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차를 마십니다
이유진 지음 / 스토리닷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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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커피를 3–4잔은 기본으로 마신다. 푹 잤다고 생각해도 아침마다 개운하지 않고 피곤이 가시지 않는 이유를 몰랐다. 건강한 성인이 카페인을 배출하는데 평균 5시간이 걸려 뇌가 편히 잠들지 못한다는 설명을 읽는 순간, 그 답을 찾은 듯했다. 그때부터 이 책이 들려주는 “차의 세계”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을 조정하는 기술로 다가왔다. 저자는 먼저 ‘차’의 범위를 곧게 세운다. 차를 두 갈래로 보면 이해가 쉽다. 먼저 우리가 흔히 “티(tea)”라고 부르는 것은 한 가지 식물, 카멜리아 시넨시스의 잎으로 만든 음료다. 여기서 녹차·백차·황차·우롱차(청차)·홍차·흑차가 갈라지는데, 흑차처럼 미생물이 관여하는 경우를 빼면 대부분은 잎이 공기와 만나 색과 향이 진해지는 ‘산화’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반대로 생강차, 대추차, 허브차, 루이보스처럼 차나무 잎이 아닌 다른 재료를 우리거나 달여 만든 음료들도 일상에선 모두 ‘차’라고 부른다. 그래서 ‘티(tea)’는 차나무 잎으로 만든 좁은 범위를, 넓은 일상어로서의 ‘차’는 재료를 가리지 않는 넓은 범위를 가리킨다고 이해하면 된다.

맛의 차이는 만드는 방식에서 나온다. 한국의 덖음녹차는 뜨거운 솥에 잎을 재빨리 덖어 산화를 멈추는 방식이라 향이 고소하고 깔끔하다. 일본의 증청녹차는 뜨거운 증기로 산화를 막아 잎이 바늘처럼 곧게 말리고, 해조류를 떠올리게 하는 감칠맛이 또렷하다. 이 기본만 알면 같은 ‘녹차’인데도 향과 질감이 왜 다르게 느껴지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우리기 온도나 시간, 나라별 차 문화 설명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훨씬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책 내용 중,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기’에서 저자는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티백의 오해를 짚는다.

우리는 보통 아무 생각 없이 티백을 뜯어 머그컵에 넣고 뜨뜻미지근한 정수기 물을 붓고, 무의식적으로 위아래로 흔들어 색만 보고 마신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더 진해지다 못해 ‘홍차 육수’가 되곤 한다. 하지만 티백이라고 해서 본질이 다른 건 아니다.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바스러진 같은 찻잎을 담았을 뿐이다. 사실 재료는 같다. 크기만 다를 뿐. 다른 것은 온전한 찻잎과 티백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잎차처럼 물 온도와 시간을 조금만 신경 써서 차분히 우리면, 티백 홍차도 일반 찻잎 형태의 고급 홍차 못지않은 풍미를 선사한다. 저자는 차 입문반에서 신경 써서 우린 티백 홍차를 내어 드리면 다들 눈이 동그래지며 “티백 홍차에서 이런 향기를 느낄 수 있느냐”며 깜짝 놀란다고 한다. 결국 ‘티백=평범’이라는 판단은 겉모양만 보고 내린 성급한 결론이었다. 재료는 같고 달라진 건 우리의 태도였으니, 사람이나 일, 물건도 겉만 보고 평가하면 본래의 가능성과 깊이를 놓치기 쉽다는 걸 깨닫게 한다.

‘차곡차곡’은 차와 술을 동시에 좋아하는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는데, 차와 술을 함께 즐기던 옛 풍류에서 출발했다. 예로부터 술을 ‘곡차’라 불렀듯, 차와 술을 같이 마시는 문화를 ‘차곡차곡’이라 했고, 이 조합의 핵심은 서로의 맛을 돋워준다는 데 있다고 한다. 안주가 따로 필요 없을 만큼 어울림이 좋으면 미각이 폭발하고, 술이 오르면 차가 다시 깨워 정신이 또렷해진다. 빠르게 취하고 많이 마시는 방식이 아니라, 섬세한 페어링으로 균형을 찾는 자리다.

이 책은 그중 인상적인 세 가지 페어링을 예로 든다. 첫째, 술아 매화주 × 상선암 설중매: 여주 햅찹쌀로 빚은 과하주에 매화꽃 향을 입힌 술과, 지리산 상선암에서 눈 속 매화를 덖어 만든 차가 만나 은은한 매화 향을 두 겹으로 겹친다. 둘째, 횡성양조 온향 팔줄배기 × 정총철관음: 토종 옥수수 ‘팔줄배기’를 증류해 오크·옹기에서 숙성한 고도주 한 모금 뒤에 대만 우롱 ‘정총철관음’을 잇는다. 오크의 달큰함이 살아난 뒤, 우롱이 깔끔하게 마무리해 ‘후운’이 맑다. 셋째, UF Beer Don(수퍼세종) × 압끼빠산드 사프란 마살라 짜이: 보리 향과 꽃·스파이스 뉘앙스를 지닌 세종 스타일 맥주에, 우유 없이 스트레이트로 우린 사프란 마살라 짜이를 맞춘다. 섬세한 사프란과 향신료의 층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서로의 향을 밀어 올린다.

