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20 세트 - 전20권 (반 고흐 에디션) - 박경리 대하소설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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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필사단 #다산북스출판사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제5권은 ‘북국의 풍우’라는 부제처럼, 시대의 격랑 속에서 인간들이 흔들리고 고뇌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권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게 다가온 장면은 길상과 상현이 술집에서 나눈 대화였다. 그들의 말 속에는 단순한 옛 친구 간의 회포를 넘어선 시대의 긴장과 인간 내면의 갈등이 겹겹이 쌓여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적 메시지가 그 대화 안에 압축되어 있었고, 길상의 독백은 이 소설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또렷하게 비춰 주었다.

길상은 서희와 함께 용정촌을 떠나 서울로 올라온다. 그곳에서 상현과 다시 마주한다. 둘은 과거 최참판댁과 함께한 인연 속에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도 다른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상현은 이제 세상과 타협해 현실적 입지를 다진 지식인이고, 길상은 여전히 ‘사람’에 대한 믿음과 ‘주인에 대한 도리’를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간다. 이들의 대화는 겉보기엔 평온해 보이지만, 말끝마다 부딪히는 가치관의 충돌이 뼈마디처럼 느껴진다.

길상은 술잔을 기울이며 말한다. “빈터가 즐비하니 생겨날 건데, 거간이라고 공치라는 법이 있겠소? 망하는 사람이 있어야 흥하는 사람이 있고, 세상이란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니겠소?” 이 말에는 시대의 냉혹함에 대한 체념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체념은 그가 현실을 냉철히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길상은 단순히 ‘충직한 머슴’이 아니라, 변해가는 세상 안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고민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이다. 그는 권력과 출세라는 껍데기보다, 인간으로서의 내면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상현은 그런 길상을 불편해한다. 그에게 길상은 시대의 흐름을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고, 시대에 맞춰 변화하지 않는 고지식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작가는 이 두 인물을 통해 독자에게 되묻는다. 과연 시대에 ‘적응’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자신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 더 깊은 삶인가.

길상의 독백은 이 모든 질문을 껴안는다. 그는 상현과 헤어진 뒤 홀로 술잔을 마시며 이렇게 읊조린다. “우리가 살아간다는 게, 단지 먹고 살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오이다. 그렇다고 무슨 뜻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도 아니라면, 우린 왜 이렇게 괴롭고, 왜 이렇게 붙들고 사는 것일까…” 이 말은 단순한 회한이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 명확하게 삶을 바라보고 있고, 그 안에서 진정한 ‘존재의 이유’를 탐색하고 있다. 흔히 대하소설에서 조연으로 치부될 법한 길상이지만, 이 장면에서 그는 누구보다 강한 주체로 부상한다.

『토지』는 단순히 땅의 소유를 다투는 이야기나, 봉건사회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배경 서사에 그치지 않는다. 이 소설은 ‘뿌리’를 말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무엇을 붙들고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것이 땅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고, 혹은 내면의 어떤 신념일 수도 있다. 길상은 그것을 잃지 않으려 했고, 상현은 그것을 효율적 삶과 바꿨다. 그 누구도 완전히 옳거나 그르지 않지만, 독자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인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은 어디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시대는 바뀌고 권력은 오르내리지만,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만이 끝까지 버틸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토지』 제5권은 그 거대한 서사의 중간에서,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길상이라는 인물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말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다산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채손독 @chae_seongmo
#다산북스 @dasa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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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글은 처음이라 - 한번 깨달으면 평생 써먹는 글쓰기 수업
제갈현열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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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자기 자신을 시장에 파는 것이다.(팔리는 글쓰기)”

“팔리는 글을 쓰기 위해선 시장 우선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글쓰기의 전부는 아니지만, 모든 글쓰기의 시작이 되는 책!”


