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오즈마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존 R. 닐 그림, 강석주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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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찾아 떠난 도로시와 암탉 빌리나!"


도로시가 다시 모험을 시작한다. 이제 그녀는 낯선 세계에 휩쓸려가는 수동적인 소녀가 아니다. 『오즈의 오즈마』의 도로시는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선택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소용돌이치는 태풍 속에서 시작된 이번 여정은, 도로시가 또 한 번 자신의 내면 깊숙한 용기와 책임을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다.


사건은 거센 파도를 만난 배 위에서 시작된다. 헨리 아저씨와 함께 선실에 머물던 도로시는 눈을 잠시 붙인 사이, 아저씨가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아저씨를 찾기 위해 용기 있게 갑판 밖으로 나간다. 그러다 강한 바람에 휘말려 바다로 떨어지고 만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공포에 휩싸일 순간이지만, 도로시는 오히려 상황을 받아들이고, 행동하며, 문제를 풀어나간다. 그녀에게 모험은 두려움이 아니라 삶의 일부인 셈이다.


함께 떨어진 닭장 안에는 노란 암탉, ‘빌리나’가 있다. 말하는 닭이라는 설정 자체가 엉뚱하고 재미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이 닭이 단순한 동행자가 아니라 핵심 인물이라는 점이다. 빌리나는 유쾌하면서도 냉정하고, 때로는 도로시보다도 더 명확한 판단력을 지닌 존재다. 그들은 새로운 땅 ‘에브’에 도착하고, 곧 이곳의 슬픈 역사를 알게 된다. 왕은 죽었고, 그의 가족은 노움 왕에게 팔려가 장식품으로 변해버렸다. 이 장면에서 동화는 환상에만 기대지 않는다. 권력의 무책임한 사용, 부조리한 세계, 그리고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장식품 맞추기 게임’이다. 도로시와 친구들은 노움 왕이 숨겨놓은 에브 왕가 가족을 찾아내야 한다. 실패하면 그들 역시 장식품이 되는, 다소 잔혹한 조건이 붙는다. 선택과 실패, 책임과 용기에 대한 상징적 장면이다. 도로시와 오즈마, 그리고 틱톡, 허수아비, 사자, 양철 나무꾼 모두 시도하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누구나 실수를 두려워하지만, 이 과정은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시행착오 그 자체다.

그리고 여기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빌리나가 해답을 찾아낸다. 작고 약해 보이는 암탉이 노움 왕의 약점을 간파하고 진짜 왕족들이 숨어 있는 장식품을 찾아내는 것이다.

저자는 가장 하찮아 보이는 존재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빌리나는 도로시의 조력자를 넘어 이야기의 구조를 바꾸는 인물이다.


결국 도로시는 오즈마와 함께 마법의 벨트를 되찾아 오즈로 돌아간다. 이 벨트는 이전까지 노움 왕이 마법과 권력을 휘두르기 위한 도구였지만, 이제는 정의와 평화를 위한 수단이 된다. 도로시는 모험의 끝에서 단지 용감한 소녀가 아닌, 진정한 주인공으로 성장하고, 오즈마는 그녀를 오즈의 공주로 임명한다. 이는 단지 명예로운 칭호가 아니라, 책임 있는 존재로서의 도로시를 인정하는 순간이다.


『오즈의 오즈마』는 선택과 용기, 실패와 책임, 그리고 진실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로시와 빌리나의 여정은 마법이 가득한 세계에서 벌어지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현실 그 자체다. 누구나 약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다는 것, 자신의 방식으로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중심에서 도로시는 더 이상 누군가의 보호를 기다리는 아이가 아니다. 그녀는 자신만의 판단과 용기로, 모두가 주저한 자리에 한 걸음 내딛는다. 『오즈의 오즈마』는 그런 도로시의 성장을 따라가며, 독자에게 말해준다. 진짜 영웅은 가장 강한 존재가 아니라, 끝까지 진실을 마주하려는 사람이다.

아이들에게는 상상력과 모험심을, 어른에게는 용기와 통찰을 건네는 이 동화는, 지금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 어쩌면 독자도 한 뼘쯤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우주서평단 @woojoos_story 모집',

'지만지출판사 @zmanz_classic'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오, 살찐 붉은개미들, 그리고 모래 벌레들, 그리고 때때로 조그만 게도 있어. 정말 달콤하고 맛있어."

"아유, 징그러워!" 도로시가 충격을 받은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뭐가 징그러워?" 암탉이 반짝이는 한쪽 눈으로 친구를 보려고 고개를 들면서 물었다.

"그, 살아 있는 것들 먹는 것 말이야. 징그러운 벌레들, 소름 끼치는 개미들. 넌 부끄러워해야 해!"

"세상에나!" 암탉이 기가 차다는 듯이 대답했다. "넌 정말 이상하다. 도로시! 살아 있는 것들은 죽은 것들보다 훨씬 더 신선하고 건강에 좋아. 그리고 너희 인간들은 온갖 종류의 죽은 생물을 먹잖아."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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