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윤혜정의 예술 3부작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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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정의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전통적인 현대미술 서적의 구성에서 벗어나 있다. 이 책은 작가의 작품을 단순히 해설하거나 연대기적으로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저자가 직접 방문한 공간과 그곳에서 만난 작가, 컬렉터, 미술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술이 전개된다. 각 장은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면서도,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작가나 작품들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이며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방식 덕분에 독자는 각 장에서 새로운 화두를 만나면서도, 예술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선을 느끼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벨기에 출신의, 세상을 ‘묘사’ 혹은 ‘재현’하지 않고 ‘창조’하는 예술가인 리너스 반 데 벨데,

가상현실과 3D 기술을 활용해 감시와 정체성, 권력 구조를 탐구하는 권하윤,

슬로우 모션 영상 설치로 인간의 감정과 죽음, 탄생의 순간을 명상적으로 그려낸 빌 비올라,

단색화 속에 자연과 존재의 철학을 담아낸 이우환(부산시립미술관 별관에 ‘이우환 공간’이 있다—글쓴이),

공공 장소에 발화되는 문장을 통해 언어의 힘과 정치성을 직시하게 만드는 제니 홀저,

세탁망, 인조 머리카락 등 일상의 재료를 반복 구조로 엮어 낯선 감각을 만드는 양혜규,

꿀벌 군집, 바이오로봇, 실시간 데이터 등을 활용해 생명과 인공지능, 자연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피에르 위그,

비엔날레와 아트페어의 흐름을 연결하며 예술과 제도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큐레이터 김승덕,

흑인 정체성과 식민주의 시각 체계를 전복하는 점묘적 회화로 저항의 풍경을 펼쳐 보이는 다니엘 보이드,

엮고 짜는 노동과 색채의 물성을 통해 촉각적 감각을 시각화하는 조각가 김윤신,

빛과 안료, 깊이를 삼켜버리는 블랙으로 물성과 무형성의 경계를 탐색하는 아니쉬 카푸어 등—매 장마다 등장하는 작가들은 서로 다른 배경과 장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란 무엇인가’를 사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에 저자의 경험담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에디터로서 활동했던 저자는 당시의 취재 경험과 현장 에피소드 그리고 예술가들과 나눈 대화를 토대로 책을 구성했다. 특히 베니스비엔날레 행사에 참여했을 때 느꼈던 불안한 감정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인상적이었다. 그밖에도 전시장에서 새로운 개념의 움직임을 발견한 순간의 쾌감과 해외 미술관에서 마주한 세상의 단편들, 도서관에서 포착한 일상 예술에 대한 사유, 그리고 현대미술의 추상성을 해설하고 알리는 역할에 대한 소회까지— 이 책에는 저자가 실제로 예술을 접하며 느낀 사적인 감정과 사유가 진솔하게 담겨 있다.

많은 이야기들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은 6장 “인생 전시”였다.

여기서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개인전과 그의 대표작 <비르케나우> 연작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리히터는 자신의 대표작 100점을 모국에 기증하여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에 상설 전시되도록 했는데, 이는 예술이 단순히 소유의 대상이 아닌 공공의 기억으로 남아야 한다는 신념의 표현이었다. 특히 <비르케나우> 연작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몰래 촬영된 사진을 바탕으로 한 추상회화로, 그는 원형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덧칠과 긁어내기를 반복하며 고통과 비극을 시각화했다. 관람자는 작품 앞에 놓인 거울 속에서 자신이 ‘역사의 목격자이자 방관자’가 될 수 있음을 직시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감상자의 위치에 대한 철저한 자각이자 예술이 가진 윤리적 힘에 대한 고찰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테칭 시에(Tehching Hsieh)의 이야기는 리히터와는 전혀 다른 결을 보이면서도, ‘예술과 삶이 하나 되는 순간’이라는 공통된 메시지를 던진다. <점프 피스>에서 시작해 <타임 클록 피스>, <아웃도어 피스>, <로프 피스>, <노 아트 피스>에 이르기까지, 시에는 극한의 육체적·정신적 도전을 통해 ‘삶 그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내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았다고 해도, 적어도 나는 시간을 열심히 허비한 겁니다”라고 말하며 예술의 본질을 ‘시간의 체험’으로 정의했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온 카와라의 <날짜 회화> 시리즈처럼 ‘시간을 기록하는 예술’과도 맞닿아 있으며, 예술을 하나의 존재 증명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작가들을 나란히 소개하며, 때로는 서로를 비교하고, 때로는 공통점을 찾아가면서 예술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양혜규의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설치 작품은, 이우환의 절제된 조형 언어와 여백을 강조한 작업과 비교되며 공간과 물질, 반복과 침묵이라는 주제를 서로 다른 감각으로 풀어내는 두 작가의 차이를 통해 예술이 얼마나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한다.