세계의 차문화를 따라가다 보면 태도가 먼저 교정된다. 차를 생산하지 않는 나라임에도 카페와 술집에서조차 차 메뉴가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카자흐스탄의 풍경이 그 증거다. 민트와 오렌지를 기본으로 한 타슈켄트 티, 곡식 기장을 넣어 한결 부드러운 밀크티, 산자나무(씨벅톤) 열매를 활용한 상큼한 블렌딩까지—다민족이 어우러진 차문화는 “오만할수록 문은 닫히고, 겸손할수록 문은 열린다”는 깨달음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내가 아는 브랜드와 레시피가 전부가 아니며, 세상은 넓고 차는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영국이 ‘홍차의 나라’가 된 과정도 한쪽 면만 보지 않는다. 귀족의 애프터눈 티만이 아니라, 산업혁명으로 길어진 노동을 지탱하던 하이 티—머그에 진하게 우린 티백 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마시던 방식—가 대중화를 이끌었다. 인도·스리랑카에서의 대량 재배·공급, 우유·설탕에 맞춘 CTC(자르고·비비고·말기) 공정의 보급이 기술적 기반이 되었고, 그 덕분에 홍차는 일상의 음료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중국의 전통 제다나 하동의 전통 방식으로 만든 ‘공부차’는 장인의 실력과 경험이 더해진 예술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책은 이 둘을 대립시키지 않는다. 예술을 흉내 낸 과장 광고를 경계하면서도, 일상에서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중의 차를 현명하게 고르라고 조언한다.

일본의 사례는 ‘차가 리추얼이기 전에 생활’임을 보여준다. 물병에는 생수 대신 보리차·루이보스·우롱이 들어 있고, 식사 뒤에는 진한 센차를 디저트와 함께 낸다. 말차를 반드시 격불로 마셔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필요와 맥락에 맞게 편하게 즐긴다. 일본 녹차의 구분—교쿠로, 가부세차, 센차, 말차, 반차, 호지차, 겐마이차, 쿠키차—과 그 특징, 카페인 편차가 실용적으로 정리되고, 가정의 농도가 매우 진하므로 권장 레시피 대비 찻잎을 1/3로 줄여 마시라는 현실적인 제안이 곁들여진다.

인도 장에서는 브랜드와 때루아가 함께 등장한다. 압끼빠산드, 힐카트테일즈 등 현지 브랜드의 스펙트럼을 소개하고, 다즐링·아쌈·닐기리의 지형·기후·계절에 따른 맛의 차이를 지도로 보여준다. 다즐링의 맑고 섬세한 향, 아쌈의 진하고 깊은 바디, 닐기리의 상쾌한 꽃향과 겨울 시즌의 품질 피크—“차의 맛은 땅과 계절의 언어”라는 문장이 입에 붙는다.

이 책의 장점은 감상과 지식이 바로 레시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브랜드 홍차도 컵을 예열하고, 끓인 물을 한 박자 식혀 붓고, 티백을 흔들지 않은 채 정해진 시간 안에 건지기만 해도 풍미가 살아난다. 저녁 루틴의 핵심은 카페인 관리다. 건강한 성인이 카페인을 배출하는 데 평균 5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오후 다섯 이후에는 허브·루이보스·국내 대용차로 바꾸라고 권한다. 허브는 90℃ 안팎에서 5분 이상 길게 우렸을 때 향과 약성이 더 잘 살아나며, 단일보다 블렌딩을 활용해 약성은 강화하고 독성은 완화할 수 있다. (마테는 카페인이 높은 편이라 예외로 분류된다.) 한국 녹차는 온라인·오프라인 다원, 차 행사, 인스타그램 등에서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고, #하동녹차 #보성녹차 #제주녹차 같은 키워드로 접근하라는 팁이 진입 장벽을 낮춘다.

생활을 바꾸는 손의 동선으로서의 도구도 다정하게 안내된다. 표일배, 개완, 다완, 기목육용, 다하, 퇴수기, 차판(호승) 같은 기물은 한 잔이 품을 수 있는 온도와 향의 층을 달리한다. 국내에서 믿고 살 만한 상점들—오후반차, 부부웍스, 와드몰, 마이티룸—이 소개되고, 여행자를 위한 ‘티 지도’도 펼쳐진다. 도쿄의 실버팟·루피시아·티폰드, 파리의 콩세바투아 데 미스페레·마리아주 프레르·팔레 데 테·쿠스미·니나스·포숑 같은 스폿은 ‘차가 있는 길’을 걷는 즐거움을 확장한다. 더 멀리, 육우의 『다경』, 초의선사의 『동사송』, 에이사이의 『끽다양생기』 같은 고전의 계보와 조선 문인들(김시습·이황·정약용·김정희)과의 호흡까지 이어지며, 한 잔이 취향을 넘어 생활사와 사유의 역사에 닿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밀크티(짜이) 만드는 법과 전국 차문화 축제 정보까지 더해지니, 책장을 덮고도 어떤 잔과 어떤 물부터 시작할지 금세 감이 온다.

핵심은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태도—겉모습으로 단정하지 말고(티백도 정성으로) 시간과 대상을 존중할 것.

둘째, 어울림—차와 술, 음식, 풍경, 사람의 페어링은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균형이라는 것.

셋째, 겸손—세계의 차문화 앞에서 닫힌 취향을 열면 배움의 문이 열린다는 것.

넷째, 분별—공부차의 예술성을 존중하되 일상에서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선택을 할 것.

다섯째, 리듬—카페인을 관리하며 나에게 맞는 온도와 시간을 찾는 루틴을 세울 것.

“매일 아침 차를 마십니다”는 취향이 아니라 생활의 방식이다.