 제갈현열의 『팔리는 글은 처음이라』는 글 좀 써볼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진 사람부터 글을 써서 생존해야 하는 누군가까지, 결국은 살아가기 위해 글을 써야 하는 사람 모두에게 전하는 매뉴얼이다. 그 안에는 흔한 글쓰기 이론이나 감성적인 동기부여 대신 단 하나의 기준을 이야기 한다. 팔리는 글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시장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담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저자는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자신을 시장에 판매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글쓰기는 그저 표현 수단이 아니라 생존의 도구이며 모든 생산수단의 뿌리라고 말한다. 우리는 제품을 팔기 전에 글을 써야 하고, 관계를 맺기 위해서도 말 대신 글을 써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기본기에 가깝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뜨리는 문장을 만났다. 바로 ‘532 과정’이다. 글쓰기 능력은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이야기다. 저자는 팔리는 글이란 50%의 ‘원리’, 30%의 ‘구조’, 20%의 ‘표현’으로 이루어진 칵테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즉,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원리를 이해하고 구조에 익숙해지며 표현을 반복해 연습하는 과정이다. 이는 하버드대학이 모든 신입생에게 글쓰기 수업을 필수로 이수하게 하는 이유와도 닿아 있다. 결국 글쓰기는 사고력, 설득력,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모든 학문의 출발점이자 본질인 셈이다.


 책의 전반에서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글을 쓰기 전, 시장을 먼저 보라”는 것이다. ‘내가 글을 시장에 판다’는 생각보다 시장이 내 글을 산다는 사고 전환이야말로 팔리는 글쓰기의 본질이다. 이 문장 하나가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주어가 내 글이 아닌 시장이 되는 순간, 글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독자의 욕구로 옮겨간다. 글쓰기의 주도권이 독자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팔리는 글의 본질을 설명한다. 예컨대 향초를 홍보할 때 향초의 특징을 설명하기보다, 향초를 사용하는 사람이 왜 그것을 사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제를 파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우리 제품은 천연입니다”라는 말보다, “여러분은 매년 소주잔 세 컵 분량의 세제를 먹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시장을 움직인다고 한다. ‘누가’, ‘왜’,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글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광고계의 전설 데이비드 오길비와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 버지니아 울프 등, ‘시장 우선주의자’들의 사례가 이어진다. 그들의 공통점은 ‘독자’를 향한 집요한 질문과 관찰이었다. 한 사람의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과정이야말로 시장을 움직이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사례는 단지 참고용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지닌 기준의 근거로 작동한다. 그 역시 ‘시장 우선주의자’로서 글을 쓰며, 그 기준을 유지하는 것을 철저히 지켜왔다고 말한다.


 이 책은 구조적 글쓰기 모델도 다양하게 소개한다. AIDA, BAB, FAB, PAS 같은 마케팅 글쓰기의 대표 모델을 통해 각 구조가 어떻게 팔리는 글을 도와주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중요한 건 구조가 글을 완성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조는 도구일 뿐, 글의 본질은 항상 ‘시장에 어떤 이야기를 전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팔리는 글은 처음이라』는 단지 잘 팔리는 글을 쓰는 방법을 넘어서, 생각을 전환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시장 우선주의자가 된다는 건, 곧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작가는 글의 콘셉트를 잡기 위한 과정에서 시장을 이해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본인의 책 집필 시간보다 시장 분석에 네 배 이상을 투자했다는 고백은 이 책이 단순한 글쓰기 비법서가 아니라는 증거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글쓰기라는 기술이 단지 손끝의 능숙함에 있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는 건 결국 질문을 잘 던지고, 독자의 입장에서 답을 찾아가는 능력이다. 그래서 저자는 글쓰기를 위한 첫 질문으로 ‘당신이 속한 시장은 어디인가?’를 말한다. 이어서 ‘그 시장에서 내가 팔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시장에 어떤 말을 건넬 것인가?’라는 흐름으로 이어지며 자신만의 콘셉트를 세우는 길을 안내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위대한 작가들의 생각을 공유한다. “글을 쓰지 않으면 죽는다”는 나탈리 골드버그의 말을 인용하며 ‘매일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원리와 구조, 표현을 알고 있어도 결국 손이 멈추면 아무것도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에도 글쓰기의 곁을 떠나지 않는 일, 그것이 결국 가장 강한 작가로 만들어주는 습관이라고 말하고 있다.