그 밖에도, 빌 비올라의 명상적인 영상 작업은 권하윤의 기술 기반 영상 설치 작업과 매체적 공통점 속에서 연결되며, 제니 홀저의 텍스트 작업은 리너스 반 데 벨데의 픽션이 담긴 드로잉 작업과 나란히 떠올리게 되는데, 이 둘을 통해 언어나 이야기 같은 텍스트가 시각 예술에서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를 상상해볼 수 있다.

이처럼 각 장은 서로 다른 작가와 작품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에는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이어지며 책 전체가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저자가 말하는 예술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것’이다.

기억에 남은 한 장의 그림, 잊히지 않는 전시장의 공기, 혹은 어떤 퍼포먼스가 남긴 감정처럼

—그 순간을 마음에 담았다면 그 예술은 이미 사라지지 않는 것이 된다.

저자는 에디터로서, 전시를 찾는 관람자로서, 그리고 예술과 함께 삶을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그때그때 마주한 예술의 장면과 감정들을 이 책에 차곡차곡 담아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예술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기록이다.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품을 어떻게 감상할 것인가’보다 ‘그 감정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묻는다. 미술관에서 스쳐 간 그림 한 장도, 작가의 강렬한 퍼포먼스도, 그 순간 당신 안에 무언가를 남겼다면, 그 예술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감정을 어떻게 기억하고 간직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예술은 결국 그것을 진심으로 마음에 담는 사람 안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깊이 있게 일깨워준다.


'을유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Art creates empathy, empathy changes everything." 이를 처음 받아들었을 때 두 문장이, 각각의 단어가 나를 둘러싼 껍질을 깨뜨리며 확 헤집고 들어와 한 자 한 자 꼭꼬개 새겨지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예술은 공감을 만들고, 공감은 모든 걸 바꾼다는 말. 이는 예술 언저리에서 일과 삶을 ‘꾸리는’ 내가 희망하거나 열망하던 바로 그것입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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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 앤드 엔솔러지
이서수 외 지음 / &(앤드)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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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제목을 보고 ‘페미니즘에 관한 책일까?

아니면 여성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는 이서수, 한정현, 박서련, 이주혜, 아밀—다섯 명의 여성 작가가 함께 써 내려간 산문집이다. ‘언니’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겪게 되는 복잡한 감정과 관계의 결을 들춰낸다. 누군가의 언니가 되어야 했던 순간, 언니로 불리는 것이 낯설거나 부담스러웠던 기억, 혹은 언니에게 품었던 기대와 실망, 챙김과 어색함 같은 미묘한 감정들까지—작가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언니’라는 호칭이 만들어내는 정서적 무게를 진솔하게 풀어낸다. 그 호칭 안에서 작동하는 위계와 역할, 불균형한 책임과 감정노동까지 세심하게 비춘다.

