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령 - 지금, 사랑을 시작하라
이용현 지음 / 필독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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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DOK의 『사랑령 Love Order』는 제목처럼 사랑을 시작하라는 하나의 ‘선언문’이자 ‘다짐문’에 가깝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령(愛令)은 강압적인 명령이 아니라, 사랑이 두렵거나 주저될 때 스스로에게 내리는 다정한 지시다. “사랑이 어려운 때, 사랑이 두려운 때, 사랑을 시작하고 싶을 때” 우리는 사랑령을 선포하고 지금 여기서 사랑을 시작해야 한다.

책 속에서 사랑은 ‘깊이 생각하고 헤아리는 마음’으로 정의된다.

‘사랑’이라는 말이 과거에는 ‘사량(思量)’—생각할 사(思)와 헤아릴 량(量)—로 쓰였다는 어원 이야기는 특히 마음에 남는다. 누군가를 계속 떠올리고, 그 사람의 마음을 살피고, 부족함까지 품으려는 태도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마음이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거울 속의 나를 볼 때 부족함이 아닌 가능성을 보고, 오늘의 실패보다 내일의 성장을 믿는 것!

그것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이다.

흥미로운 건, 사랑을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맞물려 있다고 보는 시선이다.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타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살피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도 놓치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결국 생활 속 작은 습관—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거나,

대화 중 휴대폰을 내려놓는 행동—에서 드러난다.

이 책이 전하는 사랑은 형태가 다양하다.

열정과 갈망을 담은 에로스, 신뢰와 우정의 필리아, 조건 없는 헌신의 아가페가 그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형태든 사랑은 우리의 시야를 넓히고, 감정을 다채롭게 만들며 더 나은 사람으로 자라게 한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기 내면의 세계도 확장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음악으로 흐르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음악은 사랑의 기억을 저장하는 특별한 장소라는 문장에 깊이 공감했다.

어떤 노래 한 곡이 과거의 순간과 감정을 고스란히 되살려 주듯,

사랑은 음악을 통해 살아 있는 기억이 된다.

음악이 흘러나오면 그 시절의 표정, 냄새, 공기까지 되살아나는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작가는 사랑을 미루지 말라고 강조한다.

사랑은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해야 하는 것이다.

자연은 말없이 사랑을 실천하듯, 우리도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순간을 줄여야 한다.

사랑의 선물은 결국 ‘시간’의 형태로 오지만, 그 가치는 양이 아니라 깊이에 있다.

무엇을 함께 했는가보다 어떻게 함께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살아있으므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므로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말한다.

사랑은 평범한 순간을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지금보다 아름다운 날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사랑령』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사랑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어서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대답을 권한다.

“그렇다면 지금 시작하라.”

사랑을 감정이 아니라 삶의 태도로 품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다정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필독 feeldok'님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자연은 말하지 않는다. 그저 행동으로 보여줄 뿐이다.
인간의 복잡한 언어와 생각 없이도 자연은 매일 사랑을 실천한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이 생각하고 너무 적게 행동하는지도 모른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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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 이런 책 - 인생의 고비마다 펼쳐 볼 서른일곱 권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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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의 『이런 고민, 이런 책』은 저자가 서재에서 오랫동안 간직해 온 책들 가운데, “내일 지구가 망해도 버리지 말아 달라”고 할 만큼 소중한 37권을 골라 소개하는 책이다. 하지만 단순히 좋은 책 목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각 권은 특정한 상황에서, 고민이나 감정의 무게를 덜어주고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책들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단순하다. 읽는 재미가 쏠쏠하고, 인생의 어느 순간에든 한 줄의 문장이라도 마음을 붙잡아 줄 수 있는 책일 것. 각 장 끝에 덧붙여진 ‘소소한 한마디’는 저자가 그 책에서 길어 올린 깨달음을 압축해, 읽는 이의 마음속에 오래 남게 한다.