알맞은 지식과 바른 태도가 만나면, 그 한 잔이 곧 나를 돌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특히 카페인에 찌든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거나, 늘 잠을 자도 피로하거나 건강한 생활을 원하는 분이라면 이 책이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헤세드의 서재' 서평단을 통해,

'스토리닷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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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으면 인생이 쉬워진다 -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세상을 사는 400년 지혜
김형철.김범준 지음 / 테라코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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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기대보다 준비에 더 많은 힘을 쓰기로 했다.”

“많이 보이기보다 오래 보이게 하라.”

세상에 서운해지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싶을 만큼 마음이 시들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이 책은 이렇게 묻는다.

“혹시 너무 많이 기대하고 살지는 않았나요?”

우리는 흔히 “이만큼 했으니 인정받겠지, 곧 보상이 돌아오겠지”라며 마음을 달랜다.

하지만 돌아오는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았다. 선의가 오해로 돌아오고, 밤새 만든 결과가 공허하게 사라지며, 작은 오해 하나에 관계가 무너진다. 저자는 바로 여기서 고개를 돌리게 한다. 막연한 희망과 실제 준비는 전혀 다른 일이라고. 기대는 남이 알아주길 바라며 맡겨두는 마음이고, 준비는 내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일이다. 준비는 내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일이다. 이 차이를 인정하는 순간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기대를 낮춘다고 해서 손을 놓으라는 뜻이 아니다. 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 문 앞에서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문을 열고 한 걸음 나아가라는 의미다.

관계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한다. 모든 걸 한 번에 보여 주기보다 필요한 만큼만 보여 주어 관심과 존중을 오래 유지하는 편이 낫다. 오늘 다 보여 주면 내일 보여 줄 게 없다. 실력은 한 번에 터뜨리는 불꽃놀이가 아니라, 간격을 두고 켜지는 등불에 가깝다. 그래서 ‘고마운 사람’보다 ‘필요한 사람’이 되라는 조언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누군가에게 매달리는 존재가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갖춘 사람으로 서라는 뜻이다. 평판은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나’다. 순간의 주목보다 기본기와 실력을 차곡차곡 쌓는 쪽이 결국 이긴다. 능력을 전부 털어놓기보다 ‘다음’을 기대하게 남겨두는 연출도 지혜다. 다만 침묵은 기술이지 변명은 아니다. 불필요한 말은 줄이되, 해야 할 말은 정확한 때와 방식으로 건네야 한다.

결점 대하기도 중요하다. 감추려 애쓸수록 그게 오히려 진짜 약점이 된다. 가능한 건 고치고, 고치기 어려우면 드러낼 타이밍과 방식을 골라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내가 먼저 밝히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핵심은 자기 서사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것이다. 보여주기는 절제가 힘이고, 감추기는 도망이 아니라 전략일 수 있다. 중요한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빛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희韜光養晦’의 태도가 도움이 된다. 다만 영영 꺼내지 않으면 무기가 아니라 소품이 된다. 생각은 깊게, 행동은 한 템포 빠르게. 내일의 완벽보다 오늘의 실행이 성과를 만든다. 지나친 신중함이 행동을 굳게 만들고, 과한 서두름이 실수를 부른다. ‘천천히 서두르라’는 말은 결국 준비된 민첩함을 뜻한다.

상하관계를 다루는 방식도 현실적이다. 윗사람과 경쟁하듯 하기보다, 빛의 각도를 조절해 함께 빛나는 편이 현명하다. 별은 스스로 빛나지만 태양과 굳이 경쟁하지 않는다. 이것은 자기비하가 아니라 빛의 수사학에 가깝다. 팀과 리더가 잘 보이게 만드는 기술은 장기적으로 내 평판을 키운다. 반대로, 상대의 체면을 무너뜨리며 나를 세우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사람을 고르는 문제에서는 간단하다. ‘일인지혜’보다 ‘만인지혜’에 관심을 두라고 이야기한다. 곁에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을 두면, 나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끌려간다. 네트워크의 질이 사고의 폭과 깊이를 정한다. 다만 남의 지혜만 빌리는 것이 아니라 내 기본기도 갖춰야 한다. 기본이 없으면 남이 만든 것만 소비하게 된다.

또한, 평판은 유리그릇과도 같다. 이십년을 쌓아온 것도 오 분이면 깨질 수 있다. 잠깐 주목받는 것과 오래 존중받는 걸 헷갈리지 말자. 진정성만으로는 부족하고, 전략만으로도 곤란하다. 둘 사이의 균형을 배우는 게 평판 관리의 핵심이다.

타인을 쉽게 재단하는 습관도 점검해야 한다. 남을 평가하는 순간, 나에 대한 평가도 함께 시작된다. 반감과 질투가 올라올 때 그 감정은 내 불안과 열등감의 그림자일 수 있다. “왜 저 사람이 싫을까?”를 거울 삼아 되묻는 습관은 성장하게 한다. 타인의 결점을 들춰 위안을 얻는 건 쉽지만, 결국 내 품격을 갉아먹는다. 사실을 보더라도 서둘러 판단하지 않는 것이 나를 지켜준다.