첫 장을 연 이서수 작가의 글 중에 조화를 밟고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조화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생화는 향기롭고 아름답지만 쉽게 시들고 상처받는다. 반면 조화는 짓밟혀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기질이 있다. 이 장면은 자연스럽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 단단한 척 살아가는 사람들(혹은 여성들)’을 떠올리게 했다. 겉으론 멀쩡하고 단단해 보여도, 사실은 망가지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버티는 조화 같은 삶 말이다. 현대 사회는 생화로 살아가는 것이 힘든 시기다. 살아남기 위해서 ‘조화’가 되는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런 마음은 여성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된다. 작가는 어느 날, 언니를 두고 동생들과 나눈 뒷이야기를 회상한다. “왜 언니는 밥 한 번 안 사 줘?”라는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된 대화는 “난 언니처럼 살진 않을 거야”라는 진심 어린 말로 이어진다. 처음엔 농담처럼 시작됐지만, 그 말엔 웃음이 없었다. 언니가 싫어서가 아니라, 언니에게 기대했던 모습과 현실의 모습 사이의 괴리 때문이었다. 어른이면서도 불안해 보이고, 책임지려 하면서도 늘 조심스러워 보였던 언니의 모습에 실망했던 마음. 말은 쉽게 오갔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언니는 그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계단 아래 담배를 피우며 동생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던 그 모습이, 어쩌면 그날의 대화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었다.

이 책은 이렇게 관계의 겉보다 속에서 더 큰 감정의 파동이 일어난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페미니스트냐’는 질문을 받은 언니가 대답을 망설이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같은 여성들끼리의 모임이지만, 그 안에서도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여전히 조심스럽게 다뤄진다. 페미니스트는 “늘 화가 나 있는 것 같고, 말 한마디에 예민하게 반응할까 봐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데, 누군가는 ‘자매애’라는 단어를 제안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마저도 불편하다고 말한다. 결국 선택된 단어는 ‘느슨한 돌봄’이다.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완전히 흩어지지 않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를 지지하는 관계를 뜻한다. 완벽하지 않지만 깨지지 않을 만큼의 거리. 요즘 시대가 말하는 연대는 어쩌면 그런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느슨한 관계조차도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이주혜 작가의 글 「순영, 일월 육일 어때」는 조용히 보여준다. 산문집 출간 후, 편집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한 후배가 말했다.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작가는 그 말에 “싫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한다. 언니라는 말 자체가 싫었던 게 아니라, 그 호칭 뒤에 따라오는 기대와 역할이 버거웠기 때문이다. 사회가 언니에게 기대하는 건 늘 다정하고, 어른스럽고,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여전히 불안했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날 밤, 작가는 숨이 가빠지고, 오래전에 경험했던 공황장애를 떠올리며 응급 호흡법을 되새긴다. “싫습니다”라는 말이 자꾸 되뇌어지고, 그 목소리는 오래전 자신을 떠난 누군가의 목소리와 겹쳐진다. 언니라는 말 하나에 이렇게 많은 감정과 기억이 얽혀 있었구나, 그제서야 깨닫게 된다.

한정현의 「그 언니, 사랑과 야망」은 어린 시절 동경했던 ‘동네 언니’에 대한 이야기다. 스타킹, 볼펜, 반지 하나로 서열이 정해지던 시절, 언니는 늘 멋있고 강한 존재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내가 그 자리에 선 지금, 그 언니가 감당했던 현실의 무게를 이제야 이해하게 된다. 과거의 선망이 시간이 지나 현실의 짐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이 뭉클하게 그려진다.

박서련의 「둘 중에 하나」는 자매 사이의 역할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릴 때는 늘 언니가 양보했고, 나는 받기만 했다. 그 땐 몰랐던 감정이, 어른이 된 지금 부채감으로 되돌아온다. 그래서 작가는 말한다. 언니라고 해서 늘 강하고, 늘 다정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아밀의 「나를 다문화라 불렀다」는 ‘다름’이라는 말이 어떻게 누군가를 구분 짓고 고립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문화’는 포용처럼 들리지만, 실은 타자로 만드는 낙인이기도 하다. 자신은 누구의 언니도, 누구의 동생도 아닌 그저 ‘나’로 존재하고 싶은데, 사회는 계속 이름을 붙인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또 다른 경계가 생긴다는 걸 말해준다. 그래서 이 글은 가장 차분하지만 날카롭게 마음에 남는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은 문장이 있다.

