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너답게 빛날 거야
바리수 지음 / 부크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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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끼고 지키며, 내 속도대로 빛나는 삶을 선택하는 이야기!”


『어디서든 너답게 빛날 거야』는 바리수가 쓰고 그린 만화 에세이다. 

일상의 마음을 담은 글과 함께 장면마다 따뜻하게 녹아든 그림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만화 같지만 가볍지만은 않고, 에세이 같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누군가의 일기를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조용하지만 솔직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일상의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엇! 이런 경험과 생각은 나도 해봤던 건데..”하는 순간들이 보인다. 예를 들어 저자는 자신이 금방 싫증을 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자신의 성격을 단점이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지금은 그 덕분에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더 정확히 알게 됐다고 한다. 나 역시 종종 시작만 요란하고 금세 흥미를 잃는 것들이 있었는데 어쩌면 그게 단순히 끈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말 나와 안 맞기 때문에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계속해서 묻는다. 겉보다 속이 더 중요한 걸까? 아니면 속보다 겉이 더 중요할까? 저자는 한때 외면만 가꾸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 시절이 가장 예뻤지만 가장 공허했다고 고백한다. 그 뒤로는 겉모습은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나중에는 내면만 가꾸는 것도 외면을 소홀히 하는 게 스스로를 아끼는 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결국, 겉과 속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마음도 평온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건, 허무하고 무기력한 순간들을 외면하지 않고 꼭 끌어안는 방식 때문이었다. “밍기적도 기적이다.” 정말 별것 아닌 말처럼 들리지만, 무언가를 하기 싫은 날에도 이 말을 떠올리면 그저 조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위로가 된다. 의욕이 넘치지 않아도, 힘이 없더라도, 조금씩 기어가는 그 자체가 기적이라고. 이 말은 매일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장면은 ‘뜸’에 관한 이야기였다. 뭐든 바로 해치우고 싶은 성격 탓에 자주 조급해진다. 그런데 저자는 글을 써놓고 곧장 발행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다시 읽는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설익은 부분들이 보이고, 글이 더 단단해진다고 한다. 인생도 비슷한 것 같다. 서두르지 않고 조금 뜸을 들일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더 나은 길을 걷는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책 마지막에는 ‘해거리’라고 불리는 귤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해에는 열심히 열매를 맺고, 그 다음 해에는 지력을 회복하느라 과실을 적게 맺는다는 이야기다. 이 귤나무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해거리’의 리듬이 필요하지 않을까. 불타오르는 시기 뒤에는 반드시 쉼이 따라야 하고, 그렇게 쉬었다면 다시 채우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회복의 과정이다.


나 역시 한때 극심한 불안을 겪은 적이 있다. 매일이 시간에 쫓기는 것 같았고, 뭐든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숨이 턱턱 막히곤 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음에도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 시기에 ‘해거리’처럼 삶의 리듬을 조절하며 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오히려 바쁠수록, 압박감이 클수록 나 자신의 상태를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걸 이제는 제대로 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귀한 마음은 받을 가치가 있는 이들에게만 전하면 된다.”는 구절이다. 저자처럼 나도 그동안 모든 사람에게 무던히 잘하려 애썼고, 상처를 주는 사람조차 이해하려고 애쓴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 내 친절과 따뜻한 마음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아주는 사람, 그 소중함을 진심으로 헤아릴 줄 아는 사람에게만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정말 뼈저리게 공감했고, 나 또한 그 마음을 오래도록 되새기게 되었다.


『어디서든 너답게 빛날 거야』는 거창한 인생 조언을 늘어놓는 에세이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감정과 순간들을 조용히 붙잡아 곱게 들여다본다. 책 속에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은 아주 다정한 태도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준다. 그래서인지 책장을 넘길수록 내 마음도 조금 더 아껴주고 싶어졌다. 모든 것이 언제나 순조롭진 않겠지만 언젠가는 나답게 빛나는 순간이 찾아올 거라는 믿음을 다시 품어 본다. 무엇보다 이 책은 어렵지 않고 편안하게 읽힌다. 글과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어느 연령대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마음이 지친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이다. 읽는 내내 조용히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부크럼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요즘 꽂힌 말은 ‘LET IT BE’, 그대로 두는 것. 그렇다고 모든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하고 그 외에 일어나는 일들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니 그대로 두자는 의미다.

그동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까지 어떻게든 막으려 애쓰며 괴로워했는데, 생각을 바꾸니 삶이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고 오히려 평화로워졌다. 그리고 이렇게 할 때 많은 것들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일어날 일은 일어날 테고, 떠날 사람은 떠날 테고, 올 사람은 반드시 온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편해졌다. 모든 것이.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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