『팔리는 글은 처음이라』는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누구에게 말할 것인지, 왜 말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말이 닿으려면 무엇을 먼저 들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결국 이 책이 안내하는 글쓰기란, 세상을 향해 나를 소개하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먼저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 말하는 내가 아니라 듣는 시장이 주인공이 되는 글. 바로 그것이 팔리는 글이며 그 시작은 언제나 묻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내가 팔고 싶은 것을 고집하기보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것을 먼저 헤아리는 일. 그 질문이 깊을수록 글은 시장의 마음에 더 가까워진다. 진짜로 팔리는 글을 쓰고 싶다면 먼저 제대로 묻는 법부터 배워야 하지 않을까? 기본을 잊은 글은 본질에서 벗어나길 마련이다. 그 기본과 본질을 명확하게 알려주려는 작가의 배려가 묻어나는 책이었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고 다음 단계를 밟아보면 좋을 것 같다.


'다산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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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글을 위한 3가지(532과정)
1. 팔리는 글의 원리를 깨닫는 것 (50%)
2. 팔리는 글의 구조에 익숙해지는 것 (30%)
3. 팔리는 글의 표현을 배우는 것 (20%)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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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 교양수업 - 6000년 인류사를 단숨에 꿰뚫는 60가지 필수 교양
임성훈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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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지식은 왜 늘 그렇게 빨리 증발하는 걸까. 문학을 읽을 때도, 역사를 마주할 때도, 철학자들의 문장을 곱씹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흥미로웠고, 감탄했고, 내 삶에 중요한 통찰이라고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희미해졌다. 수십 번, 내 머리의 한계를 탓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초압축 교양수업』을~!!!

프롤로그 글에 있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이번만큼은 기억하려 애쓰기보다, 흐름에 몸을 맡겨 보기로 한다. 굳이 머리에 저장하려는 부담을 내려놓고, 고대 4대 문명부터 인류사의 흐름을 재미있는 소설처럼 따라가 보기로 했다. 철학자들의 사유를 곁에서 엿보고, 오래 사랑받는 문학작품 속 인물들을 만나는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교양이란 기억하려는 욕심 없이 즐기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닐까?.

『초압축 교양수업』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류가 지나온 중요한 길목들을 정리한다.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 역사, 철학, 문학을 유기적으로 엮었다. 각각의 주제는 짧은 단편처럼 구성되어 있고, 명확한 설명이 있어 집중력을 놓치지 않는다. 생각할 거리 또한 결코 작지 않다. 저자는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대로 꺼내 쓸 수 있어야 진짜 교양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순서대로 읽어나가는 방식도 좋지만, 독자의 관심에 따라 어느 페이지든 펼쳐 읽어도 무방한 구조다. 하지만 교양의 흐름과 전체 서사를 함께 느끼고자 한다면, 처음부터 차례차례 따라가는 것이 확실히 더 흥미롭다.

책을 읽다 보니 특히 강하게 남는 대목이 있었는데, ‘20 역사 – 양귀비라 불린 여인: 당나라 붕괴’라는 파트였다. 당 현종과 양귀비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안녹산은 그들을 배반했다. 자신보다 16살이나 어렸던 양귀비의 양아들 행세를 하며 황제의 신임을 얻었던 그였다. 안녹산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보고에 현종이 한동안 그 사실을 믿지 못했다는 대목에서, 현종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놀라움과 배신감이 교차 했을심정이 느껴지니 마음이 아팠다. 믿었던 이에게 배신을 당하니 얼마나 비통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이후 벌어진 ‘안사의 난’은 단순한 반란이 아니라, 신뢰와 권력, 가족과 피의 관계가 뒤엉킨 처절한 전쟁이었다. 안녹산은 결국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존재, 아들 안경서에게 암살 당했다. 서자에게 권력을 빼앗길까 두려워한 안경서는 아버지를 죽였고, 권력을 손에 쥐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곧 안녹산의 충신이었던 사사명에게 제거됐고, 사사명 역시 자신의 아들 사조의에게 살해당했다. 아비가 아들을 죽이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며 권력을 이어간 참혹한 사건이다. 그리고 763년, 사조의의 자살로 안사의 난은 비극의 끝을 맺었다. 이 대목은 단순히 한 시대의 역사로 끝나지 않는다. 믿음의 상실이 한 나라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 권력이란 것이 어떻게 인간의 관계를 파괴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읽는 듯한 장면이었다.