“우리가 깨져도 우리 뒤에 올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자세로요.”

이 책은 완벽한 관계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금이 간 자리에서 출발하는 관계, 깨어져도 다시 시도해보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다.

서로를 다 이해하지 못해도,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도 시도해본 경험은 남는다.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는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말해준다.

이 책은 그런 우리의 마음을 다정하게 어루만져준다.

관계는 늘 어렵지만 함께 걷는 법을 계속 연습하면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


넥서스 X 페이퍼 라운지 “언니, 커피 한잔하고 싶어요" 이벤트 당첨으로 받은

<언니라도 불러도 될까요> 도서를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더치페이라는 단어는 앞으로도 인기가 많겠구나. 나는 뜬금없게도 그런 생각을 했다.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기에 높은 빈도수로 사용되더라도 언제나 환영받을 수 있는 단어일 것이다. 페미, 언니, 더치페이, 뜻이 오염되거나 더 넓은 뜻을 품고 확장되거나 시대의 흐름을 타고 빛을 내며 부상하는 단어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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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쉽게 성공하는 인스타그램 마케팅
황규진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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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진의 『아무나 쉽게 성공하는 인스타그램 마케팅』이라는 제목은 마치 누구나 손쉽게 시작만 하면 곧 성공할 수 있을 것처럼 들린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은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뛰어난 플랫폼이다. 하지만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시작은 쉬워도 성공은 그렇지 않다. ‘아무나’는 맞지만, ‘아무렇게나’ 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의 작동 원리와 알고리즘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에 맞춘 전략적 실행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성공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서두에서 ‘1인 미디어 시대’라는 전제 위에 인스타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마트폰 하나로 누구나 방송국이 될 수 있고,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지금, 인스타그램은 그 중심에서 ‘발견되는 콘텐츠’의 무대를 제공한다. 특히 이미지와 영상 중심의 UI, 빠르게 확산되는 릴스, 일상을 공유하는 스토리, 실시간 소통을 가능케 하는 DM 등은 브랜딩과 판매, 커뮤니티 구축까지 전방위적인 마케팅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한다.

책의 초반부에는 이론보다 설득력 있는 실전 사례들이 등장한다.

먼저 감각적인 피드로 주목받는 브랜드 ‘더비랩’이 있다.

이들은 제품 이미지 하나하나에 일관된 컬러와 톤을 입히고, 사용자 후기와 제품이 놓인 일상의 장면을 자연스럽게 노출하며 브랜드 친화적 이미지를 쌓는다. 특히 해시태그 ‘#더비랩’을 통해 고객 스스로가 콘텐츠를 제작하게끔 유도하고, 그것을 리그램해 브랜드 신뢰도를 강화하는 전략은 인스타그램 마케팅의 정석으로 꼽을 만하다. 여기에 팔로워 참여형 이벤트까지 병행하면서 브랜드와 고객 간의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일으킨다.

‘삼박한집’은 숙박업의 영역에서도 인스타그램 마케팅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단순히 예쁜 객실 사진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숙소에서 마시는 차 한 잔, 독서하는 오후, 창밖의 계절 등을 감성적으로 담아내면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한다. 나아가 지역 명소나 전통차 체험, 계절 이벤트 등 콘텐츠의 스펙트럼을 확장해 숙박 그 이상의 경험을 제안하고 있다.