타인에게 부탁하는 일이 어려울 때 저자는 신영복의 『청구회 추억』을 권한다. 신영복 선생이 20대 시절 동네 아이들과 ‘청구회’를 결성하며 나눈 우정을 그린 수필 속에는, ‘아이들의 세계에 들어가는 방법’이 담겨 있다. 첫마디는 반드시 대답이 가능한 것이어야 하고, 그 질문이 아이에게 ‘도움을 줄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 “이쪽으로 가면 서오릉으로 갈 수 있지?”라는 질문이 바로 그런 예다. 부담 없이 대답할 수 있으면서도, 대답한 아이가 누군가를 도왔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만든다. 저자는 이를 “부탁도 하기에 따라선 호감을 줄 수 있다”는 배움으로 간직했다.

소신을 세우고 싶을 때는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권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엄격한 가부장제 속에서 제인은 순종형도, 타락한 여성상도 아닌 새로운 여성상을 보여준다. 특히 권위와 체벌 대신 칭찬과 설득으로 학생을 이끈 템플 선생의 모습은 “진정한 권위는 소통과 공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증명한다. 제인이 훗날 가정교사가 되어 아델을 가르칠 때, 학습자의 특성을 존중하고 자유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교육한 것도 이러한 경험 덕분이었다.

불행의 감정이 몰려올 때는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을 펼친다. 탄광 노동자의 비참한 삶과 자본가의 착취를 그린 이 작품은, 극도의 가난도 지나친 풍요도 모두 행복을 해친다는 역설을 담고 있다. 노동자와 부르주아 모두 각자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저자는 “완전한 행복은 없다는 깨달음이 오히려 행복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통찰을 얻는다.

기록 습관을 들이고 싶을 때는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권한다. 유년기와 청춘기를 회고한 이 작품 속에서 저자는 “책 읽기의 재미는 책 속에만 있지 않다”는 말을 발견한다. 책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고, 평범한 풍경을 새롭게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소한 메모라도 꾸준히 남기는 습관이 글쓰기뿐 아니라 삶 전체를 단단하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특히 인상 깊게 다룬 책 중 하나는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다. 많은 사람들이 마키아벨리를 『군주론』으로만 기억하고, 히틀러나 무솔리니처럼 이를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악용한 사례를 떠올린다. 그러나 『로마사 논고』에서 드러나는 그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고대 로마 공화정의 정치 구조와 시민의 역할을 분석하며, 자유롭고 정의로운 국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설파한다. 고향 피렌체가 전쟁과 혼란 속에 있던 시절, 마키아벨리는 로마 공화정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본성은 시대를 막론하고 같으니, 과거의 역사를 배우면 현재의 문제를 풀고 미래의 문제를 예측할 수 있다. 『군주론』의 주인공이 권력자 한 명이라면, 『로마사 논고』의 주인공은 시민 전체다. 이 책 속 마키아벨리는 냉혹한 모사꾼이 아니라 권력 집중을 경계하고 시민의 참여를 옹호하는 공화주의자다. 저자는 이 두 책을 비교하면서, 한 사람의 사상이 얼마나 다면적인지를 깨닫고, 역사를 보는 눈을 길러야 함을 강조한다.

판단을 내리기 전에는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이 도움이 된다. 성격이 급하고 첫인상으로 사람을 단정 짓는 주인공 봇짱은, 한쪽 이야기만 듣고 행동하다 종종 낭패를 본다. 그러나 부당함에 맞서고 약자를 돕는 의리를 지키는 모습도 있다. 저자는 이 소설에서 “무슨 일이든 양쪽 말을 다 들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전한다.

이 책에는 이 밖에도 전시륜의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어느 바보의 일생』, 기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 강창래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 유안진 외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 민병산의 『철학의 즐거움』, 스탕달의 『파르마의 수도원』, 스티븐 크라센의 『읽기 혁명』,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안우광의 『꼴 보기 싫은 상사와 그럭저럭 잘 지내는 법』 등 다양한 작품이 상황별로 소개된다. 각 책은 현실 속에서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런 고민, 이런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책 읽기는 그 자체로 즐겁지만, 진짜 가치는 책 속의 문장을 삶 속에서 녹여내는 데 있다. 저자는 각 상황에 맞는 책을 통해 부탁을 건네는 방법, 소신을 지키는 태도, 불행을 다루는 마음, 기록의 힘, 신중한 판단력, 역사에서 배우는 지혜를 전한다.