초압축 교양수업』은 한 가지 주제마다 생각할 거리를 하나씩 남겨준다. 글은 짧지만, 읽고 나면 생각이 저 멀리까지 뻗어나간다. 문학, 철학, 과학 등 다양한 이야기가 빠르게 지나가지만, 내용은 깊고 인상적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교양이란 단순히 지식을 많이 아는 게 아니라, 서로 연결해서 생각할 줄 아는 힘이라는 걸 알게 된다.

『초압축 교양수업』은 외우기 위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지식이 잊힐까 봐 조급해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 자체로 아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내용을 자주 잊어 버려도, 그때 생긴 생각은 마음속에 오래 남는 법이다. 이 책을 몸으로 감각으로 받아들이면서 재미있는 독서를 해보길 권한다.


'이키다 @ekida_library'님을 통해 '다산책방(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제작비를 지원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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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文明, civilization)’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기술적,사회 구조적인 발전,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 생활에 상대하여 발전되고 세련된 삶의 양태’이다. 이러한 문명을 이루려면 짐승처럼 먹고 사는 수준을 벗어난 삶의 양태를 만들 만한 지적인 인간이 필요하다. 그것도 한두 명, 수십 명의 인간이 아니라 국가를 이룰 만한 다수의 인간이 모여서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 속에서 인간들이 제멋대로 다투지 않고 살게끔 해줄 권위와 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명의 핵심 요건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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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오즈마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존 R. 닐 그림, 강석주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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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찾아 떠난 도로시와 암탉 빌리나!"


도로시가 다시 모험을 시작한다. 이제 그녀는 낯선 세계에 휩쓸려가는 수동적인 소녀가 아니다. 『오즈의 오즈마』의 도로시는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선택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소용돌이치는 태풍 속에서 시작된 이번 여정은, 도로시가 또 한 번 자신의 내면 깊숙한 용기와 책임을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다.


사건은 거센 파도를 만난 배 위에서 시작된다. 헨리 아저씨와 함께 선실에 머물던 도로시는 눈을 잠시 붙인 사이, 아저씨가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아저씨를 찾기 위해 용기 있게 갑판 밖으로 나간다. 그러다 강한 바람에 휘말려 바다로 떨어지고 만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공포에 휩싸일 순간이지만, 도로시는 오히려 상황을 받아들이고, 행동하며, 문제를 풀어나간다. 그녀에게 모험은 두려움이 아니라 삶의 일부인 셈이다.


함께 떨어진 닭장 안에는 노란 암탉, ‘빌리나’가 있다. 말하는 닭이라는 설정 자체가 엉뚱하고 재미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이 닭이 단순한 동행자가 아니라 핵심 인물이라는 점이다. 빌리나는 유쾌하면서도 냉정하고, 때로는 도로시보다도 더 명확한 판단력을 지닌 존재다. 그들은 새로운 땅 ‘에브’에 도착하고, 곧 이곳의 슬픈 역사를 알게 된다. 왕은 죽었고, 그의 가족은 노움 왕에게 팔려가 장식품으로 변해버렸다. 이 장면에서 동화는 환상에만 기대지 않는다. 권력의 무책임한 사용, 부조리한 세계, 그리고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장식품 맞추기 게임’이다. 도로시와 친구들은 노움 왕이 숨겨놓은 에브 왕가 가족을 찾아내야 한다. 실패하면 그들 역시 장식품이 되는, 다소 잔혹한 조건이 붙는다. 선택과 실패, 책임과 용기에 대한 상징적 장면이다. 도로시와 오즈마, 그리고 틱톡, 허수아비, 사자, 양철 나무꾼 모두 시도하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누구나 실수를 두려워하지만, 이 과정은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시행착오 그 자체다.

그리고 여기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빌리나가 해답을 찾아낸다. 작고 약해 보이는 암탉이 노움 왕의 약점을 간파하고 진짜 왕족들이 숨어 있는 장식품을 찾아내는 것이다.