이외에도 성주주민폴씨, 명정어가, 꿈미홈트 등의 계정 사례를 통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도 전문 지식 없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기 브랜드를 구축하고 실질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카드뉴스, 영상 콘텐츠, 실시간 Q&A 등은 정보 전달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쌓는 기반이 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실용적이고 핵심적인 장은 ‘알고리즘을 활용한 도달률 높이는 방법’을 정리한 파트다. 단순히 감에 의존하지 않고, 실제로 인스타그램의 추천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노출하는지를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안내해 준다.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릴스를 적극 활용하라

2. 스토리를 꾸준히 올려라

3. 팔로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라

4. 해시태그를 최적화하라

5. 게시물 업로드 시간을 조절하라

6. 콘텐츠 유형을 다양화하라

7. 저장과 공유를 유도하라

유익하거나 감성적인 콘텐츠는 저장되거나 공유되기 쉬우며,

이러한 2차 반응은 알고리즘 상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또한 계정 유형에 따른 활용법도 실용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제품 판매를 목표로 한다면 비즈니스 계정이 필수고, 릴스 노출이나 유료 기능을 활용하고자 할 땐 크리에이터 계정이 유리하다. 쇼핑 태그 삽입, 수익화 기능, 릴스 음악 사용 등 각각의 기능을 목적에 따라 어떻게 선택하고 운용해야 하는지도 꼼꼼히 안내되어 있어, 처음 계정을 세팅하는 사람부터 이미 운영 중인 사람까지도 다시 한번 방향을 점검해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인스타그램 마케팅의 실전 현장에서 자주 마주하는 또 하나의 관건은 ‘브랜드의 인간적인 얼굴’이다. 팔로워는 더 이상 완벽한 피드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일관된 브랜딩과 세련된 이미지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보다도 ‘이 브랜드를 누가 운영하고 있는지’, ‘어떤 가치와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에 끌리는 시대다. 그래서 브랜드 계정이라도 종종 ‘인간적인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사소한 실수에 대한 사과, 고객 피드백에 진심 어린 답변, 창업자의 이야기를 전하는 글 등이 오히려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고, 관계를 더 깊게 만든다. 이 책에서 강조한 전략들과 함께 이런 감성적 접근을 병행한다면 콘텐츠의 진정성과 연결력이 배가될 것이다.

또한 인스타그램은 그 자체로 고정된 도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플랫폼이다.

릴스, 스레드, 스토리, DM, 하이라이트 등 다양한 기능들이 계속 진화하고 있고, 사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의 전략을 따라 실행하는 것에서 끝나지 말고, 플랫폼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기적으로 계정 분석을 통해 피드백을 수집하고 개선해나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마케팅은 정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지, 하나의 공식으로 끝나는 게임이 아니다.

이 책이 그 여정의 훌륭한 출발점이 되어줄 수는 있지만 결국 완성해나가는 것은 사용자의 실행력과 유연성이다.

인스타그램 마케팅은 더 이상 ‘예쁜 사진을 올리는 일’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콘텐츠와 관계, 전략과 감성, 알고리즘과 창의성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복합적 과정이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지만, ‘발견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플랫폼의 흐름을 이해하고, 브랜드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풀어낼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그 첫 문을 여는 열쇠를 제공하며 전략적 사고와 꾸준한 실행이 만났을 때 인스타그램은 분명한 성과를 안겨줄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은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 이 책이 전하는 핵심 마케팅 원칙

-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중심에 둘 것

- 콘텐츠를 일상적으로, 진정성 있게 풀어낼 것

- 팔로워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것

- 감성적인 비주얼과 강한 메시지의 균형을 맞출 것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원앤원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릴스 및 스토리의 다양한 기능 사용 가능
크리에이터 계정의 경우 릴스 음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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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효진 선생님과 글쓰는 아이들 : 감성편 - 평생 글쓰기의 첫 단추 글쓰는 아이들
옥효진 지음 / 로그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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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효진 선생님과 글쓰는 아이들』은 글쓰기를 처음 배우는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쓰는가’ 이전에 ‘왜 써야 하는가’를 먼저 묻는 책이다. 국어 시간의 숙제를 넘어서 글은 내 생각을 꺼내 정리하고, 나를 표현하며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임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아이의 손을 잡고 글쓰기의 출발선에 함께 서는 이 책은, 겁내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도록 다정하게 길을 안내해준다.