그리고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며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힘이야말로 독서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임을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은, 책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인생의 나침반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한 사람의 깊이 있는 독서기록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북바이북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소소한 한마디]
"무슨 일이든 간에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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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챙겨
김영희 지음 / 상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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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김영희 작가는 ‘쌀집 아저씨’라는 별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예능 PD로 활발히 활동하던 시절, 『나는 가수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느낌표!』, 『양심냉장고』, 『이경규가 간다』 등 손대는 프로그램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며 ‘히트 제조기’라 불렸다. 공익성과 재미를 함께 담아내는 공익 예능의 선구자로서, 오랜 시간 시청자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무대를 방송국이 아닌 세상으로 넓혔다. 전 세계를 직접 여행하며 보고, 걷고, 마주한 순간들을 기록한 책, 바로 『짐 챙겨』다. 공항의 대합실에서, 낯선 도시의 기차역에서, 사막 한가운데에서, 혹은 카페의 창가에서 그는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곱씹는다. 다양한 장소에서 얻은 깨달음을 통해 그는 조용히 묻는다. ‘삶이라는 긴 여정을, 우리는 어떻게 걸어가야 할까?’

오키나와의 거리에서 만난 사자 모양의 수호신 ‘시사’는 그러한 질문을 끄집어낸 첫 장면이었다.

담장 위나 지붕 위에 나란히 놓인 암수 한 쌍의 시사는 귀엽고도 묘한 매력을 지녔다. 입을 벌리고 악을 빨아들이는 수컷과, 입을 꼭 다물고 복을 지켜내는 암컷이 함께 집을 지키는 모습은 마치 삶의 균형을 상징하는 듯하다. 처음에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모습이 다소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만, 자꾸 보다 보면 정감이 간다. 어쩌면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멀리서 보면 두렵고 낯설지만, 가까이서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다정한 얼굴이 숨어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여행지에서 마주한 화려한 순간보다는 그 안에 숨어 있는 작고도 깊은 울림에 더 주목한다.

베트남 황제릉 앞에 선 작가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죽은 뒤 무덤을 아무리 화려하게 꾸민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진시황도, 람세스도 영생을 꿈꿨지만 결국 남는 건 단 하나,

‘살아 있을 때 잘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여행은 언제나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헝가리의 드넓은 평원, 호르토바지에서 작가는 마부의 채찍 소리에 놀라며 말 위에서 간신히 균형을 잡아야 했고, 그 하루의 끝자락에는 또 다른 고단함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에 돌아왔을 때는 자정이 넘은 늦은 밤.

직원은 이미 퇴근한 뒤였고 열쇠를 방 안에 둔 채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는 결국 밖에서 꼬박 밤을 지새워야 했다.

그렇게 긴 하루를 마무리하며 작가는 문득 ‘시간’이라는 존재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역의 시계탑 아래에서 기차 시간표를 바라보며 흘러가는 햇살 속에 앉아 그는 깨닫는다.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지쳐 있어도,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시간은 늘 앞을 향해 흘러간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시간은 이 세상의 절대 강자다.”

아무리 고된 순간이라도 결국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 분명한 진실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한 번, 조금 더 버틸 수 있게 된다.

요르단의 와디 럼 사막에서 만난 베두인들과의 짧은 인연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그들은 낯선 이를 경계하지 않고 조용히 차를 내주고 식사를 권한다.

황량한 사막에서 “오지 말라”는 말도, “떠나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저자는 그 만남을 통해 진짜 환대란 말 없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임을 배운다.

“누군가 손을 내밀면 잡아 주고, 먼저 뿌리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도 이런 마음을 품을 수 있다면 얼마나 따뜻할까? 생각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여정의 끝에서 작가는 오래된 아랍 속담 하나를 떠올린다.

“여행하는 자, 승리한다.”

과거에는 이동이 곧 생존을 뜻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

어디로 향하든, 어떤 선택을 하든 쉬운 길은 없다.

그래서 이제는 새로운 문장이 필요해졌다.

“버티는 자, 승리한다.”