저자는 가장 하찮아 보이는 존재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빌리나는 도로시의 조력자를 넘어 이야기의 구조를 바꾸는 인물이다.


결국 도로시는 오즈마와 함께 마법의 벨트를 되찾아 오즈로 돌아간다. 이 벨트는 이전까지 노움 왕이 마법과 권력을 휘두르기 위한 도구였지만, 이제는 정의와 평화를 위한 수단이 된다. 도로시는 모험의 끝에서 단지 용감한 소녀가 아닌, 진정한 주인공으로 성장하고, 오즈마는 그녀를 오즈의 공주로 임명한다. 이는 단지 명예로운 칭호가 아니라, 책임 있는 존재로서의 도로시를 인정하는 순간이다.


『오즈의 오즈마』는 선택과 용기, 실패와 책임, 그리고 진실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로시와 빌리나의 여정은 마법이 가득한 세계에서 벌어지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현실 그 자체다. 누구나 약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다는 것, 자신의 방식으로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중심에서 도로시는 더 이상 누군가의 보호를 기다리는 아이가 아니다. 그녀는 자신만의 판단과 용기로, 모두가 주저한 자리에 한 걸음 내딛는다. 『오즈의 오즈마』는 그런 도로시의 성장을 따라가며, 독자에게 말해준다. 진짜 영웅은 가장 강한 존재가 아니라, 끝까지 진실을 마주하려는 사람이다.

아이들에게는 상상력과 모험심을, 어른에게는 용기와 통찰을 건네는 이 동화는, 지금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 어쩌면 독자도 한 뼘쯤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우주서평단 @woojoos_story 모집',

'지만지출판사 @zmanz_classic'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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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살찐 붉은개미들, 그리고 모래 벌레들, 그리고 때때로 조그만 게도 있어. 정말 달콤하고 맛있어."

"아유, 징그러워!" 도로시가 충격을 받은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뭐가 징그러워?" 암탉이 반짝이는 한쪽 눈으로 친구를 보려고 고개를 들면서 물었다.

"그, 살아 있는 것들 먹는 것 말이야. 징그러운 벌레들, 소름 끼치는 개미들. 넌 부끄러워해야 해!"

"세상에나!" 암탉이 기가 차다는 듯이 대답했다. "넌 정말 이상하다. 도로시! 살아 있는 것들은 죽은 것들보다 훨씬 더 신선하고 건강에 좋아. 그리고 너희 인간들은 온갖 종류의 죽은 생물을 먹잖아."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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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 : 유럽 편 - 5,000년 유럽사의 흐름이 단숨에 읽히는 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
저스티스(윤경록)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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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왜 이렇게 살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거대한 이야기다. 『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는 그 이야기를 단절된 지식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낸다. 각각의 문명과 인물, 사건을 낱개의 정보로 나열하지 않고, 시대와 시대를 잇는 다리처럼 연결하며 설명해준다. 마치 두꺼운 교과서에 묻혀 있던 역사의 숨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긴 서사로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이 책의 출발점은 인류 최초의 문명에서 시작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은 단지 오래된 유산이 아니라, 이후의 그리스·로마 문명, 나아가 고대 유럽 문명의 토대가 된다.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에서 탄생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문자를 발명하고 60진법과 태음력을 만들어냈으며, 이는 훗날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와 같은 고대 수학자들에게 이어진다.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의 주기적인 범람을 통해 농업과 도시 문명을 발전시켰고, 미라 제작과 피라미드 건축을 통해 의학, 천문학, 수학 등의 지식을 쌓아갔다. 이 지식들은 고대 유럽에 전해져 과학과 철학의 기초로 작용하게 된다.


이후 유럽은 기독교가 국교로 자리 잡으면서 교황 중심의 체제로 들어선다. 중세 서유럽에서 교황은 종교 지도자를 넘어 정치, 군사, 세금까지 장악한 실질적인 권력자였다. 반면 동로마 제국에서는 황제가 강력한 권위를 유지했다. 이런 두 축의 긴장 속에서 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로마 제국의 옛 영토를 회복하고자 했다. 그의 야심은 프랑크 왕국과 교황이 손을 잡는 계기를 만들었고, 그렇게 역사는 다시 방향을 튼다.