책의 시작은 이런 말로 문을 연다.

“생각을 글로 옮긴다는 건 내 머릿속의 생각을 꺼내 정리하고, 문장으로 만들어 읽는 사람에게 잘 전달되도록 하는 과정이에요. 이건 절대 저절로 되지 않아요.”

이 말은 곧 글쓰기가 선천적인 재능이 아니라 후천적인 연습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피아노를 잘 치고 싶으면 악보를 읽고 건반을 익히듯, 축구를 잘하고 싶으면 드리블과 슛을 연습하듯,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어렵고 서툴 수 있지만, 자주 쓰고 꾸준히 다듬으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이 책은 여러 갈래의 글을 주제별로 소개하며, 각각의 글이 쓰이는 목적과 특징을 짚어준다.

설명문, 감상문, 일기, 편지, 주장하는 글, 이야기 글 등 아이들이 자주 접하는 형식들을 중심으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떤 구조로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안내한다.

여기에 더해 ‘문해력 단어 짚고 가기’를 통해 낯선 어휘를 풀어주고,

‘옥 선생님의 한 줄 더!’라는 코너에서는 질문이나 조언을 던지며 아이 스스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글의 개념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써보는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학습 효과를 높인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문장을 잘 쓰게 하려는 목적을 넘어서,

글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는 데 있다.

하루하루 일기를 쓰며 나의 감정을 돌아보고,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하고, 감상문을 쓰며 감정을 오래 간직하는 경험은 모두 글쓰기를 통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단지 정보를 나열하는 법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선과 감정을 담아내는 법을 배운다.

글쓰기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아이들에게도 이 책은 가볍게 다가간다.

멋진 문장을 쓰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나답게 적는 것이다.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내 생각을 발견하게 되고, 그 안에서 작은 성장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글쓰기는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책에 각 장의 첫 부분에는 사자성어를 활용해 글쓰기와 삶의 감정을 연결 짓는다.

예를 들어, 하루하루의 기분에 따라 들쭉날쭉해지는 감정들을 돌아보는 장면에서는 ‘일희일비(一喜一悲)’라는 말이 소개된다. 작은 일에 너무 기뻐하거나 금세 실망하기보다는, 글쓰기를 통해 감정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정리할 수 있는 힘을 기르자는 의미다.

또 ‘요산요수(樂山樂水)’는 자연을 즐기고 삶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말하는데, 이는 감상문이나 자연 관찰 일기와 같은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찬찬히 바라보는 태도를 기를 수 있다는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

글을 쓰면서 점점 더 자신의 생각이 구체화되고, 문장 속에 자신만의 말투와 감정이 묻어나기 시작할 즈음엔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는 말처럼, 글쓰기의 재미가 서서히 깊어짐을 경험하게 된다.

기쁨과 슬픔, 분노와 두려움 같은 감정들이 글 속에 담기는 순간들에서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글은 결국 내가 살아가는 방식, 내가 느끼는 감정의 기록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은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의미지만, 이 책은 여기에 이렇게 말한다. “백 번 보고도 한 번 글로 써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글쓰기는 경험을 정리하고, 감정을 정제하며 기억을 오래 남기는 가장 좋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옥효진 선생님과 글쓰는 아이들』은 글쓰기를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글을 통해 자신을 만나게 해주는 책이다. 교과서 속 형식을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데 꼭 필요한 말의 도구를 아이 손에 쥐여주는 책이다. 아이가 쓴 첫 문장은 서툴고 짧을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자신만의 시선과 목소리가 담겨 있다. 이 책은 그 시작을 응원하고, 계속해서 쓰고 싶어지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이 책을 통해 아이는 글이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다리는 언젠가 세상과 자기 자신을 향해 더 깊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되어줄 것이다.