움직이든 멈추든,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짐 챙겨』를 읽다 보면, 문득 가방을 챙겨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이 진정으로 전하고자 하는 것은 여행 그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되묻고 바라보게 만든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지금 살아 있는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잘 살아야 한다.”

『짐 챙겨』는 멀리 떠나야만 만날 수 있는 진실들과,우리의 가장 가까운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삶의 가치를 조용히 일깨운다. 화려한 장면이나 특별한 사건보다 여행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더 깊은 질문, 그리고 더 오래 남는 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그 모든 인생의 풍경들을 하나씩 자연스럽게 풀어놓는다.


'출판그룹 상상'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그러나 이 움막도 1년 후엔 떠나야 한다. 한곳에 오래 머무르면 물이 고갈되거나, 뜯어 먹을 수 있는 관목들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낙타도, 인간도, 이동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막의 생명체일 뿐이다.
"여행하는 자, 승리한다." 아랍의 속담이다. 이동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여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투아레그도 베두인도 이동해야만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면 지금, 21세기가 시작된 지도 한참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떨까?
이동하든 가만히 있든, 버티는 게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어디로 가든 쉬운 곳은 이제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잠시 이동해도 좋고, 죽치고 눌러앉아도 좋다. 무조건 버텨야 한다. 이기는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버티는 자, 승리한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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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것만 팔렸을까 - 시장을 뒤흔든 빅히트 아이템의 비밀
신병규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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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데이터(Small Data)의 힘!”

“고객의 작은 행동을 관찰하는 것에서 성공은 시작된다.”

신병규 저자의 『왜 그것만 팔렸을까』는 “왜 내 제품은 팔리지 않는데, 저건 잘 팔릴까?”라는 질문에 대해 ‘스몰데이터(Small Data)’라는 실마리로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빅데이터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정작 국내 기업의 99.9%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대부분은 10명도 안 되는 인력으로 운영되는 현실에서 고도화된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도입할 여유조차 없다. 이런 기업들에게 AI나 빅데이터는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현실에서 출발해, 누구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지만 강력한 방법인 ‘스몰데이터’에 주목하자고 말한다.

스몰데이터란 고객의 말투, 행동, 눈빛, 제스처, 매장 내 이동 동선 등 사소한 것들 속에서 발견되는 욕망의 신호다. 저자는 셜록 홈즈가 사소한 단서를 바탕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관찰력을 예로 들며, 비즈니스 세계 역시 마찬가지로 고객의 작은 행동에서 욕망을 읽어내는 통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빅데이터가 집단의 공통적 특성을 보여준다면, 스몰데이터는 개개인의 숨겨진 욕망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특히 개인화된 소비가 일상화된 오늘날, 초개인화 마케팅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바로 이 작은 단서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이론을 실천으로 연결하는 구체적인 사례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예컨대 <서민갑부> 프로그램에 소개된 생선가게 ‘강북수산’의 이재권 사장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청결, 진열 방식, 시식 행사 등 다채로운 시도를 통해 ‘고객의 머무름’을 유도하고, 그로부터 스몰데이터를 모아 매출을 올렸다. 손님의 발걸음을 붙잡기 위한 섬세한 진열, 계절에 따라 손질 속도를 조절하는 세심함,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바닷물을 직접 사오는 정성은 결국 ‘고객 중심’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스몰데이터는 감성과도 맞닿아 있다. 행동경제학의 대가 댄 애리얼리와 리처드 탈러가 말했듯이, 사람들은 항상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 분위기, 기분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소비자의 감성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사소해 보이는 행동에 주목해야 한다.

어떤 상품 앞에서 멈추는지, 어떤 색상에 시선이 머무는지, 무엇을 손에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는지를 유심히 보면 그 사람의 무의식적 욕망을 읽어낼 수 있다.

기업은 내부 직원의 스몰데이터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저자는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보다 먼저, 내부 직원이 첫 번째 고객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직원이 존중받고 행복해야만, 진심 어린 미소로 고객을 대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고객의 욕망을 읽고 제품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다. 존중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한다. 육육걸즈 창업자 박예나 대표처럼, 평범한 여성들이 자신의 체형에 맞는 옷을 찾지 못한다는 ‘작은 불편함’을 간파하고 사업 아이템으로 만든 사례는 고객을 향한 공감의 산물이다.