이 시점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카롤루스 대제다. 그는 프랑크 왕국을 하나로 통일하고 서유럽 전체의 질서를 재편했다. 교황은 그에게 서로마 제국 황제의 관을 씌우며 교회와 제국의 이중 권력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 이후 제국은 분할되었고, 베르됭 조약을 통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뿌리가 형성된다. 통일이 새로운 분열을 낳고, 그 분열이 오늘날 유럽의 지도를 만들어낸 셈이다.


이후 십자군 전쟁은 유럽과 이슬람 세계의 교류를 열었고, 그 결과 유럽은 고대 문명과 다시 만나게 된다. 그 중심에 선 곳은 이탈리아였다. 피렌체, 베네치아 같은 도시국가들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지식과 미술을 재발견했고, 그렇게 르네상스가 시작된다. 이 시기는 단지 예술의 부활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사고와 이성의 힘을 회복하려는 ‘정신의 혁명’이었다.


르네상스의 중심에는 인본주의가 있었다. 인본주의는 인간의 자유, 존엄, 이성을 중요하게 여겼고, 인간 스스로가 세상의 중심이자 주체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사상은 미술, 철학, 과학, 정치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는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예술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인문학자 에라스뮈스는 당시 교회의 부패를 꼬집으며 신앙의 본질을 물었고,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하며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 아님을 밝혀냈다. 갈릴레이와 케플러는 실험과 계산을 통해 세계를 수학적으로 이해하려 했고,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를 통해 이상적인 사회 구조에 대해 고민했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통해 인간 내면의 모순과 욕망을 풍자적으로 풀어내며 근대 문학의 서막을 열었다.


이처럼 르네상스는 인간 중심의 새로운 세계관을 꽃피운 시대였다. 그것은 단지 문화의 변화를 넘어, 권위 중심의 중세 질서를 흔드는 움직임이었다. 그 결과, 교회는 점차 권위를 잃어갔고, 사람들은 이성을 통해 진리를 찾으려는 시도로 나아갔다. 이런 흐름은 결국 종교개혁과 과학혁명으로 이어지며 근대 유럽의 문을 여는 결정적 토대가 된다.


14세기 초 아비뇽 유수 사건은 그런 변화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교황청이 프랑스 왕의 압력으로 로마를 떠나 아비뇽으로 옮겨가자, 교회의 독립성과 권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더는 교회의 말만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신앙은 다시 고민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은, 근대 유럽, 특히 러시아 제국의 근대화와 혁명으로 향한다. 농노 해방 이후에도 이어진 빈곤, 전제정치의 강화, 러일전쟁의 패배와 경제적 불안은 결국 민중의 분노를 키우게 되었고, 러시아는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로 변모한다. 이는 단지 러시아만의 일이 아니라, 이후 20세기 세계사의 축이 이동하는 거대한 흐름의 시작이었다.


『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는 세계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책이다. 이 책은 과거의 사건들을 따로따로 설명하지 않고,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연결해서 보여준다. 각각의 문명과 인물, 전쟁과 변화는 모두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이어져 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낸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세계사는 외워야 할 어려운 지식이 아니라, 오늘의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다. ‘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가’를 알려주는 데 이 책만큼 친절하고 명쾌한 책도 드물다. 역사에 흥미가 없었던 사람도 이 책을 통해 세계사의 큰 흐름을 자연스럽게 잡을 수 있게 해준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믹스커피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테오도시우스 1세 집권 시기부터 기독교는 로마의 국교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하여 서유럽에선 자연스럽게 교황이 정치적, 종교적, 군사적 권력을 장악했죠.
당시 성경은 매우 귀했습니다. 대다수의 백성은 문맹이었기 때문에 성경을 읽을 수도 없었죠. 그러니 백성은 자신의 삶과 신앙의 규범을 성경을 통해서가 아니라 성직자를 통해 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직자의 해석과 가르침이 곧 성경의 내용으로 받아들여졌고 자연스레 성직자들은 막강한 권위를 부여받았습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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