기대의 무게를 덜고 유연함으로 채우는 일상은 타이밍을 다루는 법에서 시작된다. 운이 좋을 땐 과감하게, 나쁠 땐 손실이 커지지 않도록 물러난다. 타이밍은 하늘이 주는 선물이 아니라 내가 알아차리고 붙잡는 능력이다. 오래 망설여 기회를 놓치기보다, 준비된 상태에서 빠르게 잡는 능력이 중요하다. 선택 역시 마찬가지다. 인생은 선택의 총합이다. 통제할 수 없는 것(남의 평가, 과거 등)에서 손을 떼고, 통제 가능한 것(생각, 감정, 말, 행동)에 에너지를 모을 때 비로소 선택의 질이 달라진다. 완벽을 기다리며 미루기보다, ‘이 정도면 좋다’는 기준으로 결정하고 시행착오로 고치는 쪽이 더 빨리 성장한다.

삶의 역설도 인정하게 된다. 행복과 불행은 한 지붕 아래 산다. 남의 불행에서도 배울 점은 있다. 하지만 같이 무너질 필요는 없다. 연민과 나를 지키는 마음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성숙이다. 오늘의 고통이 내일의 안도감을 깊게 만든다는 해석을 붙이면, 괴로움은 자양분으로 바뀐다. 안전만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삶은 편안할지 몰라도 공허해지기 쉽다. 오래 남는 건 쓸모 없이 안전한 나날이 아니라, 의미를 따라 흔들리더라도 앞으로 나아간 흔적이다.

관계에서도 균형이 중요하다.

호의는 작게, 자주 주는 게 좋다.

너무 큰 친절은 오히려 부담이 되고 빚처럼 느껴지기 쉽다.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크기와 타이밍을 생각해서 건네야 오래 간다. 칭찬은 여러 번 나눠서, 단호함은 꼭 필요할 때 한 번에 말하는 것이 좋다.

또한 친절을 거래처럼 계산하면 금방 티가 난다.

결국 사람 사이를 오래 지켜주는 건, 부담 없는 작은 친절이다.

갈등은 끝장을 보는 것보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느슨해지는 게 낫다.

친구를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정말 관계가 끝나야 한다면 싸우기보다는 조용히 멀어지는 편이 더 현명하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굳이 싸움의 자리 자체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진짜 친구는 다퉈도 친구이고, 헤어진 뒤에도 원수로 변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마지막까지 지켜지는 관계의 품위다.

도전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나폴레옹이 “불가능이란 해보기 전까지 불가능일 뿐이다”라고 말했듯, 어려운 과제가 사람을 깨우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리더는 도전할 만한 난이도를 제시하고, 실패해도 괜찮은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도전을 지나치게 멋있게만 볼 필요는 없다. 도전은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험이기도 하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위험을 인정하고, 작은 실험 → 배우기 → 다시 고치기의 사이클로 가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오늘 가능한 가장 작은 시도를 지금 바로 시작하는 용기다. 그게 길을 만든다.

이 책이 말하는 건 체념이 아니다. 현실을 받아들이되, 품위를 지키면서 내 삶의 태도를 내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은 저절로 가벼워지지 않는다. 기대를 조절하고, 태도를 다듬고, 나를 통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벼워진다. 이 책은 ‘삶의 무게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자기 다스림’이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알려준다.


'테라코타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말 그대로 노출의 시대입니다. SNS에 밥 먹는 거, 술 마시는 거, 하다못해 당구 치는 것도 올립니다. 남이 나를 바라볼 때까지 말입니다. 노자는 이런 모습을 보고 충고합니다.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행동과 결정에 신비로움을 더하면 주변 사람들의 호기심과 존경심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쉽지 않습니다. 모든 걸 즉시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스스로 자신을 깊이 성찰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고자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말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면? 하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죠.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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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팔아버리는 카피 키워드 사전 - 빅히트 상품을 만든 베스트 카피 4000
호리타 히로카즈 지음, 신찬 옮김 / 보누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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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말엔 이유가 있다”

카피라이팅 책은 많지만, 이 책은 단순히 말 잘하는 방법이나 광고 문구 몇 개를 구경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다 팔아버리는 카피 키워드 사전』은 말 그대로 팔리는 말을 수집·분류·해체한 실전형 무기고에 가깝다. 저자는 “잘 팔리는 상품이나 서비스 뒤에는 반드시 ‘팔리는 키워드’가 있다”는 깨달음에서 이 책을 기획했다. 그리고 수많은 마케팅 문구를 수집한 뒤, 그중에서도 실제로 매출을 일으킨 문장만을 추려 9개의 카테고리로 정리했다. 그 결과 이 책 안에는 무려 4,000개 이상의 표현 패턴이 담겨 있다. 단어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도 고객의 반응이 전혀 다르게 돌아오는 순간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존재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것이다.

책은 단순히 “문장을 흉내 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심리를 자극해야 고객이 움직이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첫 페이지부터 “팔고 싶은 상품을 생생하게 떠올려라”, “이상적인 고객을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하라”, “고객이 느끼는 가장 큰 가치를 미리 설정하라”는 행동 가이드가 제시된다. 이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설정–탐색–조합–실행의 과정을 따라 직접 ‘팔리는 말’을 뽑아내게 만드는 실습형 구조다.

각 장의 구성도 매우 실용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A장은 ‘특장점’에 관한 카피를 다룬다.

단순히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왜 이 제품이 다른 것보다 뛰어난지”를 명확히 전달하라고 강조한다. ‘신규성’, ‘전통·오래됨’, ‘높은 품질’, ‘한정성’처럼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기준별로 키워드를 분류해 보여주기 때문에, 자신의 상품이 어떤 관점에서 돋보일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골라 쓸 수 있다.

B장에서는 ‘깨달음의 카피’를 다룬다.