이 책은 또한 실패한 기업들의 공통점이 스몰데이터를 무시한 데 있었다고 말한다.

코닥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해 놓고도 필름 매출에 악영향을 줄까 두려워 이를 외면했고, 그 결과 인스타그램이라는 기회를 소니와 페이스북에 넘겨주고 만다. 노키아 역시 애플의 아이폰이 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할 때도 기존의 성공 공식을 고수하다 시대의 흐름을 놓쳤다. 반면 삼성은 고객의 욕망을 읽고 스마트폰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해 애플과 세계 시장 점유율을 다투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또 하나의 핵심은 ‘불편함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지퍼, 벨크로, 종이컵, 반창고, 면도기 등 오늘날 당연하게 여기는 수많은 발명품들 역시 일상 속의 작은 불편에서 출발했다. 누군가가 허리를 숙이기 불편해서 지퍼를, 아내가 자주 다쳐서 반창고를, 유리잔이 깨질까 염려되어 종이컵을 만든 것이다. 즉, 발명과 혁신은 늘 일상 속의 불편을 관찰하고 해소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나아가 이 책은 “소비자가 원하는 건 언제나 가격이 아니라 나에 맞춰진 경험”이라고 말한다. 로또 당첨금은 쉽게 써버릴 수 있어도, 고생 끝에 모은 돈은 쉽게 못 쓰는 것처럼, 소비자도 자신이 선택하고 노력해서 얻은 것에 더 가치를 느낀다. 개인 맞춤형 제품, 즉 고객 스스로의 이야기가 반영된 제품일수록 감성적 연결이 생기며, 이는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진다.

또한 다이소, 이디야, 룰루레몬처럼 고객을 관찰해 끊임없이 니즈를 반영하고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통합적으로 운영한 브랜드들은 스몰데이터를 실천한 대표 사례로 제시된다. 책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처럼 소통과 경청, 미러링 효과의 중요성도 함께 다룬다. 상대의 반응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감정을 비추어주는 태도 역시 고객 만족을 넘어 감동을 주는 핵심 요소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나비효과의 사례를 통해 스몰데이터의 위력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아주 작은 행동 하나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고, 고객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가 향후 제품 개발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그래서 더더욱 ‘잘 팔리는 이유’를 찾고자 한다면, 거창한 데이터 분석보다 고객과 직원을 향한 관심, 관찰, 공감이 먼저다.

『왜 그것만 팔렸을까』는 이처럼 “작은 것이 큰 변화를 만든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하며,

마케터와 창업가, 기획자들에게는 실질적인 전략을, 일반 독자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다. 누군가의 행동 뒤에 숨은 감정과 욕망을 읽어내고 그 욕망을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유용한 안내서다.


'단단한맘 @gbb_mom' 서평모집단을 통해

'해뜰서가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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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직원 중에 이런 얘기를 들려준 이가 있었다. 77사이즈를 문의했는데, 직원이 "저희 브랜드에서는 그런 사이즈를 만들지 않습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는 다시는 그 매장에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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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나라 체언도시 3 - 수사, 순서대로 불러 줘! 국어나라 체언도시 3
진정 지음, 박종호 그림 / 주니어마리(마리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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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나라 체언도시 3: 수사, 순서대로 불러 줘!』는 초등학생을 위한 국어 문법 학습서이자 흥미로운 동화 형식을 띠는 그림책이다. 진정 작가의 따뜻한 서사와 박종호 작가의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가 만나,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문법 개념인 ‘수사’를 재미있고 쉽게 풀어낸다. 이 책은 ‘수사’라는 개념을 단순히 외우는 지식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고 듣고 따라 하며 몸에 익히게 해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가 크다.

