 있다고 좋은 카피가 되진 않는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하우투세이, 즉 ‘어떻게’ 말하느냐다. 이 역시 다섯 가지 기술로 나뉜다.

1. 반복 – 세 번 말하면 기억된다

2. 말장난 – 언어 유희로 재미와 기억력을 높인다

3. 격차 – 기대와 현실의 차이에서 놀라움을 만든다

4. 반전 –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꺾기

5. 베네핏 – 소비자에게 직접 이득을 주는 말


“쏘리 질러, 포리 질러(피자헛)”는 반복, “꽃게 싸게 줄게”는 말장난, “돈 보낼 일은 늘 톡에서 시작되니까(카카오페이)”는 베네핏 전략을 활용한 사례다.


책이 특히 흥미로운 점은, 카피라이팅을 T형과 F형 사고로 나누어 설명한다는 것이다. T(Thinking)는 논리와 구조를 중시하고, F(Feeling)는 감정과 감각을 우선한다. 숫자, 근거, 명확한 설명이 강점인 T형은 ‘배달비 0원’, ‘1+1 행사’ 같은 팩트 중심의 카피를 잘 쓴다. 반면, 감정을 자극하는 말에 능한 F형은 ‘혼자라도 괜찮아, 삼각김밥 있으니까’처럼 공감과 위로를 건넬 수 있다. 중요한 건 두 가지 성향을 모두 ‘연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론 T인 척, 때론 F인 척.


이 책의 또 하나의 관통하는 개념은 ‘명분’이다. 흔히 카피를 쓸 때는 ‘의도’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의도는 쓰는 사람 중심의 기준이다. 반면 명분은 ‘보는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다. “왜 이 말을 해야 하는가?”, “이 카피가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물으며, 제작자의 감상에 갇히지 않도록 자기 검열하는 것. 결국 좋은 카피는 라이터의 창의성보다 소비자의 고개 끄덕임에서 완성된다.


책은 끝까지 현실적인 사례로 꽉 차 있다. “이번에 내실 배달비는 빵원입니다”처럼 상황(TPO)을 고려한 문장 설계, “모양이 땡그래서, 육즙이 땡땡해서, 맛까지 땡큐라서 배민이지 동그랑땡” 같은 말맛 가득한 카피는 반복이 얼마나 강력한 도구인지 보여준다. 단순히 웃기거나 예쁜 문장이 아니라,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드는 한 줄. 그걸 만드는 게 카피의 본질이라는 걸 저자는 매 장마다 되짚는다.


이 책은 “좋은 카피는 기발해서가 아니라, 명확해서 살아남는다.” 숫자처럼 눈에 띄는 팩트를 기반으로, 브랜드만의 어조를 입히고, 소비자 입장에서 왜 이 말을 듣고 싶을지를 설득해야 한다.

멋진 한 줄을 만들기 전에 우리는 늘 물어야 한다. 지금 이 말이 왜 필요할까?


이 책이 전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좋은 카피는 감에 의존해 쓰는 문장이 아니다. 아무 말이나 센스 있게 던진다고 통하지 않는다. 카피에는 말해야 하는 이유(목적),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생각(전략),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유(명분)가 꼭 필요하다.

결국 말은 감각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문장은 멋있게 보이기보다 듣는 사람의 마음에 정확히 닿아야 한다. 좋은 카피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이 왜 이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를 먼저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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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의 목적은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갑을 움직여야 하는 것. 멋진 말로 사람을 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래서 카피를 읽은 사람에게 ‘이 광고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은 이거구나!‘ 깨닫게 하는 것이 바로 왓투세이입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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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 세상의 모든 딸, 엄마, 여자를 위한 자기 회복 심리학
박우란 지음 / 향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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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만난 문장은 “감정적 밀착이 꼭 좋은 소통은 아니다”였다.

그 문장 앞에서 잠깐 멈췄다. 엄마와 딸이 정서적으로 밀착된 관계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모녀 관계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프롤로그는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감정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딸은 엄마의 감정을 자기 감정처럼 떠안게 되고, 결국 자신을 잃은 채 살아가게 된다.


책의 1장을 펼치자마자 너무나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 문장이 있다.

“사랑은 아들에게, 요구는 딸에게.”