사람은 누군가가 강요하는 말보다 스스로 깨달았다고 느끼는 말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이 영역에서는 ‘알림’, ‘불편 자극’, ‘위험 경고’, ‘제3자의 의견 제시’ 같은 방식으로 고객의 내부 사고를 흔들도록 유도한다. “당신이 놓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지금도 새는 돈이 있습니다” 같은 말이 왜 강력한지를 이 장이 명쾌하게 보여준다.

C장은 ‘강조’, 즉 우수성을 부각시키는 카피다.

“타사 대비 3배 오래 갑니다”, “10명 중 9명이 재구매했습니다” 같은 비교형 문장은 이 장의 전형적인 예다.

D장은 ‘인기’를 활용하는 법을 다룬다. 인간은 ‘모두가 선택한 것’에 쉽게 끌린다.

“판매량 1위”, “리뷰 폭발”, “입소문템” 같은 문장의 심리적 배경을 설명하며,

이를 어떤 방식으로 조합해야 진부해 보이지 않는지도 함께 알려준다.

E장은 ‘감정 자극’, F는 ‘숫자를 통한 객관성’, G는 ‘이득 강조’, H는 ‘타깃 좁히기’, I는 **‘행동 유도’**를 다룬다. 이 흐름이 흥미로운데, 이는 곧 고객 심리의 실제 이동 경로와 거의 동일하다.

[관심 → 비교 → 공감 → 신뢰 → 확신 → 행동]

이 책은 바로 이 흐름을 따라 카피를 쌓아 올리는 법을 가르친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 “3개월 만에 -10kg (F_숫자)”

→ “10만 명이 선택한 다이어트 솔루션 (D_인기)”

→ “먹으면서도 빠지는 이유, 알고 계셨나요? (B_깨달음)”

→ “지금 신청하면 무료 식단표 제공 (G_이득)”

→ “오늘 도전하지 않으면 또 후회만 남습니다 (I_유도)”

이렇게 조합하는 순간 문장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고객을 움직이는 장치가 된다.

실제 마케터들이 매일 고민하는 것도 바로 이런 흐름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감으로 쓴다. 잘되는 말이 무엇인지 몰라서가 아니라, “왜 먹히는지를 언어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감각을 언어화 → 패턴화 → 재사용 가능한 형태로 정리해준다.

결국 이 책의 가치는 ‘카피 문장을 많이 준다’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이 왜 이 말에 반응하는가?”라는 구조 자체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마케터뿐 아니라, 강의 제목을 정해야 하는 강사,

상품 설명을 써야 하는 셀러, 이메일 제목 한 줄로 반응을 얻어야 하는 직장인에게도 유용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내 일상 속에도 이 카테고리들이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친구에게 추천할 때도 “이거 진짜 다이어트에 효과 있어(G_이득)”라며 말하고,

맛집을 얘기할 때도 “요즘 여기 완전 줄 서서 먹어(D_인기)”라고 한다.

결국 ‘팔리는 말’은 멀리 있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쓰고 있던 언어를 의식화하는 과정이었다.

『다 팔아버리는 카피 키워드 사전』은 적당히 잘 써보자는 태도로는 읽을 필요가 없다.

이 책은 직접 활용해보기 위한 실전 책이다. 내 제품이든, 내 글이든, 나 자신이든.

이제는 제대로 팔고 싶다면, 이 책은 말 그대로 마케팅 사전이 되어 줄 것이다.

카피는 재능이 아니라 공학이다. 이 책은 그 설계도를 보여준다.

'보누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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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OO의 기준을 바꾸다
[효과적인 사용법] 어떤 기준과 비교해서 ‘그 기준을 바꿀 정도로 새로운 변화‘라는 인상을 준다.
기준이 일반적인 것이면 더욱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예)
- 주택 선택의 기준을 바꾸는 새로운 공법! 미래를 보여주는 ㅇㅇ
- 자외선 차단 대책의 기준을 바꾸는 신소재! 햇빛을 확실하게 막아주는 ㅇㅇ
- 감칠맛의 기준을 바꾸는 창작 요리로 여러분의 입맛을 자극합니다.
유의어 : ㅇㅇ의 상식을 바꾸다. ㅇㅇ의 기준을 넘다. ㅇㅇ에 혁신을 일으키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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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 마음에게 말을 걸다
윤창화 옮김 / 민족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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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 마음에게 말을 걸다》는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에 꺼내 읽을 수 있는 짧은 문장들의 모음집 같다. 저자는 원문을 지나치게 학술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핵심 구절을 살리고, 지금의 언어로 뜻을 풀어준다. 그래서 흐름을 따라가면 책이 마음을 다루는 기본 원리(알아차림, 절제, 누적, 무상, 자립0을 차근히 보여준다.

가장 먼저 다루는 건 욕망과 감각의 다루기다. 마음은 눈·귀·코·혀·몸·의식 같은 감각에 쉽게 끌리고, 욕망과 게으름이 결합하면 금세 쓸려 내려간다고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도덕적 꾸지람이 아니라 구조의 이해다. 욕망은 바람처럼 세차고, 사람은 그 바람에 쓰러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감각에 이끌리고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면, 거센 바람이 나무를 쓰러뜨리듯 악마(욕망)가 쉽게 정복한다.” 이 말의 핵심은 애초에 마음을 절제하소 단단히 하라는 뜻이다.

