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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나라 체언도시 3 - 수사, 순서대로 불러 줘! ㅣ 국어나라 체언도시 3
진정 지음, 박종호 그림 / 주니어마리(마리북스) / 2025년 7월
평점 :

『국어나라 체언도시 3: 수사, 순서대로 불러 줘!』는 초등학생을 위한 국어 문법 학습서이자 흥미로운 동화 형식을 띠는 그림책이다. 진정 작가의 따뜻한 서사와 박종호 작가의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가 만나,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문법 개념인 ‘수사’를 재미있고 쉽게 풀어낸다. 이 책은 ‘수사’라는 개념을 단순히 외우는 지식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고 듣고 따라 하며 몸에 익히게 해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가 크다.
책의 배경은 ‘체언도시’라는 상상 속 국어나라다. 이 도시 안에는 다양한 마을들이 존재하고, 그중 ‘수사마을’을 중심으로 주인공 산이, 달리, 달라가 지혜로운 안내자 랑이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각 개념의 원리와 차이를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며, 어린이 독자들이 이야기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개념을 습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책의 첫 번째 이야기인 「영웅들의 행차」에서는 수사의 기본 개념인 ‘양수사’와 ‘서수사’를 중심으로 설명이 이루어진다. 숫자 ‘26’을 두고 “스물여섯”과 “이십육”이라는 두 방식으로 읽는 장면은 고유어와 한자어 양수사의 차이를 매우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또 ‘555’를 읽는 장면에서는 백 단위 이상의 큰 수를 나타낼 때 주로 한자어가 사용된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대목에서는 특히, 과거에 100을 나타내던 ‘온(百)’과 1000을 뜻했던 ‘즈믄(千)’과 같은 고유어가 점차 사용되지 않게 되어 사라진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대화 속에서 “요정들이 가루가 되어 하늘로 사라졌어”라는 표현은 언어 소멸을 은유적으로 그려내며, 우리말을 지키려는 작은 다짐을 이끌어낸다.
흥미로운 설정 중 하나는 숫자 ‘0’을 나타내는 ‘영’과 ‘공’에 대한 설명이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이것도 수사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이 책에서는 ‘0’이라는 말은 양을 세는 데 쓰이지 않기 때문에 수사가 아닌 명사이며, 수사마을이 아니라 명사마을에 속한다는 점을 유쾌한 비유를 통해 전달한다. 아이들은 이 과정을 따라가며 오개념 없이 정확한 분류와 개념을 익힐 수 있다.
이 책이 다른 학습서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지점은 바로 ‘지식창고’와 ‘어휘창고’의 존재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제공되는 이 코너들은 해당 챕터에서 다룬 개념과 어휘를 다시 한 번 요약하고 정리해주는 구성으로, 학습 내용을 체계적으로 복습할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국어 용어나 생소한 표현에 대한 설명을 쉽게 풀어 써놓아, 어린이 독자들이 혼자서도 내용을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는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하다.
또한 이야기 속에서는 고유어에 대한 사랑과 언어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예컨대 산(山)은 ‘뫼’, 강(江)은 ‘가람’이었고, 숫자 100과 1000을 뜻하는 ‘온’과 ‘즈믄’ 역시 우리말이었다는 설명은, 어린이들에게 언어의 역사와 변화를 배우는 계기를 제공한다. 한자어의 보편화 속에서 사라져가는 고유어의 의미를 되새기며, 아이들이 일상에서 우리말을 의식적으로 사용해 보려는 다짐을 하게 되는 점이 이 책의 또 다른 교육적 가치다.
등장인물 달리는 “요정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말을 친구들과 열심히 쓰겠다”고 말하며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키고자 다짐한다. 이 장면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말’을 단순한 소통의 도구가 아닌, 문화와 전통을 담은 정체성으로 인식하게 해주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이들의 시선에 맞춘 이 다짐은 어른의 설명보다 더 깊은 울림을 전한다.
결국 『국어나라 체언도시 3: 수사, 순서대로 불러 줘!』는 단순한 문법 지식 전달을 넘어, 우리말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따뜻한 교육 동화이다. 생동감 있는 캐릭터의 대화, 유쾌한 모험 속 개념 정리,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게 도와주는 지식창고와 어휘창고의 꼼꼼한 정리까지, 이 책은 국어 개념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학습 도구가 되어준다.
국어의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거나 문법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 혹은 우리말에 대한 애정을 키우고 싶은 어린이에게 이 책은 분명 유익하고 소중한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부모나 선생님과 함께 읽으며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말 속에 담긴 문화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 좋은 출발점이 되는 책이다. 어린이들이 즐겁게 읽고, 배우고, 지킬 수 있는 책. 그것이 바로 『국어나라 체언도시 3』의 진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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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마리(마리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숫자 ‘0’은 수사일까요? ❌ 아니에요. 이름인 ‘영’, ‘공’은 명사예요. 영, 공은 수량을 세거나 순서를 나타낼 때 쓰이지 못해요. 그래서 수량을 세거나 순서를 나타내는 수사가 아니지요.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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