이 짧은 소제목을 보는 순간, 마음속 깊은 데서 묘하게 화가 치밀었다. 왜였을까. 생각해보면 늘 사랑은 남동생의 몫이었다. 자식들을 먹여 살린다고 부모님은 늘 바빴고, 온 가족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사랑은 언제나 아들에게 먼저 향했다. 나는 늘 양보하며 조용히 살아야 했다. 딸인 나보다 아들이 먼저였던 수많은 순간들이 떠올랐다. 이 문장을 보자 그동안 외면했던 감정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나도, 사랑받고 싶었던 거 아닐까?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는 딸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을 섬세하게 짚어낸다. 저자 박우란은 정신분석과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엄마와 딸이 어떻게 서로의 감정을 뒤섞고, 때로는 얽히며 상처받는지를 진단한다. 특히 엄마가 딸을 ‘자신의 연장선’처럼 느끼게 되는 심리를 파고들며, 왜 딸만 유독 더 많은 요구를 받고 더 쉽게 감정의 수용자가 되는지를 이야기한다.


딸은 엄마가 울면 함께 울고, 엄마가 지치면 본능적으로 위로하려 든다. 아이의 감정이 형성되기도 전에, 엄마의 감정을 먼저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나는 왜 그렇게 엄마 눈치를 많이 봤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집은 딸 셋, 막내 아들이 있는 집이라 항상 분주했고, 엄마는 늘 바빴다. 아빠는 매일 술에 취해 가족들에게 함부로 대했고, 그런 상황을 참고 견뎌낸 엄마가 언제나 안쓰러웠다. 어린 나도 엄마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다. 내가 먼저 참는 것이 엄마를 도와주는 길이라 믿었고,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책은 이러한 ‘무의식의 전이’가 어떻게 반복되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딸이 엄마의 감정 상태에 맞춰 자기 감정을 억누르며 자라면, 결국 자아가 성장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구별하지 못한 채, 늘 타인의 감정에 반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기 감정에는 둔감하면서도 남의 감정에는 과하게 민감한 사람이 되기 쉽다.


더 깊은 통찰은 몸과 감정의 연결에서 드러난다. 억눌린 감정은 결국 몸으로 드러난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말처럼, 말로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몸을 공격한다. 책은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감정의 ‘언어’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도 이유 없이 지치고 아팠던 날들이 떠올랐다. 감정을 꾹꾹 눌러 담으며 “괜찮아”를 반복했던 시절, 그 무언의 짐이 결국 내 몸 어딘가에 스며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책 말미에는 엄마가 자식을 자신에게 묶어두려는 무의식적인 욕망도 다뤄진다. 딸에게 “너 말고 누가 있니?”, “너 하나 있어서 산다”는 말을 하며 감정의 줄을 조여오는 엄마들. 겉으로 보기엔 사랑처럼 들리지만, 실은 딸을 정서적으로 붙잡아두는 말이다. 우리 집은 자녀가 셋이고 난 셋째였기 때문이었을까. 엄마에게 그런 말을 자주 듣진 않았지만, 언젠가 한번 엄마는 “너희들 때문에 산다”는 말을 하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괜히 책임감을 느꼈다. 특히 폭력적인 상황이 생기면 엄마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독립해야 할 시기에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쉽게 집을 떠나지 못했다. 엄마를 두고 가면 안 된다고, 내가 엄마 곁에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나뿐만 아니라 언니들도 마찬가지로.


책을 읽다 마주한 “엄마를 잃어야 내가 산다”는 문장은 처음엔 조금 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이건 단절이 아니라 ‘감정의 분리’라는 걸 알게 됐다. 더 이상 엄마의 감정에 갇히지 않고, 내 감정에 집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 어릴 적 엄마의 슬픔을 내가 대신 감당해야 한다고 믿었던 나에게, 이 문장은 해방처럼 다가왔다.


이 책은 엄마가 된 사람에게도, 아직 딸로만 살아본 사람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누구의 감정을 살고 있는가?”

육아와 관계, 결혼과 역할에 지쳐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조용히 손을 내민다.

누가 더 많이 희생했느냐보다, 서로가 얼마나 무력감과 외로움을 이해하려 했는가.

이 책은 그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자고 말한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아닐까.

엄마가, 딸이, 아내가,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안간힘 쓴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은 따뜻하게 말해준다. 이제는 너 자신으로 살아도 괜찮다고. 정말,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유노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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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자신도 모르는 욕망을 딸 아이가 쫓으려 하니 그야말로 답답하고 숨이 막힐 수밖에 없지요. 혼돈 그 자체입니다. 무언가 좇는데 뭘 좇고 있는지를 모른 채, 계속 쫓아서 잘 되어야 한다고 요구만 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지요.
엄마가 자신의 욕망과 기준을 뚜렷이 제시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엄마 본인도 스스로가 무엇을 좇고 있는지도 모를 그것을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이 문제라는 의미지요. 엄마가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가 좇아야 하는데, 본인도 정확히 무엇을 욕망하는지도 모른 채 그것을 아이가 성취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아이를 심리적으로 위험하게 할 수 있습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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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한다는 것은
김보미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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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이라는 낯선 악기로 삶을 연주하다.”