이때 등장하는 비유가 ‘지붕’이다. 지붕이 허술하면 빗물이 스며들고, 마음을 닦지 않으면 탐욕이 그 틈으로 파고든다. 반대로 지붕이 단단하면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듯, 마음을 고요히 가다듬으면 탐욕이 들어오지 못한다. 이 비유 하나로 이 책의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무조건 참아 내라는 것이 아니라, 틈을 점검하고 막는 현실적인 관리가 필요하단 얘기다. 이 책은 추상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일상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게 말해주는 점이 좋다.

행동과 결과의 관계는 책 전반을 관통한다. 나쁜 일은 이 세상에서도, 저 세상에서도 괴로움으로 돌아오고, 좋은 일은 이 세상에서도, 저 세상에서도 기쁨을 낳는다. 악행은 열매가 맺히기 전까지 달콤하게 느껴지지만, 결국 대가가 따른다. 또 악행의 결과는 서서히 드러난다. 갓 짠 우유가 즉시 발효되지 않는 것처럼, 재 속에 숨은 불씨가 나중에 타오르듯, 시간이 지나 괴로움이 뒤따른다. 반대로 선행 역시 당장은 힘이 들 수 있으나, 결실이 오면 ‘따뜻한 행복’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여기서 책은 ‘작은 것의 누적’을 분명히 가르친다. “빗방울이 모여 큰 항아리를 채우듯, 작은 악도 쌓이면 큰 죄가 되고, 작은 선도 쌓이면 큰 복이 된다.” 선과 악을 거대한 사건으로만 보지 말고, 일상의 미세한 선택들이 모여 내일의 결과를 만든다는 원리다.

지혜와 어리석음의 구분도 날이 서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지혜로운 이와 평생 함께 있어도 진리를 모를 수 있다. “숟가락이 음식의 맛을 알지 못하듯이.” 배우는 환경이나 표면적 친밀감이 진정한 이해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럼 지혜로운 이는 무엇을 하느냐. 물길잡이가 물을 흐르게 하고, 화살 장인이 화살을 곧게 만들며, 목수가 나무를 다듬듯,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 자신을 다스린다. 기준은 더 분명해진다. 견고한 바위가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듯, 지혜로운 사람은 칭찬에도 비난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 책은 감정의 파도보다 태도의 중심을 강조한다.

관계의 원칙도 간단하게 말해준다. 나쁜 사람, 저속한 사람과 어울리지 말고, 언제나 좋은 사람과 훌륭한 사람을 가까이하라. 주변의 질이 마음의 질에 스며든다는 현실적인 조언이다. 좋은 벗과의 거리는 수행의 조건이자 결과로 함께 간이어진다.

책은 목적지인 니르바나(열반)를 일찍 밝혀 둔다. 지혜로운 사람은 깊이 생각하고 쉬지 않고 정진해 마침내 속박에서 벗어나 평온에 이른다. 열반은 욕망과 번뇌의 불이 꺼진 상태, 마음이 평온한 상태로 풀이된다. 거대한 종교적 약속처럼 들리지만, 이 책은 이를 생활 언어로 풀어낸다. 결국 해야 할 일은 불꽃이 커지기 전에 알아차리고 끄는 것. 삶과 죽음의 강을 건너는 이는 드물지만, 가르침을 바르게 실천하는 사람은 악마의 강을 건너 평온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거창한 깨달음은 한순간에 오는 게 아니라 마음속 작은 불을 여러 번 끄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도달하는 지점이라는 뜻이다.

말(言)에 관한 가르침도 뼈대가 굵다. “천 마디 미사여구보다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한마디가 낫다.” 화려한 문장보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말 한 줄이 더 큰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이어 “진정한 승리는 백만의 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말의 과장과 성취의 허세를 접고, 내면의 주권을 회복하는 쪽으로 기준을 돌리라는 요청이다.

몸과 생에 대한 부분은 차갑게 보이지만, 사실은 집착을 풀어 주기 위한 말이다. 이 육체는 시기·질투·욕심 같은 오물로 가득하고, 영원하지 않다. 늙고 병들어 결국 흙으로 돌아가며, 살아 있는 것은 언젠가 죽음을 맞는다. “늦가을 들녘의 표주박처럼 결국 산산이 흩어진다.” 여기서 책은 허무로 가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 삶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다음 문장들이 자연스럽다. 행동을 엄격히 하고, 자신을 절제하며 마음을 고요히 하고, 살아 있는 생명을 해치지 않는 사람이 진짜 수행자다. 수행의 정체성을 계급이나 호칭이 아니라 행동으로 규정한다.

자립의 원칙도 강하게 강조한다. 타인을 의지하지 말고 자신을 의지하라. 자기 단련이 최고의 의지처다. 타인을 위한다는 핑계로 자신의 일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경계도 곁들인다. 선한 명분을 내세운 자기회피를 경계하고, 자신의 완성을 위해 먼저 힘쓰라고 말한다. 여기에 “파계와 무절제는 결국 자멸로 이어지고, 악행은 쉽지만 선행은 어렵다. 그러나 악행의 대가는 혹독하고, 선행의 보상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이 말은 눈앞의 쉬운 선택이 결국 더 비싼 값을 치르게 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 책이 제시하는 큰 흐름을 한 문단에 모으면 이렇다.

- 마음은 우리가 보고 듣고 맡고 느끼는 것들, 그리고 욕심에 쉽게 흔들린다.

- 집 지붕 틈을 막듯이, 생활 습관과 환경을 정리해 마음의 ‘빈틈’을 줄이면 욕심이 덜 들어온다.

- 우리가 한 일의 결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결국 반드시 돌아온다.

