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압축 교양수업 - 6000년 인류사를 단숨에 꿰뚫는 60가지 필수 교양
임성훈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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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지식은 왜 늘 그렇게 빨리 증발하는 걸까. 문학을 읽을 때도, 역사를 마주할 때도, 철학자들의 문장을 곱씹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흥미로웠고, 감탄했고, 내 삶에 중요한 통찰이라고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희미해졌다. 수십 번, 내 머리의 한계를 탓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초압축 교양수업』을~!!!

프롤로그 글에 있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이번만큼은 기억하려 애쓰기보다, 흐름에 몸을 맡겨 보기로 한다. 굳이 머리에 저장하려는 부담을 내려놓고, 고대 4대 문명부터 인류사의 흐름을 재미있는 소설처럼 따라가 보기로 했다. 철학자들의 사유를 곁에서 엿보고, 오래 사랑받는 문학작품 속 인물들을 만나는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교양이란 기억하려는 욕심 없이 즐기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닐까?.

『초압축 교양수업』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류가 지나온 중요한 길목들을 정리한다.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 역사, 철학, 문학을 유기적으로 엮었다. 각각의 주제는 짧은 단편처럼 구성되어 있고, 명확한 설명이 있어 집중력을 놓치지 않는다. 생각할 거리 또한 결코 작지 않다. 저자는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대로 꺼내 쓸 수 있어야 진짜 교양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순서대로 읽어나가는 방식도 좋지만, 독자의 관심에 따라 어느 페이지든 펼쳐 읽어도 무방한 구조다. 하지만 교양의 흐름과 전체 서사를 함께 느끼고자 한다면, 처음부터 차례차례 따라가는 것이 확실히 더 흥미롭다.

책을 읽다 보니 특히 강하게 남는 대목이 있었는데, ‘20 역사 – 양귀비라 불린 여인: 당나라 붕괴’라는 파트였다. 당 현종과 양귀비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안녹산은 그들을 배반했다. 자신보다 16살이나 어렸던 양귀비의 양아들 행세를 하며 황제의 신임을 얻었던 그였다. 안녹산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보고에 현종이 한동안 그 사실을 믿지 못했다는 대목에서, 현종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놀라움과 배신감이 교차 했을심정이 느껴지니 마음이 아팠다. 믿었던 이에게 배신을 당하니 얼마나 비통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이후 벌어진 ‘안사의 난’은 단순한 반란이 아니라, 신뢰와 권력, 가족과 피의 관계가 뒤엉킨 처절한 전쟁이었다. 안녹산은 결국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존재, 아들 안경서에게 암살 당했다. 서자에게 권력을 빼앗길까 두려워한 안경서는 아버지를 죽였고, 권력을 손에 쥐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곧 안녹산의 충신이었던 사사명에게 제거됐고, 사사명 역시 자신의 아들 사조의에게 살해당했다. 아비가 아들을 죽이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며 권력을 이어간 참혹한 사건이다. 그리고 763년, 사조의의 자살로 안사의 난은 비극의 끝을 맺었다. 이 대목은 단순히 한 시대의 역사로 끝나지 않는다. 믿음의 상실이 한 나라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 권력이란 것이 어떻게 인간의 관계를 파괴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읽는 듯한 장면이었다.

초압축 교양수업』은 한 가지 주제마다 생각할 거리를 하나씩 남겨준다. 글은 짧지만, 읽고 나면 생각이 저 멀리까지 뻗어나간다. 문학, 철학, 과학 등 다양한 이야기가 빠르게 지나가지만, 내용은 깊고 인상적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교양이란 단순히 지식을 많이 아는 게 아니라, 서로 연결해서 생각할 줄 아는 힘이라는 걸 알게 된다.

『초압축 교양수업』은 외우기 위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지식이 잊힐까 봐 조급해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 자체로 아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내용을 자주 잊어 버려도, 그때 생긴 생각은 마음속에 오래 남는 법이다. 이 책을 몸으로 감각으로 받아들이면서 재미있는 독서를 해보길 권한다.


'이키다 @ekida_library'님을 통해 '다산책방(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제작비를 지원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문명(文明, civilization)’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기술적,사회 구조적인 발전,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 생활에 상대하여 발전되고 세련된 삶의 양태’이다. 이러한 문명을 이루려면 짐승처럼 먹고 사는 수준을 벗어난 삶의 양태를 만들 만한 지적인 인간이 필요하다. 그것도 한두 명, 수십 명의 인간이 아니라 국가를 이룰 만한 다수의 인간이 모여서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 속에서 인간들이 제멋대로 다투지 않고 살게끔 해줄 권위와 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명의 핵심 요건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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