“예술은 특별한 이들의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두의 것이다.”

 

김보미의 『음악을 한다는 것은』은 해금을 들고 세상 한복판을 걸어온 한 예술가의 고백이다. 이 책은 음악을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매뉴얼도 아니고, 화려한 성공담을 늘어놓는 자서전도 아니다. 오히려 서툰 손끝으로 하나의 악기를 붙잡고 버티며 흘려온 시간들을 솔직하게 꺼내놓는다. 음악은 늘 무대 위에서 반짝이지 않는다. 김보미가 들려주는 음악의 진짜 얼굴은, 연습실 구석에서 울고, 실수로 자책하며 버텨온 그 지난한 순간들 안에 있다.


어린 시절, 영화 『서편제』를 본 어느 날의 기억은 그녀의 삶 전체를 바꿔 놓는다. 이상하게도 아름다웠던 그 소리. 구불구불 질척거리는 음색 속에서 이상하게도 눈물이 났다. 음악을 들으며 처음으로 울었던 그날, 그녀는 이미 해금이라는 세계의 문을 조용히 열고 있었다. “왜 이상하게 소리를 내는데 시끄럽지 않은 걸까?”, “왜 그 소리를 듣고 울고 있는 걸까?”라는 물음들은 어느덧 진로가 되었고, 예술이 되었다. 그날, 고사리 손으로 골라든 김소희 명창의 음반은 우연이 아니었다. 맑았다 흐렸다 하며 꽃비처럼 내리는 목소리에, 그녀는 그날 이후 판소리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 선택이 평탄할 리 없었다. 국악을 한다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그 중에서도 해금을 한다는 건 더 큰 외로움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매일같이 연습실에 틀어박혀 소리를 다듬고, 무대에서는 실수로 상처받으며 홀로 자신을 다잡아야 했다. “왜 하필 해금이냐”는 질문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그 말 앞에서 그녀는 더 단단해졌다. 해금 안에 잠들어 있는 소리들을 깨우고 싶었고, 언젠가 자신만의 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 믿음이 닿은 곳이 바로 ‘잠비나이’였다. 록과 국악, 낯설고도 강렬한 조합 속에서 해금은 다시 태어났다. 2013년 핀란드 ‘월드 빌리지 페스티벌’ 무대에서 그들의 가능성은 처음 세계에 각인되었고, 이후 유럽과 미국, 아시아를 넘나들며 수많은 무대를 누비게 되었다. 프랑스 헬페스트, 스페인 프리마베라, 미국 코첼라, 영국 글래스톤베리…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에 해금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요하고도 격렬한 음색으로 해금은 낯선 청중의 심장을 흔들었다.


그중에서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무대는, 멤버들에게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고 한다. 인내와 고통의 시간에 비해 찰나처럼 스쳐 지나가는 무대의 환희는 너무 짧지만, 그 순간 이전과 이후의 삶은 분명 달라져 있다. 그 농도 짙은 무대 경험은 그녀에게 ‘뮤지션의 삶’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했다.


그녀는 “예술은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라, 길가의 돌 틈에서도 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해금을 들고 자연 속에서, 삶의 틈에서 마주한 예술은 대단하고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작은 것들을 더 깊이 바라보는 시선이고, 살아가는 태도였다. 그러니 음악을 한다는 것은, 곧 삶을 산다는 일과 다르지 않다. 결국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닮아 있고, 사랑과 감정은 소리로 이어지는 법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그녀가 참여한 잠비나이의 곡 ‘온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대가 지내온 아픔들이 빛나는 축복의 별이 되어 온다.” 이 가사는 투어 밴 안에서 지쳐 잠든 멤버들을 보며 만든 곡이라 한다. 그 노래는 단지 밴드의 경험담을 넘어, 지금 이 순간에도 꿈을 향해 달리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응원가가 된다.


『음악을 한다는 것은』은 그래서, 음악가를 꿈꾸는 사람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살아가는 것에 지친 모든 사람을 위한 이야기다. 해금이라는 낯선 악기가 들려주는 이 조용한 고백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건넨다.