- 작은 나쁜 일도, 작은 좋은 일도 쌓이면 큰 차이를 만든다.

- 현명함은 남을 바꾸기보다 나부터 다잡는 것, 칭찬이나 비난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힘이다.

- 말은 화려하게 길게 하는 것보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한마디가 더 낫다. 진짜 승리는 남을 이기는 게 아니라 내 충동과 습관을 이기는 것이다.

- 몸은 늙고 변한다. 수행(수양)의 기준은 직함이 아니라, 절제하고 해치지 않고 바르게 사는 행동이다.

- 남에게 기대지 말고 스스로 서라. “남을 위해서”를 핑계로 내 할 일을 미루지 말라.

- 목표는 욕심과 번뇌가 가라앉은 평온한 마음 상태(열반) 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것은 단순하다. 마음은 훈련될 수 있고, 번뇌의 불은 꺼질 수 있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감정과 충동이 올라오는 순간을 먼저 알아차리고, 그때 한 끗만 절제한다. 사소해 보여도 좋은 선택을 조금씩 더하고, 말은 화려함보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한마디를 고르며, 행동은 단정히 지킨다. 기대거나 핑계 대지 말고 스스로 의지를 세우는 것도 핵심이다. 특별한 비법을 찾기보다 이런 기본기를 꾸준히 반복하라고, 불교의 짧은 문장들이 단단하게 이른다. 이 책은 교리를 요약한 책이 아니라, 흔들릴 때 곁에 두고 펼치면 바로 쓸 수 있는 마음 사용설명서에 가까운 책이다. 누구든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읽기도 쉬운 편안하게 보기 좋은 책이다.


‘구구의 서재’ 서평단을 통해

'민족사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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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지혜로운 사람은
깊이 생각하고,
쉬지 않고 정진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속박에서 벗어나
평온한 세계, 니르바나에 이릅니다.
* 니르바나 nirvana : ‘니르’는 끄다, ‘바나’는 불을 뜻한다. 욕망의 불, 번뇌의 불이 모두 꺼진 상태. 마음이 평온한 상태. 깨달은 세계, 즉 완전한 행복을 뜻한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한자로는 열반이라고 표기한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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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싱 더 바운더리 - 마이너 서브컬처 매거진 밑바닥 생존기
푸더바 지음 / 자크드앙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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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 느낌은 재미있을 것 같긴한데, 마이너의 느낌이 강한 책이라 내가 따라갈 수 있을까?였다.

읽다 보니 역시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 용어들이 많이 나와서 찾아가며 봐야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흐름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는 충분히 이해됐다. 처음엔 큰 기대 없이 넘겼지만, 읽을수록 저자가 직접 부딪쳐 얻은 체험의 내공이 촘촘히 쌓여 있는 책이라는 걸 실감했다. 말만 그럴듯한 이론이 아니라 직접 부딪쳐 얻은 결론들이라, 그만큼 신뢰도도 높았다.

푸더바(신차일)의 『푸싱 더 바운더리』는, 내가 오늘 당장 다룰 수 있는 방식으로 경계를 움직여 보자고 말하는 책이라 느꼈다. 요란한 방법 대신 아주 소박한 방법을 권한다.

왜 이 일을 하는지 나한테 먼저 묻고, 너무 큰 목표를 잘게 쪼개서 한 번 시험해 보라고 한다.

막상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지만 주구장창 생각만하다 보면은 막상 시작도 하지 못하고 접는 경우가 많다. 완벽하지 않지만 작게라도 우선 실행해보는 것에서 달라진다. 이 책은 바로 그 조금씩의 힘을 믿게 만들어준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은 건 실패와 후회를 대하는 태도다. 이 책은 실패를 낙오의 표시로 보지 않는다.

실패를 후회로 묶어 두지 말고 다음 시도를 위한 참고자료로 남기라는 태도다. 후회도 마찬가지다.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감정은 아니지만, 후회라는 감정에는 분명히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후회가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게 아니라 내 선택을 더 정확하게 만드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이 책이 던지는 또 하나의 질문은 “콤플렉스를 숨길 게 아니라 어떻게 쓸 것인가”다. 우리는 대개 약점을 감추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콤플렉스가 나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힌트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남들이 스치듯 지나치는 마이너한 취향과 서브컬처를 정면으로 끌어와 자신의 언어로 풀어낸다.

취향을 밖으로 꺼내 보니, 생각보다 같은 결을 지닌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 사이에서 이야기와 공감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결국 메시지는 분명하다. 약점은 숨길 대상이 아니라 나만의 무늬가 되고, 마이너함은 혼자만의 고립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보게 하는 신호가 된다.

정체성에 대해서도 책은 현실적이다. 내가 좋아하고 추천하는 작품들이 결국 나를 만든다는 것.

매일의 작은 선택과 반복이 나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저자가 학생 때 늘 마시던 마인틴듀 음료 때문에 “그 음료 마시는 애”로 기억되었다는 일화는 사소해 보이지만 많은 걸 말해 준다. 반복되는 습관 하나가 인식의 지점이 되고, 그 인식이 쌓여 아이덴티티가 된다.

이 책이 내게 가장 크게 바꿔 준 건 ‘시작하는 법’이었다. 우리는 대개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멈추고, 완벽해야만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저자는 조금 엉성해도 괜찮다고, 대신 자주·꾸준히 해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렇게 해보니 의외로 반응이 더 잘 올라왔고, 미완에서 오는 불안은 다음 회차에서 보완하면 된다고 스스로에게 여유를 건네라 한다. 완벽을 전제로 삼는 사람에게 이 문장은 큰 위로로 다가온다. 요컨대 완벽함과 완성도는 출발의 조건이 아니라, 불완전한 시작을 여러 번 반복한 끝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보상이다.