'로그인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옛날 사람들도 일기를 썼어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일기는 이순신 장군이 전쟁 중에 쓴 <난중일기>와 제2차 세계 대전 중 네덜란드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쓴 <안네의 일기>가 있답니다. 이런 일기는 개인의 기록을 넘어 그 당시의 시대를 엿볼 수 있어요.
난중일기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의 전쟁 중에 쓴 일기라는 뜻이에요.
전쟁 상황뿐만 아니라 이순신 장군 개인의 이야기도 엿볼 수 있어요.
승정원일기
조선 시대 왕의 비서 기관인 승정원에서 왕이 어떤 업무를 했는지 기록한 일기예요.
이렇게 기록된 <승정원일기>는 국보 제303호이자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이에요.
오희문 쇄미록
조선 시대 선조 때 선비였던 오희문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피난길에 올라 9년 3개월 동안의 일상을 기록한 피난 일기예요.
안내의 일기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쓴 일기예요. 나치 정권의 탄압을 피해 은신처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일과 자신의 생각, 감정을 일기로 쓴 것이에요.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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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인 너무나 도덕적인 - 코람라치오네의 윤리학
김재호 지음 / 스누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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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 물음으로 시작하는 책이다.

“도덕적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왜 우리는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는가?”

“도덕적인 삶이란 가능한가?”

김재호의 『도덕적인 너무나 도덕적인』은 이처럼 윤리학의 근본 물음을 던지며 시작된다.

그런데 이 물음은 철학 전공자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은밀히 자리한 의문이다.

누군가를 배려했지만 ‘호구’ 취급을 당하고, 정의롭게 살았다 생각했는데 불편한 사람으로 낙인찍혔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이게 맞는 걸까?

이 책은 이러한 현실의 갈등 속에서, 여전히 ‘착하게(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철학자 칸트를 다시 불러낸다. 그리고 그의 대표 저서 『도덕형이상학 정초』를 바탕으로 도덕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우리 시대의 언어로 풀어낸다. 칸트는 도덕이란 감정이나 결과가 아니라, 이성의 명령에 따라 ‘의무이기 때문에 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선한 마음이나 좋은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왜 그 행동을 했는가’이며, 그 동기가 이성적이고 보편적일 때에만 도덕적인 행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전통적인 철학 해설서와는 다르다.

각 장의 도입부에는 실제 대학 수업에서 학생들이 던진 생생한 질문들이 등장하고,

본문은 그 질문들을 바탕으로 칸트의 철학을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장의 말미에서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가 질문에 대한 응답을 정리한다.

이 구조 덕분에 이 책은 단순히 개념을 설명하고 정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독자가 철학적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며 스스로 성찰해보도록 이끄는 일종의 ‘대화형 철학 수업’ 형태다. 읽는 이는 단지 정보를 습득하는 수동적인 독자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을 전개해보는 능동적인 사유의 참여자가 된다.

이 책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칸트 윤리학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짚어주는 대목이다.

우리는 흔히 칸트를 ‘동기주의자’라고 부른다. 즉, 어떤 행위가 옳은가는 결과가 아니라, 그것을 한 사람의 ‘동기’에 달려 있다고 여기는 관점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분류가 칸트의 철학을 단순화시켜 그 핵심을 흐리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칸트가 말한 ‘동기’의 개념이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의미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동기’라고 하면 ‘좋은 마음’, ‘선한 의도’, ‘누군가를 돕고 싶은 감정’ 같은 감성적이고 심리적인 요소를 떠올린다. 하지만 칸트에게 동기란 그런 감정 차원의 것이 아니다. 칸트가 강조한 것은 “도덕 법칙을 존중하는 마음”, 즉 이성적으로 옳다고 믿는 원칙을 내면화하여 스스로의 행동 기준으로 삼는 태도다. 다시 말해, 자신이 따르기로 한 원칙이 모든 이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가를 스스로 묻고, 그 원칙에 따라 행동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를 돕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하자. 일반적으로는 ‘착한 마음에서 우러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칸트는 이 상황을 다르게 본다. 그는 “만약 모두가 같은 상황에서 거짓말을 해도 된다고 판단한다면, 그 사회는 과연 신뢰 가능한가?” 거짓말이라는 행위가 하나의 보편적 규칙이 되어도 괜찮다면 괜찮다. 하지만 거짓말이 일반화 된다면, 언어의 신뢰 자체가 무너지고, 사회적 약속과 계약의 기반도 붕괴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선한 목적이 있었다 해도 그 수단이 보편화 불가능하다면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칸트의 입장이다.