“음악을 한다는 건, 살아가는 일과 다르지 않아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북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익숙한 세계가 깨지면 보통은 두 가지 결론이 난다. 찬란히 아름답거나 대단히 위험하거나, <서편제>에서 만난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소리의 세계는 압도적으로 전자였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그 세계가 궁금해졌다. 왜 소리를 저렇게 내는 걸까? 왜 이상하게 소리를 내는데도 시끄럽지 않은 걸까? 소리가 구불구불 질척거리는데 왜 눈물이 나는 걸까? 나는 울고 있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린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오로지 혼자 부르는 그 노래가 자꾸 가슴을 할퀴고 갔다.초등학생의 인생이랄 것에 무슨 설움이 그리 많겠냐마는, 겪지도 않은 인생의 굴곡을 소리 안에서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인공의 아픔이 얹힌 소리에서는 때때로 통곡이 섞여 나왔다. 내가 생각하던 아름다운 소리의 기준, 그 정반대의 길로 소리꾼은 내 멱살을 잡고 거침없이 달렸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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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20 세트 - 전20권 (반 고흐 에디션) - 박경리 대하소설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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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필사단 #다산북스출판사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제5권은 ‘북국의 풍우’라는 부제처럼, 시대의 격랑 속에서 인간들이 흔들리고 고뇌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권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게 다가온 장면은 길상과 상현이 술집에서 나눈 대화였다. 그들의 말 속에는 단순한 옛 친구 간의 회포를 넘어선 시대의 긴장과 인간 내면의 갈등이 겹겹이 쌓여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적 메시지가 그 대화 안에 압축되어 있었고, 길상의 독백은 이 소설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또렷하게 비춰 주었다.

길상은 서희와 함께 용정촌을 떠나 서울로 올라온다. 그곳에서 상현과 다시 마주한다. 둘은 과거 최참판댁과 함께한 인연 속에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도 다른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상현은 이제 세상과 타협해 현실적 입지를 다진 지식인이고, 길상은 여전히 ‘사람’에 대한 믿음과 ‘주인에 대한 도리’를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간다. 이들의 대화는 겉보기엔 평온해 보이지만, 말끝마다 부딪히는 가치관의 충돌이 뼈마디처럼 느껴진다.

길상은 술잔을 기울이며 말한다. “빈터가 즐비하니 생겨날 건데, 거간이라고 공치라는 법이 있겠소? 망하는 사람이 있어야 흥하는 사람이 있고, 세상이란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니겠소?” 이 말에는 시대의 냉혹함에 대한 체념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체념은 그가 현실을 냉철히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길상은 단순히 ‘충직한 머슴’이 아니라, 변해가는 세상 안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고민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이다. 그는 권력과 출세라는 껍데기보다, 인간으로서의 내면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상현은 그런 길상을 불편해한다. 그에게 길상은 시대의 흐름을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고, 시대에 맞춰 변화하지 않는 고지식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작가는 이 두 인물을 통해 독자에게 되묻는다. 과연 시대에 ‘적응’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자신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 더 깊은 삶인가.

길상의 독백은 이 모든 질문을 껴안는다. 그는 상현과 헤어진 뒤 홀로 술잔을 마시며 이렇게 읊조린다. “우리가 살아간다는 게, 단지 먹고 살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오이다. 그렇다고 무슨 뜻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도 아니라면, 우린 왜 이렇게 괴롭고, 왜 이렇게 붙들고 사는 것일까…” 이 말은 단순한 회한이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 명확하게 삶을 바라보고 있고, 그 안에서 진정한 ‘존재의 이유’를 탐색하고 있다. 흔히 대하소설에서 조연으로 치부될 법한 길상이지만, 이 장면에서 그는 누구보다 강한 주체로 부상한다.

『토지』는 단순히 땅의 소유를 다투는 이야기나, 봉건사회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배경 서사에 그치지 않는다. 이 소설은 ‘뿌리’를 말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무엇을 붙들고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것이 땅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고, 혹은 내면의 어떤 신념일 수도 있다. 길상은 그것을 잃지 않으려 했고, 상현은 그것을 효율적 삶과 바꿨다. 그 누구도 완전히 옳거나 그르지 않지만, 독자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인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은 어디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시대는 바뀌고 권력은 오르내리지만,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만이 끝까지 버틸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토지』 제5권은 그 거대한 서사의 중간에서,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길상이라는 인물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말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다산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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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 @dasanbooks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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