그리고 저자는 ‘인풋’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룬다. 만드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재료라는 뜻이다. 멋진 한 문장도, 기발한 한 장의 이미지도,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매일 조금씩 모아야 한다. 영화 한 편, 시 몇 편, 아카이브에 스크랩한 자료 몇 장, 해외 SNS에서 건져 올린 밈 하나. 양이 질을 압도한다는 다소 도발적인 말도 나온다. 허술한 조각이라도 많이 모이면 어느 순간 독특한 질감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표현의 문제도 피하지 않는다. 요즘처럼 모두가 모두의 말을 감시하는 분위기에서, 누군가에게 단 한 명의 불편함도 주지 않으면서 중요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까. 책은 여기에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거나 폭력을 부추기는 표현은 당연히 안 되지만, “무조건 무해”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결국 누구도 중요한 말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저자는 창작을 냉정하게 본다. 우리는 일기를 쓰는 게 아니라, 관심을 받아야 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가 ‘좋아요’를, 도발이 ‘조회수’를, 유익함이 ‘저장’을, 공감이 ‘공유’를, 통일감이 ‘팔로우’를 부른다. 하나의 게시물을 만들 때 이 신호 중 최소 2개는 만족하는 글을 설계하라고 조언한다.

캔슬 컬처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오래 남았는데, 평소에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함께 공감할 수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쉽게 돌을 드는가. 나도 모르게 분노를 정의로 착각한 적이 많았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온라인 공간은 멀찍이 떨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죄책감을 희석시키고, 대신 가학적인 만족만 남기는 경우가 많다. 그 사이에 한 사람의 삶이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사람은 잘못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그런데 요즘의 분위기는 그 기회를 아예 없애 버린다. 반성할 틈도 주지 않고 밟아 버리는 일들이 반복된다. 처벌은 법의 몫이고, 반성은 개인의 몫이라면, 창작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책은 그 물음을 우리 앞에 숙제처럼 남겨 둔다.

플랫폼의 무정함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인스타 계정이 블라인드 처리되어 노출이 끊기자, 그동안 쌓아 올린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이 밀려온다. 차단이 풀린 뒤에는 안도감이 몰려왔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시간의 고통도 지금의 기쁨도 내 힘으로 바꾼 건 단 하나도 없었다. 그 순간 깨닫게 된다. 결국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무너질 모래성을 쌓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무서울 것도, 더 움츠릴 것도 없다는 사실도 함께 배운다. 언제든 무너질 수 있으니, 더 자주 쌓고 더 많이 시도해보자. 이 책이 말하는 진짜 용기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쌓는 사람에게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 책이 끝내 강조하는 건 ‘대체 불가능함’이다. 남의 성공 공식을 흉내 내는 동안 우리는 금방 교체 가능한 부품이 된다. 저자는 자기만의 결, 자기가 가장 잘하는 감각으로 돌아오자 관객이 다시 모였다고 말한다. 창작에는 남들과 달라지려는 고통이 꼭 필요하고, 그 고통을 피하면 작품은 표면만 맴돌다 사라진다. 그래서 그는 도용을 봐도 크게 화내지 않는다고 한다. 흉내만 내서는 오래 가지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협업과 디렉팅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모든 걸 직접 할 필요는 없다. 가장 잘 맞는 사람을 제자리로 데려오고, 전체의 리듬을 맞춰 가는 능력. 프리랜서에게는 바로 그 역량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은 금세 무뎌지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래서 늘 새로운 자극을 찾고, 그 자극을 좇아 또 도전한다. 이 과정에서 인정과 돈에 대한 솔직함도 숨기지 않는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죄책감으로 덮어두지 말고, 에너지로 바꾸어 설계를 고도화하라는 메시지로 들렸다. 불안은 피할 대상이 아니라 기회다. 엉망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나누어 생활 방식을 고쳐 나가야 한다. 그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정말로 사람이 달라진다.

결국 『푸싱 더 바운더리』는 조금씩이라도, 멈추지 않고 가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다. 실패는 자책거리가 아니라 다음 시도를 위한 자료가 되고, 후회는 나쁜 기억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더 정확하게 만드는 힌트가 된다. 숨기던 콤플렉스는 나만의 무늬가 되고, 엉성한 시작은 리듬을 만드는 추진력이 된다. 만드는 사람이라면 ‘재미·유익함·공감’ 같은 분명한 목표를 미리 정해 놓고 작업해야 하고, 여론의 파도나 캔슬 충동 앞에서도 선택의 주도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플랫폼의 정책 하나에 성과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되, 그래서 더 자주 시작하고 더 많이 시험해 보는 쪽을 택한다. 남의 공식을 따라 하기보다 내 결을 세우고, 필요하면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불러 함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인정과 보상은 목표가 아니라 따라오는 결과다. 오늘 할 일은 단순하다. 질문 하나를 정하고, 15~25분짜리 작은 실험을 해 보고, 짧게 기록으로 남기는 것. 이 작은 차이가 쌓이면, 어느 순간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분명히 달라져 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자크드앙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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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다가 아니란 말은 돈을 벌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돈이 없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추하게 보일 뿐이다. 이미 도달해본 사람과 아닌 사람이 하는 말은 신빙성에서부터 큰 차이가 나니까.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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