이때 칸트 윤리학의 핵심 개념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코람라치오네(coram ratione)’, 즉 ‘이성 앞에서의 삶’이다. 이 말은 저자가 기독교의 ‘코람데오(coram deo, 하나님 앞에서)’라는 개념을 참고해 새롭게 만든 표현이다. 신이 우리를 항상 지켜보고 있다고 믿었던 기독교 신자처럼, 칸트는 인간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이성의 기준 앞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외부의 감시나 법적 처벌 없이도 인간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성’은 마치 양심과도 같다. 누구도 보지 않아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아도, 자기 안의 기준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자각이 있다면, 우리는 도덕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

이 개념은 플라톤의 기게스 반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만약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반지가 있다면, 사람들은 여전히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 플라톤은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칸트는 달랐다.

그는 인간이 이성적 존재이기에, 그런 상황에서도 도덕적일 수 있다고 믿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 믿음을 다시 꺼내 들며 말한다.

이성 앞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외부의 감시도 신의 눈도 필요 없다.

후반부로 가면, 저자는 니체와 칸트의 철학을 대조하며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책에서 도덕과 종교를 향해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

특히 칸트의 윤리학을 ‘의무의 자동기계’라 부르며, 감정과 생명력을 억압하는 차가운 윤리로 평가했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 반론을 제기한다. 그는 칸트 윤리학이 비인간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고민에서 출발한 철학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어떻게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한 사유였으며 자유로운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 도덕적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끝까지 믿은 철학이었다고.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역설적이다. 『도덕적인 너무나 도덕적인』.

니체의 문장을 패러디한 듯 보이지만 실은 도덕을 향한 깊은 애정과 회복의 의지를 담은 말이다.

저자는 “가장 인간적인 것이 가장 도덕적인 것이다.”

착한 사람은 손해를 본다는 말이 진리처럼 여겨지는 이 시대에 이 책은 다시 묻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착하게 살아야 하는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말한다. 부끄럼 없는 삶은 가능하다고.

그것은 신의 감시가 아닌 스스로의 이성 앞에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삶이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아무도 칭찬하지 않아도, 옳다고 믿는 길을 걷는 것.

그것이 바로 칸트가 말한 도덕의 조건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가능성을 믿는 이들에게 작은 철학적 불씨가 되어준다.

『도덕적인 너무나 도덕적인』은 단순한 철학 입문서가 아니다. 도덕이 사라진 시대에 다시 도덕을 말하는 책, 철학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진심 어린 기록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독자는 아마도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내 안의 이성 앞에서 당당한가?” 그리고 그 질문은 아마도, 우리의 삶을 조금씩 바꿔가기 시작할 것이다.


'우주서평단 @woojoos_story 모집',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첫 문단에는 고대 그리스 철학의 세 학문이 등장한다. 자연학, 윤리학, 논리학이 그것이며 이들은 다양한 분류 기준에 따라 새롭게 나누어진다. 먼저 형식적인 것과 질료적인 것에 의한 분류다. 이에 의하면 논리학은 내용과 무관하게 사고의 규칙만을 다룬다는 점에서 형식적 학문이고 나머지 두 학문은 내용을 다루기에 질료적 학문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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