책의 배경은 ‘체언도시’라는 상상 속 국어나라다. 이 도시 안에는 다양한 마을들이 존재하고, 그중 ‘수사마을’을 중심으로 주인공 산이, 달리, 달라가 지혜로운 안내자 랑이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각 개념의 원리와 차이를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며, 어린이 독자들이 이야기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개념을 습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책의 첫 번째 이야기인 「영웅들의 행차」에서는 수사의 기본 개념인 ‘양수사’와 ‘서수사’를 중심으로 설명이 이루어진다. 숫자 ‘26’을 두고 “스물여섯”과 “이십육”이라는 두 방식으로 읽는 장면은 고유어와 한자어 양수사의 차이를 매우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또 ‘555’를 읽는 장면에서는 백 단위 이상의 큰 수를 나타낼 때 주로 한자어가 사용된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대목에서는 특히, 과거에 100을 나타내던 ‘온(百)’과 1000을 뜻했던 ‘즈믄(千)’과 같은 고유어가 점차 사용되지 않게 되어 사라진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대화 속에서 “요정들이 가루가 되어 하늘로 사라졌어”라는 표현은 언어 소멸을 은유적으로 그려내며, 우리말을 지키려는 작은 다짐을 이끌어낸다.

흥미로운 설정 중 하나는 숫자 ‘0’을 나타내는 ‘영’과 ‘공’에 대한 설명이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이것도 수사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이 책에서는 ‘0’이라는 말은 양을 세는 데 쓰이지 않기 때문에 수사가 아닌 명사이며, 수사마을이 아니라 명사마을에 속한다는 점을 유쾌한 비유를 통해 전달한다. 아이들은 이 과정을 따라가며 오개념 없이 정확한 분류와 개념을 익힐 수 있다.

이 책이 다른 학습서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지점은 바로 ‘지식창고’와 ‘어휘창고’의 존재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제공되는 이 코너들은 해당 챕터에서 다룬 개념과 어휘를 다시 한 번 요약하고 정리해주는 구성으로, 학습 내용을 체계적으로 복습할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국어 용어나 생소한 표현에 대한 설명을 쉽게 풀어 써놓아, 어린이 독자들이 혼자서도 내용을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는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하다.

또한 이야기 속에서는 고유어에 대한 사랑과 언어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예컨대 산(山)은 ‘뫼’, 강(江)은 ‘가람’이었고, 숫자 100과 1000을 뜻하는 ‘온’과 ‘즈믄’ 역시 우리말이었다는 설명은, 어린이들에게 언어의 역사와 변화를 배우는 계기를 제공한다. 한자어의 보편화 속에서 사라져가는 고유어의 의미를 되새기며, 아이들이 일상에서 우리말을 의식적으로 사용해 보려는 다짐을 하게 되는 점이 이 책의 또 다른 교육적 가치다.

등장인물 달리는 “요정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말을 친구들과 열심히 쓰겠다”고 말하며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키고자 다짐한다. 이 장면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말’을 단순한 소통의 도구가 아닌, 문화와 전통을 담은 정체성으로 인식하게 해주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이들의 시선에 맞춘 이 다짐은 어른의 설명보다 더 깊은 울림을 전한다.

결국 『국어나라 체언도시 3: 수사, 순서대로 불러 줘!』는 단순한 문법 지식 전달을 넘어, 우리말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따뜻한 교육 동화이다. 생동감 있는 캐릭터의 대화, 유쾌한 모험 속 개념 정리,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게 도와주는 지식창고와 어휘창고의 꼼꼼한 정리까지, 이 책은 국어 개념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학습 도구가 되어준다.

국어의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거나 문법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 혹은 우리말에 대한 애정을 키우고 싶은 어린이에게 이 책은 분명 유익하고 소중한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부모나 선생님과 함께 읽으며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말 속에 담긴 문화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 좋은 출발점이 되는 책이다. 어린이들이 즐겁게 읽고, 배우고, 지킬 수 있는 책. 그것이 바로 『국어나라 체언도시 3』의 진짜 매력이다.


'주니어마리(마리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숫자 ‘0’은 수사일까요?
❌ 아니에요. 이름인 ‘영’, ‘공’은 명사예요.
영, 공은 수량을 세거나 순서를 나타낼 때 쓰이지 못해요.
그래서 수량을 세거나 순서를 나타내는 수사가 아니지요.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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